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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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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최고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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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4~2024-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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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암살 실패 아쉬워” 막말…정치에 뿔난 사람 왜 이리 많을까[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마음(心)속 깊은(深)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살면서 ‘도대체 이건 왜 이러지?’ ‘왜 마음이 마음대로 안 될까?’ 하고 생겨난 궁금증들을 메일()로 알려주세요. 함께 고민해 보겠습니다.“아, 아깝네(AWWWW SO CLOSE)”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총격범의 암살 시도에서 살아남은 것을 두고 미국 현지에서 나온 밈(meme)이다. 저승사자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인형뽑기 기계에서 뽑다가 떨어뜨리는 그림에 ‘아깝다’는 글귀가 적혀있다. 현직 FBI 직원이 자신의 SNS에 ‘이 밈은 정말 최고’라고 올렸다가 논란이 되면서 널리 알려졌다. 글쓴이의 정치적 이념과 직업 등을 차치하더라도, 사람 목숨을 두고 ‘못 죽여서 아깝다’고 밝히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일었다.사실 선 넘는 혐오와 경멸은 멀리 미국 사례까지 갈 것도 없다. 국내 정치에서도 상대 진영 간 도 넘는 감정싸움이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최근 국민의힘 전당대회 합동연설회에서는 같은 당 안에서도 특정 후보를 비방하며 의자를 내던지는 폭력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왜 이렇게 정치 때문에 비뚤어진 사람들이 많은 걸까. 또 어쩌다 폭행, 암살 시도 같은 일까지 벌어지게 되는 걸까.● 반복된 분노… “사람 취급 안 해” 보통 우리가 누군가에게 화를 낼 땐, 마음에 안 드는 상황을 바꿔보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그런데 암만 화를 내봐도 통하지 않는다는 좌절 경험을 반복해서 하게 되면, ‘나는 상황을 해결할 힘이 없다’는 무력감이 생긴다.이때 내가 무력하다는 기분에서 벗어나기 위해 상대를 깎아내리고 비하하면서 불쾌함을 상쇄해 보려고 한다. 아무리 권력을 쥔 정치인이라 하더라도 하찮고 혐오스러운 ‘벌레 같은 존재’라고 욕하면 마음이 한결 시원해진다. 싫어하는 정치인을 저주스럽고 치욕적인 멸칭으로 부르는 것도 이런 차원이다.그런데 혐오와 경멸이라는 감정은 폭력과 친하다는 게 문제다. 벌레에겐 인격적 대우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롱하고 욕해도 괜찮고, 심지어 때려도 된다고 여긴다. 그래서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에 대해 내가 아무리 타당한 비판을 하고, 투표로 심판해 봐도 현실적으로 바뀌는 게 없다고 느껴지면, 거듭된 분노에 경멸이 더해진다. 인간 이하로 취급하는 욕설과 조롱도 시작한다. 이런 감정이 증폭된 일부 사람들은 물건을 던지거나, 때리고, 흉기를 휘두르는 폭력성을 나타낼 수 있다.이렇듯 상황을 바꿀 수 없다는 무력감, 경멸과 혐오, 폭력성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영국 세인트 앤드루스대 심리학과 연구진은 어떤 감정 상태에서 폭력적인 의사 표현 방식을 선택하게 되는지 살펴보기 위해 대학 등록금 정책에 반대하는 대학생 332명을 조사했다. 조사 당시 학생들은 대체로 학교 정책에 화가 나 있는 상태였다.개중에는 화를 넘어 학교 당국과 관련 책임자들을 경멸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아무리 항의해봤자 학교는 변하지 않을 것이고 ‘학생들이 이미 이 싸움에서 졌다’는 무력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학교에 강렬한 항의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돌·유리병 던지기, 경찰 폭행, 건물 방화를 저지를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심지어 정책 관련 책임자를 해치거나 그들의 사유재산을 공격하겠다는 이들도 있었다. 반면, ‘우리가 상황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학교 당국을 경멸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그리고 이들은 청원서 서명, 토론회 참석, 전단지 작성 등 폭력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항의하겠다고 했다. 자신들에게 아직 상황을 바꿀 힘이 있다고 인지하는 학생들은 폭력적인 방법을 택하지 않은 것이다.● 서로에게 “지능 낮은 멍청이” 상대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우리보다 열등하다’는 근거 없는 편견을 갖게 되면, 상대편을 더 조롱하고 깔보는 마음이 생겨난다. 결과적으로 진영 간 감정싸움은 더 격화되고, 정치가 혼탁해진다. 실제로 온라인 뉴스 댓글에 상대 정당 지지자들을 향해 ‘저능하다’고 비난하는 글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이런 특징은 정파를 가리지 않고 나타난다.미국에서 공화당, 민주당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정말로 서로를 자신들보다 멍청하고, 사악하다고 여기고 있었다. 미 노스캐롤라이나대 채플힐 연구팀은 미국 성인 481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공화당 지지자가 얼마나 지능이 낮고, 사악하다고 느끼는지 조사했다. 실험참가자들은 무당층을 제외하고 모두 민주당 또는 공화당 지지자들로만 구성했다.그 결과는 위 그래프와 같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공화당 지지자들이 자기들보다 더 멍청하고, 사악하다고 답했다(왼쪽 노란색 사각형 표시). 이와 반대로 공화당 지지자들은 민주당 지지자들이 자신들보다 더 멍청하고, 사악하다고 생각했다(오른쪽 초록색 사각형 표시). 이 결과에 대해 연구진은 “상대 진영 지지자들을 열등한 존재로 비인간화하는 것은 마음대로 조롱하고 비하해도 된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며 “이런 인식은 결과적으로 정치적 양극화가 더 심해지게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기 삶 꼬여 있을수록 정치 이유로 폭력적개인적 삶의 문제 때문에 과격한 방식으로 정치에 몰입하는 경우도 있다. 인생을 살면서 겪게 되는 이러저러한 심리적 문제를 어딘가에서는 해소하고 싶어 하는데, 그게 정치 영역에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록 내 삶은 썩 행복하지 않을지라도, 이 사회와 국가를 위해 대의를 추구한다는 명분이 있어서다.프랑스 엑스-마르세유대 연구진 등은 실제로 이런 경향이 문화권이나 이념과 관계없이 나타나는지 알아보기 위해 프랑스, 터키, 벨기에, 브라질 성인 124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이들에게 주관적으로 느끼는 사회적 고립 정도, 삶의 의미, 무력감 등과 함께 정치 성향, 급진주의 정도, 폭력적 정치 행위 참여 의사 등을 조사했다.그 결과 국가, 문화, 정치 이념 등과 관계없이 자기 삶이 무의미하고, 무력하며, 다른 사람들로부터 고립돼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사람일수록 정치적 이유로 폭력적인 행동에 나서겠다고 답한 경향이 상당히 두드러졌다. 살면서 겪은 개인적 수치심, 굴욕감, 상대적 박탈감, 고립감, 무의미함 등을 해소하려고 정치를 일종의 탈출구로 삼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개인의 심리적 상태가 정치 영역에서 폭력적인 극단주의, 테러리즘과도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더 혐오하라” 정치인들이 지지자 부추겨더 나쁜 건 정치인들이 직간접적으로 지지자들의 혐오와 폭력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연설 등 공개석상이나 SNS에서 상대방을 향해 적대감을 드러내기만 하면 된다. 이는 결과적으로 지지자들을 감정적으로 격앙시켜서 과격한 행동을 하게 만든다. (본보 기사 참고: )미 콜로라도 볼더대 연구진은 정치인의 감정 표현이 지지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해 봤다. 연구진은 성인 1390명에게 민주당, 공화당 하원의원 후보가 서로 정책 토론하는 장면을 보여줬다. 실험참가자 일부는 각 후보가 침착하게 발언하는 장면을 봤고, 또 다른 일부는 각 후보가 상대 후보를 향해 격렬한 분노를 드러내며 싸우는 장면을 봤다.그 결과 사람들은 지지하는 정당의 정치인이 화내는 장면을 보고 상대 진영에 대한 혐오감, 분노 수준이 상승했다. 반면, 상대 정당의 정치인이 분노하는 모습을 봤을 땐 아무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지지자들은 ‘우리 편’이라고 생각하는 정치인의 감정에만 민감하게 반응했다. 연구진은 “정치인들이 연설에서 어떤 감정을 드러내느냐에 따라 지지자들의 행동을 부추길 수 있다”고 했다.이는 같은 집단에 속한 사람끼리는 정서적 전염(emotional contagion)이 잘 이뤄지는 심리적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같은 세계관, 가치관을 공유하는 사람들일수록 표정, 제스처, 발성 등으로 상대방의 감정을 빠르게 알아채 그대로 따라 하기 쉽다. 그래서 지지하는 정치 후보자가 연설에서 상대 후보를 비방하며 화를 냈다면, 지지자들도 그 감정을 그대로 흡수한다. 흥분한 지지자들은 더 결집해 당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지고, 상대 진영에 대한 적대감은 올라간다.지지자들이 정치인의 감정적 반응을 잘 흡수한다는 점을 역이용한다면 혐오와 경멸을 거둘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정치인들이 분노, 혐오, 경멸 대신 상호 존중과 이해의 태도를 보여주면 될 테니 말이다.하지만 생각만큼 쉽지는 않아 보인다. 연구진은 “정치인들은 분노한 지지자들을 많이 만들어 내는 게 선거에서 유리하다는 것을 알기에 화를 부추기는 정치 지도자들이 계속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런 점에서 전당대회를 치르고 있는 여당에서 ‘소시오패스’ ‘좌파 숙주’ 같은 과격한 비난 표현이 나오는 것은 참 씁쓸한 현실이다. 우선 정치권이 진흙탕 싸움과 ‘네 탓’ 공방을 멈춰야 정치 때문에 뿔난 마음들이 조금은 가라 앉을 수 있지 않을까.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4-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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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도에 몸 맡기고 슬라이드로 스윙… 날려버려 무더위

    롯데워터파크가 본격적인 무더위를 맞아 ‘썸머 웨이브’ 시즌을 시작했다고 16일 밝혔다. 올해 새롭게 선보이는 야외 무대 ‘웨이브 스테이지’에서는 공연과 이벤트 같은 다양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실외 파도풀 ‘자이언트 웨이브’는 롯데워터파크의 상징과도 같다. 길이 135m, 폭 120m에 달하는 자이언트 웨이브는 최고 높이 2.4m의 파도를 자랑한다. 2인승 튜브를 타고 300m 길이 트랙을 질주하는 ‘워터 코스터’는 스릴을 즐기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가족, 친구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슬라이드 ‘자이언트 부메랑고’는 최다 6명이 튜브를 타고 구불구불한 트랙을 따라 하늘로 솟아오르는 듯한 스릴을 즐길 수 있다. 길이 190m, 높이 21m로 국내에서 가장 길고 높은 ‘더블 스윙 슬라이드’도 준비돼 있다. 거대한 깔때기 모양 기구에서 즐기는 ‘토네이도 슬라이드’에서도 아끼는 사람들과 함께 추억을 쌓을 수 있다. 남태평양 폴리네시아 지역을 항해하는 선상 파티를 콘셉트로 한 ‘자이언트 뮤직 웨이브 파티’도 볼거리다. DJ의 전자댄스음악(EDM)에 맞춰 폴리네시안 분위기에 현대적 요소를 가미한 댄서들이 화려한 춤을 선보인다. 무대 앞 객석을 향해 물을 뿜어내는 50여 개 장치가 준비돼 관객의 무더위를 식혀 줄 수 있다. 공연은 매일 낮 12시 20분과 오후 3시 20분, 6시 20분(매주 화요일은 쉰다)에 열린다. 밤에는 열대야를 잊게 해주는 파티가 펼쳐진다. 다음 달 17일까지 매주 토요일과 광복절 오후 8시에 열리는 ‘핫 썸머 나이트 파티’는 폴리네시아 섬들의 밤 축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EDM 쇼와 레이저 쇼를 비롯한 다양한 특수 효과를 선보일 예정이다. 공연 막바지에는 불꽃놀이도 이어진다. 워터파크 개장 10주년 특별 공연도 준비돼 있다. 브라질 삼바 댄서들이 출연하는 공연에서는 람바다, 살사 같은 다채로운 춤을 비롯한 볼거리가 등장할 예정이다. 물총놀이를 할 수 있는 ‘워터팡팡’도 열린다. 아이들 없이 성인들이 조용한 환경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어덜트 풀’도 마련돼 있다. 실외 수영장과 스파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이용 요금은 1만 원으로 맥주 한 잔이 포함돼 있다. 카바나 및 선베드 대여 그리고 어덜트 풀 입장권이 결합된 패키지를 롯데워터파크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면 더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특별 공연과 불꽃놀이 일정 등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4-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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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사에 ‘토마토 주스’ ‘볼링’ 선 넘는 조롱…도대체 왜 이럴까[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마음(心)속 깊은(深)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살면서 ‘도대체 이건 왜 이러지?’ ‘왜 마음이 마음대로 안 될까?’ 하고 생겨난 궁금증들을 메일(best@donga.com)로 알려주세요. 함께 고민해 보겠습니다.‘토마토 주스’ ‘볼링절(節)’ ‘악덕 은행 종업원’ ‘굿 다이(good die)’최근 서울 시청역 인근 교통사고 희생자들을 두고 온오프라인에서 믿을 수 없는 조롱 표현들이 나왔다. 굳이 사고 현장까지 방문해 조롱하는 쪽지를 두고 가는가 하면,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사고를 볼링에 빗대며 지나친 막말·비하가 이어졌다. 9명에 이르는 희생자들을 희화화한 표현들로 많은 사람들이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안타까운 사실은 우리 사회에 조롱과 경멸의 발언들이 이번에만 특별히 나타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평소에도 온라인 기사, 유튜브 영상,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게시글 등에 비아냥거리고 저주하는 댓글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심보가 못된 일부만의 일탈로 보기엔 그 수가 상당하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분노와 혐오의 감정이 널리 퍼져 있다는 것일 수 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공감 능력 결여…가학적 성향남을 조롱하고 깎아 내리는 발언을 하는 이들의 이면에는 다양한 심리적 기제가 작용한다. 악성 댓글 다는 사람들의 성격 특성을 살펴본 해외의 여러 연구에서는 이를 성격의 ‘어둠의 4요소(Dark tetrad)’ 차원에서 설명한다. 치료가 필요한 정도의 중증 상태는 아니지만, 일반인 중에서도 못되고 사악한 성격을 가진 이들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어둠의 4요소에는 △공감 능력이 부족하고 규범을 무시하는 사이코패스(Psychopath) △거만함이 특징인 나르시시즘(Narcissism) △남을 조종·착취하는 마키아벨리즘(Machiavellianism) △타인의 고통을 즐기는 사디즘(Sadism) 성향이 포함된다. 그래서 사고 희생자를 조롱하는 이들을 향해 ‘공감 능력 없는 사이코패스 같다’는 일부 여론의 비난도 아예 틀린 말은 아닐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지난 기사 참고:) ● 만성 분노…엉뚱한 곳에 화 풀어이런 악한 성격적 특성 외에도 분노가 많은 게 원인이 될 수 있다. 폴란드 바르샤바대 심리학과 연구진은 특성 분노(trait anger)가 높은 사람일수록 남들에게 더 많이 비아냥거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특성 분노는 평소 작은 일에도 짜증스럽게 반응하고, 습관적으로 화를 내는 성향을 말한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특성 분노 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협소하고 편향된 인지 처리 △충동적 반응 △지나친 자기애 등의 특성을 보인다. 특히 이들은 긴가민가한 모호한 상황이라도 화낼 만한 상황으로 인지해 기어코 화를 낸다. 자기와 직접 상관없는 일이라도 누군가 자기 기분을 언짢게 만들었다 싶으면 곧바로 남에게 화살을 돌리며 비난한다. 이때 분노가 소극적인 형태의 공격성으로 나타나는 것이 바로 조롱이다. 온라인 기사 등을 읽고 그 내용이 기분을 언짢게 만들었다고 느껴지면 바로 조롱, 비하 댓글을 다는 식이다. 현실에서는 남의 기분을 살살 긁으면서 비꼬다가, 막상 남들이 뭐라고 하면 “장난인데 왜 정색하느냐”고 오히려 상대를 우습게 만들어 버린다. 일상생활에서도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식으로 반응한다면 대인관계에서 고립되기 쉽다. 자기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주변 사람을 무시하고 비아냥거리는 말을 하면, 당연히 주변 사람들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주변에 아무도 없는 고립된 상황 때문에 더 화가 잘 나게 되고, 조롱하고 무시하는 태도는 더 심해진다. ● 특성 분노 수준이 높은 사람은?성미가 급하다.