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절약,藥인가 毒인가…기업활동 위축-난국해결 논란

  • 입력 1997년 12월 7일 20시 46분


「소비절약은 한국경제에 독인가, 약인가」.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계기로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소비절약운동이 확산되고 있는데 대해 경제계 일각에서는 「소비절약운동이 지나치면 한국경제가 위기를 극복하는데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소비를 너무 급격하게 줄일 경우 수요가 위축돼 통화긴축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워진 기업들의 경영난을 더욱 심화시키고 경기회복도 더뎌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주장의 요지. 또 소비절약운동의 확산은 우리 경제가 어려움에 빠진 구조적 원인을 흐리게 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지연시킬 수도 있다는 것. 조셉 스티글리츠 세계은행 부총재가 지난 2일 동남아국가연합(ASEAN)+6개국 재무장관회의에서 『아시아 경제위기의 원인은 소비자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투자를 일삼은 기업에 있으며 위기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저성장을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소비절약은 현재의 경제위기를 헤쳐나가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요컨대 한국경제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는 국제수지적자를 줄이는 것이며 수입의존도가 높은 한국에서는 소비절약을 통한 국제수지 개선 효과를 과소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민간이 소비하는 것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먹고 마시는 것이어서 절약의 여지가 충분히 있다. 다만 소비절약을 하되 어떤 방향과 방법으로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조사부 관계자는 『소비절약이 수입유발 효과가 높은 제품에 집중될수록 내수 부진을 유발하는 효과는 낮은 반면 국제수지 개선효과는 크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완전 수입품은 물론이고 원료의 100%를 수입에 의존하는 석유제품과 같은 것은 아끼면 아낄수록 득이 된다는 것. 전문가들은 『계층별로는 국산품을 많이 쓰는 서민들보다 고가 외제품을 많이 사용하는 부유층이 소비절약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한편 고려대 곽상경(郭相瓊·경제학)교수는 『소비절약에 대한 찬반 양론은 모두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면서 『우선 기름을 아끼기위해 자가용을 덜 타고 버리는 음식물을 줄이는 것 등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곽교수는 그러나 『개인이 지나치게 절약할 경우 국가 전체로는 소비 위축→생산 감소→실업 증가→소비 위축 등의 악순환이 우려된다』면서 『무차별적 소비절약운동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고 설명했다. 곽교수는 『따라서 개인들은 막연한 소비절약보다 쓸 것은 쓰면서 △합리적인 소비 △분수에 맞는 지출 △계획적인 소비 등으로 소비행태를 바꾸는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천광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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