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불법 파견근로 단속 나선다

  • 입력 2004년 5월 28일 19시 18분


정부는 근로감독관이 파견근로자 문제에 대해 사법경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법 규정을 고치는 등 적극적으로 불법 파견근로를 막기로 했다.

노동부 고위 관계자는 28일 “불법 파견근로를 더 이상 놔둘 수 없다”면서 “내년부터 근로감독관이 불법 파견근로에 사법경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법을 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근로감독관은 근로기본법 최저임금법 등 9개 노동 관계법과 하위 법령을 위반한 사람을 입건해 수사할 수 있고 검찰에 사건을 송치할 수 있다. 하지만 근로감독관은 현재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 대해서는 사법경찰권을 행사할 수 없어 불법 파견근로 사례를 적발하거나 신고가 있어도 수사할 수 없다.

정부의 각종 불법 파견근로에 대한 강력한 근절 의지는 화학 철강 전자 전기 업종에 대한 불법파견 조사 계획과 맞물려 업계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불법파견 실태=대표적인 불법 사례는 △정규직과 파견근로자가 같은 장소에서 동일한 일을 하거나 △하도급을 위장해 파견근로자를 고용, 인사 노무 등 전권을 행사하거나 △2년 이상 고용하면서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는 것이다.

임금 착취도 큰 문제다. 예컨대 사용사업주가 파견사업주에게 근로자 1인당 150만원을 주더라도 파견근로자에게는 80만∼90만원이 돌아간다. 파견사업주는 퇴직금 등을 적립하지 않은 채 이윤을 챙기는 일이 잦다. 파견업체가 난립해 덤핑입찰이 이뤄지기도 한다.

노사정위 관계자는 “정규직 근로자는 구조조정시 파견근로자들이 먼저 희생양이 될 수도 있어 불법파견제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해법=정부는 내년 초 근로감독관을 140명 증원해 불법 노동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파견근로자 자격과 처벌 규정 등을 강화한 파견법 개정안을 올 하반기 입법할 계획이다.

정부의 강력한 불법파견 단속은 일자리를 원하는 파견근로자와 적은 돈으로 노동의 유연성을 확보해온 기업들의 암묵적 합의로 지속된 불법파견 관행에 쐐기를 박을 전망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이동응 상무는 “정부가 사업장별 작업환경이나 관행을 고려하지 않고 경직적이고 일률적인 기준을 강요하면 생산 과정의 비효율화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근로자파견제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와 고용관계를 맺은 뒤 특정 사업장에 파견해 사용사업주의 명령을 받아 근무하는 제도다. 1998년 2월 근로자공급사업을 합법화하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면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취지에서 파견법이 만들어졌다. 파견근로자의 최대 계약기간은 2년. 파견 허용 업종은 전문 지식이나 기술을 필요로 하는 26개 업종으로 제한돼 있다. 파견업체는 1300여개, 파견근로자는 10만명이라는 게 정부의 추산이다. 노동계는 파견근로자를 40만명 이상으로 추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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