불같은 성질을 지녔다.격해지기 쉬운 사람이다.늦어지면 화가 난다.인정받지 못하면 화난다.쉽게 화를 낸다.화가 나면 욕설한다.비판을 받으면 격분한다.뜻대로 안 되면 때려주고 싶다.나쁜 평가를 받으면 격분한다.-상태·특성 분노 표현 척도 일부-● “내가 제일 똑똑해” 우월감·관심 확인자기가 잘난 사람이라 생각하는 인식이 너무 강해도 자신의 우월감을 확인하고, 관심을 받기 위해 타인을 조롱하고 공격할 수 있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연구진이 자기애와 공격성의 연관성을 살펴본 437건의 전 세계 연구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자신을 과도하게 소중하게 여기며 특권의식을 가진 사람은 공격성을 표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월감, 오만, 대담함이 특징인 과대형 나르시시스트(grandiose narcissist)가 그렇다. 이들은 자신이 우월해서 남들을 말로 조롱하며, 통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려는 욕구가 있다. 물론, 다른 사람에게 관심받기 위한 목적도 있다. 그런데 이들은 남을 조롱하고 비아냥거리고 난 후폭풍에 대해서는 별로 심각하게 고려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자기가 우월하기에 이 상황을 제어할 수 있고, 다른 사람도 자기가 한 말을 훌륭하게 생각할 거라고 여겨서다. 화가 많은 사람에게서 자기애 성향이 관찰된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화가 많은 사람은 자신이 나서서 화를 내면 상황을 바꿀 수 있다고 자기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점이 나르시시스트가 자신의 상황 통제력을 과신하는 것과 비슷하다. 심지어 이들은 자기가 실제보다 지능이 높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폴란드 바르샤바대 심리학과의 또 다른 연구진이 303명을 대상으로 특성 분노 수준과 실제 지능,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지능을 각각 측정했다. 그 결과 특성 분노 수준이 높은 사람일수록 실제 지능보다 자기가 더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들은 ‘난 똑똑하고, 당신은 멍청하다’는 생각을 하는 경향 때문에 대인관계에서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 무력감·불만…남 무시해야 기분 좋아져화가 많은 사람과 자기애 성향의 사람들은 다른 이들을 자기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으로 조롱과 비하를 활용하지만, 일반적인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보통 사람의 경우 상황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어 느끼는 무력감과 불만을 해소하고자 욕하고 조롱하는 행동이 나올 수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심리학과 연구진은 실험참가자 78명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밤늦게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누군가가 술에 취해 난동 부리는 걸 목격한 상황을 상상하게 했다. 그리고 한 그룹에는 난동 부리는 사람이 친구였을 때, 나머지 한 그룹에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을 때 어떤 감정을 느낄지 물어봤다. 두 그룹 모두 그 상황에 화가 난다고 답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비난과 비하, 경멸, 공격성 정도는 상대가 친구일 때보다 모르는 사람일 때 훨씬 심했다. 연구진은 “난동 부리는 사람이 친구일 때 초반에는 화가 더 많이 났지만, 시간이 갈수록 옅어졌다”며 “반면 낯선 사람일 때 그룹은 비난, 비하 강도가 시간이 가도 높은 수준으로 유지됐다”고 했다.이 핵심에는 친구는 내가 뜯어말려 상황을 통제할 수 있지만,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렇게 하기 어렵다는 차이가 있다. 내가 상황을 바꾸기 어려운 위치에 있다는 생각이 들 때, 그냥 상대방을 벌레 취급하며 경멸하고 깔아뭉개서 도저히 상종 못 할 존재처럼 무시해 버려야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이런 상황에서 나오는 공격성은 욕설, 돌 던지기, 방화 등 사회에서 수용 받기 어려운 방식으로 나올 때가 많다고 한다.연구에서는 술에 취해 난동 부리는 범법 행위를 예로 들었지만, 현실에선 범법 여부와 상관없이 단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조롱 글을 쓰거나 영상 등을 유포할 때가 많다. 방송이나 뉴스, SNS로 접하는 이들의 삶은 내가 마음에 안 든다고 바꿔버리기 어려운 영역이다. 그래서 상대를 가능한 한 힘껏 깎아내리고 비하해서 무가치한 사람으로 표현하는 걸로 희열을 느낄 수 있다. 상대방이 받을 상처와 충격은 생각하지 않고, 본인은 단순히 ‘스트레스 풀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잠깐 내 기분 좋자고 다른 사람의 삶을 말로 짓밟는 일이 즐겁다면, 내 안에 사이코패스나 사디스트 성향 등 ‘어둠의 4요소’가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다음 기사에서는 △권력자를 조롱할 때 얻는 심리적 이점 △상대 진영 “지능 낮다” 서로 무시 △뭉치면 독해진다 등 조롱과 막말하는 이유에 대해 더 알아볼 예정입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4-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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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소한 지적에도 심장이 철렁…‘불안이’가 외친다 “난 망했어!”[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마음(心)속 깊은(深)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살면서 ‘도대체 이건 왜 이러지?’ ‘왜 마음이 마음대로 안 될까?’ 하고 생겨난 궁금증들을 메일(best@donga.com)로 알려주세요. 함께 고민해 보겠습니다. “이렇게 했다간 선배한테 혼납니다.”11년 차 직장인 안소심 씨(가명)는 며칠 전 신입사원 교육에 참관하러 들어갔던 날을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교육을 맡은 선임이 교육생들 앞에서 안 씨에게 업무 관련 퀴즈를 냈는데, 답이 틀렸기 때문이다. 선임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렇게 하면 혼난다”고 말했고, 교육생들 사이에서 피식 웃음소리가 들렸다. 다행히 안 씨는 뒤이은 퀴즈 문제를 전부 맞혔다. 그런데도 그는 앞서 틀린 그 문제가 너무나도 신경 쓰였다. 안 씨는 “사람들이 연차에 비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할까 두렵다”며 “능력도 없으면서 승진을 괜히 했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했다.다른 사람의 지적이나 비판에 의연하게 대처하기는 어렵다. 아무리 타당하더라도 부정적인 평가에 움츠러드는 것은 누구나 비슷할 터다. 더욱이 다른 사람의 시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한국 사회에서 비판을 개의치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안 씨처럼 타인의 지적을 애초 의도보다 확대해석해 자신을 괴롭히는 일은 다른 문제다. 그의 선임은 단지 오답을 지적했을 뿐, 그가 승진할 자격이 없다고 평가한 것이 아니다. 심지어 안 씨는 여러 퀴즈 중 하나만 틀렸을 뿐이다. 그런데도 삽시간에 ‘나는 무능하다’ ‘자격이 없다’는 자기 파괴적 생각으로 치달았다. 자신 없는 태도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을까.● 비판은 120% 흡수…칭찬은 튕겨내비판에 대한 과민 반응은 낮은 자존감, 자기 비판적 사고, 완벽주의 등이 복합된 심리적 이유로 나타난다. 이런 사람은 타인의 비판을 받으면 자신의 존재 자체를 부끄럽게 여기기 쉽다. 비판보다 더 센 강도로 ‘난 왜 이렇게 못났지’ 하고 스스로 질책한다. 사소한 지적에도 나라는 사람 자체가 못났기 때문이라는 잘못된 귀인을 하기 쉽다.여러 연구에 따르면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주변 비판에 귀를 더 쫑긋하는 경향이 있다. 자존감은 ‘나는 얼마나 가치 있는 사람인가’에 대한 주관적 인식을 나타낸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나는 못난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갖기 쉽다. 다른 사람이 나를 안 좋게 평가하면, 이는 자신의 정체성과 일치하는 익숙한 정보이기 때문에 걸러내지 않고 그대로 흡수해 버린다. ‘역시 나는 못난 사람’이라면서 정체성이 더 견고해지기도 한다.●‘내 탓’ 하는 사람 특징뭔가에 실패하면 스스로에게 화가 난다.실패는 나에게 매우 고통스러운 경험이다.성공하지 못하면 내가 얼마나 가치 있는 사람인지 의문이 든다.사람들이 나에 대해 잘 알게 된다면 나를 존중하지 않을 것이다.스스로에게 부끄러움을 자주 느낀다.내 목표나 이상과 현실의 나를 자주 비교한다.자료: 자기비판 척도(LOSC) 중안타깝게도 이들은 비판은 잘 흡수하지만, 칭찬은 되레 튕겨낸다. 캐나다 워털루대 심리학과 연구진이 자존감과 칭찬에 관한 연구를 여러 건 진행한 결과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칭찬을 부담스러워해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칭찬은 ‘못난 나’라는 자신의 정체성과 불일치하는 정보라고 판단해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기 때문이다.그래서 타인의 칭찬을 받으면 ‘저 사람은 나를 잘 모르고 한 소리야’ ‘듣기 좋으라고 괜히 하는 소리겠지’라며 불편한 마음을 갖는다. 자신이 칭찬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에 상대방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실망하게 할까 봐 두려워하기도 한다. 연구진은 “평생 쌓아온 ‘못난 나’라는 정체성을 흔드는 것보다, 일회성 칭찬을 평가절하하는 게 이들에게 더 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이와 반대로 반응한다. ‘나는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타인이 자신을 비판하더라도 나라는 사람 자체가 비판받았다고 받아들이지 않는다. 남의 비판이 자신이라는 존재 전체가 아니라 일부에만 국한된 문제라고 선을 그을 수 있기에 충격이 덜하다.● 잘해도 불안…“다음에 더 잘해야”타인에게 좋지 않은 평가를 받는 상황을 피하려고 완벽주의를 추구하게 됐다면, 악순환으로 가는 지름길을 택한 것이다. 특히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는 것이 목표인 ‘사회 부과 완벽주의(Socially Prescribed Perfectionism)’는 삶에 방해가 되는 부적응적 완벽주의로 꼽힌다. 때로는 실패가 두려워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 소극적인 태도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는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스스로 높은 완성도를 추구하려는 적응적 완벽주의와는 구분된다. (2023년 12월 16일 자 기사 참고: )부적응적 완벽주의는 여러 부작용을 낳는다.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학생상담센터 제니퍼 그제고레크 박사 연구팀이 대학생 273명을 대상으로 적응적 완벽주의자와 부적응적 완벽주의자 그리고 완벽주의 성향이 없는 사람의 심리적 특징을 살펴봤다. 그 결과 부적응적 완벽주의자가 자기를 탓하고 비판하는 수준이 가장 높았고 자존감은 가장 낮았다.이 세 부류 학생은 같은 결과를 두고도 해석하는 방식이 달랐다. 부적응적 완벽주의 학생과 적응적 완벽주의 학생의 학점 평균이 거의 비슷했는데도 부적응적 완벽주의 학생들은 자신의 성적을 상당히 못마땅해했다. 반면 적응적 완벽주의 학생들은 성적이 꽤 괜찮다고 느꼈다. 부적응적 완벽주의자들은 ‘못했다’는 피드백을 받으면 ‘다음엔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잘했다’는 피드백을 받아도 역시 ‘다음에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결론적으로 어떤 경우에도 성과에 만족할 수 없었다.여기에 과(過)일반화(overgeneralization)와 파국화(破局化·catastrophizing) 사고가 더해지면 다른 사람의 비판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과일반화 사고는 한두 사건만으로 비논리적 결론을 내려 일반화하는 것을 말한다. 앞의 사례에서 안 씨가 단지 퀴즈 하나를 틀리고 ‘나는 무능하다’고 생각한 것이 과일반화 사고다. 파국화 사고는 부정적 사건이 하나 일어났을 때 최악의 결과로 악화할 것이라고 믿는다. 만약 안 씨가 ‘제대로 아는 것도 없는 나는 앞으로 팀장 승진을 못 하고, 결국 회사에서 쓸모없어져 쫓겨날지도 몰라’라고 생각하게 된다면 파국화 사고가 나타난 것이다.● 끝나지 않는 ‘자기 고문 게임’스스로를 다그치는 내면의 작용은 게슈탈트 심리치료의 상전(上典·top dog)과 하인(underdog) 개념으로도 이해해 볼 수 있다. 상전은 당위적이고 지시적인 목소리로 몰아붙이고 질타하는 내 안의 나를 말한다. 하인은 이 목소리에 ‘난 못 해!’ 하며 대항하지만, 끊임없이 억압당하고 괴롭힘당하는 또 다른 내 모습이다.타인의 작은 지적에도 ‘나는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상전은 ‘더 잘해야만 해’ ‘더 완벽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넌 무능해’라고 몰아붙인다. 완벽을 추구하고 이상적 목표를 이루라고 강요한다. 상전 목소리는 주로 어린 시절 엄격한 부모나 교사같이 영향력이 큰 존재가 무의식적으로 심었을 가능성이 크다.상전 목소리가 클수록 작은 실수와 실패에 민감해진다. 하인은 자신이 못나서 상전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수치심을 느낀다. 동시에 타인에게 비판받고 거부당할 것이라는 두려움도 느낀다. 그래서 상전과 하인 개념을 처음 고안한 게슈탈트 심리치료 창시자 프리츠 펄스는 상전과 하인의 상호작용을 두고 ‘자기 고문 게임’이라고 불렀다. 그만큼 자기 파괴적이라는 의미에서다.● 어떻게 고칠까?비판받은 상황의 사실관계를 조목조목 따져 생각하면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된다. 앞서 소개한 워털루대 연구진은 계속된 연구를 통해 자존감이 낮은 사람일수록 구체적으로 사고하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비판이든 칭찬이든 나라는 존재 전체에 대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당시 상황과 맥락에서 특정한 일부에만 한정된 것이라고 사고하는 훈련이 필요하다.만약 직장 상사에게서 “오늘 발표 훌륭했다”는 칭찬을 들었다면 ‘나=훌륭한 존재’라는 추상적 의미로 받아들이지 말고, 발표에서 잘했던 몇몇 구체적 행동에 대한 칭찬으로 쪼개서 생각하면 받아들이기 한결 쉬워진다.비판도 마찬가지다. “오늘 발표가 좀 부족했다”는 말을 들었다면 ‘나=부족한 존재’라고 인식하기보다, 발표에서 완성도가 부족했던 몇몇 구체적 사안만 떠올려야 한다. 실패 경험을 과도하게 일반화하면 ‘나는 항상 실패하는 못난 사람’이 되지만, 특정 사건에 국한하면 한 번 실패한 것으로 의미가 작아진다. 연구진은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 하나하나 세부적으로 생각할수록 빠르고 자동으로 일어나는 ‘나는 못났다’는 사고를 막을 수 있고, 상황을 더욱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했다.이는 과일반화 사고를 막는 것에 중점을 둔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나 가족에게 이야기하고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구하면 비논리적인 인지 편향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또 자기 패배적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이 같은 생각으로 몰아가는 마음속 상전에게 나만의 이름을 붙여주는 것도 상황을 객관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완벽이’ 또는 ‘불안이’라고 이름 붙이고, 사소한 비판에도 ‘망했다’는 극단적 생각이 들 때마다 ‘완벽이가 화가 났네’ ‘불안이가 또 나를 괴롭히네’ 생각하는 식이다. 그러면 자기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어디서 왔으며, 지금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그때그때 알아차리는 데 도움이 된다. 임 교수는 “내 안에 엄격한 내가 스스로 다그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고 스스로에게 ‘괜찮다’는 자기 위로를 건네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4-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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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안이’가 또 나를 괴롭히네[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최근 차장으로 승진한 11년 차 직장인 안소심(가명) 씨는 며칠 전 신입사원 교육을 참관한 것이 후회된다. 교육을 진행한 선임이 교육생들 앞에서 안 씨에게 업무 관련 퀴즈를 냈는데 틀렸기 때문이다. 선임이 “이렇게 하면 선배한테 혼난다”고 지적하자 교육생 사이에서 피식 웃는 소리도 들렸다. 안 씨는 뒤이은 몇 가지 질문에는 잘 대답했지만 앞서 틀린 답이 몹시 신경 쓰였다. 안 씨는 “사람들이 연차에 비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할까 두렵다”며 “능력도 없으면서 승진을 괜히 했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의 지적이나 비판에 의연하게 대처하기는 어렵다. 아무리 타당하더라도 부정적인 평가에 움츠러드는 것은 누구나 비슷할 터다. 하지만 안 씨처럼 타인의 지적과 비판을 애초 의도보다 확대 해석해 자신을 괴롭히는 일은 다른 문제다. 그의 선임은 단지 오답을 지적했을 뿐, 그가 승진할 자격이 없다고 평가한 것이 아니다. 심지어 안 씨는 여러 퀴즈 중 하나만 틀렸을 뿐이다. 그런데도 삽시간에 ‘나는 무능하다’ ‘자격이 없다’는 자기 파괴적 생각으로 치달았다. 자신 없는 태도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을까.● “난 역시 무능해”… 잘못된 확신 비판에 대한 과민 반응은 낮은 자존감, 자기 비판적 사고, 완벽주의 등이 복합된 심리적 이유로 나타난다. 