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의사달래기' 年2조 더 부담

  • 입력 2000년 6월 25일 19시 41분


의약분업은 건강에 좋은 제도이지만 국민의 호주머니 부담을 늘릴 전망이다. 단기적으로는 약국에 바로 못 가고 병의원에 들러야 하므로 진료비를 내야 하는 데다 의료대란 수습과정에서 정부가 의료보험수가를 추가 인상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정부는 의약분업 실시와 관련, 지난해 11월과 올 4월에 의보수가를 각각 12.8%와 6% 올린데 이어 7월1일자로 다시 9.2% 인상하기로 했었다. 3일치 처방료를 1691원에서 2863원으로, 조제료를 2650원에서 3703원으로 조정한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필요한 돈은 연간 1조5437억원. 이중 40%(6175억원)는 환자 본인(국민)이 직접 내고 60%(9262억원)는 국고 지원과 의료보험재정 적립금으로 조달한다는 게 정부 계획. 국고는 세금, 의보재정은 의료보험료로 운용되므로 결국 국민 부담이다.

여기에다 23일 열린 고위 당정협의가 만성적인 병의원 적자를 해소하는 수준으로 의보수가를 올리겠다고 밝혀 의료보험료의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의보수가를 10% 인상할 경우 한해에 9100억원 가량이 더 소요된다.

또 병의원에 대한 금융 세제지원과 전공의에 대한 처우 개선까지 약속한 상태이고 지역의보재정에 대한 국고 지원도 확충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이미 확정된 1조5437억원 이외에도 2조원 이상이 더 필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장기적 年2조 절감효과"▼

물론 의약분업이 시행되면 약품 오남용이 줄어들어 국민 의료비중 30.3%를 차지하는 약제비 비율이 선진국 수준(미국 8.4%, 영국 15.3%)으로 감소, 장기적으로는 연간 2조원 이상이 절감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의보수가 추가 인상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엇갈린다. 시민단체는 의보수가 인상에 반대하고 있다. 의약분업 정착을 위한 시민운동본부의 이강원(李康源)사무국장은 “병의원 경영의 투명성과 의보재정의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홍준 울산대의대 교수(서울중앙병원 가정의학과)는 “의료비 할인 제도에 머무는 의보 체계 등의료 서비스 수준을 높이려면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지만 의료 제도의 비효율성이 심각하고 투명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희기자>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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