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수표교, 훼손 심각… 이전보다 보수가 급해

  • 입력 2005년 11월 19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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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고 부서지고.’ 청계천에 복원할지를 놓고 논란에 휩싸여 있는 서울 중구 장충단 공원 내 수표교가 하부 교각과 상판이 심하게 훼손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표교의 원래 자리는 중구 청계3가였으나 1959년 지금의 자리로 옮겨졌다. 황태훈 기자
‘흔들리고 부서지고.’ 청계천에 복원할지를 놓고 논란에 휩싸여 있는 서울 중구 장충단 공원 내 수표교가 하부 교각과 상판이 심하게 훼손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표교의 원래 자리는 중구 청계3가였으나 1959년 지금의 자리로 옮겨졌다. 황태훈 기자

18일 서울 중구 장충동 장충단 공원. 조선 세종 때 중구 청계3가에 세워졌으나 1959년 장충단 공원으로 옮겨진 수표교(서울시 유형문화재 제18호)가 숲 속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다.

이 다리는 지금 원형 원위치 복원 논란에 휩싸여 있다.

서울시는 수표교를 청계천에 옮기면 오히려 문화재가 훼손된다는 입장인 반면 문화재청은 수표교가 청계천의 역사적인 유물인 만큼 원위치에 복원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교각과 상판 훼손 심각=본보가 이날 서울역사박물관 박현욱 유물관리과장과 함께 수표교를 둘러본 결과 다리를 받치고 있는 교각들이 심하게 마모돼 있었다.

하부 교각은 손으로 만져도 부서질 정도였다. 교각 일부는 콘크리트에 묻혀 있어 이를 파낼 경우 교각 자체가 부서질 가능성도 높아 보였다.

다리의 상판도 상당수가 깨져 있고 일부는 흔들리거나 틈이 벌어져 있었다. 옮겨올 당시 일부 상판이 유실된 듯 색깔이 다른 돌로 대체된 것도 적지 않았다.

박 과장은 수표교를 청계천에 옮길 경우 기존 수표교 석재의 상당수가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표교를 장충단 공원에 옮기는 과정에서 교각, 귀틀석 등 일부 석재가 유실됐다. 그 당시 상부와 하부 교각이 불안정한 것을 맞추기 위해 그 사이에 편심(쇠)을 깔았지만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다.”

서울시 문화재위원회에서도 최근 수표교의 청계천 이전은 오히려 수표교를 망가뜨리는 행위라는 견해가 다수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위원은 “수표교를 만약 해체한다면 청계천보다 박물관에 보관하는 게 문화재를 보호하는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서울시가 선재건축과 한국건설안전기술원에 용역을 의뢰한 수표교 정밀실측 보고서에 따르면 수표교의 하부 교각 45개 중 16개, 멍에석 36개 중 9개, 상판석 214개 중 35개를 교체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또 수표교를 해체 및 복원하는 데 90억 원, 하천 공사비 203억 원, 청계천에 수표교를 놓기 위해 수용해야 할 토지보상비용 507억 원 등 약 8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수표교의 철저한 관리 필요=수표교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사람을 제외한 오토바이 등의 통행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수표교의 관리를 맡고 있는 중구청 관계자는 “수표교의 상판 일부를 보수해야 하지만 수표교 이전 논란이 장기화하면서 예산 책정도 못한 상태”라고 전했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수표교를 복원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지만 장기적으로 제자리에 옮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일부 석재를 교체하더라도 수표교를 청계천의 명물로 다시 세워야 한다”며 “서울시가 수백억 원에 이르는 수표교의 원형 원위치 복원 비용을 이유로 복원이 어렵다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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