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범어사 방화… 천왕문 모두 불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7일 03시 00분


10분만에 꺼 인명피해 없어… 50∼70대 용의자 공개수배

목재 잔해만 앙상 15일 오후 9시 50분경 부산 금정구 범어사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목조건물인 천왕문이 소실됐다. 16일 오전 화재 현장에는 검게 그을린 채 무너져 내린 목재 잔해만이 옛 천왕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부산=최재호 기자 choijh92@donga.com
목재 잔해만 앙상 15일 오후 9시 50분경 부산 금정구 범어사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목조건물인 천왕문이 소실됐다. 16일 오전 화재 현장에는 검게 그을린 채 무너져 내린 목재 잔해만이 옛 천왕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부산=최재호 기자 choijh92@donga.com
부산 금정구 범어사 천왕문 방화 추정 화재를 수사 중인 금정경찰서는 16일 화재 발생 직전 경내 폐쇄회로(CC)TV에 찍힌 남자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공개수배했다. 현상금도 1000만 원을 걸었다.

경찰에 따르면 용의자는 50∼70대 대머리 남자로 감색 계통의 윗옷과 베이지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 15일 오후 9시 58분 천왕문에 들어간 이 남자가 인화물질이 든 검은색 비닐봉지를 4대 천왕상 쪽으로 던진 뒤 불길이 치솟았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용의자가 화상을 입었을 것으로 보고 인근 병원, 인화물질 판매점, 범어사 주변에서 탐문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 불로 천왕문은 완전 소실됐지만 인근 일주문(보물 1461호)과 승려 숙소로는 불이 번지지 않아 인명피해는 없었다. 화재 발생 10분 만에 승려 소방대가 소방호스로 물을 뿌린 데다 몇 달 전 주변 나무 가지치기를 해둬 불길이 옆 건물로 번지지 않았다.

한편 대한불교 조계종은 화재 원인과 책임 소재가 가려지면 종단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다. 조계종 측은 “부처님 오신 날과 성탄절을 전후해 전국 사찰에 방화 추정 화재 사고가 많고 지난해에는 전남 여수 향일암에 불이 나 대웅전이 전소됐다”며 “종단 차원에서 범어사 화재를 매우 중요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 등 여당 의원들도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과 관련한 불교계 반발을 의식한 듯 이날 범어사를 찾아 대책을 논의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도 범어사를 찾아 “정치권이 사회통합을 못해 생긴 일 같아 저희가 죄송한 마음”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김 원내대표와 손 대표는 서울에서 같은 비행기를 타고 부산에 내려왔으나 기내에서 인사를 나누지 않았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