이런 사람은 타인의 비판을 받으면 자신의 존재 자체를 부끄럽게 여기기 쉽다. 비판보다 더 센 강도로 ‘난 왜 이렇게 못났지’ 하고 스스로 질책한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주변 비판에 귀를 더 쫑긋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얼마나 가치 있는 사람인가’에 대한 주관적 인식을 나타내는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나는 못난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갖게 된다. 다른 사람이 나를 안 좋게 평가하면 이는 자신의 정체성과 일치하는 익숙한 정보이기 때문에 걸러내지 않고 그대로 흡수해 버린다. ‘역시 나는 못난 사람’이라면서 정체성이 더 견고해지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이들은 비판은 잘 흡수하지만 칭찬은 되레 튕겨낸다. 캐나다 워털루대 심리학과 연구진이 자존감과 칭찬에 관한 연구를 여러 건 진행한 결과 자존감 낮은 사람은 칭찬을 부담스러워해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칭찬은 ‘못난 나’라는 자신의 정체성과 불일치하는 정보라고 판단해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이와 반대로 반응한다. ‘나는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타인이 자신을 비판하더라도 나라는 사람 자체가 비판받았다고 받아들이지 않는다. 남의 비판이 자신이라는 존재 전체가 아니라 일부에만 국한된 문제라고 선을 그을 수 있기에 충격이 덜하다.● 악순환에 빠뜨리는 완벽주의 타인에게 좋지 않은 평가를 받는 상황을 피하려고 완벽주의를 추구하게 됐다면, 악순환으로 가는 지름길을 택한 것이다. 특히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는 것이 목표인 ‘사회 부과 완벽주의(Socially Prescribed Perfectionism)’는 삶에 방해가 되는 부적응적 완벽주의로 꼽힌다. 이는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스스로 높은 완성도를 추구하려는 적응적 완벽주의와는 구분된다. 부적응적 완벽주의는 여러 부작용을 낳는다.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학생상담센터 제니퍼 그제고레크 박사 연구팀이 대학생 273명을 대상으로 적응적 완벽주의자와 부적응적 완벽주의자 그리고 완벽주의 성향이 없는 사람의 심리적 특징을 살펴봤다. 그 결과 부적응적 완벽주의자가 자기를 탓하고 비판하는 수준이 가장 높았고 자존감은 가장 낮았다. 이 세 부류 학생들은 같은 결과를 두고도 해석하는 방식이 달랐다. 부적응적 완벽주의 학생과 적응적 완벽주의 학생의 학점 평균이 거의 비슷했는데도 부적응적 완벽주의 학생들은 자신의 성적을 상당히 못마땅해했다. 반면 적응적 완벽주의 학생들은 성적이 꽤 괜찮다고 느꼈다. 부적응적 완벽주의자들은 ‘못했다’는 피드백을 받으면 ‘다음엔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잘했다’는 피드백을 받아도 역시 ‘다음에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결론적으로 어떤 경우에도 성과에 만족할 수 없었다. 여기에 과(過)일반화(overgeneralization)와 파국화(破局化·catastrophizing) 사고가 더해지면 다른 사람의 비판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과일반화 사고는 한두 사건만으로 비논리적 결론을 내려 일반화하는 것을 말한다. 앞의 사례에서 안 씨가 단지 퀴즈 하나를 틀리고 ‘나는 무능하다’고 생각한 것이 과일반화 사고다. 파국화 사고는 부정적 사건이 하나 일어났을 때 최악의 결과로 악화할 것이라고 믿는다. 만약 안 씨가 ‘제대로 아는 것도 없는 나는 앞으로 팀장 승진을 못 하고, 결국 회사에서 쓸모없어져 쫓겨날지도 몰라’라고 생각하게 된다면 파국화 사고가 나타난 것이다.● “더 잘해야 한다”는 셀프 고문 스스로를 다그치는 내면의 작용은 게슈탈트 심리치료의 상전(上典·top dog)과 하인(underdog) 개념으로도 이해해 볼 수 있다. 상전은 당위적이고 지시적인 목소리로 몰아붙이고 질타하는 내 안의 나를 말한다. 하인은 이 목소리에 ‘난 못 해!’ 하며 대항하지만 끊임없이 억압당하고 괴롭힘당하는 또 다른 내 모습이다. 타인의 작은 지적에도 ‘나는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상전은 ‘더 잘해야만 해’ ‘더 완벽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넌 무능해’라고 몰아붙인다. 완벽을 추구하고 이상적 목표를 이루라고 강요한다. 상전 목소리는 주로 어린 시절 엄격한 부모나 교사같이 영향력이 큰 존재가 무의식적으로 심었을 가능성이 크다. 상전 목소리가 클수록 작은 실수와 실패에 민감해진다. 하인은 자신이 못나서 상전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수치심을 느낀다. 동시에 타인에게 비판받고 거부당할 것이라는 두려움도 느낀다. 그래서 상전과 하인 개념을 처음 고안한 게슈탈트 심리치료 창시자 프리츠 펄스는 상전과 하인의 상호작용을 두고 ‘자기 고문 게임’이라고 불렀다. 그만큼 자기 파괴적이라는 의미에서다.● 칭찬도 비판도 구체적으로 받아들이기 비판받은 상황의 사실관계를 조목조목 따져 생각하면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된다. 앞서 소개한 워털루대 연구진은 계속된 연구를 통해 자존감이 낮은 사람일수록 구체적으로 사고하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만약 직장 상사에게서 “오늘 발표 훌륭했다”는 칭찬을 들었다면 ‘나=훌륭한 존재’라는 추상적 의미로 받아들이지 말고, 발표에서 잘했던 몇몇 구체적 행동에 대한 칭찬으로 쪼개서 생각하면 받아들이기 한결 쉬워진다. 비판도 마찬가지다. “오늘 발표가 좀 부족했다”는 말을 들었다면 ‘나=부족한 존재’라고 인식하기보다, 발표에서 완성도가 부족했던 몇몇 구체적 사안만 떠올려야 한다. 이는 과일반화 사고를 막는 것에 중점을 둔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나 가족에게 이야기하고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구하면 비논리적인 인지 편향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자기 패배적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이 같은 생각으로 몰아가는 마음속 상전에게 나만의 이름을 붙여주는 것도 상황을 객관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완벽이’ 또는 ‘불안이’라고 이름 붙이고, 사소한 비판에도 ‘망했다’는 극단적 생각이 들 때마다 ‘완벽이가 화가 났네’ ‘불안이가 또 나를 괴롭히네’ 생각하는 식이다. 임 교수는 “내 안에 엄격한 내가 스스로 다그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고 스스로에게 ‘괜찮다’는 자기 위로를 건네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4-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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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힘내” 말보다 따뜻한 스킨십의 위로가 필요할 때가 있다[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마음(心)속 깊은(深)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살면서 ‘도대체 이건 왜 이러지?’ ‘왜 마음이 마음대로 안 될까?’ 하고 생겨난 궁금증들을 메일(best@donga.com)로 알려주세요. 함께 고민해 보겠습니다.“엄마 손은 약손, 엄마 손은 약손”어린 시절 엄마가 배를 살살 문질러 주면 배앓이가 사라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엄마의 손길을 받으며 누워 있다 보면 언제 아팠냐는 듯이 스르륵 잠이 들기도 한다. 엄마의 따뜻한 ‘약손’은 차가운 배에 열을 전달해 실제로 수축한 장을 풀어지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다만 이때 찾아오는 묘한 안정감과 편안함은 단지 배가 따뜻해져서 느끼는 것만은 아니다. 스킨십은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 반응을 감소시키는 힘이 있다. 누군가와 물리적으로 부드럽게 닿아 있는 느낌은 우리 몸에 “괜찮아”라는 메시지를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로는 말로 하는 위로보다 몸짓으로 하는 위로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물론 당사자가 원하는 상황에 한해서다. 이번 기사에서 쓰다듬고, 마사지하고, 안아주는 행위를 가리켜 ‘따뜻한 스킨십’이라 부르기로 한다. ● 뇌에 “괜찮다”는 신호 전달따뜻한 스킨십은 두려움과 불안을 담당하는 뇌 활동을 감소시켜 신체적,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효과가 있다. 몸의 여러 경로를 통해 뇌에 안전하다는 메시지가 전달되기 때문이다.피부에 부드러움을 느끼거나, 손을 잡거나, 마사지를 받거나, 꽉 안아서 압력을 느끼는 촉각은 뇌로 전달된다. 촉각에 반응하는 신경 섬유인 C섬유의 작용도 이 과정에 기여하는 원리 중 하나다. C섬유는 찌르거나 날카로운 자극에는 반응하지 않고, 오직 부드러운 자극에만 반응한다. 스킨십을 통한 촉각 자극이 뇌에 전달되면,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는 뇌 영역인 편도체의 활성 정도가 낮아진다. 그러면 긴장으로 높아진 심박수나 혈압이 다시 낮아져 평소 안정된 수준을 되찾는다.이러한 반응은 체내에서 옥시토신 분비도 증가시킨다. 옥시토신은 안정감과 신뢰감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어 ‘사랑 호르몬’ ‘포옹 호르몬’ 등으로 불린다. 이와 동시에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가 감소한다. 코르티솔이 과다 분비되면 긴장, 불안, 우울감을 느낄 수 있다. ● “나 지금 떨고 있니?”…포옹 후엔 어떻게 변할까부부, 연인 등 친밀한 관계의 따뜻한 스킨십은 이러한 효과가 가장 쉽고 빠르게 일어나도록 돕는다. 카렌 그로웬 미 노스캐롤라이나대 채플힐 캠퍼스 정신의학과 교수 연구진은 성인 183명을 대상으로 신체적 접촉이 몸의 스트레스 반응을 얼마나 낮춰줄 수 있는지 실험했다. 갑작스러운 스트레스를 유발하기 위해 연구진은 이들에게 3분 동안 다른 사람 앞에서 발표하는 과제를 줬다. 그리고 실험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눴다. 한 그룹은 발표 직전에 참가자의 실제 연인과 10분간 손을 잡고, 20초 동안 껴안고 있으라고 했다. 다른 그룹은 발표를 준비하면서 아무와도 접촉하지 않고 10분 20초 동안 혼자서 조용히 있도록 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이 발표하는 동안 몸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알기 위해 심박수와 혈압을 실시간으로 체크했다. 평소보다 심박수와 혈압이 올라갈수록 많이 긴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그 결과 발표 전 혼자 마음을 다스렸던 사람들보다 연인과 손잡고 포옹을 나눴던 사람들이 훨씬 덜 떠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인과 함께 있었던 사람들의 심박수와 혈압 증가율은 혼자 있었던 사람들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연인과 따뜻한 스킨십은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스트레스를 줄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르는 사람 손길도 위로가 될까?스킨십의 효과는 꼭 친밀한 관계에서만 나타날까. 물론 신생아의 경우 낯선 사람보다 부모의 손길이 닿아야 애착 관계가 돈독해지고 발달이 촉진된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있다. 신생아에겐 촉각뿐 아니라, 엄마 냄새 등 다른 요소도 안정감을 느끼는 데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인이라면, 꼭 애착이 있는 대상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인은 처음 보는 의료 전문가와 신체적으로 접촉했을 때도 스트레스와 긴장도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었다. 이러한 연구는 주로 의료계에서 수술을 앞둔 환자의 불안감을 낮춰주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진행됐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간호사 등 의료진이 해주는 단 5분간의 손 마사지로도 수술 직전 환자들의 긴장도가 크게 완화됐다. 국내 연구 가운데에도 백내장 수술과 같은 비교적 간단한 수술부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척추 수술 등 다양한 수술 직전에 실시한 손 마사지의 효과를 입증한 연구가 많이 있다. 이들 연구에서는 의료진이 환자에게 5분 이상 손 마사지를 해줬더니, 환자의 불안 정도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마사지를 받은 환자들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노르에피네프린, 에피네프린이 감소했고, 평소보다 증가했던 혈압과 심박수도 증가율도 완화됐다. 이는 불안, 스트레스, 피로도가 감소하고 마사지 받기 전보다 이완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지 손 마사지를 받아서 손이 시원해진 효과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극도로 긴장된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과 부드러운 접촉을 통해 “괜찮다”는 메시지가 뇌로 전달됐기 때문이다.● 느리고 부드러운 터치, 마음의 상처도 낫게 해따뜻한 스킨십은 마음의 상처도 치유하는 힘이 있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터치의 속도도 중요하다는 점이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 84명을 모집해 컴퓨터 공놀이 게임을 시켰다. 3인 1조가 되어 공을 서로 주고받는 간단한 게임이다. 참가자들에게는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2명도 실제 사람이라고 알려줬지만, 사실은 프로그래밍이 된 가짜 플레이어였다.첫 번째 게임은 3명이 서로 똑같은 횟수로 공을 주고받으며 사이좋게 마무리됐다. 두 번째 게임이 문제였다. 연구진은 사전에 게임 프로그램을 조작해 참가자들이 따돌림당하고 있는 것처럼 꾸몄다. 공이 30번 왔다 갔다 하는 동안 참가자들은 겨우 2번만 공을 패스받았다. 28번은 나머지 2명끼리만 공을 주고받도록 했다. 다른 사람에게 따돌림당한 것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한 실험적 장치였다.이렇게 왕따 상황을 겪게 한 이후 재미있는 조치가 취해졌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의 눈을 가리고, 부드러운 붓으로 팔을 70초간 쓰다듬었다. 참가자 절반은 1초당 3cm를 이동하는 느린 속도로, 나머지 절반은 1초당 18cm를 이동하는 빠른 속도로 쓰다듬는 느낌을 경험했다. 그런 뒤 참가자들이 왕따 경험으로 인해 얼마나 정서적으로 긴장하고 위축됐는지 검사했다. 그 결과 붓으로 느리게 쓰다듬은 그룹은 빠르게 쓰다듬은 그룹보다 따돌림으로 인한 심리적 타격감이 훨씬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쓰다듬는 속도에 따라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는 정도가 달랐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빠르게 쓰다듬는 것보다 느리고 부드럽게 느껴지는 촉각은 인간의 신경 생리학적 특성과 연관되어 다른 대상으로부터 심리적으로 위로받고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따뜻한 스킨십의 빈도도 중요하다. 어쩌다 한 번 1시간씩 안마해주는 것보다 하루에 몇 초라도 자주 안아주는 것이 훨씬 효과가 좋다. 독일 보훔루르대 의대 연구팀이 신체적 접촉과 정신적, 신체적 이점에 대한 전 세계 연구 212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접촉 시간을 한 번에 오래 하는 것보다 자주 하는 게 더 효과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자주 쓰다듬고 안아줄수록 우울, 불안, 통증 감소 효과가 높아졌다. 뇌신경과학 연구의 권위자인 폴 잭 미 클레어몬트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하루 8번 포옹을 권장한다. 이러한 결과를 종합하면 서로 토닥여주고 안아주기 어려웠던 지난 몇 년간의 팬데믹 기간에는 우울, 불안, 스트레스에 유독 취약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제는 마음껏 손잡고, 안아줄 수 있는 만큼 따뜻한 스킨십으로 서로에게 보다 큰 위로를 전해보는 것은 어떨까.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4-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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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가요? 못하겠는데요”… ‘월급 루팡’이 번아웃에 잘 빠지는 이유[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마음(心)속 깊은(深)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살면서 ‘도대체 이건 왜 이러지?’ ‘왜 마음이 마음대로 안 될까?’ 하고 생겨난 궁금증들을 메일(best@donga.com)로 알려주세요. 함께 고민해 보겠습니다.“저 번아웃(burnout·소진)인 것 같아요.”30대 직장인 강모 씨는 번아웃을 호소하는 후배 A의 말에 귀를 의심했다. 평소 다른 팀원에게 일을 미루고, 이 핑계 저 핑계로 일찍 퇴근하기 바빴던 그의 입에서 번아웃이라는 말이 나오다니. 오히려 그가 미룬 업무를 수습하기 위해 야근하는 강 씨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강 씨는 “근무 태도로 봐서는 ‘월급 루팡(일 안하고 월급 받아가는 저성과자)’ 같은데 왜 힘들다고 말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직장인이 번아웃을 겪는 이유는 대부분 근무 환경에 원인이 있다. 일이 너무 많거나, 상사나 고객에게 시달리거나, 노력에 비해 보수를 못 받는다고 느끼는 상황 등에서 큰 스트레스를 받고, 번아웃으로 이어지기 쉽다. 그런데 A는 좀 상황이 달라 보인다. 단지 일하기 싫어서 꼼수 부리는 것일까. 만약 진짜로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라면 꼭 그렇게만 볼 수 없다. 