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보다 하드웨어 집착… 볼거리 없는 ‘문화가 있는 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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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정부 3년 공약이행 점검]<5·끝>의욕만 앞선 문화융성

“문화융성을 국정의 4대 정책기조 중 하나로 삼아 문화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문화는 소프트파워가 중심인데, 정책은 여전히 하드파워 육성에 맞춰진 느낌이다. 예술인의 자유로운 창작 정신을 북돋는 정책이 더 필요하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의 현 정부 문화정책에 대한 개괄적 평가다.

정부는 문화융성을 기조로 대통령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신설, ‘문화가 있는 날’ 시행, ‘문화창조융합벨트’ 조성 등을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문화의 특성상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기는 힘들고 장기적 성과가 나오도록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문화창조융합벨트, 효과 의문

정부는 문화콘텐츠 산업을 육성해 경제의 새로운 먹거리로 삼겠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이를 위한 구체적 실행 방안으로 문화창조융합벨트 조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의 6개 거점 중 융합센터, 벤처단지, 아카데미의 3개 거점이 완성됐다.

정부는 또 2017년까지 경기 고양시에 들어설 한류 테마파크인 ‘K-컬처밸리’,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에 계획 중인 한국 문화 복합체험관 ‘K-익스피리언스’,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을 개조한 ‘케이팝 아레나’ 공연장 등 나머지 3개 거점의 조성을 완료할 예정이다. 정부는 올해에만 예산 1325억 원을 투입해 벨트를 완성해 문화콘텐츠가 창작, 유통, 소비되는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벨트가 생기면 향후 5년 동안 5만3000여 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예측이 ‘장밋빛 전망’이라고 지적한다. 이 벨트를 통해 큰 수익과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한 서울 지역 경영대 교수는 “문화산업이 벨트 하나로 붐업되기는 힘들다. 벨트의 기능은 문화사업을 자극하는 정도의 영향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콘텐츠산업의 규모는 정부 출범 전인 2012년 87조2700억 원에서 2014년 94조9500억 원 규모로 9%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문화산업이 탄력을 받아 크게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다.

올해 1월로 시행 3년을 맞은 ‘문화가 있는 날’은 문화에 대한 관심을 높였지만 문화 향유 기회를 크게 늘리는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는평가를 받았다. 동아일보DB
올해 1월로 시행 3년을 맞은 ‘문화가 있는 날’은 문화에 대한 관심을 높였지만 문화 향유 기회를 크게 늘리는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는평가를 받았다. 동아일보DB
○ 문화가 있는 날, 여전히 볼 게 없다

정부는 집권 1년 차인 2013년 7월 문화융성의 컨트롤타워로 문화융성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융성위는 지난해 정기회의 없이 비정기적인 모임을 이어가는 등 활동이 미미했다. 융성위 1기의 한 위원은 “위원들이 자기 분야의 애로점만 호소하는 등 생산적인 논의를 하지 못했다. 위원들끼리 ‘밥만 먹고 오지요’라고 말하기도 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융성위가 내놓은 간판 정책은 ‘문화가 있는 날’이다. 이 정책은 2014년 1월부터 시행돼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공연장 영화관 박물관 등의 관람료를 할인해 주고 있다. 이 제도를 통해 국민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민간 공연 단체의 참여가 저조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총 1700개 참여 단체 중 민간의 수는 667개로 39.9%에 그쳤다. 공연 가격을 강제받고 혜택은 없어서 참여가 저조한 것이다. 한 공연 제작자는 “아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조건 할인해야 하는 현실에 민간단체의 부담은 상당하다”며 “우리는 ‘호구’나 다름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제작자는 “민간단체의 참여가 저조하다 보니 결국 양질의 콘텐츠가 적어 소비자 입장에선 문화가 있는 날에 볼만한 작품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고 밝혔다. 실제 문화예술 관람률(1년에 한 번 이상 공연, 영화 등 문화콘텐츠를 관람한 비율)은 2012년 69.6%에서 2014년 71.3%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쳐 정책의 실효성이 없었다.

