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장밋빛 일색… 北 핵도발에 와르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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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정부 3년 공약이행 점검]<3>실속 못챙긴 외교안보

“박근혜 정부는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국면에서 출범했다. 따라서 청와대 외교안보부처를 망라하는 북핵 해결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서라도 북핵 문제 해결에 전력을 다했어야 했다.”

정부 소식통은 1일 “당시에도 지금처럼 게임체인저(game changer) 얘기가 나왔다”고 말하면서도 “그러나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도 북핵 문제 해법에 대해 치열한 토론을 한 일이 없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가 표방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남북 간 신뢰를 쌓아 남북 관계를 발전시키겠다는 정책이다. 신뢰가 쌓여 북한 비핵화가 진전되면 대규모 인프라 투자 등 ‘비전코리아프로젝트’를 통해 한반도 경제공동체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그런 박근혜 정부가 정작 3년간 북핵 문제 해결에 전력을 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다른 소식통은 “복잡한 미중 관계를 읽지 못한 채 ‘한미동맹은 굳건하다. 북핵 해결에 중국을 잘 활용하면 된다’는 단순한 접근법에 머문 탓에 주인의식을 갖고 북핵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대화를 주도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때”라고 말했다.

○ 북핵 해결 없는 교류협력의 모래성


남북 간에 할 수 있는 것부터 작은 신뢰를 쌓아 큰 신뢰로 이어간다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비전은 남북 교류협력의 확대 정책으로 구체화됐다. 박 대통령은 2014년 드레스덴 선언, 같은 해 8월 3대(민생 환경 문화) 통로 개설 등을 잇달아 내놓으며 북한에 손을 내밀었다.

남북 관계의 오랜 경색 국면은 지난해 8·25 합의를 통해 관계 개선으로 전환되는 듯했다. 하지만 12월 차관급 남북 당국 회담은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로 결렬됐다. 더 근본적인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었던 것. 바로 북핵 문제였다. 회담에서 남측 대표단이 “핵 문제를 해결하라”고 강조하자 북측 대표단은 회담장을 박차고 나갔다. 정부 당국자는 “3년간 북핵 해결 등 정치군사 신뢰 구축 문제에 가시적 진전이 없었는데도 남북대화가 깨질까 봐 핵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지 못한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강조한 교류협력의 축이 지속되려면 핵 문제 해결을 통한 평화라는 축이 함께 해결돼야 했으나 한쪽 축은 공전만 거듭하고 있었던 것이다.

○ 미국 반대에 힘 잃은 한국의 북핵 해결 공식


박 대통령 임기 초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북핵 해결 의지를 잃었다.

정부 소식통은 “대북 영향력이 제한적인 북-중 관계를 나이브하게 본 측면이 있다”며 “이 과정에서 북핵 해결을 위해 미국을 움직이도록 하는 전략에도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2012년 비핵화와 경제 지원을 맞바꾸기로 한 북-미 2·29 합의 파기 이후 북한에 실망한 미국이 ‘전략적 인내’를 내세우며 시간을 보내는 사이 한국이 “미국이 아직 준비가 안 돼서” “중국이 태도를 바꾸지 않아서”라는 핑계로 팔짱을 끼고 있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북핵 6자회담은 2008년 12월 수석대표 회의를 마지막으로 한 번도 열리지 못했다. 그사이 6자회담 한국 측 수석대표인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4명이나 바뀌었다. 지난달 29일 황준국 본부장 자리를 김홍균 외교부 차관보가 이어받았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기 회담 재개 조건을 나열한 ‘코리안 포뮬러(한국 공식)’를 통해 미중을 설득해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겠다고 했다. 구체적인 내용조차 알려지지 않은 이 방안은 미국이 북한에 내세워온 6자회담 재개 조건을 완화하고 이를 통해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면서 회담에 참여할 명분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이 회담 재개 조건 완화를 완강히 반대하면서 동력을 잃었다. 지난해부터 ‘조건 없는 탐색적 대화(exploratory talks)’라는 표현으로 북한에 대화를 제의했으나 가시적인 성과는 없었다.

○ 다음 정부에도 지속할 북핵 정책 만들자

북핵 해결 의지가 없는 미국과 대북 관계 개선에만 무게를 둔 중국에도 책임이 있다는 점에서 박근혜 정부만의 실패가 아니라는 지적도 많다.

전직 당국자는 “중국이 남중국해 동중국해 문제로 미국과 패권을 다투면서 우리의 기대와 달리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적이지 않았고 이 때문에 중국을 활용하려는 노력이 실패했다”고 말했다. 미중 관계의 복잡한 방정식을 읽을 전략가가 박근혜 정부에 없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청와대는 여전히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폐기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2년밖에 남지 않은 임기가 관건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와 주요국의 독자적인 강력한 압박의 효과가 나기 전에 미국 중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유화 국면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어떤 정책을 선택하느냐가 아니라 그 정책을 일관성 있게 지속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며 “정권을 넘어 지속할 북핵 정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완준 zeitung@donga.com·조숭호·우경임 기자
#박근혜#대통령#공약이행#외교#안보#북한#핵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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