같은 상황에 처하더라도 이를 받아들이는 데 개인차가 있어서다.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성격은 세상을 바라보는 주관적인 틀을 결정하기에 같은 상황을 누군가는 잘 견뎌내지만, 누군가는 유독 힘들어할 수 있다. 비슷한 환경에서 일하는데도 ‘저 사람은 왜 저렇게 힘들어할까?’ ‘난 왜 이렇게 회사 일에 예민하지?’ 궁금했다면 성격 차이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고민해보자.● 베짱이가 개미보다 번아웃에 약하다?번아웃은 단순히 일에 지치는 수준 이상의 상태를 의미한다. 번아웃은 △더 이상 업무를 하지 못할 정도의 무기력, 좌절감을 느끼는 정서적 고갈 △업무와 동료들을 향한 냉소적 태도 △자신이 무능하다고 느끼는 성취감 저하 등 크게 3가지 갈래로 나타난다.과도하게 성실하고 완벽주의 성향이 있는 사람이어야 번아웃에 빠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항상 그런 것만은 아니다. 불성실하고 책임감 없는 사람도 번아웃에 빠진다. 번아웃과 성격의 관계를 살펴본 많은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베짱이 같은 사람이 개미처럼 성실한 사람보다 스트레스나 번아웃에 더 약하다.이스라엘 하이파대 심리학과 연구진은 어떤 성격이 번아웃에 더 잘 빠지는지 알아보기 위해 건강검진을 받으러 온 직장인 1105명을 연구했다. 연구진은 이들에게 성격 검사와 번아웃 검사를 실시했다. 성격의 장기적인 영향력을 살펴보기 위해 2년 뒤 같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똑같은 검사를 했다.검사 결과는 흥미로웠다. 성격 검사에서 성실성 영역 점수가 낮은 사람, 즉 불성실한 사람들은 두 차례 검사 모두 번아웃 점수가 높았다. 성실성은 매사에 준비성이 있고, 사소한 일도 바로바로 처리하고, 사용한 물건을 잘 정리하고, 정해진 일정을 잘 지키며 맡은 일을 꼼꼼하게 처리하는 특성을 의미한다.연구진은 성실성이 부족한 사람은 책임감이나 인내심이 부족하며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해 업무를 버거워한다고 설명했다. 업무를 미뤄서 마감을 지키지 못하거나, 자신이 감당하기 어렵다 느끼면 남에게 떠밀기도 한다. 신강현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불성실한 직원은 일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기 때문에 높은 경제적 보상이나 동료의 지지를 받기도 어렵다”며 “그러면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더 크게 느끼고 번아웃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반면 책임감과 인내심이 강하고 시간을 잘 활용해 주어진 목표를 잘 이뤄내는 특성을 보인 사람들은 두 차례 모두 번아웃 점수가 낮게 나타났다. 하이파대 연구진은 “성실한 사람은 일을 잘 끝맺고 이를 통해 성취감을 자주 느낄 수 있어 업무 스트레스가 완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번아웃 증상은?직장에서 정서적으로 지쳐 있다고 느낀다완전히 지쳐서 퇴근한다출근할 생각만 하면 피곤하다일할 때 온종일 긴장된다맡은 일에 소극적이다내 일이 중요하지 않게 느껴진다업무에 문제가 생기면 잘 해결할 수 없을 것 같다직장에 별로 기여하지 못하는 것 같다일을 잘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무언가 성취해도 기쁘지 않다자료: 직무 소진 척도(MBI-GS)● 불성실한 학생, 공부에 더 질려직장에서만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성실성이 부족한 학생도 번아웃을 겪을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공부 때문에 겪는 번아웃을 뜻하는 학업 소진(消盡)은 불성실한 학생일수록 빠지기 쉽다.학업 소진도 직장에서 겪는 번아웃과 증상이 비슷하다. 학업 소진에 빠진 학생은 △아침에 학교 갈 생각에 괴로워하고 △공부, 수업에 큰 스트레스를 느끼며 △공부가 과연 미래에 도움이 될지 회의적인 생각을 하고 △몸과 마음이 완전히 지쳐 집으로 돌아온다.이상민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연구진이 중학생 447명을 대상으로 성격과 학업 소진의 관계를 살펴본 연구에 따르면 성실성 점수가 낮은 학생이 학업 소진을 겪을 확률이 높았다. 불성실한 직원이 직장에서 번아웃을 겪는 것과 비슷하다.연구진은 성실한 학생은 스스로 공부 계획을 세워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고, 성취욕이 커서 스트레스를 잘 이겨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불성실한 학생은 계획성, 성취욕, 적응력 등이 부족해 공부에 더 큰 부담을 느끼기 쉽다. 그러다 보니 자기 주도적 학습을 어려워하고 공부 압박을 심하게 받았다. 이때 교사나 부모가 시켜 억지로 책상에 앉아 있으면 공부 자체에 질려 학업 소진을 겪는다는 것이다.● 타인에게 따뜻하면, 스트레스에도 강하다타인에게 얼마나 친절하고 따뜻한 성격인지에 따라서도 스트레스 감당 능력이 다르다. 이탈리아 로마 룸사대 연구진이 번아웃과 성격에 관한 세계 연구 83건을 비교 분석한 결과 이타심, 사교성, 공감 능력 같은 친화성이 부족한 사람은 번아웃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83개 연구 대상은 모두 3만6627명으로 교사, 간호사, 의사, 경찰, 일반 사무직 등 다양한 직군이 포함됐다.이 연구에 따르면 친화적 성격을 가진 사람은 갈등이 있어도 원만히 잘 해결하고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내 번아웃에 빠질 가능성이 작았다. 이들은 다른 사람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지 않으며 편안하게 대해 주고, 감정에 잘 공감하며 기꺼이 자기 시간을 내주고 다정하게 행동하는 특징이 있다. 반면 친화성이 부족한 사람은 번아웃에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연구진은 이 두 부류 성격의 핵심적 차이는 관대함과 여유로움에 있다고 봤다. 다른 사람에게 따뜻하고 부드러운 사람은 평소 삶을 대하는 태도가 관대해서 스트레스가 와도 비교적 여유롭게 극복할 수 있다. 반면 다른 사람에게 ‘까칠한’ 사람은 상황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빡빡하고 관대함이 부족해 스트레스를 이겨낼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이들이 쉽게 지치는 또 다른 이유는 직장 동료들과 잘 지내지 못하니 ‘내 편’이 없어서일 수 있다. 동료애나 소속감은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이다. 평소 동료들에게 쌀쌀맞거나 무관심한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직장에서 마음 둘 곳이 없어 심리적 어려움을 더 겪을 수 있다.주의할 점은 뭐든 지나치면 독이 될 수 있다는 것. 일부 연구에서는 친화성이 지나치게 높은 사람도 번아웃에 잘 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감 능력과 배려심이 과도해 다른 사람의 업무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서다. 자기 능력 이상으로 남을 배려하다가 정작 스스로 지칠 수 있다는 의미다(지난 기사 참고: ).● ‘유리 멘털’과 완벽주의가 만나면…성실성과 친화성이 번아웃에 미치는 결과는 양날의 검 같다고 할 수 있다. 적절히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직장 생활에 도움이 되지만 과하거나 부족할 때 문제가 된다.번아웃에 한결같이 악영향을 미치는 성격 요인도 있다. 미국 라이트주립대 심리학과 연구진이 성격과 번아웃에 관한 31개 연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정서적 안정성이 부족한 사람은 번아웃에 잘 빠졌다.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사람은 걱정이 많고 감정 기복이 크며, 쉽게 우울해하며 짜증을 잘 내고, 죄책감이나 좌절감을 남들보다 자주 강하게 느끼는 특성이 있다. 한마디로 일희일비하는 성격이다.이들은 같은 상황에서 남보다 더 크게 심리적으로 동요한다. 예민할수록 정서적 에너지를 많이 소모해 더 피곤하고 열심히 하는 것에 비해 성취감도 떨어져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번아웃으로 연결되기 쉽다. 여기에 완벽주의 성향까지 더해지면 상황은 악화된다. 물론 완벽주의가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앞서 소개한 성실한 성격의 사람들은 탁월한 능력을 기르기 위해 자발적으로 추구하는 완벽주의 성향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높은 성취욕구와도 맞닿아 있다. 반면, 매사에 불안하고 우울함을 잘 느끼는 사람들은 성과를 못 냈을 때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하고 지나치게 불안해하는 차원에서 완벽주의를 추구하기 쉽다. 스스로 탁월해지기 위한 완벽주의가 아닌, 남의 시선을 의식해 실패를 두려워하는 완벽주의는 자신에게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지난 기사 참고: ).이런 특성은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까. 성격 자체를 바꾸긴 어렵지만, 환경을 변화시켜 성격이 스트레스에 미치는 영향력을 완화할 수 있다. 신 교수는 “조직 구성원 간 갈등이나 직무가 자주 변해 안정감을 해치는 것같이 불안을 유발하는 요소를 조직 차원에서 관리한다면 직원들이 업무 외에 쏟아야 하는 심리적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무의미한 행정업무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도 쓸데없는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신 교수는 “개인 차원에서는 자신의 어떤 성격 특성 때문에 회사 일을 힘들어하는지 아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에 대처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4-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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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짱이가 개미보다 ‘번아웃’ 되기 쉽다고?[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30대 직장인 강모 씨는 같은 팀 후배 A 때문에 스트레스가 크다. A는 다른 팀원에게 도와 달라며 자기 일을 은근슬쩍 떠넘기기 도사다. 남몰래 퇴근해 버려 강 씨가 일을 수습하느라 야근한 적도 있다. 하지만 A는 종종 “퇴사하고 싶다” “번아웃(burnout)이 온 것 같다”고 말한다. 강 씨는 “근무 태도로 봐서는 ‘월급 루팡’ 같은데 왜 힘들다고 말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A는 왜 이렇게 힘들어하는 걸까. 번아웃을 겪는 데는 과다한 업무, 상사나 고객의 괴롭힘, 적은 보수같이 다양한 환경적 원인이 작용한다. 그런데 같은 상황에 처하더라도 이를 받아들이는 데 개인차가 있다. 성격이 달라서다. 성격은 세상을 바라보는 주관적인 틀을 결정하기에 같은 상황을 누군가는 잘 견뎌내지만, 누군가는 유독 힘들어할 수 있다. 비슷한 환경에서 일하는데도 ‘난 왜 이렇게 회사 일에 예민하지?’ ‘저 사람은 왜 저렇게 힘들어할까?’ 궁금했다면 성격 차이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볼 수 있다.● ‘월급 루팡’이 웬 번아웃? 과도하게 성실하고 완벽주의 성향이 있는 사람은 번아웃에 빠지기 쉽지만 항상 그런 것만은 아니다. 불성실하고 책임감 없는 사람도 번아웃에 빠진다. 번아웃과 성격의 관계를 살펴본 많은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베짱이 같은 사람이 개미처럼 성실한 사람보다 스트레스나 번아웃에 더 약하다. 이스라엘 하이파대 심리학과 연구진은 어떤 성격이 번아웃에 더 잘 빠지는지 알아보기 위해 건강검진 받으러 온 직장인 1105명을 연구했다. 연구진은 이들에게 성격 검사와 번아웃 검사를 실시했다. 성격의 장기적인 영향력을 살펴보기 위해 2년 뒤 같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똑같은 검사를 했다. 검사 결과는 흥미로웠다. 성격 검사에서 성실성 영역 점수가 낮은 사람, 즉 불성실한 사람들은 두 차례 검사 모두 번아웃 점수가 높았다. 성실성은 매사에 준비성이 있고, 사소한 일도 바로바로 처리하고, 사용한 물건을 잘 정리하고, 정해진 일정을 잘 지키며 맡은 일을 꼼꼼하게 처리하는 특성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성실성이 부족한 사람은 책임감이나 인내심이 부족하며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해 업무를 버거워한다고 설명했다. 업무를 미뤄서 마감을 지키지 못하거나, 자신이 감당하기 어렵다 느끼면 남에게 떠밀기도 한다. 신강현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불성실한 직원은 일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기 때문에 높은 경제적 보상이나 동료의 지지를 받기도 어렵다”며 “그러면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더 크게 느끼고 번아웃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책임감과 인내심이 강하고 시간을 잘 활용해 주어진 목표를 잘 이뤄내는 특성을 보인 사람들은 두 차례 모두 번아웃 점수가 낮게 나타났다. 하이파대 연구진은 “성실한 사람은 일을 잘 끝맺고 이를 통해 성취감을 자주 느낄 수 있어 업무 스트레스가 완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불성실한 학생일수록 공부에 더 치여 직장에서만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성실성이 부족한 학생도 번아웃을 겪을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공부 때문에 겪는 번아웃을 뜻하는 학업 소진(消盡)은 불성실한 학생일수록 빠지기 쉽다. 이상민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연구진이 중학생 447명을 대상으로 성격과 학업 소진의 관계를 살펴본 연구에 따르면 성실성 점수가 낮은 학생이 학업 소진을 겪을 확률이 높았다. 불성실한 직원이 직장에서 번아웃을 겪는 것과 비슷하다. 연구진은 성실한 학생은 스스로 공부 계획을 세워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고, 성취욕이 커서 스트레스를 잘 이겨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불성실한 학생은 계획성, 성취욕, 적응력 등이 부족해 공부에 더 큰 부담을 느끼기 쉽다. 그러다 보니 자기 주도적 학습을 어려워하고 공부 압박을 심하게 받았다. 이때 교사나 부모가 시켜 억지로 책상에 앉아 있으면 공부 자체에 질려 학업 소진을 겪는다는 것이다.● 까칠할수록 스트레스에 취약 타인에게 얼마나 친절하고 따뜻한 성격인지에 따라서도 스트레스 감당 능력이 다르다. 이탈리아 로마 룸사대 연구진이 번아웃과 성격에 관한 세계 연구 83건을 비교 분석한 결과 이타심, 사교성, 공감 능력 같은 친화성이 부족한 사람은 번아웃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83개 연구 대상은 모두 3만6627명으로 교사, 간호사, 의사, 경찰, 일반 사무직 등 다양한 직군이 포함됐다. 이 연구에 따르면 친화적 성격을 가진 사람은 갈등이 있어도 원만히 잘 해결하고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내 번아웃에 빠질 가능성이 작았다. 이들은 다른 사람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지 않으며 편안하게 대해 주고, 감정에 잘 공감하며 기꺼이 자기 시간을 내주고 다정하게 행동하는 특징이 있다. 반면 친화성이 부족한 사람은 번아웃에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이 두 부류 성격의 핵심적 차이는 관대함과 여유로움에 있다고 봤다. 다른 사람에게 따뜻하고 부드러운 사람은 평소 삶을 대하는 태도가 관대해서 스트레스가 와도 비교적 여유롭게 극복할 수 있다. 반면 다른 사람에게 ‘까칠한’ 사람은 상황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빡빡하고 관대함이 부족해 스트레스를 이겨낼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들이 쉽게 지치는 또 다른 이유는 직장 동료들과 잘 지내지 못하니 ‘내 편’이 없어서일 수 있다. 동료애나 소속감은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이다. 평소 동료들에게 쌀쌀맞거나 무관심한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직장에서 마음 둘 곳이 없어 심리적 어려움을 더 겪을 수 있다. 주의할 점은 뭐든 지나치면 독이 될 수 있다는 것. 일부 연구에서는 친화성이 지나치게 높은 사람도 번아웃에 잘 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감 능력과 배려심이 과도해 다른 사람의 업무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서다. 자기 능력 이상으로 남을 배려하다가 정작 스스로 지칠 수 있다는 의미다.● 일희일비하다 지치는 ‘유리 멘털’ 성실성과 친화성이 번아웃에 미치는 결과는 양날의 검 같다고 할 수 있다. 적절히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직장 생활에 도움이 되지만 과하거나 부족할 때 문제가 된다. 번아웃에 한결같이 악영향을 미치는 성격 요인도 있다. 미국 라이트주립대 심리학과 연구진이 성격과 번아웃에 관한 31개 연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정서적 안정성이 부족한 사람은 번아웃에 잘 빠졌다.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사람은 걱정이 많고 감정 기복이 크며, 쉽게 우울해하며 짜증을 잘 내고, 죄책감이나 좌절감을 남들보다 자주 강하게 느끼는 특성이 있다. 한마디로 일희일비하는 성격이다. 이들은 같은 상황에서 남보다 더 크게 심리적으로 동요한다. 예민할수록 정서적 에너지를 많이 소모해 더 피곤하고 열심히 하는 것에 비해 성취감도 떨어져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번아웃으로 연결되기 쉽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완벽주의 성향까지 더해지면 상황은 악화된다. 성과를 못 냈을 때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하고 지나치게 불안해한다. 이런 특성은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까. 성격 자체를 바꾸긴 어렵지만 환경을 변화시켜 성격이 스트레스에 미치는 영향력을 완화할 수 있다. 신 교수는 “조직 구성원 간 갈등이나 직무가 자주 변해 안정감을 해치는 것 같이 불안을 유발하는 요소를 조직 차원에서 관리한다면 직원들이 업무 외에 쏟아야 하는 심리적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무의미한 행정업무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도 쓸데없는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신 교수는 “개인 차원에서는 자신의 어떤 성격 특성 때문에 회사 일을 힘들어하는지 아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에 대처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4-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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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증권 비대면 중개형 ISA 행사… 100만원 이상 순입금 고객에 경품

