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담사주지 상습흡연 구속…불교계-정치권 구명 로비

  • 입력 2000년 12월 12일 18시 41분


백담사 주지 승려가 대마초를 피워오다 검찰에 적발돼 구속기소됐다. 승려가 대마초 흡연 혐의로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춘천지검 차동언(車東彦)부부장검사는 12일 대마초를 피워온 강원 인제군 백담사 주지 김석동(金石東·법명 득우·得愚·38·사진)씨를 대마관리법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97년 5월 초순 백담사 주지실에서 대마초를 담배처럼 말아 피우는 등 최근까지 2차례에 걸쳐 참선시 잠을 쫓는다는 명목으로 대마를 흡연해왔다는 것.

검찰조사결과 김씨는 강원도 일대를 무대로 대마초를 재배, 공급해 온 황모씨(43·구속수감중)로부터 이를 구입해 평소 주지실 바랑(鉢囊)에 숨겨두고 피워온 것으로 밝혀졌다.

차부부장검사는 “김씨가 마약복용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다 약물검사 결과 양성반응이 나오자 2차례의 흡연사실만 시인했으나 3년 간 상습적으로 피워 왔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검찰관계자는 “지난달 말 김씨 구속 직전 검찰간부진을 통해 불교계와 정치권으로부터 선처 로비가 많았고 이를 물리치고 구속을 강행하자 일선 검찰청 간부와 담당검사에 대한 조직적 음해가 뒤따랐다”며 수사과정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특히 불교계 고위층은 승려의 마약복용 사실이 알려질 경우 불교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 “선방에 넣어 10년 간 햇볕을 못 보게 하겠다”며 선처를 강력히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득우스님은 신흥사 회주 조오현 큰스님의 제자로 90년 범어사에서 사미계(沙彌戒)를 받았으며 낙산사 주지를 거쳐 98년 11월부터 백담사 주지를 맡아왔다.백담사는 신흥사의 수말사(首末寺)로 소속 승려는 10여명에 불과하지만 만해 한용운 선생이 일제강점기에 기거한 적이 있는 데다 인근 봉정암에 진신사리가 있어 평소 많은 신도와 관광객들이 찾는 사찰이다.

<하종대기자>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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