○ 문화정책, 부처 간 역할 조정 필요

정부는 문화재정 비율을 2%까지 높이는 것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2012년 정부재정 대비 문화재정 비율이 1.14%(3조7194억 원)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1.9%에 크게 못 미친다는 판단에서다. 이후 문화재정 비율은 2013년 1.47%(5조276억 원), 2014년 1.58%(5조6309억 원), 2015년 1.63%(6조1201억 원), 2016년 1.72%(6조6390억 원)로 늘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예산의 규모보다 효율적 집행이 중요하다고 본다. 김재범 성균관대 경영학부 교수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문화산업을 육성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쪽으로 예산을 투입하고, 웹툰 같은 새로운 콘텐츠를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산업 육성과 관련해 부처 간 역할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교수는 “현재 정부가 강조하는 문화상품은 융·복합 성격이 강하다. 그렇다 보니 기술적인 면이 강조된다. 이보다는 문화상품 고유의 정서적 측면을 더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기술을 담당하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역할이 컸지만 문화적 부분을 담당해온 문체부의 기능을 좀 더 살려야 한다는 취지다.

영국의 경우 1997년 출범한 토니 블레어 정부에서 ‘크리에이티브 브리튼(Creative Britain·창의적인 영국)’ 정책을 주진하며 문화부가 주도했다는 것이다.


체육인 복지법안 3년 넘게 국회서 계류 중 ▼

갈길 먼 체육인 복지정책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체육인 복지 강화 및 일자리 창출 지원 △국가대표 선수에게 경기지도자 2급 및 생활체육지도자 2급 자격 부여 △국가대표 경기력 향상 여건 조성 등을 약속했다.

국가대표 선수에 대한 지도자 자격 부여는 2013년 7월 관련 시행규칙 개정으로 요건이 대폭 완화됐다. 그동안 2급 경기지도자와 2·3급 생활체육지도자가 되려면 구술시험과 160시간의 연수, 필기시험 등을 거쳐야 했지만 구술시험만으로 2급 경기지도자 및 3급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을 취득할 수 있게 됐다.

체육인 복지 강화 및 일자리 창출 지원을 위해서는 맞춤형 직업훈련 교육, 취업 지원 프로그램 등이 운영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들 프로그램을 통한 취업자 수가 2013∼2015년 167명이라고 밝혔다. 또 스포츠산업, 스포츠마케팅, 스포츠행정, 창업 등의 분야에서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은퇴 선수들에 대한 진로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 체육계의 반응이다. 여기에는 2012년 12월 새누리당 이에리사 의원이 발의한 ‘체육인 복지법’이 현재까지 표류한 탓도 있다. 이 법은 국가 및 지자체가 체육인 복지에 관한 중장기 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하고, 국가대표 선수 및 지도자에 대한 지원의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은 별도 법인설립에 대해 관련 부처의 이견이 있어 현재까지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관광 분야의 경우 박 대통령은 △관광진흥법 체계 재정비 △여행 소외 대상(장애인 등)을 위한 인프라 확충 △관광종사원 근로조건 개선 △저가관광 환경 개선 △숙박시설 다양성 확대 △관광숙박산업의 일자리 창출 △마이스(MICE) 관광 등 고부가가치 관광콘텐츠 발굴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관광지 개발을 통한 콘텐츠 창출, 지방 관광 활성화를 위한 교통망 확충 등 ‘관광 인프라’와 관련한 하드웨어적 접근은 다소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 정부가 국내 관광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집중적으로 추진해 온 중국인 단체 관광객에 대한 저가 덤핑관광 문제도 아직 미해결 상태다. 정부가 2014년부터 중국 전담 여행사를 직접 관리하고 있지만 적발된 업체가 폐업 신고 후 신규 사업자 등록을 하는 사례가 많아 효과가 작다고 관광업계 종사자들은 지적한다.

민병선 bluedot@donga.com·김정은 기자
이진구 sys1201@donga.com·최고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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