    삼성증권은 비대면 중개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보유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경품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31일까지 진행한다고 21일 밝혔다. 이벤트 기간 비대면 중개형 ISA에 100만 원 이상 순입금한 고객에게 5000원 상당의 이마트 상품권 또는 GS칼텍스 상품권을 증정한다. 순입금한 금액은 다음 달 28일까지 출금하면 안 된다. 계좌에 100만 원 이상 순입금한 뒤 온라인으로 100만 원 이상 상품을 매수한 고객에게는 추첨을 통해 경품을 지급한다. 대상 상품은 국내 주식, 상장지수펀드(ETF), 채권(PR 포함), 파생결합증권, 펀드 등이다. 삼성 갤럭시 S24+(256GB), 갤럭시탭 S9 FE Wi-fi(128GB), 리모와 캐리어(36L)를 각 1명에게 경품으로 제공한다. 이번 이벤트에 참여하려면 삼성증권 홈페이지 또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엠팝(mPOP)에서 신청하면 된다. 삼성증권은 중개형 ISA 개설 축하 이벤트로 ‘중개형 ISA 국내 주식 수수료 평생 혜택 이벤트’도 하고 있다. 올해 삼성증권 중개형 ISA를 개설하면 국내 주식 온라인 위탁 거래 수수료를 할인해 준다. 수수료는 평생 주식 0.0036396%, ETF와 ETN 0.0042087%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4-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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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구 많으면 외롭지 않을까? 혼자 노는 ‘내면의 힘’ 있어야[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고독의 즐거움[2]마음(心)속 깊은(深)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살면서 ‘도대체 이건 왜 이러지?’ ‘왜 마음이 마음대로 안 될까?’ 하고 생겨난 궁금증들을 메일(best@donga.com)로 알려주세요. 함께 고민해 보겠습니다.“가끔은 혼자가 좋아.”어린이책 ‘가끔은 혼자가 좋아’에서는 혼자 자전거를 타고, 바닷가를 산책하고, 낙엽을 밟고, 독서할 때 찾아오는 평안함을 이야기한다. 물론 이따금 친구와 같이 보내는 시간에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는 것도 함께 전달한다. 궁극적으로 인생은 ‘혼자’와 ‘함께’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그런데 우리는 은연중에 혼자 보내는 시간은 외롭다는 부정적인 느낌을 연상한다. 사교적이고, 친구가 많으면 좋은 성격이고, 조용하고 친구가 많지 않으면 뭔가 아쉬운 성격으로 여길 때도 있다. ‘혼자’와 ‘함께’ 사이에서 유독 누군가와 함께하는 시간에만 많은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은 아닐까.물론 개인에 따라 혼자 있는 시간에 휴식, 자유 같은 긍정적 느낌부터 지루함, 우울까지 다양한 감정의 스펙트럼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런데 우울하고, 불안한 ‘나쁜 고독’의 해로움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졌지만, 휴식과 자유, 창의성이 증가하는 ‘좋은 고독’의 이로움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다. 지난주 기사()에 이어 ‘좋은 고독’을 누리는 사람들이 가진 내면의 힘에 대해 알아보자.● 친구 수와 외로움은 반비례? 친구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은 사람은 혼자 있을 때 외로움을 덜 느낄까. 물론 어느 정도 영향이 있겠지만, 연구에 따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친구가 별로 없다고 외로움을 많이 타는 것도 아니고, 친구가 많다고 안 외로운 것이 아니다. 오히려 ‘좋은 고독’을 즐길 수 있는 힘은 친구의 숫자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다른 곳에 있었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심리학과 연구팀은 어떤 사람이 혼자 있는 시간을 잘 즐길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성인 150명을 대상으로 연구했다. 이들에게 하루 3번씩 스마트기기 알람을 울려 당시 누구와 무엇을 하는지, 지금 진짜로 하고 싶은 건 무엇인지, 기분이 어떤지 등을 기록하게 했다. 연구팀은 특히 혼자 있는 시간에 무엇을 했는지, 기분이 어땠는지 등에 주목했다. 그리고 이들의 친구나 지인의 수(규모)와 이들과의 관계의 좋고 나쁨 정도, 사회적 지위 등을 추가로 조사했다.안타깝게도 150명 중 절반은 혼자 있을 때 늘 ‘나쁜 고독’을 경험했다. 25% 정도만 늘 ‘좋은 고독’을 경험했다. 나머지 25%는 때에 따라 나쁜 고독과 좋은 고독을 번갈아 경험했다. 연구팀은 혼자 있는 시간을 잘 보내며 ‘좋은 고독’을 경험하는 25%의 특징을 분석해 봤다. 놀랍게도 친구, 지인의 수나 이들과의 관계의 좋고 나쁨은 ‘좋은 고독’을 경험하는 것과 큰 관계가 없었다. 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낮은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즉, 사이좋은 친구가 많건, 적건, 사회적 지위가 높건, 낮건 간에 혼자 있을 때 외로워할 사람은 외로워했다는 의미다.● “나는 사회성 떨어지는 사람” 인식 버려야혼자 있는 시간을 잘 보내는 사람들의 심리적 공통점은 높은 ‘사회적 자기효능감’에 있었다. 쉽게 말하면, ‘나는 좋은 대인관계를 맺을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느끼는 주관적인 인식이다. 이때 ‘괜찮은 대인관계’란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므로, 친구의 숫자나 친함 정도 등은 저마다 다를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아주 소수의 친구나 지인만 알고 지내도 충분하다고 여길 수 있고, 어떤 사람은 친구가 많아도 자신의 대인관계 능력을 못마땅해할 수 있다. 결국 외로움을 느끼는 이유는 외부에 있는 게 아니라, 내부에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사회성이 떨어지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기 힘들어한다. 대인관계 능력이 부족하기에 만날 사람이 없어서 혼자 있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괴로워져서다. 그래서 이들은 혼자 있을 때 의기소침해지고, 우울, 불안감을 느끼는 특징이 있다. 연구팀은 “자신의 대인관계 능력에 대해 얼마나 자신감이 있느냐에 따라 혼자 있는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는지 여부가 달려있다”고 했다.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혼자 있는 시간에 자기반성을 많이 하는 사람도 고독을 즐기지 못했다. 생각을 곱씹으며 후회하고 잘못된 일에 대해 자기 탓을 하다 보면 불쾌해지기 쉬워서다.● 외향적인 사람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 없을까?주로 내향적인 사람들이 혼자 있는 시간을 선호하는 것은 사실이다.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받는 피로와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는 한계점이 외향적인 사람들에 비해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국 레딩대 심리학과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외향적인 사람들도 이와 같은 이유로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자발적으로 고독을 즐기는 성인(19~80세) 60명을 1년 4개월에 걸쳐 심층 인터뷰했다. 이들이 인터뷰에서 자신의 성격 특성에 대해 가장 많이 언급한 내용은 내향성이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혼자 있는 시간에 에너지를 회복해서 다른 사람들과 보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들 중에 외향적인 사람들도 똑같은 이유로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평소 활발한 사회생활을 유지하려면 혼자 재충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즉, 성격이 내향적이든, 외향적이든 혼자서 충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외향적인 사람이 자발적 고독을 택했을 때 이 시간에 훨씬 더 만족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또 단순히 외향성, 내향성과 관계없이 혼자 있고 싶은 욕구가 얼마나 되는지에 따라 혼자 있는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는지가 갈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 웨이크포레스트대 심리학과 연구팀에 따르면, 외향성이나 사교성이 높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혼자 있고 싶은 욕구가 강하면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성격과 관계없이 혼자 있을 때 발휘할 수 있는 창의력이나 통찰력을 얻기 위해 혼자서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는 욕구가 강했다.● 나는 혼자 있을 수 있는 사람인가앞서 지난주 기사에서는 고독을 즐기는 핵심에는 자발성이 있다고 했다. 자발적으로 혼자 있기로 결심한 다음엔 혼자 있는 시간을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중요하다. 이 시간을 나를 위한 헌신, 관리, 회복, 자유의 시간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필요하다. 앞서 소개한 영국 레딩대 연구팀의 연구 참여자 중 일부는 혼자 지내는 시간을 ‘사치’ ‘특권’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자주 반복되면 외로움과 함께 “난 왜 매번 혼자 놀까?” 하는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올지 모른다. 외로움은 내가 원하는 만큼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지 못할 때 느끼는 감정이다. 혼자 있는 시간에 우울하거나 불안하다면, 우선 내가 자발적으로 혼자 있는 상황인지, 혼자 있을 수 있는 내면의 힘이 있는 상태인지 돌아봐야 한다. 내면의 힘은 사회적 자기효능감 외에도 어렸을 때부터 쌓인 고독의 경험에 의해서도 좌우될 수 있다. 어린 시절 혼자 보내는 시간에 블록 쌓기, 그림그리기 등에 고도로 집중하며 재미있게 보낸 경험이 있다거나, 청소년기 이후 혼자 여행을 떠나 자립심을 배운 경험 등이 도움이 된다. 혼자 있어도 재미있고, 행복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학습을 통해 주어진 상황에 잘 적응하고, 낙천적으로 보는 힘이 생겨서다.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고독을 보내는 시간에도 골디락스(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이상적인 상황)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혼자 있는 것이 괜찮다고 느껴지는 적정시간은 사람마다 전부 다르다. 누군가는 잠깐만 혼자 있어도 금방 우울해지고, 누군가는 종일 혼자 있어도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적어도, 너무 많아도 불만족의 원인이 된다. 그래서 나에게 맞는 최적의 ‘고독 시간’을 찾아야 한다. ‘혼자’와 ‘함께’ 사이에서 나만의 균형을 찾을 때, 혼자 있는 시간을 오롯이 나를 위해 보낼 수 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4-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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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구 없어도 행복한 사람들의 특징? “자발적 고독을 추구하는 중입니다”[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마음(心)속 깊은(深)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살면서 ‘도대체 이건 왜 이러지?’ ‘왜 마음이 마음대로 안 될까?’ 하고 생겨난 궁금증들을 메일(best@donga.com)로 알려주세요. 함께 고민해 보겠습니다.“고독은 용기를 잃게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위해 필요한 활동을 창조하게 만드는 힘을 주지.”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절친한 화가였던 안톤 반 라파르트에게 보낸 편지에 이렇게 썼다. 그는 때때로 지독한 외로움과 싸우기도 했지만, 고독을 예술의 자양분으로 삼았다. 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아를의 침실’은 화려한 색채 구사에도 불구하고, 텅 빈 방의 공허함을 전달한다. 이 외에도 그의 그림에는 ‘시인의 정원’ ‘구름 낀 하늘 아래 밀밭 풍경’ 등 아무도 없는 자연에서 고독함을 드러내는 작품이 유독 많다.고흐는 고독함에 꺾이지 않는다고 했지만, 사실 많은 경우에는 혼자 있을 때 의기소침하고 위축되기 쉽다. ‘혼밥(혼자 밥 먹기)’ ‘혼술(혼자 술 마시기)’이 일상이 됐다 하더라도, 혼자 있는 시간이 반복되면 문득 “난 왜 친구가 없을까?” “인생을 잘 못 살았나”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 같은 회의적인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고독사’ 같은 단어는 고독을 더 쓸쓸하고 처절하게 느껴지게 만든다.하지만 반드시 ‘인싸(인사이더)’라서 행복한 것도 아니고, ‘아싸(아웃사이더)’라고 덜 행복한 것도 아니다. 아무도 없이 혼자 있는 시간 속에서도 평안과 휴식, 자유, 창의성을 느끼면서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그렇다고 혼자있는 시간을 즐기며 살 수 있는 능력이 아무에게나 있는 것은 아니다. 고독을 즐기며 사는 사람들은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걸까. ● 고독이란, 나 자신과 함께 있는 상태그동안 많은 연구에서는 친구가 많고, 대인관계가 활발한 사람이 정신적으로 건강하다고 봐왔다. 탄탄한 사회적 지지가 있으면 정서적 어려움에서 비교적 쉽게 회복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외로움은 하루에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과 같이 해롭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외로움, 우울, 불안을 동반하는 ‘나쁜 고독’ 말고, 휴식과 이완을 주는 ‘좋은 고독’에 대한 연구가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혼자 있는 시간이 심리적으로 여러 이점을 가져다준다는 것이 핵심이다. 고독에 관한 연구가 새롭게 주목받는 것은 1인 가구가 늘고, 평균 수명이 올라가면서 다양한 연령대에서 홀로 있는 시간이 점차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고독이 불가피한 현대인들이 혼자 보내는 시간을 잘 활용하고자 하는 욕구가 그만큼 높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물론 혼자 있는 시간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고독은 득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고독한 시간을 즐기려면 고독이란 ‘아무와도 함께 있지 않은 단절된 상태’에서 ‘나 자신과 함께 있는 상태’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단절된 느낌은 우울감이나 고립감을 유발해 혼자 있는 시간을 편안하게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고독의 기술’혼자 있을 때 편안함을 느끼는 비결이 있을까. 영국 레딩대 심리학과 연구팀은 사람들이 혼자 있는 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뭘 할 때 만족하는지 알아봤다. 연구팀은 청소년부터 노년층까지 2035명을 대상으로 혼자 있는 시간에 새롭게 알게 된 것, 좋거나 나빴던 것, 쉬웠거나 어려웠던 것에 대해 기록하도록 했다. 또 자발적으로 혼자 있었는지, 외로움이나 평안함을 어느 수준으로 느꼈는지도 함께 기록했다. 이 중에서 유독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은 몇 가지 공통적 특징을 보였다. 우선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은 시간을 알차게 보냈다. 이들은 혼자 있을 때 요리, 그림 그리기, 공예, 외국어 공부, 운동, 악기 연주, 독서, 온라인 강좌 듣기, 음악 듣기 등 다양한 취미활동을 했다. 또 혼자 있을 때 자신을 돌보는 행동을 했다. 몸에 좋은 음식을 만들어 먹거나, 명상을 하는 식이다. 그러면서 삶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생각을 정리하고, 미래를 계획하는 등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땐 하지 못하는 것을 했다.혼자서 자연과 교감하며 기쁨을 느끼는 경우도 많았다. 정원을 가꾸거나, 공원을 산책하고, 등산하면서 잡념을 떨쳤다. 특히 노인들은 자연에 혼자 있을 때 가장 편안하고 덜 외로운 기분을 느낀다고 했다. 이와 반대로 혼자있는 시간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우울, 불안, 지루함을 호소했다. 