[구제역 전국으로 퍼지나]강원서 14km 가평서도 확인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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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지역’ 화천-평창 초비상

전국이 구제역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지난달 28일 경북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은 경기도 지역으로 퍼지더니 급기야 강원, 충남까지 넘보는 상황이다. 인접한 시도는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 잇따른 구제역 신고

21일 오후 4시경 충남 천안시 성남면 대흥리 권모 씨의 사슴 농가. 하얀 방역복을 입은 국립수의과학검역원과 천안시 방역관 8명이 몰려들어 초동방역에 나섰다. 권 씨는 침 흘림 현상을 보이던 사슴 한 마리가 이날 오전 폐사된 채로 발견되자 방역 당국에 구제역 의심 신고를 했다. 사슴이 의심 증상을 보인 것은 안동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처음이다. 강원도는 같은 날 화천과 평창에서 구제역 의심 신고가 접수되자 초긴장 상태에서 확진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반경 화천군 사내면 명월리 이모 씨는 자신이 사육 중인 한우 5마리 가운데 1마리가 코에 염증이 생기고 침 흘림 증세를 보인다고 신고했다. 이어 오전 11시 반경 평창군 대화면 신2리 김모 씨가 한우 27마리 가운데 1마리가 구제역 의심 증세를 보인다고 신고했다. 한우 27마리는 모두 매몰 처분하기로 결정됐다. 강원도에서는 그동안 구제역이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경기도에서도 양주, 연천, 파주, 고양에 이어 21일 가평 지역에서도 구제역이 확인돼 경기 북부 전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이날 가평군 하면 신하리 한우농장에서 경기 북부지역 6번째 구제역이 발생했다. 이 농장에서 키우는 한우 55마리 중 3마리가 구제역으로 확인됐다. 이 농장은 15일 경기 북부지역에서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양주시 남면 상수리에서 30km가량 떨어져 있다. 특히 강원도와의 거리가 14km에 불과하다. 가평과 고양 파주지역에서의 차단 방역 실패는 곧 강원과 경기 남부지역으로 확산되는 것을 의미한다.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오후 경기도2청사를 방문해 교부금 긴급 지원 약속과 함께 “강원과 경기 남부지역 확산 차단에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경기 북부지역에서는 15일 양주시 남면 상수리와 연천군 백학면 노곡2리를 시작으로 16일 파주읍 부곡리 젖소농장, 19일 파주시 교하읍 산남리 한우농장, 20일 고양시 중산동 한우농장에서 잇따라 구제역이 발생했다.

○ 미(未)발생 지역은 전전긍긍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은 충북, 전북, 전남, 제주, 경남 등은 초비상 상태다. 의심 신고가 잇따르고 있는 강원 및 충남과 인접한 충북도는 기존 30곳에서 운영하던 방역초소를 이날부터 33곳으로 늘리는 등 구제역 유입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날까지 타 시도에서 들어오는 길목에 위치한 10개 시군에서 운영하던 방역초소를 12개 시군 전체에 설치했다.

경남도는 구제역비상방역대책본부를 설치하고 24시간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 다른 시도에서 들어오는 주요 도로 경계지점인 남해고속도로 북창원 및 동창원 나들목, 부산∼대구 고속도로 표충사 나들목, 경북 청도와 도 경계 지점 등 79곳에 방역초소를 설치했다.

전남도는 그동안 도 경계 주요 도로에 설치했던 방역초소를 17일부터 시군 간 경계 주요 도로까지 확대하는 등 총 76곳을 운영하고 있다. 구제역 방역을 위해 예비비 2억8000여만 원을 긴급 투입해 소독약품 등 초소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키로 했다. 안병선 전남도 축산정책과장은 “올 1월 경기 포천과 4월 인천 강화에서 잇따라 발생한 구제역에서 비켜갔지만 이번에는 감염 속도가 빠르고 경로나 매체를 파악하지 못한 탓에 초비상 상태”라고 전했다.

가축전염병 청정지역인 제주지역은 제주국제공항과 제주항에서 방문객과 차량 등에 대한 소독을 한층 강화했다. 신발에 묻어서 들어올 수 있는 구제역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발판 소독기에 대한 관리요원을 따로 배치했다. 구제역이 제주지역 축산농가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사단법인 제주올레와 협의를 거쳐 제주올레 1, 3, 9, 11코스의 진입을 차단하고 우회 코스를 만들었다.

올 4월 구제역 파동을 한 차례 겪은 강화군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강화군은 20일 가까운 고양시에서 구제역이 발생함에 따라 24시간 비상방역체제를 가동했다.

국립축산과학원 산하 대관령 한우시험장도 긴장하고 있다. 평창군에서 구제역 신고가 들어옴에 따라 직원 58명 중 환자 등 5명을 제외한 53명에 대해 외부 출입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 시험장은 씨수소와 우량 암소 700여 마리를 보유하고 있다.

우량 젖소 344마리와 돼지 1453마리를 보유하고 있는 국립축산과학원 산하 축산자원개발부도 마찬가지다. 가축 관리 및 연구를 담당하는 필수 직원 113명에게 외부 출입을 하지 않도록 했다.

○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경북도도 불안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경북도는 15일 이후 의심 가축 신고가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20일 예방적 차원에서 가축을 매몰 처분한 예천 지역 가축 시료에서 구제역 양성 판정이 나와 도내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예천은 의성 문경 상주 등과 인접해 방역에 실패할 경우 도내 전 지역으로 구제역이 확산될 수 있다. 경북도는 안동 상주 예천 등 구제역 발생 지역에서 오는 차량 이동을 통제하고 방역초소를 늘리는 등 구제역 차단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구제역이 더 확산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안동=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평창=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가평=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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