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 특검]배정숙씨가 공개한 문건(요약)

  • 입력 1999년 11월 22일 20시 15분


《배정숙씨측이 22일 특검에 출두하면서 공개한 이른바 ‘사직동 문건’에는 옷로비사건의 실체와 핵심관련자들의 위증여부를 규명할 수 있는 주요한 단서가 수록되어 있다.

A4용지 12쪽 분량의 이 문건은 우선 △조사과 첩보내용 △검찰총장부인 관련 유언비어 △유언비어 조사상황이라는 3개의 제목으로 구성되어 있고 라스포사의상실 앙드레김의상실 페라가모 등 고급의상실을 중심으로 한 각종 옷구입 관련 유언비어 및 첩보와 이를 확인하기 위해 관련자들을 조사한 결과 등을 담고 있다.

정식보고서 형식은 아니지만 사건관련자들의 진술내용을 짤막짤막하게 요약하는 방식으로 작성돼 있으며 문건에 명시된 1월14일, 1월18일 등의 작성일자가 사직동팀의 내사착수 시점과 일치하고 있고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과는 또다른 충격적 내용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첩보내용과 유언비어 부분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있어 조사상황만 전문을 수록한다.》

▽앙드레김 의상실 의류구입 관련

―98년 12월12일 15시경 검찰총장 부인 연정희, 통일부장관 부인 배정숙, 행정자치부장관부인 이은혜, 전옥경(작가) 등이 비서실장 공관에서 점심식사를 한 후 오래전에 앙드레김이 디자인한 의상을 입고 온 검찰총장 부인의 옷이 화제가 된 끝에 연정희 배정숙 이은혜 전옥경 등 4명이 쇼핑을 하기로 하고 동의상실에 들렀다.

―검찰총장 부인은 흰투피스 1벌(100만원 상당), 흰블라우스 1점(20만원 상당)을 구입하였고 그 대금 120만원은 수표(100만원권 1장, 10만원권 2장)로 지불하였으며

―통일원장관 부인 배정숙은 검정 블라우스 1점(30만원 상당)을 구입하여 총장부인에게 선물하였다 하는 바 연정희 배정숙 이은혜 및 앙드레김의상실 측의 진술내용이 모두 일치한다.

―또 유언비어 내용 중 페라가모에서 추가 의류를 구입한 부분은 연정희 배정숙 이은혜 등이 전혀 알지 못하는 이야기이며 간 일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음.

▽라스포사 의상실 의류구입 관련

―98년 12월23일 13시30분경 연정희 배정숙 이은혜 전옥경 최호자(당시 인천지검장 부인) 등 5명이 라스포사 의상실에 가서 연정희는 검정 투피스 1벌(50만원), 줄무늬 투피스 1벌(50만원), 베이지색 모직롱코트 1벌(70만원) 등을 170만원에 사고 연정희가 소지했던 라스포사 상품권 200만원(100만원권 2장)으로 지불하였고 배정숙은 검정 투피스 1벌(45만원), 감색 롱코트 1벌(70만원) 등을 115만원에 구입하면서 선금 20만원만 주고 나머지는 외상으로 하였다 함.

―98년 12월28일 14시경 연정희 배정숙 이은혜 전옥경 등 4명이 라스포사 의상실에 갔는데 연정희 진술에 의하면

자신은 12월23일 샀던 모직롱코트를 당일 반품하였고 투피스 1벌(45만원)을 구입하였다. 호랑이무늬 밍크반코트는 매장에서 입어만 보았을 뿐인데 라스포사 정사장이 말도 없이 투피스와 함께 밍크반코트를 쇼핑백에 포장해서 주는 바람에 집에 와서 쇼핑백을 펼쳐보지도 않고 있다가 2,3일 후에야 밍크반코트가 들어있는 것을 알았고 1월7일 포천 할렐루야 기도원에 동밍크반코트를 입고 간 것은 돌려주기 위해 장롱에 넣어두었는데 눈에 보여 한번 입어본 것이며 다시 돌려보내기 위해 쇼핑백에 넣어두었다가 1월8일 10시경 라스포사 정사장에게 전화로 반품하겠다는 말을 한 후 갖다주었다고 말하고 있으나

―당일 라스포사 의상실에 함께 갔던 배정숙 이은혜의 말에 의하면 동밍크반코트를 여러 사람이 입어 보았는데 연정희에게 가장 잘 어울린다는 의견들이 있어 연정희가 외상으로 구입해 간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음.

―종업원 이혜음의 진술에 의하면

연정희가 값이 얼마냐고 물어 사장님(정일순)이 값은 잘 해드릴 거라고 말한 일이 있고 연정희가 사가기로 하여 투피스 한 벌과 함께 포장을 해주었다고 함.