이들은 잠을 너무 많이 자서 아예 생활 리듬이 깨지거나, 잠에서 깨도 침대에서 멍하니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뭘 해야 할지 도통 갈피를 잡지 못했고, 혼자 있는 동안 불행하다고 느꼈다. ●고독을 즐기는 사람들의 특징(혼자 시간을 보내면…)·재충전할 수 있다.·창의력에 도움이 된다.·고요함을 즐길 수 있다.·나의 내면과 접촉할 수 있다.·나의 솔직한 감정에 머무를 수 있다.·내가 정말로 흥미 있는 활동에 집중할 수 있다.·내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아는 데 도움이 된다. 출처: 단축형 고독 동기 척도(MSS-SF)● 혼자 있을 땐 더 격렬하게 혼자 있기또 다른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미국 미들베리 칼리지 심리학과 연구팀은 혼자 잘 지내는 사람들의 특징을 연구하기 위해 혼자 놀기 고수들을 모집해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인터뷰에 참여한 이들은 가족, 직장,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건강한 30~60대 성인들로, 업무시간 외에 일주일에 평균 30시간 이상을 혼자 보냈다.일단 이들은 고독이란 ‘혼자 있는 즐거운 상태’로 정의하며, 이를 선물, 풍요, 평화, 영양공급 등으로 묘사했다. 또 혼자 있는 시간을 지루해하지 않았고, 의식의 흐름대로 하고 싶은 대로 행동했다. 책을 읽거나, 목욕하거나, 식물을 가꾸는 등 소소한 휴식을 취하면서 하고 싶은 일에 집중했고, 이들은 이때 충전되는 느낌을 받는다고 답했다.그리고 이들은 혼자 있는 시간을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기회로 활용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궁금해하는지, 뭘 싫어하는지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으로 삼았다. 때로는 외로움, 슬픔, 절망 등을 느낄 때도 있었지만, 이들은 혼자서 고요히 감정을 다스릴 수 있다고 답했다. 특히 앞서 연구에서처럼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 기분이 나아졌다고 한 이들이 많았다. ● 즐거운 고독의 핵심은 자발성가장 중요한 핵심은 이들이 자발적인 고독을 추구한다는 점이었다. 어쩔 수 없이 혼자 있는 게 아니라, 자유를 즐기기 위해 자발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을 택했다. 이 시간에 자신이 무엇을 해야 더 기쁜지 알아가려고 했고, 긴장을 풀고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했다. 그래서 이들은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을 혼자 있는 시간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또 이들은 혼자 있을 때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도 멀리했다. 자신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삶과 비교하기 시작하면 외로움이나 불안감이 올라올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 참여자들은 “충분히 혼자 시간을 보내고 난 뒤엔 오히려 주변 사람들과 더 행복한 마음으로 어울릴 수 있었다”고 했다.혼자 있는 것보다 친구, 지인들과 약속이 많고 사교적인 게 더 좋다고 여기는 편견도 내려놓아야 한다. 대인관계 기술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혼자 있을 수 있는 마음의 힘이 있기에 혼자 있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연구팀은 “혼자 있고 싶을 때 억지로 사교적인 자리에 나가서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고, 기꺼이 혼자 있도록 용기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다음 주 기사 ‘고독의 즐거움[2]’에서는 △“나는 사회성 부족한 사람” 인식 버리기 △외향적인 사람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친구의 숫자가 많으면 외롭지 않을까? 등의 내용을 소개할 예정입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4-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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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배 한번 만져볼래?” ‘댕댕이’ 안으면 묘하게 힐링 되는 과학적 이유[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마음(心)속 깊은(深)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살면서 ‘도대체 이건 왜 이러지?’ ‘왜 마음이 마음대로 안 될까?’ 하고 생겨난 궁금증들을 메일(best@donga.com)로 알려주세요. 함께 고민해 보겠습니다.“내 꿈은 심리 치료견이야. 사람들이 우울할 때 내 배를 쓰다듬으면 기분이 좋아지거든.”지난해 개봉한 애니메이션 ‘장화 신은 고양이: 끝내주는 모험’에 등장하는 강아지 캐릭터 페로는 누군가가 우울해할 때 다짜고짜 자신의 볼록 나온 배를 들이민다. 보드랍고 따뜻한 배를 만지면서 기분이 나아지도록 돕고 싶어서다. 정작 페로는 주인이 돌과 함께 양말에 넣어 강물에 버리는 바람에 죽다 살아나 남의 집 현관에 얹혀사는 신세다. 그런데도 커다랗고 천진난만한 눈망울을 반짝이며 무한 긍정 에너지를 내뿜는다. 주인공 장화 신은 고양이 푸스도 두려움에 압도된 순간 페로의 보드라운 털의 온기로 위기를 넘긴다.반려견을 키워본 사람이라면 개가 주는 위로의 힘에 어느 정도 공감할지 모른다. 반려견을 키워본 적 없더라도 잠깐이라도 털을 만지고 교감한 이후 묘하게 힐링 되는 듯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을지 모른다. 때로는 강아지의 귀여운 표정이나 명랑한 몸놀림을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아지기도 한다.실제로 인간이 개와 교감할 때 우리 몸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다는 증거가 속속 발견되고 있다. 불안이나 우울감을 낮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술 후 빠른 회복을 돕기도 한다. 개가 인간에게 주는 치유 효과에 대해 알아보자.● 개와 있을 땐 명상할 때 나오는 뇌파가?인간이 개와 함께한 세월은 약 3만 년으로 추정되지만 둘 사이에 일어나는 교감에 관한 과학적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다. 고양이나 말, 새 같은 다른 동물과 인간의 교감에 관한 연구도 마찬가지다. 최근 몇 년 사이 개와 시간을 함께 보낼 때 실시간으로 우리 몸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밝혀내는 연구가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건국대 바이오힐링융합학과 연구팀은 올 3월에 이와 관련한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게재했다. 연구팀은 뇌파 검사(EEG) 장치를 통해 개와 교감할 때 인간 뇌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알아봤다. 실험에는 동물 알레르기나 공포증이 없는 성인 30명과 스탠다드푸들 ‘아로’가 참여했다. 실험 참가자들이 개와 함께 놀아 주기, 셀카 찍기, 쓰다듬기, 빗질하기, 먹이 주기, 포옹, 산책을 비롯해 다양한 활동을 하는 동안 머리에 착용한 뇌파 측정 장치를 통해 뇌 활동 변화를 살펴봤다.그 결과 개와 놀아 주거나 산책할 때 뇌의 알파파가 증가했다. 알파파는 휴식을 취하거나 정서적 안정 상태에 있을 때 발생한다. 깊은 명상에 들어간 상태에서도 나타난다. 이는 개와 교감하는 동안 신체가 이완되고 스트레스가 감소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또 개를 쓰다듬거나, 빗질하거나, 놀아 줄 때는 뇌의 베타파가 높게 증가했다. 베타파는 집중력이 올라갈 때 나타난다. 개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 인지적 판단 능력이나 창의력, 학습 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실험 참가자들은 개와 시간을 보내고 난 뒤 주관적으로 느끼는 스트레스나 피로, 우울한 기분 등이 나아졌다고 보고했다. 연구를 주도한 유온유 연구원은 “개와 함께하는 활동은 뇌를 촉진해 더 강한 이완과 정서적 안정을 느끼게 해줄 뿐 아니라 집중력과 창의성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연구 결과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스위스 바젤대 심리학과 연구팀의 실험 결과도 이와 비슷하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개와 교감하는 동안 인간 뇌에서 일어나는 활동을 기록했다. 개를 멀리서 지켜보기, 가까이에 눕혀 놓기, 무릎에 올려놓기, 무릎에 앉히고 쓰다듬기 같이 점점 접촉 강도를 높여 가며 비교해 봤다.그 결과 그냥 바라볼 때보다 가까이에서 적극적으로 교감할수록 전두엽이 활성화됐다. 연구팀은 이런 결과가 전두엽의 주의력 조절, 문제 해결, 정서 처리 기능에 두루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두 연구에 참여한 개는 실험 참가자들과 같이 사는 반려견이 아니었다. 집에 같이 사는 개가 아니더라도 잠깐의 교감이 인간에게 치유 효과를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입원 병동 누비는 치료견해외에서는 동물을 활용한 치료 활동인 동물매개중재(Animal-Assisted Intervention)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훈련된 치료견들이 수술 전후나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두려움을 느끼는 환자들을 직접 방문해 교감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고통을 덜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특히 소아암 병동 환자나 정서적 안정이 중요한 정신의학과 그리고 재활의학과 치료 등에 두루 활용된다. 동물을 무서워하거나 알레르기, 감염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국내에서도 일부 심리상담센터나 복지관, 병원 등에서 동물을 활용한 치료를 도입하는 곳이 조금씩 늘고 있다.특히 어린이 환자가 치료견을 만나면 고통스러운 치료 과정에서 평온함을 얻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완화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이탈리아 파비아대 연구팀은 전신마취 수술을 받은 3~17세 환자가 치료견 골든리트리버와 20분간 놀고 난 뒤 어떤 변화가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이들의 뇌파, 심박수, 혈압, 스트레스호르몬 수치 등을 기록했고 주관적으로 느끼는 통증과 스트레스 지수도 측정했다.그 결과 이 아동 및 청소년 환자들은 수술 후 의료적 처치만 받은 다른 아동 및 청소년과 비교해 마취에서 깨어난 이후 뇌와 자율신경계 활동이 더 빠르게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통증 민감도도 상대적으로 낮았고 졸음이나 무기력감도 훨씬 덜 느끼는 것으로 드러났다.비슷한 조건의 다른 여러 실험에서도 이 같은 결과가 반복적으로 확인됐다. 동물 인형이나 로봇 개 등의 효과를 비교해 봤지만, 치유 효과는 오직 살아있는 생명체일 때만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보기만 해도 쾌활함 전달…‘거울 뉴런’ 영향? 왜 동물과 교감한 환자에게 이런 변화가 나타나는지 그 메커니즘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학자들이 추측하는 몇 가지 이유 가운데 뇌의 거울 뉴런(mirror neuron) 활동이 있다. 거울 뉴런은 보거나 듣기만 해도 대상이 느끼는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궁극적으로는 감정이입을 가능하게 하는 신경세포다. 다른 사람이 하품하는 걸 보면 따라서 하품했다거나, 누군가 책상다리에 발가락을 부딪쳐 얼굴을 잔뜩 찡그리는 걸 보고 내 발가락이 아픈 것처럼 느껴진 적이 있다면 거울 뉴런이 활동한 것이다. 드라마에서 배우가 우는 장면이 나올 때 따라 울게 되는 것도 마찬가지다.거울 뉴런은 이탈리아 신경심리학자 자코모 리촐라티 파르마대 생리학연구소 교수가 1990년대에 처음 발견했다. 리촐라티 교수는 처음에 원숭이를 대상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원숭이가 땅콩을 직접 집을 때 활성화되는 뇌세포와 다른 사람이 땅콩을 집는 모습을 볼 때 활성화되는 뇌세포가 같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거울 뉴런이라 명명했다.사람 뇌에서도 거울 뉴런 활동이 원숭이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방면으로 일어나는 것이 관찰됐다.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을 활용해 뇌 활동을 촬영한 실험에서는 다른 사람이 웃는 것을 볼 때, 자신이 실제로 웃을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이 유사하게 활성화됐다. 다른 사람이 신체적 고통을 당하는 것을 봤을 때도 자신이 아플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이 활성화됐다.귀엽고 천진난만한 동물을 볼 때도 마찬가지로 거울 뉴런이 역할을 한다고 보기도 한다. 강아지가 사람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눈을 맞추고, 또는 입을 약간 벌리고 미소를 짓고, 반가움의 표시로 꼬리를 흔드는 것 같은 명랑한 행동을 지켜볼 때 인간 뇌에서 강아지의 쾌활한 감정에 대한 공감이 일어난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우울하거나 불안할 때 동물과 교감하면 기분이 나아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주인 무조건 신뢰…사람 스트레스 물질 ‘개코’ 탐지도사람 곁에서 계속 움직이면서 관심을 끄는 개의 특성이 주의를 분산되게 만들어서 우울, 불안 등 부정적 감정에서 빠져나오도록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보기도 한다. 또 주인에게 무조건적 애정과 신뢰를 주는 개의 태도도 정서적 안정을 주는 데 일조한다. 관계에 갈등이 일어나지 않고,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정서적으로 편안하게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반려견을 키우는 것은 극단적인 충동을 느끼는 우울증 환자들에게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반려동물이 ‘나를 필요로 한다’고 느끼기에 함부로 곁을 떠날 수 없다고 생각해서다. 또 자신을 한심하고 못마땅하다고 여기며 비관하다가도, 누군가를 보호할 수 있는 존재로 인식하게 되면서 생각이 전환되기도 한다.개를 매개로 인간관계가 넓어지는 효과도 있다. 반려견 산책을 나가지 않았다면 접점이 전혀 없었을 또 다른 애견인들과 말을 트게 되고, 개에 관한 정보를 나눌 수도 있다. 개와 함께라면 혼자 있을 때보다 더 개방적이고,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을 덜 부담스럽게 느낄 수 있어서다.심지어 개는 언제 인간에게 위로가 필요한지 알아차릴 수도 있다. 후각이 뛰어난 개는 스트레스나 우울감 등으로 인해 인간 몸에서 일어나는 화학적 변화를 탐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체내에서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성분 등 평소와 다른 화학물질이 분비되는데 개는 이런 변화를 냄새로 감지한다.영국 벨파스트 퀸즈대 연구진에 따르면 개가 사람 땀이나 호흡에서 뿜어져 나오는 냄새로 스트레스 관련한 화학물질을 찾아낼 확률은 93.8%에 달했다. 기분이 상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날 문득 반려견이 다가와 애교를 부린다면 평소와 다른 냄새를 맡고 주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닌지 확인하러 온 것일지 모른다. 이 연구진은 “실험에 참여한 개는 별도 훈련을 받은 견종이었지만 일반 반려견도 사람이 스트레스받을 때 냄새 변화를 충분히 구분할 수 있다”고 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4-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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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댕댕이’… 안으면 포근해, 마음이 편안해[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내 배 한번 쓰다듬어 볼래?” 지난해 개봉한 애니메이션 ‘장화 신은 고양이: 끝내주는 모험’에 등장하는 강아지 캐릭터 페로의 꿈은 심리치료견이다. 페로는 사람들이 우울할 때 자신의 볼록 나온 배를 쓰다듬으면 기분이 나아지게끔 돕고 싶어 한다. 정작 주인에게 버려져 죽을 고비를 넘기고 남의 집 현관 밑에 얹혀사는 처지지만 큰 눈망울을 반짝이며 무한 긍정 에너지를 발산한다. 주인공 장화 신은 고양이 푸스도 두려움에 압도된 순간 페로의 보드라운 털 온기로 위기를 넘긴다.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뿐 아니라 현실의 반려동물도 이 같은 위로를 줄 때가 종종 있다. 기운 없이 축 처져 있으면 먼저 다가와서 몸을 비비거나 온기를 나눠 주며 위로를 건넨다. 개나 고양이 털을 쓰다듬고 있으면 묘하게 심리적으로 안정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반려견과 교감할 때 우리 몸에 과학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는 증거는 속속 발견되고 있다. 꼭 반려견과 집에 같이 살 때만 나타나는 효과가 아니다. 그저 짧은 시간 개와 교감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반려견의 보드라운 털과 천진난만한 움직임이 인간에게 주는 치유 효과에 대해 알아보자.● 개와 놀면 명상하는 것 같은 효과 인간이 개와 함께한 세월은 약 3만 년으로 추정되지만 둘 사이에 일어나는 교감에 관한 과학적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다. 고양이나 말, 새 같은 다른 동물과 인간의 교감에 관한 연구도 마찬가지다. 최근 몇 년 사이 개와 시간을 함께 보낼 때 실시간으로 우리 몸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밝혀내는 연구가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건국대 바이오힐링융합학과 연구팀은 올 3월 이와 관련한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게재했다. 