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 투자로 위장…증권사 법인계좌통해 126억 환치기

  • 입력 2004년 2월 2일 19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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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일하는 증권사 법인계좌를 통해 100억원대의 불법 외환거래(속칭 환치기)를 알선한 증권사 직원이 검거됐다.

관세청 서울세관은 증권사 법인계좌와 수익증권계좌, 개인 위탁계좌 등을 이용해 약 126억원에 이르는 금액을 불법으로 거래해준 S증권사 직원 K씨(36)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적발하고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고 2일 밝혔다.

증권사 법인계좌를 이용한 자금거래는 입출금자가 개인이나 수출입업체가 아닌 증권회사로 표시돼 정상적인 증권투자로 위장할 수 있는 ‘신종’ 환치기 수법이다.

서울세관에 따르면 K씨는 2001년 6월부터 1년간 자신이 근무했던 Y증권사의 계좌를 이용해 900여 차례에 걸쳐 한국과 중국 고객의 자금거래를 알선한 혐의다. K씨는 이후 S증권사로 직장을 옮긴 뒤 이를 중단한 것으로 조사됐다.

K씨는 환치기 과정에서 송금 자금 가운데 1억∼2억원 정도는 계좌에 머물도록 운용해 이자를 챙기고 증권사 안에서 자신의 실적을 유지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세관은 또 K씨의 계좌를 이용해 불법으로 자금을 거래한 399명을 대상으로 관세 포탈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계좌 이용자들은 주로 △수출입과 관련된 차액대금을 이면결제하고 관세를 포탈한 기업 △해외로 재산을 빼돌리거나 자금세탁을 한 혐의가 있는 기업 △불법 체류자 등이다.

관세청은 이들이 자신의 신분을 숨기거나 거래 및 환전 수수료 등을 빼돌리기 위해 K씨의 계좌를 이용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오태영(吳泰泳) 서울세관 조사국장은 “중국에 유학 중인 자녀에게 값싼 수수료로 학비를 보내기 위해 이 계좌를 이용한 사례도 상당수 적발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국내 수입업체인 A인더스트리는 K씨의 계좌를 이용해 모두 52억원을 불법으로 송금해 지난해 6월 고발됐다. 또 수출업체인 B실업도 이 계좌를 통해 3억7000만원의 수출대금을 출금하는 등 모두 48억원어치를 거래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차지완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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