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2022년 지선前 국힘 4100만원-민주 2000만원 후원금”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2월 17일 03시 00분


통일교 前간부, 한학자 재판 증언
김진태-김영록-강기정 등 거론… 당사자들 “익명 통일교 후원금 몰라”
윤영호 “2022년 李측인사 연결해줘”… 통일교 고위간부 “물귀신 작전” 반박

서울 용산구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서울본부. 뉴스1
서울 용산구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서울본부. 뉴스1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통일교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 정치후원금을 건넸다는 통일교 관계자의 법정 진술이 나왔다. 통일교의 전방위적인 여야 정치권 접촉 의혹이 연일 커지는 모양새다. 최근 통일교 한학자 총재의 재판에서 실명이 거론된 전현직 지자체장과 국회의원만 11명에 이른다. 당사자들은 “개인 명의 후원금이라 알지 못했다”거나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 경기·강원·전라에 100만∼1000만 원 후원금

한학자 통일교 총재. 뉴스1
한학자 통일교 총재. 뉴스1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우인성)는 16일 정치자금법,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 총재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등의 3차 공판을 열고 통일교 전 간부 정모 씨를 증인으로 불렀다. 통일교는 전국을 5개 권역으로 나눠 관리하는데, 정 씨는 대선 기간 통일교가 설립한 비정부기구인 천주평화연합(UPF) 2지구(경기·강원 지구)를 담당했다. 특검은 2022년 3월 대선을 앞두고 통일교 세계본부가 UPF에 ‘선교 활동 지원금’ 명목으로 4000만 원을 내려보낸 점 등을 토대로 UPF가 정치권 로비 창구가 아니었는지 의심하고 있다.

특검은 이날 정 씨에게 국민의힘 인사들에 대한 금품 제공 여부를 집중 추궁했다. 특검이 “2022년 3월 5일 유상범 의원에게 2000만 원을 전달(하려) 했지만 무리라고 판단했다고 하고, 닷새 뒤인 10일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100만 원, 백경현 경기 구리시장 100만 원, 김진태 강원도지사 500만 원 등을 지원했다고 (특검 조사에서) 진술한 것이 맞느냐”고 묻자, 정 씨는 “일부는 사전에 알았고, 일부는 사후에 알게 됐다”며 사실상 인정했다. 다만 그는 “(사후에 알게 된 것은) 저와 사전에 논의하지 않은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날 언급된 당사자들은 통일교와의 연관성을 모두 부인했다. 김진태 지사 측은 “누군지 알 수 없는 개인 명의 후원금이라 출처를 알 수 없었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통일교 측 인사를 만난 적도 없고 행사에 참여한 적도 한 번도 없다”고 밝혔다.

전라 지역(4지구) 담당자였던 이모 씨도 특검이 “강기정 광주시장과 이용섭 전 광주시장에게 각각 200만 원, 300만 원의 후원금을 보냈느냐”는 취지로 묻자 “광주 지역 부장이 보냈고 이렇게 하고 싶다는 의견을 냈다”고 답했다. 민주당 소속 김영록 전남도지사와 송하진 전 전북도지사에게도 300만 원씩을 전달했냐는 질의에 이 씨는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기억이 안 난다”고 주장했다. 김영록 지사 측은 “후원금을 받긴 했지만 개인 명의라 누가 보낸 건지 알 수가 없다”고 해명했다.

앞서 같은 재판부에서 8일 진행된 2차 공판에서도 통일교 관계자들은 정치권 후원금 전달 정황을 증언했다. 특검 측은 2지구장 황모 씨에게 “2022년 3월 10일 국민의힘 강원도당위원장이던 한기호 의원에게 원래 2000만 원을 보내야 했지만 400만 원이 전달됐다”면서 “3월 12일 통일교 임원을 통해 박형덕 경기 동두천시장에게 1000만 원, 백 시장에게 100만 원을 현금으로 지급했다”며 사실관계가 맞는지 질의했다. 황 씨는 당시 이 같은 질의에 부인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박 시장과 백 시장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의원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통일교 측은 국민의힘에 4100만 원을, 민주당에 2000만 원을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 통일교 측 “물귀신 작전” vs 윤영호 “개그콘서트”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뉴스1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뉴스1
이날 공판에서는 윤 전 본부장과 이모 전 UPF 부회장 간의 진실 공방도 벌어졌다.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캠프 인사 두 분을 브리지(연결)해 줬다”는 취지로 진술하며,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캠프로부터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과의 면담 요청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증인으로 출석한 이 전 부회장은 “민주당과는 연결 자체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윤 전 본부장의 주장을 부인했다. 그는 윤 전 본부장이 한 총재의 뜻을 내세워 정치권 접촉을 추진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윤 전 본부장의 물귀신 작전”이라고 표현하며 개인적 일탈이라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에 대해 윤 전 본부장은 법정에서 “개그콘서트 같다”며 “기억이 왜곡된 것 같다”고 맞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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