연구팀은 뇌파 검사(EEG) 장치를 통해 개와 교감할 때 인간 뇌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알아봤다. 개와 함께 놀아 주기, 셀카 찍기, 쓰다듬기, 빗질하기, 먹이 주기, 포옹, 산책을 비롯해 다양한 활동을 하는 동안 뇌파 변화도 살펴봤다. 그 결과 개와 놀아 주거나 산책할 때 뇌의 알파파가 증가했다. 알파파는 휴식을 취하거나 정서적 안정 상태에 있을 때 발생한다. 깊은 명상에 들어간 상태에서도 나타난다. 또 개를 쓰다듬거나 빗질하거나 놀아 줄 때는 베타파가 높게 증가했다. 베타파는 집중력이 올라갈 때 나타난다. 실험 참가자들은 개와 시간을 보내고 난 뒤 주관적으로 느끼는 스트레스나 피로, 우울한 기분 등이 나아졌다고 보고했다. 연구를 주도한 유온유 연구원은 “개와 함께하는 활동은 뇌를 촉진해 더 강한 이완과 정서적 안정을 느끼게 해줄 뿐 아니라 집중력과 창의성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스위스 바젤대 심리학과 연구팀의 실험 결과도 이와 비슷하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개와 교감하는 동안 인간 뇌에서 일어나는 활동을 기록했다. 개를 멀리서 지켜보기, 가까이에 눕혀 놓기, 무릎에 올려놓기, 무릎에 앉히고 쓰다듬기와 같이 점점 접촉 강도를 높여 가며 비교해 봤다. 그 결과 그냥 바라볼 때보다 가까이에서 적극적으로 교감할수록 전두엽이 활성화됐다. 연구팀은 이런 결과가 전두엽의 주의력 조절, 문제 해결, 정서 처리 기능에 두루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치료견 만나면 고통 잊고 회복 빨라져 해외에서는 동물을 활용한 치료 활동인 동물매개중재(Animal-Assisted Intervention)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훈련된 치료견들이 수술 전후나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두려움을 느끼는 환자들을 직접 방문해 교감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고통을 덜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특히 소아암 병동 환자나 정서적 안정이 중요한 정신의학과 그리고 재활의학과 치료 등에 두루 활용된다. 동물을 무서워하거나 동물에 대해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에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국내에서도 일부 심리상담센터나 복지관, 병원 등에서 동물을 활용한 치료를 도입하는 곳이 조금씩 늘고 있다. 특히 어린이 환자가 치료견을 만나면 고통스러운 치료 과정에서 평온함을 얻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완화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이탈리아 파비아대 연구팀은 전신마취 수술을 받은 3∼17세 환자가 치료견 골든리트리버와 20분간 놀고 난 뒤 어떤 변화가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이들의 뇌파, 심박수, 혈압,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 등을 기록했고 주관적으로 느끼는 통증과 스트레스 지수도 측정했다. 그 결과 이 아동 및 청소년 환자들은 수술 후 의료적 처치만 받은 다른 아동 및 청소년과 비교해 마취에서 깨어난 이후 뇌와 자율신경계 활동이 더 빠르게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통증 민감도도 상대적으로 낮았고 졸음이나 무기력감도 훨씬 덜 느끼는 것으로 드러났다. 비슷한 조건의 다른 여러 실험에서도 이 같은 결과가 반복적으로 확인됐다. 동물 인형이나 로봇 개 등의 효과를 비교해 봤지만 치유 효과는 오직 살아있는 생명체일 때만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명랑함 전달되는 ‘거울 뉴런’ 영향? 왜 동물과 교감한 환자에게 이런 변화가 나타나는지 그 메커니즘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학자들이 추측하는 몇 가지 이유 가운데 뇌의 거울 뉴런(mirror neuron) 활동이 있다. 거울 뉴런은 보거나 듣기만 해도 대상이 느끼는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궁극적으로는 감정이입을 가능하게 하는 신경세포다. 다른 사람이 하품하는 걸 보고 따라서 하품을 했다거나, 누군가 책상다리에 발가락을 부딪쳐 얼굴을 잔뜩 찡그리는 걸 보고 내 발가락이 아픈 것처럼 느껴진 적이 있다면 거울 뉴런이 활동한 것이다. 드라마에서 배우가 우는 장면이 나올 때 따라 울게 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거울 뉴런은 이탈리아 신경심리학자 자코모 리촐라티 파르마대 생리학연구소 교수가 1990년대에 처음 발견했다. 리촐라티 교수는 처음에 원숭이를 대상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원숭이가 땅콩을 직접 집을 때 활성화되는 뇌세포와 다른 사람이 땅콩을 집는 모습을 볼 때 활성화되는 뇌세포가 같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거울 뉴런이라 명명했다. 사람 뇌에서는 거울 뉴런 활동이 원숭이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방면으로 일어나는 것이 관찰됐다.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을 활용해 뇌 활동을 촬영한 실험에서는 다른 사람이 웃는 것을 볼 때, 자신이 실제로 웃을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이 유사하게 활성화됐다. 다른 사람이 신체적 고통을 당하는 것을 봤을 때도 자신이 아플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이 활성화됐다. 귀엽고 천진난만한 동물을 볼 때도 마찬가지로 거울 뉴런이 역할을 한다고 보기도 한다. 강아지가 사람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눈을 맞추고, 또는 입을 약간 벌리고 미소를 짓고, 반가움의 표시로 꼬리를 흔드는 것 같은 명랑한 행동을 지켜볼 때 인간 뇌에서 강아지의 쾌활한 감정에 대한 공감이 일어난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우울하거나 불안할 때 동물과 교감하면 기분이 나아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개는 언제 인간에게 위로가 필요한지 알아차릴 수도 있다. 후각이 뛰어난 개는 스트레스나 우울감 등으로 인해 인간 몸에서 일어나는 화학적 변화를 탐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체내에서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성분같이 평소와 다른 화학물질이 분비되는데 개는 이런 변화를 냄새로 감지한다. 영국 벨파스트 퀸스대 연구진에 따르면 개가 사람 땀이나 호흡에서 뿜어져 나오는 냄새로 스트레스와 관련한 화학물질을 찾아낼 확률은 93.8%에 달했다. 기분이 상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날 문득 반려견이 다가와 애교를 부린다면 평소와 다른 냄새를 맡고 주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닌지 확인하러 온 것일지 모른다. 이 연구진은 “실험에 참가한 개는 별도 훈련을 받은 견종이었지만 일반 반려견도 사람이 스트레스 받을 때 나타나는 냄새 변화를 충분히 구별할 수 있다”고 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4-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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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티, 로리와 함께… 빛의 바다로 가다

    올해 문을 연 지 35주년을 맞은 롯데월드 어드벤처가 5일 어린이날을 앞두고 새로운 야간 퍼레이드 ‘월드 오브 라이트(World of Light)’를 공개했다. 롯데월드 어드벤처 35년간의 퍼레이드 운영 노하우가 월드 오브 라이트에 집약돼 있다. 롯데월드 어드벤처 퍼레이드는 개원 당시인 1989년 ‘환타지 퍼레이드’ 이후 계속돼 왔다. 환타지 퍼레이드부터 현재까지 롯데월드 어드벤처가 퍼레이드한 누적 거리는 약 10만 km다. 개원 20주년을 맞은 2009년에는 어드벤처를 대표하는 어트랙션을 콘셉트로 한 ‘로티스 어드벤처 퍼레이드’를 선보였다. 2014년에는 세계 최초로 나이트 멀티미디어 퍼레이드를 표방한 ‘렛츠 드림 나이트 퍼레이드’를 펼쳤다. 가수 바다가 부른 테마곡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2019년 개원 30주년에는 ‘로티스 어드벤처 퍼레이드’를 새단장했고 가수 박정현이 테마곡에 참여했다. 올해 월드 오브 라이트는 100억 원 이상을 투자해 어느 때보다 공을 들였다고 롯데월드 측은 밝혔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디즈니랜드 같은 해외 유명 테마파크 공연 전문가들과도 힘을 합쳤다. 월드 오브 라이트 콘셉트는 이렇다. 롯데월드 어드벤처 개장 35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세계에서 모여든 빛이 어드벤처 대표 캐릭터 ‘로티’ ‘로리’와 함께 성대한 파티를 여는 것이다. 다채롭고 풍부한 특수효과가 펼쳐지는 멀티미디어 쇼까지 더해 화려함을 뽐낸다. 월드 오브 라이트는 6개의 퍼레이드로 이뤄진다. 우선 로티와 로리의 수호천사 캐릭터 ‘로데뜨’가 날아오르며 퍼레이드 시작을 알린다. 이후 세계 각 지역 자연과 동물, 문화 요소 등을 상징화한 형형색색 퍼레이드 유닛(unit)이 순차적으로 등장하며 눈부신 빛의 향연이 펼쳐진다. 특히 오프닝과 엔딩 유닛에는 다양한 색을 모아 화합을 이룬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첫 퍼레이드인 오프닝에서는 어드벤처 캐릭터 ‘분홍이’와 ‘주홍이’가 퍼레이드를 소개한다. ‘빛의 열정’을 상징하는 두 번째 퍼레이드에서는 타오르는 불꽃 같은 불사조가 웅장하게 등장한다. 세 번째 순서에서는 빛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꽃이 만발한 마차, 그리고 화려한 샹들리에와 함께 어드벤처 고양이 캐릭터 ‘샤론캣’이 등장한다. 빛의 기적을 모티브로 하는 네 번째 퍼레이드에서는 어드벤처 곰 캐릭터 ‘화이트베어’가 펭귄, 북극여우와 함께 오로라가 펼쳐진 빙하를 타고 떠다닌다. 다섯 번째 퍼레이드에는 빛의 즐거움이라는 내용을 담았고 마지막 순서에서는 로티와 로리가 등장해 입장객 모두에게 인사를 건넨다. 최홍훈 롯데월드 대표는 “지난 35년간 손님들의 성원에 감사드리며 그에 대한 보답으로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새로운 퍼레이드를 마련했다”며 “롯데월드 어드벤처는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으로 손님과 함께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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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땐 뜨거웠는데” 둘만 있으면 고구마 삼킨 듯…우리 사이 괜찮을까?[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마음(心)속 깊은(深)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살면서 ‘도대체 이건 왜 이러지?’ ‘왜 마음이 마음대로 안 될까?’ 하고 생겨난 궁금증들을 메일(best@donga.com)로 알려주세요. 함께 고민해 보겠습니다.3년 차 부부의 이혼과 재결합 과정을 그린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는 고구마 삼킨 듯 답답한 장면이 자주 나온다. 유산의 아픔을 겪은 후 냉랭한 결혼생활을 이어 온 남녀 주인공은 오해가 쌓이면 적극적으로 풀기보다 침묵을 택한다. 서운하거나 화가 나도 입을 다문다. 한때는 좋았던 시절도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갈등에 소극적으로 대처해온 긴 시간동안 오해가 겹겹이 쌓여 결국 결별에 이른다.드라마 얘기지만 사실 주위에서도 흔히 일어나는 일들이다. 배우자, 연인과 갈등을 회피하다 골이 더 깊어지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외롭고,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도무지 가늠이 안 된다.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 것 같은 답답함에 빠지기도 한다.싸우는 것보단 아무 말 안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큰 오해다. 당장 기분이 상하고 언짢아지더라도 일단 소통의 물꼬를 트는 게 중요하다. 부부, 연인 간 소통의 중요성을 입증한 여러 연구를 살펴보자. ● ‘충성’ 다해도…말하지 않으면 모른다대화하지 않는 부부, 연인이 행복할 수는 없다. 심지어 상대를 배려하고, 용서하고, 공감해주려고 속으로 애쓴다고 해도 말하지 않으면 소용없다.미국 서던메소디스트대 심리학과 연구팀은 연인 28쌍에게 2주 동안 두 사람 간 있었던 일을 일기로 쓰라고 했다. 그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했고, 그 결과는 어땠는지 자세히 적도록 했다. 이를 토대로 연구자들은 연인들이 갈등에 대처하는 방식을 아래 4가지로 나눴다. ·탈출: 끝을 암시(“더는 못하겠다”), 소리 지르거나 때림.·방치: 같이 시간을 보내거나 소통하지 않음.·충성: 상대의 잘못을 인내, 공감하려고 노력.·대화: 갈등을 공론화해 이야기함.그리고 어떤 대처방식이 관계에 더 긍정적으로 작용했는지 살펴봤다. 가장 해로운 건 ‘탈출’로 명명된 방식이었다. 헤어지자고 말하거나, 소리 지르고 뺨을 때리는 위협은 그 끝이 가장 안 좋았다. 갈등을 회피하고 상대를 무시하는 ‘방치’ 유형도 이에 못지않게 해로웠다. 근본적 해결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간이 흘러 오해를 더 키워갈 뿐이었다. 여기까진 충분히 상식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다.이 연구의 핵심은 상대에게 믿음을 버리지 않고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충성’ 방식이 생각보다 효과가 없다는 데 있다. 상대를 배려하고, 잘못을 용서하고, 공감해주는 것은 인격적으로도 상당히 훌륭한 대응처럼 보이는데 말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조용한’ 노력은 상대방에게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이해, 배려, 용서는 특정한 행동으로 나타나지 않기에 상대에게 크게 와닿지 않아서다. 오히려 상대방에겐 이런 행동이 모호해 보일 수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갈등을 회피하거나 방치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선 어느 광고 카피 문구처럼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가 아니라, “말하지 않으면 몰라요”가 더 맞는 말처럼 보인다.그래서 연구팀은 내가 상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이 있다면 굳이 말을 해서 생색을 내는 편이 낫다고 조언한다. (물론 이 또한 지나치면 부작용이 있다) 겉으론 아무 말 안 하고 있지만 상대를 배려하기 위해 나름의 행동을 취하고 있다는 점을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나 나름대로는 한다고 했는데 상대방이 알아주지 않아 서운한 마음이 생겨 제풀에 지칠 수 있다.● 관계 회복 성공 경험 있어야 돈독해져 4개 유형 중 가장 효과적 대처 방식으로 꼽힌 ‘대화’ 유형은 문제를 피하지 않고 솔직하게 소통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시적으로 언성이 높아지거나 말다툼이 일어나도 괜찮다. 세계적인 부부 상담가인 존 고트먼 미 워싱턴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부부 상담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실제 부부들의 대화 패턴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실험에 참여할 부부 25쌍을 모집하고, 집이나 실험실에서 이들이 결혼 생활에서 나타난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녹음했다. 이를 분석한 결과 부부 간 갈등에 관해 적극적으로 이야기할 때 일시적으로 감정이 상하고 관계가 나빠지긴 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매우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부부 사이의 ‘관계적 효능감’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관계적 효능감이란, 갈등을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의미한다. 대화로 갈등을 극복해낸 성공 경험이 쌓이면, 또 다른 위기에 봉착해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신뢰가 생긴다.이와 반대로 갈등을 회피할 경우 성공 경험을 쌓을 수 없기 때문에 관계적 효능감은 자라지 못한다. 또 대화를 시작했다 하더라도 서로를 탓하고, 자기방어에만 급급한 경우에는 장기적으로 긍정적 효과가 없었다.● 나도 모르게 넘겨짚고 결론 내 특별한 갈등 상황이 없더라도 소통은 늘 중요하다. 오해는 언제 어디서든 틈을 비집고 끼어들어 관계를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자아 방어기제 가운데 하나인 ‘투사(projection)’와 관련한 흥미로운 연구가 있어 소개한다. 우선 자아 방어기제란, 불안이나 위협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사고나 행동 수단을 의미한다. 자아 방어기제로 투사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내 감정, 생각을 다른 사람의 것이라고 여긴다. 예를 들어 자신을 못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정확한 근거 없이 배우자나 연인도 “나를 못났다고 생각한다”고 믿기 쉽다. 이때 자신을 못나게 보는 마음은 자존감이 낮은 자기 생각이지, 상대방의 진짜 생각이 아니다. 부부, 연인 사이에서 이런 투사가 일어나면 상당히 피곤해진다. 근거 없이 상대를 의심하고, 오해하고, 넘겨짚어 관계를 섣불리 끝내버릴 수도 있다. 샌드라 머레이 미 뉴욕주립대 버팔로캠퍼스 심리학과 교수 연구진은 연인 65쌍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서로 등지고 앉아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한 뒤 각자 질문지에 답을 쓰도록 했다. 한 사람에게는 상대방에 대한 불만을 간략히 쓰라고 했고, 나머지 한 사람에게는 집에 있는 물건을 최소 25개 이상 쓰라고 했다. 