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총리,민심파악차 지하철 탑승했다 『수모』

  • 입력 1997년 12월 5일 20시 23분


외환위기 때문에 나라경제가 국제통화기금(IMF)의 관리체제에 들어가자 정부에 대한 시민의 공분(公憤)이 지하철에서 터졌다. 고건(高建)국무총리는 5일 전남 광양의 컨테이너 부두 준공식에 참석차 김포공항으로 가면서 평소와 달리 승용차 대신 지하철을 이용했다. 승객들과의 대화를 통해 IMF의 금융지원을 둘러싼 최근의 민심동향을 파악하고 국민에게일종의격려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오전 7시20분경 광화문역에서 탑승한 총리에 대해 시민들은 예상보다 훨씬 언짢은 감정을 보였다. 일부 승객들은 고총리가 탑승한 사실을 알고는 고개를 돌렸다. 신문을 짜증스럽게 뒤적거리던 한 40대 승객은 혼자말로 『내가 YS(김영삼·金泳三대통령)를 이 손가락으로 찍었는데…』라며 『한심하군 한심해. 지금 쇼하냐』라고 역정을 냈다. 고총리가 다가가 인사를 건네고 경제위기에 대한 의견을 물은 이우섭(李愚攝·64·아파트경비원)씨의 반응도 같았다. 그는 『수천억원씩을 축재한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씨 사건 때부터 반성해야 했다』며 『위에서 먹으니 밑에서도 다 먹는 것 아니냐. 그러니 나라꼴이 제대로 되겠느냐』고 따졌다. 이에 고총리가 『정부도 반성하고 있다』며 요즘 뭐가 제일 걱정이냐고 묻자 이씨는 『직장을 잃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다른 승객들은 대화를 나눠보라는 고총리 비서진의 권유에 아예 응하지도 않았다. 고총리는 공항에서도 귀빈실 탑승구를 이용하지 않고 일반승객과 함께 줄을 서 탑승했으나 주위의 시선은 역시 곱지 않았다. 〈한기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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