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이운영씨 대질신문]접점없는 평행선

  • 입력 2000년 10월 8일 18시 46분


7일 새벽 서울지검 청사 11층 특별조사실. 박지원(朴智元)전 문화관광부장관과 신용보증기금 전 영동지점장 이운영(李運永)씨 간의 대질신문이 팽팽한 긴장 속에서 이루어졌다. 이날 두 사람의 대질신문은 접점 없는 평행선을 그었다.

“지난해 2월 전화를 걸어 아크월드에 15억원 대출보증을 해달라고 요구하지 않았습니까.”(이씨)

“나는 전화한 적 없습니다. 근거가 뭡니까.”(박 전장관)

“내가 (15억원이라는) 숫자가 안나온다고 하니까 ‘모가지 날아가기 전에 일 똑바로 해’라며 전화를 끊지 않았습니까.”(이씨)

“나는 미국생활을 오래 해 잘 모르는 사람과 대화할 때 ‘하대(下待)’하지 않습니다. 모가지 운운했다니 말이 안돼요.”(박 전장관)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어쨌든 전화했잖아요.”(이씨)

“내가 당시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으로 있었는데 전화를 했다면 여비서가 해서 바꿔줬겠지요. 내가 직접 했겠어요.”(박 전장관)

“목소리가 분명 당신 목소리였어요.” (이씨)

이날 0시40분경 시작된 대질신문은 이씨의 ‘주장’과 그에 대한 박 전장관의 ‘반박’이 줄기찬 공방을 펼치며 2시간 가량 이어졌고 결론 없이 끝을 맺었다.

박 전장관은 또 △대출보증 압력 전화 △이씨 비리에 대한 사직동팀 내사에 개입 △이씨의 사표 제출 과정에 영향력 행사 등 이씨가 자신을 상대로 제기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에 대해 이씨는 대질신문 말미에서도 “친인척 관리를 제대로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는 등 박 전장관을 다그치는 주장을 계속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박 전장관은 7일 이씨를 허위사실 공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에 비춰 박 전장관의 외압은 없었던 것으로 결론 내릴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검찰 수사결과 발표가 예정된 10일까지 이씨측이 외압을 증명할 결정적인 물증이나 증인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외압 의혹에 대한 판단은 법원의 몫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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