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인 주거면적, 일본보다 좁다

  • 입력 2009년 8월 7일 02시 59분


인구대비 주택수 적고 한집당 주거인원은 더 많아
서울-수도권 내집마련 8.31년… 2년새 3개월 늘어

최근 2, 3년간 주택가격이 급등하면서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이 멀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저소득층의 3분의 1가량은 늘어나는 주거비 부담에 생필품 구입마저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소득이 높을수록 아파트에 사는 비율이 높았고, 이사할 때 주택가격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득을 다 모아 집을 장만할 수 있는 기간도 서울이 미국 샌프란스시코와 뉴욕, 일본 도쿄보다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연구원은 6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08년도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주택법에 따라 2006년 이후 두 번째 실시된 것으로 가구 특성과 주거환경, 주거이동 등 국민 주거생활 전반을 파악하기 위해 전국 3만여 표본가구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내 집 마련 준비기간 길어져

처음으로 내 집을 장만한 기간은 평균 8.31년으로 2006년(8.07년)보다 0.24년 길어졌다. 수도권이 평균 8.96년으로 2년 전보다 1.06년, 광역시는 8.84년으로 0.24년이 각각 늘어났다. 도 지역은 7.19년으로 0.79년 감소했다. 내 집 마련 기간이 늘어난 것은 2006년 이후 2008년 조사 때까지 집값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이 기간 수도권 집값은 각각 19.5%, 20.6% 뛰었다.

주택 구입 능력을 보여주는 PIR(연소득 대비 주택가격의 배율)도 커졌다. 전국지역 PIR는 2006년 4.2배에서 지난해 4.3배로 늘었다. 이는 직장인이 4.3년 동안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다는 뜻. 집값 상승폭이 컸던 서울은 7.5배에서 9.7배로 커졌다. 미국의 샌프란시스코(9.5배)나 뉴욕(9.3배), 일본 도쿄(9.1배)보다 더 크다.

반면 세입자의 부담 능력을 보여주는 RIR(월소득 대비 임차료의 배율)은 17.5배로 2년 전(18.7배)보다 줄었다. 그런데도 임차료를 내거나 집을 구입하면서 받은 대출금을 갚는 가구의 17.26%가 “생필품을 줄일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대출금 상환가구는 2년 전(14.57%)보다 2.69%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저소득층 가구는 32.41%가 이같이 답했다. 이번 조사를 주도한 국토연구원의 김근용 선임연구위원은 “경기 침체 등으로 수입이 줄어든 저소득층이 심리적 부담을 더 크게 느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1억2327만 원짜리 아파트가 평균

이번 조사에서 집값은 전국 평균이 1억2327만 원이었다. 수도권은 1억8727만 원, 광역시는 8026만 원, 도 지역은 6190만 원으로 지역별 차가 컸다. 집 형태는 아파트가 43.89%로 가장 많았다. 지난번 조사에서는 단독주택이 1위였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2위로 내려앉았다. 최근 주택 공급이 아파트 중심으로 이뤄진 결과다.

평균 주택사용면적은 69.29m²로 2년 전(67.33m²)보다 1.96m² 커졌다. 사용하는 주택 총면적을 인구 수로 나눈 1인당 주거면적도 27.80m²로 1.64m² 증가했다. 하지만 미국(68m²·2005년 기준)과 일본(38m²)의 1인당 주거면적보다는 상당히 적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통념과 다르게 일본의 1인당 주거면적이 한국보다 큰 것은 인구수 대비 주택 수는 훨씬 많고 가구당 인원수는 적은 탓”이라며 “개별주택 크기와는 다른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자가 가구 비율도 56.39%로 0.82%포인트 늘어났다. 그러나 미국(68%) 일본(66%) 등 선진국보다는 여전히 낮았다. 자가 가구 비율이 늘면서 현재 주택에 거주하는 기간도 평균 7.71년으로 2년 전보다 0.05년이 길어졌다. 평균 가구원 수는 줄었다. 저소득층(2.28명→2.14명) 중소득층(3.45명→3.34명) 고소득층(3.82명→3.76명) 모두 감소했다. 핵가족화와 1인 가구 증가, 출산율 감소 등이 원인이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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