―라스포사 정사장의 진술에 의하면

연정희가 동밍크반코트를 마음에 들어해 구입토록 권유하였더니 값이 얼마냐고 물어 일단 가져가면 다음에 얘기해 주겠다고 하니 구입해 갔다고 하고

다음날 정사장은 연정희에게 전화를 하여 밍크반코트 가격이 원래 시중에서 600만∼700만원 하는 것이라고 하였더니 연정희가 너무 비싸다며 잘 좀 싸게 해달라고 하여 400만원에 해주겠다고 말한 일이 있다고 진술하는 점 등으로 보아 밍크반코트는 연정희가 외상 구입한 것으로 생각됨.

▽유언비어 유포 경위 등 관련

―배정숙은 조복희(국제항운 대표 김유석의 처, 최순영 회장의 둘째며느리의 친정모)를 20년전부터 피를 나눈 친형제처럼 알고 지내는 사이이며

96년 6월경 이형자(최순영의 처)의 둘째아들과 조복희의 딸 약혼식장에서 조복희의 언니 자격으로 참석하여 이형자를 알게 되어 사돈지간처럼 지내온 사이로서 98년 11월7일 신라호텔에서 ‘무색회’ 모임이 끝난 후 연정희 이은혜 배정숙 등은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겨 대화중

―배정숙은 조복희를 연정희, 이은혜에게 인사시킨 바 있고 배정숙은 조복희를 자신이 참여하고 있는 ‘낮은울타리’ 모임에 정식회원으로 넣으면 어떻겠느냐고 제의했는데

이때 연정희는 신동아그룹 최회장이 외화도피 문제로 조사를 받고 있고 조복희의 남편이 그 창구 역할을 하였으며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닌다 하니 회원으로 넣지 않는 게 좋겠다고 하자 배정숙이 말하기를 조복희는 나와 20년 동안 친형제처럼 지내면서 봉사활동도 하고 있고 그런 사람들이 아닌데 한번 물어봐야 되겠다고 하였으며

―98년 12월16일 연정희 배정숙 이은혜 등이 앙드레김 의상실에 갔을 때도 배정숙이 연정희에게 조복희가 남편한테 물어봤더니 외화도피 사실이 없다고 하는데 검찰총장님께 말씀드려 도와달라고 부탁을 하자

―연정희는 특수부가 어떤 곳인데 검사들이 허튼소리를 하겠느냐고 하였고

그후 배정숙은 조복희를 만나 ‘비오기 전에 우산을 준비해야 한다’ 등의 언동을 한 것으로 보아 배정숙은 연정희를 통하여 이형자 및 조복희 측의 외화밀반출 사건이 좋게 해결되도록 도와주려고 한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되며

―또한 정일순의 진술에 의하면

이형자는 최순영 회장이 외화밀반출과 관련하여 조사를 받는 것은 누군가의 모함에 의한 것이라고 하면서 정일순이 고위층을 잘 알고 있으니 선처토록 부탁을 드려달라고 하였으며 이형자도 자신이 잘 아는 횃불선교회 목사 두분이 청와대로 가서 고위층께 검찰총장 부인이 설치고 다니면서 최순영 회장 측을 괴롭힌다고 말씀드린 일이 있는데 이 말을 들은 고위층께서는 “그사람(연정희 지칭) 나쁜 사람이구먼, 한번 혼내줘야겠다”라고 하였다 함.

―그후 정일순은 고위층을 만났을 때 “횃불선교회 목사 두분을 만난 일이 있느냐”고 물어보았더니 그 고위층께서는 전혀 만난 사실 없다고 하면서 “내가 신동아그룹을 봐주고 있다는 투서가 있으니 정사장도 그쪽 사람들을 조심하라”는 말을 들은 바 정일순은 고위층을 만난 당일 이형자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이 고위층을 팔고 다닌다는데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느냐”고 화를 내자 이형자는 “정사장이 어떻게 감히 나에게 이런 전화를 하느냐”고 서로 언쟁한 바 있다 함.

―위와 같은 내용을 종합해 볼 때 배정숙은 연정희가 밍크반코트를 400만원에 구입하였는데도 마치 1000만원대의 고가품을 구입한양 이형자에게 말하는 등 연정희에 관한 여러 얘기를 왜곡하여 이형자와 조복희에게 수차 말한 것으로 보여짐.

※밍크반코트 구입 당시 매장에는 밍크롱코트가 걸려 있었는데 그 가격이 1380만원으로 표시되어 있었던 것을 배정숙은 마치 밍크반코트가 1380만원인 것처럼 말하였음.

―동 음해성 유언비어는 이형자에 의하여 횃불선교회 교인들에게 일부 유포된 것으로 추정됨.

〈정리〓최영훈기자〉c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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