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병준 교육부총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

  • 입력 2006년 7월 26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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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교육부총리가 국민대 교수 시절 제자 신모 씨의 박사학위 논문과 빼닮은 논문을 발표한 사실은 해명자료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그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으로서 자라나는 세대의 사표(師表)가 되고, 대학 개혁과 학문 발전의 향도(嚮導)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는 신 씨의 논문이 공표(1988년 2월)되기 두 달 전에 한국행정학회 학술발표회에서 자신의 논문을 발표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박사학위 논문은 지도 및 심사 기간이 길어 적어도 3개월 이전에 제출한다. 따라서 당시에 부심(副審)으로 참여한 김 씨가 신 씨의 논문을 받아본 시점을 밝힐 필요가 있다.

신 씨의 논문이 발표된 달에 김 씨는 국민대 학술지인 ‘법정논총’에 유사한 제목과 내용의 논문을 실었다. 김 씨의 주장대로 이것이 표절이 아니라면 신 씨의 논문이 김 씨의 논문을 표절한 셈이 된다. 국민대는 이런 논문에 박사학위를 주었다는 해괴한 결론이 나온다. 특히 당시 김 씨는 자신의 연구실적을 ‘표절’한 박사학위 논문을 통과시키지 않을 수 없었던 말 못할 사연이라도 있었단 말인가. 아니면 김 씨의 학문에 대한 자세가 원래 그런 수준이었나.

김 씨는 1988년 6월호 행정학회보에 실린 같은 논문에서 ‘신 씨가 데이터를 수집했다’고 적었다. 그러나 데이터뿐 아니라 제목도 비슷하고 일부 결론도 같다. 김 씨는 사전에 신 씨의 동의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신 씨가 작고해 확인할 수 없는 얘기다. 대학사회 일각에서는 제자의 논문을 베끼거나 가로채는 행위가 왕왕 있었다. 학계는 이번의 표절 시비도 철저히 검증해 학문의 명예를 수호해야 한다.

김 씨가 논문심사 교수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신 씨의 논문을 표절한 것이 분명하다면 그는 교육부총리의 자격이 없다. 대한민국이 ‘논문 표절 부총리’를 두고 있다면 이는 학문과 지성에 대한 모독이며, 나아가 국민 모욕이다.

김 씨는 표절 의혹을 보도한 신문에 대한 소송 위협이나 둘러대는 말로 사태를 어물쩍 넘기려 해서는 안 된다. 노무현 대통령도 김 씨에게 이 나라 교육을 계속 맡길 것인지, 김 씨를 버릴 것인지 결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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