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운용씨 IOC부위원장 왜 포기안했나…명예직, 영향력 별로없어

  • 입력 2003년 7월 8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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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알아?”

김운용 IOC 위원이 각종 비리와 스캔들에 휘말릴 때마다 마지막 순간 ‘전가의 보도’처럼 내뱉어온 한마디다. 그는 이 말을 자신의 국제적 영향력 과시와 함께 아무리 그래봤자 국내에선 자신을 대신할 만한 대안이 없음을 자랑하는 수단으로 사용해 왔다.

김 위원이 2010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실패의 책임론 공방이 터질 것을 뻔히 예상하면서도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부위원장직에 매달렸던 것은 이와 맥을 같이한다. 공교롭게도 김 위원은 이번에도 아들 정훈씨(미국명 존 킴)를 보호하기 위해서란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위원은 실제로 미국 영주권 불법취득 혐의 등으로 불가리아에 억류된 정훈씨가 풀려나야 한다며 정부 부처에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위원은 또 99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유치 과정에서도 정훈씨가 솔트레이크시티 유치위원회의 주선으로 현지 회사에 취직했고, 유치위가 봉급의 일부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져 IOC 윤리위원회에서 조사를 받았다. 당시 딸 혜정씨의 피아노 연주를 위해 솔트레이크시티와 나가노 등지에서 유명 심포니와의 협연을 주선했으며 88년 서울올림픽 때는 모스크바 심포니와 협연키로 돼 있던 재미 피아니스트 이경신씨를 자신의 딸로 교체했다는 의심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김 위원은 솔트레이크시티 스캔들 때는 IOC 위원장 선거에 나서는 등 곤혹스러운 일이 생길 때마다 이를 정면 돌파하는 시도로 난관을 헤쳐 왔다.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를 결정하는 2007년에 자신이 수석 부위원장이 되면 평창의 유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김 위원의 명분이 설득력이 없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4년 임기로 해마다 1명씩 뽑아 총 4명인 부위원장은 순환제로 임기 마지막 해에 수석 부위원장을 맡게 되며 자크 로게 위원장의 유고시 위원장직을 대행한다. 그러나 이 밖의 권한은 10명의 일반 집행위원과 다를 바 없다.

한편 IOC가 이번에 김 위원을 부위원장으로 뽑아준 것은 2012년을 내다본 계산된 전략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부위원장 선거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최지인 중국의 허전량 위원이 출마하면 떼어 놓은 당상이었지만 자국 사정상 젊은 우짜이칭 위원이 집행위원에 출마하는 바람에 무산됐고 김 위원은 이 틈을 노려 출마를 결심했다.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포함해 15명밖에 없는 집행위원단을 아시아에 갑자기 2명이나 늘려줄 리 없는 IOC의 생리상 김 위원의 부위원장 카드와 우짜이칭 위원의 집행위원 카드가 부딪쳤고 이 과정에서 2012년 하계올림픽 유치를 노리는 유럽세가 2년 후 총회에서 추종세력을 거느린 ‘닥터 킴’이 지원해줄 것을 바라며 표를 몰아줬다는 것.

이처럼 국제 스포츠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김 위원이지만 후계자를 키우려는 노력은 부족했다. 현재 IOC에서 공식 직책을 갖고 있는 한국인은 3명의 IOC 위원을 제외하면 장주호 생활체육분과위원, 김철주 올림픽기념품수집분과위원, 전이경 선수분과위원까지 3명이 있을 뿐이다.

반면 김 위원은 올 초 정훈씨를 대한카누연맹회장에 취임토록 알선해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부자처럼 자신의 아들을 후계자로 키우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샀다. 정훈씨는 지난해에도 아버지가 총재로 있는 태권도협회의 인사에 개입한 혐의로 조사를 받는 등 체육계의 ‘주니어 킴’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춘천=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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