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공시族? 올해 쏟아진 취업시장 신조어들

  • 입력 2005년 12월 1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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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기획사에 다니고 있는 윤선희(尹善姬·28) 씨.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2년째 회사에서 원고 타이핑이나 문서 작업 같은 단순한 업무를 하고 있다. 윤 씨는 “‘내가 이런 걸 하려고 시각디자인을 공부했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며 “디자인 관련 분야에 자리가 나면 언제든지 이직할 의사가 있다”고 했다. 그는 ‘갤러리족(族)’이다. 골프장 구경꾼(갤러리)에 빗대 만든 갤러리족은 취업난에 시달리는 20대들이 일단 취업했으나 적성에 맞지 않아 마치 구경꾼처럼 회사 생활을 하는 걸 말한다. 》

채용포털 커리어(www.career.co.kr)는 15일 올해 취업시장과 직장에서 새로 등장하거나 유행한 신조어(新造語)를 조사했다. 2005년은 세태를 반영한 갖가지 신조어가 유난히 많이 쏟아진 한 해였다.

○ 높디높은 취업의 문

지방 C대학 4학년 박모(27) 씨.

그는 올해 1학기를 마치고 구직 활동에 자신이 없어 휴학을 했다. 취업 준비를 철저히 한 뒤 사회에 진출하는 게 낫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대학에선 박 씨 같은 사람을 ‘올드 보이’라고 부른다.

충남 천안시에 있는 S대학을 2년 전 졸업한 이모(25·여) 씨는 졸업 후 2년간 7급 공무원 시험에서 계속 떨어졌다. 직장 생활을 하는 친구들이 부럽지만 꾹 참고 공무원 시험 준비 학원을 다니고 있다.

이 씨는 ‘공시(公試)족’이다. 7·9급 공무원 채용시험이 행정고시, 사법시험, 외무고시처럼 어렵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공시낭인’이나 ‘공시폐인’도 비슷한 의미. 동작구 노량진 같은 공무원 시험 준비 학원 밀집지역은 ‘공시촌(村)’이라고 불린다.

○ 직장 들어가도 힘들긴 마찬가지

벤처기업에 다니는 김태훈(金태勳·29) 씨와 언어치료사 최현연(崔賢蓮·27) 씨 부부는 ‘샐러던트’다.

‘샐러리맨(봉급생활자)’과 ‘스튜던트(학생)’를 합친 샐러던트는 ‘공부하는 직장인’을 말한다.

김 씨는 1주일에 두 번 야간수업으로 한양대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고 있고 서울 가산사회복지관에서 언어장애인을 치료하는 최 씨는 대구대 재활대학원에 다니고 있다.

‘신(新)기러기족’도 있다. 고용과 노후에 불안을 느껴 안정된 전문직을 얻으려고 뒤늦게 지방에 있는 의대 약대 한의대 등으로 진학한 직장인이 가족과 떨어져 살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실직하거나 자발적으로 퇴사한 뒤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있는 30대 중반은 ‘배터리족’.

‘나토(NATO·No Action Talking Only)족’은 말만 늘어놓고 실제로 하는 일은 없는 사람. 만날 “사표 내겠다”고만 하고 실제론 그렇지 못한 직장인도 여기에 들어간다.

○ 신조어는 시대상을 반영

아줌마와 신데렐라의 합성어인 ‘줌마렐라’는 신데렐라처럼 아름다우면서도 적극적인 성향을 지닌 30, 40대 기혼 여성을 말한다. 이들은 돈을 아끼지 않는 게 특징이다.

남편의 실직으로 남편과 아내의 역할이 바뀐 ‘체인지족’ 부부도 늘어났다.

서정범(徐廷範·79) 경희대 국문과 명예교수는 “신조어나 유행어는 풍자성이 있고 사회상을 민감하게 반영한다”며 “올해 신조어가 많이 생긴 것은 그만큼 부정적인 시대였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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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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