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비정규직 정부안 제동…법안처리 파문 예상

  • 입력 2005년 4월 14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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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조영황·趙永晃)가 비정규 근로자 관련 법안에 대해 노동인권 보호에 충분하지 못하다며 수정하라는 의견을 내기로 해 정부와 재계가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사정(勞使政) 당사자들이 국회에서 실질적인 논의를 시작한 비정규직 법안 처리 과정에 상당한 파장이 일 전망이다.

▽주요 내용=인권위는 국회에 계류 중인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검토한 결과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해소나 노동인권 보호에 충분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수정하라는 의견을 국회와 노동부에 표명하기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인권위의 ‘의견표명’은 ‘권고’와 달리 해당기관이 수용 여부를 답할 필요는 없다.

인권위는 우선 기간제 법안에 대해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을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사유 제한’ 규정을 두는 것이 필요하며 사용 기간도 일정하게 제한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 기간제 근로자에 대해 ‘동일노동 동일임금’ 규정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노동계가 주장해 온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사유 제한 및 동일노동 동일임금 명문화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파견제 근로자의 경우 “현실을 고려해 한시적으로 파견근로자의 임금을 사용사업주가 직접 고용한 근로자 임금의 일정비율 이상으로 보장하거나 파견사업주의 근로자 파견 대가를 일정 비율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파견 대상 업무의 허용 범위를 전면적으로 확대한 정부안에 대해서는 “파견근로 남용의 문제가 크므로 현행 포지티브 방식(파견근로자 허용 범위를 일정한 업종에 한해 제한적으로 인정)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또 파견근로자의 노동3권 보장과 관련해 “파견근로자가 사용사업주를 상대로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사용사업주의 사업장 노사협의회에 파견근로자가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표명했다.

정강자(鄭康子) 인권위 상임위원은 “전원위원회에서 참석 위원 8명 중 7명이 이 같은 내용에 합의했다”며 “이번 의견표명은 법안에 대한 기본적인 원칙과 방향 제시로 구체적 사안은 노사의 자율교섭을 통해 정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엇갈린 반응=노동부는 “인권위의 의견표명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면서 “인권위가 비정규직의 권리는 보호하면서 고용이 줄어서도 안 된다는 정부의 고민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채 이상론에만 치우친 결정을 내렸다”며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성명을 통해 “인권위는 노동시장, 국가경제 발전, 일자리 창출 등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찰 없이 오직 무조건적 차별 해소라는 편협한 시각으로 의견을 발표했다”며 “현재 진행 중인 노사정 논의에 혼란만 초래하고 문제를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문제는 인권보호 차원에서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정부는 이제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고 한국노총도 즉각적인 법 개정을 촉구했다.

한편 이목희(李穆熙)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장은 “노사정 합의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시기에 나온 인권위의 의견 표명은 부적절하고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비정규직에 대한 정부안과 인권위 의견 비교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
구분사유제한사용기간위반의 효과차별금지동일노동동일임금서면계약
정부안없음3년, 예외근로관계종료 제한규정규정 없음의무규정
인권위의견규정일정한 기간무기계약으로 간주규정명문화요건규정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중 개정 법률안
구분파견대상업무 확대파견기간연장휴지기균등처우집단적 노사관계
정부안전면 확대(당정협의는 현행 유지)2년에서3년으로 연장3개월차별 금지현행 유지(불이익 처우 금지)
인권위의견현행 유지(단, 업종 변경 및 협의를 통해 추가가 가능하도록 할 것)현행 유지당해업무의내용 등을 고려하여 확장차별 금지,파견근로자의 임금을 일정한 비율 이상 보장하는 방안 마련사용사업주의 책임 확대 및 노사협의회 참여 방안 마련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김상호 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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