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검사가 임창열지사 무죄판결 공개반박 파문

  • 입력 2001년 4월 4일 18시 58분


99년 인천지검 특수부 검사로서 임창열(林昌烈)경기지사가 당시 경기은행장에게서 1억원을 받은 사건을 수사했던 권오성(權五成)서울지검 강력부 검사는 4일 기자회견을 자청, 3일 임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서울고법의 판결이유와 검찰에 대한 비난발언을 강력히 반박했다.

권검사는 이날 오후 3시40분 서울지검 기자실을 방문해 준비해온 A4용지 5장짜리 성명서를 낭독한 뒤 임지사가 경기은행장의 청탁을 받은 사실을 시인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를 공개하며 “검사 앞에서 범죄를 시인한 조서를 믿을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을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권검사는 “임지사는 소환 첫날부터 변호인을 접견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 상태에서 청탁 사실을 시인했고 검사가 작성한 조서를 몇 번이나 읽고 직접 문구를 고친 뒤 서명날인을 했다”며 “임지사는 법정에서도 ‘진술한 그대로 조서가 작성됐다’고 인정했다”고 말했다.

권검사가 공개한 조서에 따르면 임지사는 99년 7월24일 “서이석(徐利錫)경기은행장이 ‘퇴출대상으로 거론되는 어려운 상황이니 도와달라고 부탁을 했다”고 진술했다.

임지사는 1억원의 반환경위에 대해서도 “경기은행이 퇴출된 후 제가 돌려주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서이석에게 연락해(중략) 제가 서이석을 만나자고 마음이 편치 않은 돈이라며”라고 진술했다. 임지사는 인쇄된 조서 위에 “돌려받을 것을 강권하여”라고 친필로 조서를 수정하기도 했다.

한편 권검사는 재판부의 검찰 비난발언에 대해 “법원이 기자들과 만나 ‘검사의 정열이 지나쳤다. 정열이 지나치면 못생긴 여자도 예쁘게 보이기 마련이다’는 등의 말을 할 수 있는지, 과연 법관의 양식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법원의 판결에 대해 현직 검사가 공개적으로 반박 기자회견을 갖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권검사는 “법원이 판결문의 내용과 일치하지도 않는 보도자료와 기자회견 발언을 통해 검사의 수사가 잘못되었다느니, 강압수사를 했다느니 하는 비난을 하는 것에 해명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항소심 재판장인 서울고법 손용근(孫容根)부장판사는 “자백이 금과옥조가 아닌 것은 기본이다. 젊은 검사의 열정은 이해하지만 이 정도의 공소사실로는 유죄를 입증할 수 없다. 불만 있으면 대법원에 상고하면 될 일이지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답답한 일”이라고 말했다.

<신석호·이정은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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