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못하고 철수하는 경찰 16일 오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 관계자들이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압수수색에 실패한 뒤 철수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 13분경부터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와 관련해 비화폰 서버 등을 압수수색하려 했으나 대통령실, 경호처와 10시간 넘는 대치 끝에 오후 8시 37분경 철수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통령경호처에 자신에 대한 체포 작전을 저지하도록 지시했다는 혐의와 관련해 경찰이 대통령실과 공관촌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을 파면한 지 12일 만에 경찰이 ‘민간인 윤석열’에 대한 첫 강제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단장 백동흠 안보수사국장)은 16일 오전 10시 13분부터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내 대통령집무실과 경호처 사무실, 한남동 경호처장 공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시도했다. 경찰은 올해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를 시도했을 당시 윤 전 대통령이 김성훈 경호처 차장 등에게 막으라고 지시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해 왔다. 압수수색 영장엔 윤 전 대통령과 김 차장이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피의자로, 경호처 비화폰(보안 휴대전화) 서버와 체포 저지 관련 문건 등이 압수 대상으로 적시됐다.
경호처는 군사상·공무상 비밀이 필요한 장소라는 이유로 압수수색을 막았고, 특수단은 약 10시간의 대치 끝에 오후 8시 37분경 철수했다. 경호처는 비화폰 서버 등 일부 자료를 추후 임의제출 형식으로 제출하기로 했다. 법조계에선 이날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불소추 특권이 사라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대면 조사, 구속영장 재청구 등 수사기관의 압박이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경찰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피의자 신분 출석 조사 등을 검토 중이다. 검찰과 공수처는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등 ‘명태균 게이트’와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수사 외압 의혹 등을 수사 중이다.
영장에 ‘尹 피의자’ 적시… “체포때 총기사용 검토 지시” 진술 확보
[尹 ‘체포저지 의혹’ 수사] 경찰, 대통령실 압수수색 시도… 비화폰 서버-경호처 문건 확보 나서 경호처 “군사상-공무상 기밀” 막아… 일부 자료만 임의제출식 넘길 방침 경찰 내부 “대통령기록관 이전前 관련 자료 확보 하기 위한 조치”
1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출입문에서 관계자들이 오가고 있다. 이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성훈 경호처 차장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와 관련해 경호처장 공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뉴시스경찰 내부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12일 만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단장 백동흠 안보수사국)이 ‘체포 저지’ 의혹에 대한 강제 수사에 나선 것을 두고 “대통령기록관 이전 전에 자료 확보를 하기 위한 조치”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은 국가 안전 보장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경우 대통령 지정기록물로 지정해 최장 15년, 사생활 관련 문건은 최장 30년간 공개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수단은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했다는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선 통화 기록이 담긴 비화폰 서버를 압수수색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경호처에 의해 압수수색이 번번이 불발되면서 자료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경찰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피의자 대면 조사와 압수수색 재시도 등을 검토 중이다. 대통령직 파면으로 불소추 특권이 사라진 만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의 수사도 강도 높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 또 막아선 경호처에 압수수색 불발
16일 경찰 등에 따르면 특수단은 이날 윤 전 대통령과 김성훈 경호처 차장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의 피의자로 적시하고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시도했다. 윤 전 대통령과 김 차장이 올 1월 3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1차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했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특수단은 윤 전 대통령이 김 차장을 비롯한 경호처 간부들을 불러 총기 사용 검토 등을 지시했다는 경호처 내부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이후 비화폰만을 사용한 정황을 확보했는데, 체포 저지 관련 지시도 비화폰을 통해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비화폰 통화 기록 등이 담긴 서버와 분출 대장 등을 확보하기 위해 앞서 5차례에 걸쳐 대통령실과 경호처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경호처에 의해 모두 불발됐다.
이날 오전 10시 13분경 대통령실에 도착한 특수단은 경호처 측과 압수수색 방식 등을 논의하고 내부 진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경호처는 형사소송법 110·111조에 규정된 ‘군사상 기밀, 공무상 기밀’을 이유로 들며 경내 진입을 막아섰다. 이에 수사관들은 대통령실 민원실 등 외부에서 10시간 넘게 대기해야 했다. 결국 오후 8시 37분경 특수단은 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채 빈 박스를 들고 철수했다. 특수단 관계자는 “영장 집행은 결국 불승낙됐다”며 “경호처와 협의를 진행하고 비화폰 서버 등 일부 자료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제공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경호처 내부에서도 압수수색 대응 방식에 혼선이 빚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막았던 김 차장은 연판장 사태가 벌어지자 전날 사의를 표하고 직무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 경찰 “‘尹 피의자 조사’ 등 다각도 검토”
현재 윤 전 대통령의 재임 중 기록물을 대통령기록관으로 이전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체포 저지와 관련된 자료까지 옮겨질 수 있는 상황에서 압수수색이 실패한 셈이다. 일반적인 압수수색 영장은 각 지방법원의 영장전담 판사가 발부하지만 대통령기록물의 경우 고등법원장의 판단이 필요하다. 특수단 내부에선 “국무위원 등 내란 관련 피의자 대부분이 재판 중인 만큼 법원이 직권으로 증거 조사를 해 비화폰 서버를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단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피의자 출석 조사 등을 검토하고 있다. 특수단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은 현재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된 상태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대면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찰 안팎에선 김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된 후 윤 전 대통령에게 출석을 통보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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