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비리 정치인 「司正재판」 본격화

  • 입력 1999년 5월 18일 19시 48분


법원이 비리혐의 등으로 기소된 정치인들에 대해 검찰 구형량을 그대로 선고하고 구인장을 발부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부 판사들은 “정치인 사정(司正)이 검찰수사로 끝난 것이 아니고 법원 재판으로 다시 시작된다”며 “불구속 기소된 정치인들 중 법정구속되는 정치인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서울지법 형사합의30부는 17일 한보그룹으로부터 1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자민련 노승우(盧承禹)의원에게 검찰 구형량대로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다.

법원 관계자는 “재판부가 노의원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함으로써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지만 이례적으로 검찰 구형량을 그대로 선고해 비리 정치인에게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형사합의30부는 14일 두번째 재판에 나오지 않은 한나라당 조익현(曺益鉉)의원에 대해 구인장을 발부했으며 형사합의22부는 4월22일 한나라당 백남치(白南治)의원에 대해 구인장을 발부했다.

재판부는 조, 백의원이 6월 3일과 4일로 예정된 3차 공판 때 법원의 구인에 응하지 않으면 곧바로 구속영장을 발부하겠다고 밝혔다.

법원은 또 그동안 정치인들의 재판연기 신청을 대부분 받아들였지만 최근에는 이를 기각하면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지법 형사합의23부는 4월 30일 이기택(李基澤)전의원의 재판연기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전의원이 다음번 재판에도 나오지 않을 경우 구인장을 발부하겠다고 밝혔다. 조의원도 외유를 이유로 재판연기를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8일 현재 재판에 계류중인 정치인은 이들을 포함해 모두 17명이다. 이들의 혐의는 ‘공업용 미싱’ 발언으로 기소된 한나라당 김홍신(金洪信)의원을 제외하면 모두 뇌물과 금품수수 비리.

액수는 한나라당 김윤환(金潤煥)의원이 33억5천만원으로 가장 많고 1억원 이상은 모두 7명이다. 일반 피고인이라면 구속사유에 해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들은 검찰의 정치적 판단과 방탄국회 등으로 모두 불구속기소돼 형평성 시비를 일으켰다.서울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이전에는 검찰이 구속기소한 정치인들에 대해 법원이 보석이나 집행유예로 풀어줘 정치인 사정이 용두사미격이 됐지만 앞으로는 불구속기소된 정치인이라도 혐의가 무거운 피고인에 대해서는 엄격히 법을 적용, 법정구속함으로써 사정의 패턴이 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형·하태원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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