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 “행정수도 옮긴다니 땅 사두자”

  • 입력 2005년 8월 9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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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행정처가 지난해 ‘행정수도가 이전되면 근처에 휴양시설로 쓸 수 있는 연수원이 필요할 수 있다’는 막연한 이유로 충남 안면도 국제관광지 주변의 땅 1만7000여 평을 사들였다가 감사원의 지적을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사업계획 없이 무작정 취득=8일 감사원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지난해 8월 충남 태안군 안면도 일대 해변 땅 5만6627m²(1만7160평)를 구입했다.

이 땅은 감정평가액 기준으로 68억 원가량. 법원행정처는 이 땅을 경기 김포시 옛 김포등기소 터 등 수도권과 충청권 일대에 대법원이 보유하던 유휴 토지 3548m²(1075평)와 교환형식으로 취득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 감사 결과 법원행정처는 ‘행정수도가 이전되면 충청권역에 휴양 기능을 겸할 수 있는 법원교육연수원이 필요할 수 있다’는 이유로 사업계획이나 예산 협의도 없이 땅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국유재산법과 예산회계법에 따르면 대법원장과 법무부 장관은 법원과 법무부 소속 기관의 사법시설에 대해 장기계획을 수립하고 예산을 수반하는 사업에 대해서는 미리 기획예산처 장관과 협의하게 돼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연수시설을 짓기 위해 토지를 구입하려면 먼저 연수원 건립의 필요성, 사법시설 사업 우선순위, 연도별 추진 일정 등 연수원 건립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하고 기획예산처와 협의를 거쳐 ‘제2차 사법시설 장기계획(2002∼2011년)’에 반영해야 한다.

또 국유재산법에 따르면 국유재산을 교환할 때는 목적을 명백히 하고 적정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한편 사법부가 충청권으로 이전하는 내용을 포함한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은 법원행정처가 땅을 취득하고 두 달 뒤인 지난해 10월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았다.

이후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계획과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계획에서 사법부는 서울에 남는 것으로 최종 확정됐다.

▽장기간 ‘노는 땅’ 될 가능성 높아=법원행정처는 아직까지 이 땅에 법원연수원 건립 계획을 세우지 않은 상태다. 감사원 관계자는 “사업 추진 여부가 불투명해 법원행정처가 구입한 땅이 장기간 유휴토지로 남을 걸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6월 법원행정처에 “막연한 장래의 필요에 따라 미리 토지를 취득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취득 토지가 장기간 유휴토지로 남지 않도록 적정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의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사법부에 수련원 역할을 할 곳이 없어 마땅한 곳을 찾다 안면도 일대를 정한 것이며 행정수도 이전과 큰 관련은 없다”며 “그쪽 땅값이 올라 일단 취득을 먼저 하고 뒤에 예산을 뒷받침하려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예산 투입과 용지 활용 방안을 연구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감사원은 법원행정처가 등기전산화사업을 추진하면서 법원행정처 공무원들의 해외출장 여비를 용역업체에 부담시킨 사례와 시설공사에 쓰도록 돼 있는 예산을 업무추진비나 해외연수비로 쓴 사례도 적발해 주의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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