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이 가장 두려워 하는 투숙객은 누구?

  • 입력 2008년 4월 1일 19시 13분


최근 평일 오후 3시, 비즈니스맨으로 보이는 40대 백인 남성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르네상스 호텔에 체크인 했다.

이 남성은 매우 까다로웠다.

객실에 머물면서 수시로 1층 안내와, 교환 등에 전화를 걸어 이것저것을 요구했다.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면서도 두리번두리번. 천정이나 테이블 아래쪽을 보기도 하고 그릇에 찍힌 호텔 로고를 유심히 보기도 했다.

우연히 마주치는 호텔 직원에게도 기념품 판매점의 위치나, 레스토랑의 메뉴에 대해서도 꼬치꼬치 물어봤다.

2박 3일가량의 일정을 마친 이 남성은 프런트에서 체크아웃을 하면서 비로소 자신의 정체를 밝히며 이렇게 말했다.

"총지배인을 만나고 싶습니다."

순간 프런트의 직원들은 식은땀을 흘렸다고 한다. 이 사람은 다름 아닌 이른바 '미스터리 게스트'였기 때문.

미스터리 게스트는 호텔 가에서 '암행어사'로 통한다.

미스터리 게스트는 자신의 신용카드나 현금을 이용하며 손님으로 가장해 호텔의 시설이나 매뉴얼 그리고 직원들의 서비스 등을 평가하는 게 주 업무.

주로 외국계 호텔 체인에서 활동한다. 체인 호텔이 본사의 서비스 규정을 준수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로비, 객실, 레스토랑 등 이른바 호텔의 '프런트' 외에도 '백 오브 더 하우스'(Back of the House)까지 눈여겨본다.

'백…'이란 사무실 등 고객을 접하지 않는 곳에서 이뤄지는 각종 시스템이나 매뉴얼.

직원 교육 상태와 태도나 업무 숙련도 충성도 등도 평가 대상이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계열사인 르네상스 서울 호텔의 경우 1년에 한 번씩 불시에 본사에서 파견한 미스터리 게스트들이 호텔의 프런트와 백…을 꼼꼼히 체크하고 간다.

미스터리 게스트의 평가가 75점을 넘지 못할 경우 '르네상스' 간판을 떼어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에 호텔 임직원들은 언제 올지 모르는 미스터리 게스트를 맞이하기 위해 1년 내내 초긴장 상태를 유지한다.

김진규 르네상스 서울 호텔 프런트 데스크 지배인은 "모든 고객을 미스터리 게스트라고 생각하고 모시기 때문에 서비스의 질은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하다.

김 지배인은 "미스터리 게스트의 시각에서 호텔을 평가하면, 그 호텔이 어느 정도 수준의 시설과 서비스를 갖춘 곳인지 알아볼 수 있다"며 평가 항목 한 가지를 공개했다.

다음은 김 지배인이 공개한 미스터리 게스트의 레스토랑 평가항목.

1. 테이블까지 안내는 받았는가?

2. 직원들은 항상 웃는 얼굴을 하고 손님과 눈을 맞추고 있는가?

3. 직원들은 단정한 용모를 지니고 있는가?

4. 직원들은 메뉴의 스페셜·프로모션을 숙지하고 있는가?

5. 자리에 앉은 후 5분이 되기 전에 웨이터·웨이트레스가 접근했는가?

6. 음식이 제때 나왔는가?

7. 음료가 비워졌을 때 즉시 리필을 했는가?

8. 직원이 식사 후 "감사하다"라는 말을 했는가?

9. 영업시간이 제대로 명시되고, 직원들이 숙지하고 있는가?

10. 접시, 냅킨, 컵 등의 상태는 깨끗하며, 영업장의 이름과 로고가 제대로 새겨져 있는가?

11. 메뉴판은 깨끗하고 정확하게 정보를 전달하고 있는가?

12. 카펫 천장은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는가? 불쾌한 냄새가 나지는 않는가?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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