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젠트 '주가조작' 새 의혹]陳씨 공모자 있나

  • 입력 2000년 12월 1일 19시 38분


《리젠트증권 주가조작 사건은 진승현 MCI코리아부회장의 단독 행위인지 아니면 i리젠트 짐 멜론 회장이 개입돼 있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 고위관계자는 “99년 고창곤 사장은 ‘i리젠트가 코리아온라인(KOL) 3차 증자 때 회사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진승현씨에게 주가조작을 요청했다’고 내게 설명했다”고 증언했다. 당시 고창곤 사장은 리젠트증권 사장을 맡으며 i리젠트그룹 한국투자의 핵심역할을 담당했기 때문에 그룹의 입장을 진승현씨에게 전달했던 것으로 보인다.》

▽주가를 올릴 이유는 무엇이었나〓i리젠트는 98년 2월24일 ㈜대유(옛 대유통상) 등 대주주가 갖고 있는 리젠트증권 지분 22%를 주당 8250원(액면가 5000원, 23일종가 6690원)에 매입했다(1차 지분참여).

또 99년 5월29일 지분 22%를 주당 1만8000원(28일 종가 1만6200원)에 매입했다(2차 지분참여). KOL(i리젠트의 자회사)은 99년6월 2차 증자 때 미국 위스콘신주정부기금과 진승현씨를 주주로 참여시켰다.

KOL은 올 2월 3차 증자 때 위스콘신주정부기금을 비롯해 동경해상화재보험 로스차일드 차이나닷컴 캐나다 CIBC 등 국제자본을 끌어들여 자사지분 20%를 배정했다. 이 때 자기 회사가치를 높여 놓아야만 위스콘신주정부 등에 지분을 비싼 값에 배정할 수 있게 된다.

▽주식매입 과정〓진승현씨가 리젠트증권 주식을 매입한 시점은 99년10∼11월이어서 정황상 충분한 근거가 있다. 진씨가 작전을 시작하자 리젠트증권의 주가는 1만5000원대에서 한달 만에 3만원으로 뛰었다.

KOL측은 진씨에게 매입요청을 한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KOL측은 “올 1월 진씨가 리젠트증권 지분 8%를 주당 6000원(액면가 1000원)에 매입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거절했을뿐”이라고 밝혔다. 진씨는 99년10월7일∼11월19일 주식을 매입했다는 내용의 서류를 보냈지만 KOL은 그 기간 중 총 발행주식의 8%를 시장에서 사 모으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는 것.

올 2월19일 피터 애버링턴 부회장이 진씨에게 “567만1050주를 주당 5194원에 매입하고 매입 때까지 연 15%의 이자를 주겠다”는 내용의 E메일을 보낸 것도 실제 주식을 갖고 있는지 확인해보기 위한 ‘떠보기용’이었다는 주장이다.

반면 진승현씨는 “작년에 멜론 회장이 리젠트증권을 150억원 이상 대신 사주면 나중에 되사주겠다고 했다”며 “i리젠트가 주식을 되사주지 않아 100억원 이상 손해를 보고 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어쨌든 진씨가 매입한 주식을 처분할 길이 없어지자 주가는 다시 떨어졌다.

이러한 정황을 놓고 보면 진승현씨와 i리젠트는 주식매입가격도 맞지 않아 사이가 깨진 것으로 보여진다. 한쪽은 주당 6000원을, 다른 쪽은 5194원을 제시해 가격 차를 좁히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KOL 홍보대행사인 액세스 엄주혁 대표는 “3차 증자 때는 주당납입금액이 13달러였는데 11월 4차 증자 때는 20달러로 오히려 올라갔다”며 “i리젠트가 단순히 3차 증자 납입금액을 올리기 위해 주식매입을 요청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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