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0년간 자동차 산업의 성공 방정식은 더 많이 만들어 더 싸게 파는 ‘규모의 경제’였다. 지금은 이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수요 회복은 더디고 그마저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로 쪼개졌으며, 관세와 고유가에 중국차의 공세까지 더해졌다. 길어야 10년이면 새로운 승자와 패자가 갈릴 것이다. 앞으로의 생존 조건은 다섯 가지로 요약되는데 각 변화의 길목마다 주목할 만한 부품사들이 있다.
첫째는 소프트웨어로 정의된 자동차(SDV)이다. 무선 업데이트로 성능이 진화하고 판매 이후에도 구독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바퀴 달린 스마트폰’이다. 현대자동차그룹도 개발사 전용 플랫폼 ‘플레오스(Pleos)’를 앞세워 SDV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부품사 중에서는 사이버 보안을 제공하는 기업이 유리할 것이다. 자동차가 세상과 연결되면 해킹 위협도 함께 커지는데, 유럽을 시작으로 보안 없이는 차를 팔 수 없도록 법제화가 진행되는 이유다. 이는 차량용 사이버 보안 솔루션 기업 아우토크립트가 주목받는 배경이다. 보안이 적용된 차가 한 대 팔릴 때마다 로열티를 받는 사업 구조가 강점이다.
둘째는 자율주행과 로보택시다. 구글 웨이모의 무인 택시는 올해에만 20개 이상의 신규 도시로 확장된다. 카메라만 적용하는 테슬라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로보택시 기업들은 라이다를 포함해 센서를 구성하기 때문에 라이다 개발 기업에 기회가 열릴 수 있다. 또 북미 전기차 업체에 핫스탬핑 공법이 적용된 경량 차체 부품을 공급하는 명신산업도 로보택시가 대량 생산에 들어가면 공급 물량이 함께 늘어날 수 있다.
셋째는 파워트레인 다변화다. 고유가 시대로 접어들면서 전기차 구매가 다시 늘어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관심 있게 볼 만한 기업은 SNT모티브이다. 올해 하반기(7∼12월)부터 전기차용 구동 모터 공급이 재개될 예정이고, 로봇 관절을 움직이는 액추에이터의 핵심 부품이 모터라는 점에서 로봇용 공급 가능성도 긍정적이다.
넷째는 로봇 등 새 성장 동력 확보다. 자율주행차와 휴머노이드 로봇은 기술의 많은 부분을 공유하기에, 완성차들은 일제히 로봇을 다음 먹거리로 택하고 있다. 로봇용 부품을 추가할 수 있는 부품사가 그렇지 못한 기업보다 훨씬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섯째는 ‘스마트팩토리’다. 중국과의 원가 격차를 좁히려면 소프트웨어로 공장을 제어하는 제조 혁신이 필수다. 현대차그룹 100여 개 공장의 정보기술(IT) 시스템을 통합 운영할 수 있는 유일한 계열사가 현대오토에버다. 스마트팩토리는 일반 공장보다 IT 구축 수주 규모가 3배 이상 크고, 구축 이후 운영·유지보수의 반복 매출로 이어진다. 또 그룹의 로봇 시스템 구축 및 관제 기업으로 낙점받으면서 장기 성장성을 확보했다.
볼륨에 기대던 시대는 끝났다. 자동차 기업의 가치는 이제 ‘몇 대를 팔았느냐’가 아니라 ‘어떤 변화에 올라탔느냐’로 매겨진다. 부품사를 고르는 투자자의 기준도 달라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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