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권 전산망 독점시비…공정위 내부문서 공개

  • 입력 2000년 10월 13일 23시 41분


문화관광부가 공연장 영화관 등의 ‘입장권 표준전산망’(티켓링크) 사업권을 특정 기업에 부여한데다 국세청이 모든 공연장의 표준전산망 이용을 의무화한 것은 경쟁제한(독점) 요소가 있어 시정이 요구된다는 공정거래위원회 내부 보고서가 공개돼 논란이 예상된다.

국회 정무위 소속 안대륜(安大崙·자민련)의원은 13일 공정거래위로부터 입수한 ‘검토보고서’를 인용, “공정위측이 입장권 표준전산망 의무화에 대해 시정조치를 내리거나 본격 조사에 돌입하는 내용의 대책을 마련해 9월 중순경 위원장에게 보고까지 마쳤으나 이후 아무런 조치도 내리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안의원이 공개한 자료는 ‘입장권 전산망 표준화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면이 있으나 독점사업자의 단일 전산망으로 표준화하는 것은 문제’라며 ‘문화부와 국세청이 특정 업체의 장비설치를 의무화(경쟁제한적 처분)하면서 공정위와 협의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입장권 전산망사업은 공연장 등의 입장권 전산망을 표준화해 입장권 예매를 원활히 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것으로 98년6월 문화부가 지구촌문화정보서비스㈜로 사업자를 선정, 국공영 공연장 88개에 대해 전산망 설치를 의무화하고 나머지 공연장 등에도 설치를 권고했다.

이어 국세청은 지난해 9월 징세 편의를 위해 설치 권고 대상 공연장 등에도 표준전산망 설치를 의무화해, 설치 의무 대상 공연장 영화관 체육경기장 등이 1600여개로 확대됐다.

이같은 조치로 경쟁사업자 및 기존 인터넷 티켓판매사업자의 반발은 물론 자체 전산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영화관 등은 추가 비용을 들여 표준전산망으로 시스템을 변경해야 하는 문제점을 낳았다는 것이 공정위의 지적이다.

안의원은 “공정위가 연간 1조원이 넘는 시장 규모를 가진 입장권 전산망 사업에 대해 경쟁제한적인 요소가 있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도 한 달이 지나도록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는 것은 관련 업계의 로비가 작용한 것 아니냐”며 공정위측의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앞서 국회 문화관광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 9명도 12일 보도자료를 내고 “문화부가 지구촌문화정보서비스㈜를 시범사업자로 선정하고 국세청 고시로 이 시스템을 지정 사업자로 격상시킨 것은 명백히 자유시장경제를 훼손한 불법적 행정권 남용”라며 시정을 촉구했다.

이들은 “지구촌문화정보서비스㈜가 컨소시엄 형태로 운영되므로 독점사업권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문화부는 강변하지만 이 회사는 같은 컨소시엄에 참여한 또 다른 업체인 한국정보통신의 자회사로 밝혀졌다”며 국감기간 중 관련 의혹을 집중 추궁하겠다고 말했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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