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8旬봉사’…유난주씨 병원서 8년간 자원봉사

  • 입력 2001년 12월 19일 17시 49분


“희미하나마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작은 등불이 될 수 있어 감사할 따름입니다.”

척추신경통, 천식 등 10여가지의 병마에 시달리면서도 하루도 빠짐 없이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에서 허드렛일을 도맡아 해온 유난주(柳蘭柱·82) 할머니. 유 할머니는 19일 오전 이대목동병원에서 열린 ‘2001년 자원봉사자 송년 간담회’에서 모범봉사자 특별상을 받았다.

“앉아서 손만 쓰면 되는 일들을 했을 뿐인데 상까지 주시다니 쑥스럽네요.”

양천구 목동 집에서 병원까지 10분 거리를 매일 걸어다니는 유 할머니는 도중에 서너 번은 주저앉아 쉬어야 할 정도로 나이가 들었지만 남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하루가 그저 즐거울 뿐이다.

유 할머니는 1993년 이대목동병원에서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병원을 찾아가 신청했다. 병원 측은 처음엔 유 할머니가 고령이어서 봉사활동에 적합하지 않다며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유 할머니가 계속 조르자 결국 병원용품 등을 정리하는 중앙공급실에 배치했다.

유 할머니는 그로부터 지금까지 8년여간 거의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봉사활동을 해 총봉사활동 시간이 4236시간에 이르고 있다. 지난 겨울엔 눈이 많이 와 다른 봉사자들이 아무도 오지 않던 날 그 혼자 병원을 찾아 주위를 놀라게 했다.

유 할머니는 서른넷에 남편과 사별한 뒤 소금장사, 봇짐장사, 잡화행상 등 안해 본 장사가 없을 정도로 고생하며 3형제를 대학까지 졸업시킨 ‘장한 어머니’이기도 하다.

58년 언덕길에서 넘어져 허리를 다친 뒤 수시로 찾아오는 허리통증을 참으며 봉사활동을 해온 유 할머니는 “여생을 남을 도우며 마감하고 싶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박민혁기자>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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