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벡서 받은 박원순 시장 선물은 왜 압수 당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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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0월 26일 09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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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을 방문한 스페인 국왕 부부에게 박원순 시장이 디지털시장실을 소개하고 있다. © 뉴스1
서울시청을 방문한 스페인 국왕 부부에게 박원순 시장이 디지털시장실을 소개하고 있다. © 뉴스1
지난 24일 낮 12시20분 임근형 서울시 국제관계대사와 최원석 서울시 국제교류담당관이 서울특별시청 정문 앞 광장 한켠에 섰다. 10분 뒤 도착예정인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Felipe VI)과 레티시아 왕비(Letizia)를 맞이하기 위해서다. 임 대사는 스페인 국왕을 영접하며 서울시청 정문으로 안내했다.

이날 박원순 서울시장은 국빈으로 방문한 스페인 국왕 내외에게 명예시민증을 수여했다.

수여식에 앞서 박 시장은 스페인 국왕에게 스페인 측에서 관심을 표명한 ‘디지털 시민시장실’도 직접 시연했다. 실시간 재난관리와 생활물가 변동 상황 등 시민 삶에 직결된 데이터를 상시 시민에 공개하고 있는 최첨단 시스템이다. 박 시장은 서울시와 스페인 도시들 간 교류협력 강화를 화두로 면담했다.

지난 3월 방한한 벨기에 국왕에 이어 5월엔 덴마크 왕세자, 이번에 스페인 국왕 내외까지 서울시를 방문했다. 올해 한국을 찾은 유럽왕실들의 서울시에 대한 관심이 반영된 것이다. 서울시 ‘도시외교’의 세계를 들여다 봤다.

보통 중앙정부와 지자체 업무를 구분할 때 지방자치단체에 없는 두 가지 기능으로 ‘국방’과 ‘외교’를 든다. 이 두 가지야 말로, 중앙정부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외교’에 관해서는, 서울시는 이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서울시의 주요 업무중 ‘도시외교’를 빼고는 얘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맺은 자매·우호도시는?=샌프란시스코, 모스크바, 로마, 자카르타, 오덴세, 민스크, 롬바르디아, 츠와네, 메데진, 하노이, 누르술탄, 비엔티엔, 테헤란, 캄팔라, 무스카트, 텔아비브…

이 도시 이름들은 대한민국 수도서울의 자매도시 혹은 우호도시들의 이름이다. 열거한 도시 외에도 서울시는 세계적으로 23개의 자매도시와 48개의 우호도시, 총 71개 도시와 자매 혹은 우호도시 관계를 맺고 교류하고 있다.

서울시 자매우호도시 중 역사가 깊은 곳은 이미 1968년에 협정이 체결된 곳도 있다. ‘글로벌 도시’ 서울시 국제교류의 역사는 타 지방자치단체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깊다. 이메일이나 SNS가 존재하지 않던 수기행정의 시기에 시차를 뛰어 넘은 유선전화나 외국어 팩스문서로 교류를 추진했던 셈이니 신기한 일이기도 하다.

실제로 그 당시 부서에 한 두 명이었던 외국어 가능 직원이 사무실을 비웠을 때 외국에서 전화가 오면, 다른 직원들이 멋모르고 전화를 받았다가 ‘여보세요’만 여러번 되풀이 하고는 안들리는 척 전화를 끊은 적도 부지기수였다고 한다.

초기에 한 팀 규모가 담당하던 서울시의 도시외교는 국제교류과라는 과 단위 업무로 확대되고 2015년도부터 국제교류담당관과 해외도시협력담당관이라는 두 부서를 가진 국제협력관이라는 국 단위 업무로 확대됐다.

부서들을 구성하는 팀명을 보면 국제정책팀, 미주구주팀, 아시아팀, 중국팀, 해외 사업팀, 해외협력팀, 국제기구팀 등 그야말로 글로벌하다.

직원들의 구성도 일반 부서와 구별된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통역요원, 국제교류요원, 아시아 교류요원 등 전문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스페셜리스트들’이 포진해 있다.

현재 국제교류담당관 산하 25명(이중 임기제 8명), 해외도시협력담당관 산하 15명(이중 임기제 4명) 등 총 40명이 서울을 전세계에 알리며 활약하고 있다.

통역대 출신의 안은경 주무관은 박 시장 영어 통역만 11년차다. 지난 1996년부터 국제교류과에만 근무한 김미선 아시아팀장은 일본어 통역으로 조순, 고건, 이명박, 박원순 시장의 일본어 통역을 담당했다. 토익점수 900점을 넘는 직원들은 수두룩하다.

◇동남아와 중국 손님이 놀라는 이유=걸맞은 위상에 비해 서울시의 외빈 접견실은 소박한 편이다. 외빈 접견실이 아예 없고 시장실에서 모두 손님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에게 공간을 더 주기 위해 박 시장이 취임후 접견실을 없앤 것이다. 그래서 동남아나 중국 등에서 온 외빈들은 소박한 규모에 때로 놀란다고 서울시 측은 설명했다.

도시외교 에피소드도 쌓이고 있다. 박 시장이 우즈베키스탄의 타슈켄트시를 공식방문했을 때 ‘디지털 시장실 정책 전수’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이 과일 25박스를 선물로 줬다.

세관 검색 등의 문제로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고 수차례 거절했으나, 우즈벡 측은 무작정 비행기에 과일을 실었다. 원칙대로 처리하라는 박 시장 지시에 따라 인천공항 도착후 세관검색 결과, 생과일은 모두 압수되고 검색을 통과한 마른 과일 9박스만 통관되기도 했다.

◇도시외교가 ‘수출’로 이어지기도=초기 행정분야 상호 교류, 인적교류, 문화교류, 청소년 스포츠 교류에 집중하던 국제교류는 현재 서울시 우수정책의 해외도시 공유와 이에 기반한 민간업체의 해외진출까지 추진하는 광범위한 시스템으로 발전했다.

지난 2015년 지방정부 최초로 해외도시 대상 정책공유 전담부서인 해외도시 협력담당관을 신설, 도시문제를 해결한 서울시의 우수정책과 경험을 솔루션화해 이를 필요로 하는 해외 도시에 정책 컨설팅, 기술이전, 사업 참여 등의 형태로 전수, 해외도시와 ‘글로벌 상생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도시개발, 주택, 교통, 환경, 폐기물, 상하수도, 전자정부, 도시안전의 8개 분야를 서울시 우수정책 분야로 설정해 지금까지 32개국 56개 도시, 기관에 76개 우수사업을 수출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덕분에 올해 하반기에도 시장 참석을 요청하는 초청장만 수십 장이 쌓여 있을 만큼 해외로부터의 러브콜이 많은 상황이라고 서울시 관계자는 전했다. 아울러 한국을 방문하는 각국의 대통령이나 총리, 왕실 인사들이 앞다퉈 서울시청을 방문하는 통에 서울시청 내에서 ‘해외출장을 자주 나간다’며 선호부서였던 국제교류 분야가 이제 ‘3D업종’으로 불리며 기피부서가 되고 있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김미영 서울시 아시아팀장은 “Sharing city Seoul을 목표로, 서울시가 지금껏 시행착오를 거쳐 이루어 낸 시정발전 경험을 다른 도시들과 나누면서 공동번영을 도모할 계획”이라며 “정책 수출 등을 통해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 등을 지원해 시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도시외교를 전개하고 서울시가 주도하는 국제기구 뿐 아니라, UN 등의 국제기구, 국제 NGO 등의 유치를 통한 시민들의 글로벌 의식 함양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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