불만을 간략히 쓰라고 주문받은 이들은 답을 쓰는데 약 2분 정도 걸렸고, 물건 이름을 쓰는 사람들은 약 5분 정도 걸렸다. 답안지 작성이 일찍 끝난 이들은 남은 시간 동안 상대방이 열심히 답을 써 내려가는 소리를 들으며 멀뚱히 기다렸다. 이때 답안 작성을 일찍 끝낸 사람들은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서로의 질문지가 다른지조차 몰랐던 이들은 상대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나는 불만을 몇 개 적지도 않고 금방 끝났는데, 도대체 나한테 무슨 불만이 저렇게 많은 거지?”라고 말이다. 답안 작성이 모두 끝나고 이들에게 각각 상대에 대한 애정, 헌신, 신뢰도 등을 추가로 조사했다. 또 앞으로 상대가 잘못한다면 얼마나 용서해 줄 의사가 있는지, 미래에도 관계를 지속하고자 하는 의지는 얼마나 되는지 등도 조사했다. ● 잘못한 사람이 없는데 왜 관계가 나빠지지?그 결과 자존감이 낮은 사람일수록 상대에 대해 안 좋게 답했다. 애정, 신뢰도, 관계 지속 의지, 용서 여부 등에 전부 회의적이었다. 바로 투사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자신을 불만족스럽게 여기는 자존감 낮은 사람은 파트너도 자신을 별로라고 여겨 답안지에 온갖 불만을 적고 있다고 철석같이 믿었다. 더 문제는 섣부른 판단으로 상대방을 오해해 애정을 거둬들였다는 점이다. 심지어 자신이 상처받을 것을 미리 방어하기 위해 상대를 비난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들은 상대방이 다른 이유로 기분이 안 좋을 때조차 자신에게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인식할 수 있다”고 했다.반면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은 이런 경향이 덜했다. 자신에 대해 불만이 적고, 자존감 높은 사람들은 상대방도 자신을 존중해줄 것이고, 그만큼 잘 대우해 줄 것이라 믿으며 쓸데없는 오해에 휩쓸리지 않았다.아무도 잘못한 사람이 없지만, 결과적으로는 관계가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서로 등을 지고 아무 말도 나누지 못하게 하자 이런 일이 더 극명하게 일어났다. 오해는 예측하지 못하는 순간에 관계의 틈을 비집고 들어와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 이를 방지하는 방법은 등 돌리고 앉았던 자세를 고쳐 앉아 서로 마주보고 입을 여는 것 뿐이다. 어쩌면 좋은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실제로 둘 중에 누가 잘못을 했느냐 보다, 그 주제로 충분한 소통을 했는가에 달려있는지 모른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4-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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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쓰레기” VS “대파 투표”…선거철엔 왜 네거티브 전략이 판칠까[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마음(心)속 깊은(深)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살면서 ‘도대체 이건 왜 이러지?’ ‘왜 마음이 마음대로 안 될까?’ 하고 생겨난 궁금증들을 메일(best@donga.com)로 알려주세요. 함께 고민해 보겠습니다.“그들이 저열하게 가면, 우리는 더 저열하게 가자.”요즘 정치권을 보면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의 말과는 거꾸로 가고 있는 듯하다. 미셸 여사의 원래 발언은 “그들이 저열하게 가도, 우리는 품위 있게 가자(When they go low, we go high)”이다. 국내 정치에서도 네거티브 경쟁이 심화할 때마다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경구다. 여야는 최근 며칠간 선거유세 과정에서 ‘개’ ‘쓰레기’ ‘나베’ ‘학살 후예’ ‘매춘’ ‘불륜’ ‘깡패’ ‘계모’ 등 끝 모를 막말을 쏟아 냈다. 일각에선 네거티브 선거운동의 일환으로 대파를 들고 투표장에 가겠다는 촌극도 벌어진다. ‘상대가 이렇게 끔찍하니 나를 뽑아 달라’는 원색적 네거티브 경쟁이 치열하다. 개인 신상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도 심각한 수준이다. 비난의 향연 속에 정작 중요한 후보자의 비전, 정치철학, 정책 공약 등은 설 자리를 잃었다. 우리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가 지역 발전을 위해 내건 핵심 공약은 무엇인지 떠올려 보라. 선거 공보물을 꼼꼼히 읽어 보지 않았다면 구체적으로 기억하기 어렵다. 각 당 주요 공약도 마찬가지다. 반면 상대 진영을 향해 던진 비난들은 한 번만 들어도 뇌리에 깊이 박힌다. 강렬하고 불쾌한 단어일수록 기억이 더 잘 난다. 이 점에서 정치인들이 선거철마다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싫어도 보게 되고, 불쾌해도 기억하게 되는 효과를 만들어 내는 선거철 네거티브 전략에 얽힌 심리적 기제를 살펴보자.● 나쁜 소식·나쁜 말에 더 ‘솔깃’인지심리학자들은 부정적 정보에 주의를 더 집중하는 심리적 특성인 부정성 편향(Negativity Bias)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부정성 편향은 좋은 정보보다 나쁜 정보에 더 각성되고 영향을 크게 받는 심리적 경향성을 말한다. 정책 공약보다 상대를 욕하는 뉴스에 귀가 더 쫑긋했다면 부정성 편향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부정성 편향은 일상에서도 빈번하게 나타난다. 우리는 “진짜 잘한다”는 칭찬은 쉽게 흘려보내지만 “진짜 못한다”는 비판은 두고두고 신경 쓴다. 또 주식 투자에서 같은 액수만큼 올랐을 때보다 떨어졌을 때 더 큰 심리적 타격을 받는다.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번갈아 일어나도 우리는 삶에 나쁜 일이 가득한 것처럼 느끼기도 한다.그래서 선거철에 특정 후보의 막말이나 편법, 범죄 이력같이 부정적인 정보는 강력한 힘을 갖는다. 후보자가 구설에 한 번 휘말리면 나중에 좋은 공약을 발표해도 유권자 머릿속에 좋게 각인되기 어렵다. 특히 정치 신인일수록 타격이 크다. 특정 대상에 대해 가장 처음 접한 정보가 나중에 접한 정보보다 더 큰 파급력을 갖는 첫인상 효과(Primary Effect)와 부정성 편향의 영향력이 합쳐지기 때문이다.이성적으로는 정책 선거를 선호하는 유권자라 할지라도 실제로는 막말 공방 같은 뉴스에 더 끌린다. 캐나다 맥길대 정치학과 연구팀은 실험참가자들에게 기사를 읽는 동안 안구 운동을 측정하는 연구를 진행한다고 꾸미고, 정치 기사를 자유롭게 읽도록 했다. 실제 실험은 안구 운동과는 관계가 없었고, 이들이 어떤 기사를 얼마나 많이 읽는지를 보기 위한 것이었다. 그 결과 참가자 대부분은 공약 홍보보다 정쟁이나 갈등 위주의 기사를 더 먼저, 더 많이 클릭했다. 정치에 관심이 많은 사람일수록 정치적 갈등 뉴스를 많이 봤다. ● 우리 안에 남아 있는 나쁜 정보 수집 본능왜 부정적 정보는 긍정적 정보보다 힘이 셀까. 인간 생존 본능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과거 인간은 생존에 위협이 될 만한 부정적 정보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했다. 알아두면 좋은 긍정적 정보보다는 모르면 큰일 나는 부정적 정보가 더 중요했다. 예를 들어 사냥감을 찾으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보다 맹수를 피하려면 어디를 가지 말아야 하는지가 더 중요했다. 사냥감이 많은 곳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찾아다닐 수 있지만 맹수는 일단 한 번 만나면 끝이기 때문이다.더 이상 길에서 맹수를 만날 일은 없어졌지만, 부정적 정보는 여전히 우리 인지 체계에서 우선순위를 차지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심리학과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나쁜 소식과 좋은 소식 중 어떤 소식을 먼저 들을 것인지 선택하라고 했다. 그러자 10명 중 8명이 나쁜 소식을 먼저 듣겠다고 답했다. 나쁜 소식을 들은 이들은 상황을 만회하기 위해 해결책을 찾는 행동에 곧장 돌입하는 경향성도 발견됐다.또 다른 연구에서 다섯 살짜리 아이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을 때 역시 부정적인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아이들에게 여러 표정을 담은 얼굴 사진을 각각 보여줬더니, 기쁘고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는 표정보다는 화나고, 슬프고, 두려운 표정을 지은 얼굴 사진을 먼저 찾아냈다.우리 신체도 부정적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부정적 정보를 접하면 심장박동과 피부 전도도가 증가하며 안면 근육 수축이 일어나 평소 수준으로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반면 긍정적 정보를 접했을 땐 이 같은 신체 반응이 거의 일어나지 않거나, 일어나더라도 원래 수준으로 금방 돌아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좋은 일 세 번이 나쁜 일 한 번과 같은 값?이런 관점에서 보면 선거철 네거티브 공세는 여러모로 가성비 좋은 전략이다. 일부 학자들은 부정성은 긍정성보다 3배 이상 강력한 힘을 가졌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르면 후보자가 자신의 정치 철학이나 비전을 세 번 호소하는 것과 상대 후보 ‘디스’ 한 번 하는 것의 효과는 비슷하다.부정성 편향을 연구해 온 랜디 라슨 미 워싱턴대 심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1~3개월간 실험 참가자들에게 하루 기분을 세밀하게 기록하도록 했다. 이를 분석한 결과 사람들은 보통 기분 좋은 날 세 번에 기분 나쁜 날 한 번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삶에서 긍정성과 부정성 비율이 3 대 1이 될 때 그다지 비극적이지도, 극적으로 행복하지도 않은 보통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연구팀은 “부정적인 경험이 긍정적인 경험보다 약 3배 큰 효과를 낳는다”고 했다.이 연장선상에서 ‘부정성 편향’의 저자 로이 바우마이스터 미 플로리다주립대 심리학과 교수는 ‘4의 법칙’을 제안한다. 보통의 삶보다 조금 더 행복하려면 긍정성이 부정성보다 최소 4배는 더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를 선거운동에 대입해 보면 자신에 대한 긍정 이미지 홍보를 네 번 해야 상대의 네거티브 공세 한 번을 이길 수 있다.이런 특성 때문에 기업에서는 부정 이슈를 덮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쏟아 붓는다. 돈 내고 소비하는 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아주 냉혹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해 중국 공장에서 한 근로자가 맥주 원료에 소변 보는 장면이 포착돼 소비량이 급감한 칭따오 맥주가 다시 반등하려면, 엄청난 규모의 긍정 이슈 물량 공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나쁜 소식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안타까운 점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14일뿐이라는 것이다. 짧은 시간 내 대중의 뇌리에 각인되기 위해선 네거티브 공세가 더 효과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인간은 위협을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부정적 정보에 더 솔깃할 수는 있어도 이를 긍정적 정보보다 더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를 향한 비방과 욕설 같은 네거티브 공세는 장기적으론 유권자를 지쳐서 떠나게 만든다.미 조지아공대 연구팀은 15개월 동안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 게시글 52만여 개를 분석해 이들의 팔로어, 공유 빈도, 즐겨찾기 추이를 살펴봤다. 부정적 내용을 많이 올리는 이용자들은 초반에 관심을 끌었지만 15개월 후 팔로어 수 증가에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긍정적 게시 글을 지속해서 올린 이용자의 팔로어 수는 훨씬 더 늘어났다. 장기적으로 보면 긍정적 메시지를 전하는 대상에게 더 끌리게 돼 있다는 것이다. 부정성이 우리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우리는 긍정성을 더 선호한다. ● 유권자 “신상 공격하는 후보에게 투표 안 해”후보자들이 알아야 할 사실이 하나 더 있다. 심성욱 한양대 광고홍보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유권자는 네거티브 전략을 쓰는 후보자를 좋게 평가하지 않는다. 특히 상대 후보자의 군대 문제나 가족, 종교, 건강 같은 신상을 공격하는 후보자를 부정적으로 평가했고 그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사실상 지금까지 나온 대부분의 네거티브 공세가 신상 공격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정치권이 꼭 기억해야 할 대목이다.다만 네거티브 홍보 내용 가운데 상대방의 재정 조달 대책 같은 정책 관련 이슈가 있을 때는 달랐다. 유권자들은 상대 후보의 신상이 아니라 정치적 견해와 주장을 비판할 때 이를 합리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었다. 비난의 화살이 후보자 개인을 향하는 게 아니라, 그의 정치적 주장을 향할 때 그나마 네거티브 전략이 긍정적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상대를 공격하는 후보에 대한 투표 의향은 신상 공격을 한 후보자보다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심 교수는 “상대 후보의 정치적 견해에 네거티브 공격을 한정할 때 비교적 더 합리적인 비판으로 보일 수 있다”며 “이번 총선처럼 신상 공격이 주를 이룬다면 장기적으로는 유권자들이 정치에 회의를 느껴 투표율이 떨어지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다급한 정치권에선 막말과 원색적 비난을 쏟아 내며 우리의 눈과 귀를 잠시 홀릴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결국 이를 이성적으로 평가하고 심판하는 능력 또한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우리는 나쁜 이야기에 본능적으로 주의가 집중될 뿐, 이를 결코 더 좋아하는 게 아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4-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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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막말과 비방이 공약보다 머리에 쏙쏙 들어올까?[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학살 후예’ ‘쓰레기’ ‘매춘’ ‘불륜’ .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듣기 거북한 말들이 선거판에 흘러넘친다. ‘상대가 나쁘니 나를 뽑아 달라’는 원색적 네거티브 경쟁이 치열하다. 상대 후보의 각종 막말부터 편·탈법, 전과 지적 등 다양하다. 개인 신상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도 심각한 수준이다. 자극적 비난의 향연 속에 정작 중요한 후보자의 비전, 정치철학, 정책 공약 등은 설 자리를 잃었다. 우리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가 지역 발전을 위해 내건 핵심 공약은 무엇인지 떠올려 보라. 선거 공보물을 꼼꼼히 읽어 보지 않았다면 구체적으로 기억하기 어렵다. 각 당 주요 공약도 마찬가지다. 반면 상대 진영을 향해 던진 비난들은 한 번만 들어도 뇌리에 깊이 박힌다. 이때 유권자는 어떤 후보가 지역 발전을 가져올지보다, 누구 흠결이 그나마 더 봐줄 만한지 결정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에 놓인다. 이는 상대 흠집 내기에 혈안인 정치인에게 일차적 책임이 있다. 이를 확대 재생산하는 언론, 유튜버 등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보다 더 근원적으로 작용하는 심리적 기제가 숨어 있다. 왜 정치인들은 네거티브 공세의 유혹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걸까.● 부정적 정보에 먼저 쏠리는 눈과 귀 인지심리학자들은 부정적 정보에 주의를 더 집중하는 심리적 특성인 부정성 편향(Negativity Bias)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부정성 편향은 좋은 정보보다 나쁜 정보에 더 각성되고 영향을 크게 받는 심리적 경향성을 말한다. 정책 공약보다 상대를 욕하는 뉴스에 귀가 더 쫑긋했다면 부정성 편향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부정성 편향은 일상에서도 빈번하게 나타난다. 우리는 “진짜 잘한다”는 칭찬은 쉽게 흘려보내지만 “진짜 못한다”는 비판은 두고두고 신경 쓴다. 또 주식 투자에서 같은 액수만큼 올랐을 때보다 떨어졌을 때 더 큰 심리적 타격을 받는다.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번갈아 일어나도 우리는 삶에 나쁜 일이 가득한 것처럼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선거철에 특정 후보의 막말이나 편법, 범죄 이력같이 부정적인 정보는 강력한 힘을 갖는다. 후보자가 구설에 한 번 휘말리면 나중에 좋은 공약을 발표해도 유권자 머릿속에 좋게 각인되기 어렵다. 특히 정치 신인일수록 타격이 크다. 특정 대상에 대해 가장 처음 접한 정보가 나중에 접한 정보보다 더 큰 파급력을 갖는 첫인상 효과(Primary Effect)와 부정성 편향의 영향력이 합쳐지기 때문이다. ●10명 중 8명 “나쁜 정보 먼저 듣겠다” 왜 부정적 정보는 긍정적 정보보다 힘이 셀까. 인간 생존 본능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과거 인간은 생존에 위협이 될 만한 부정적 정보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했다. 알아두면 좋은 긍정적 정보보다는 모르면 큰일 나는 부정적 정보가 더 중요했다. 예를 들어 사냥감을 찾으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보다 맹수를 피하려면 어디를 가지 말아야 하는지가 더 중요했다. 사냥감이 많은 곳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찾아다닐 수 있지만 맹수는 일단 한 번 만나면 끝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길에서 맹수를 만날 일은 없어졌지만 부정적 정보는 여전히 우리 인지 체계에서 우선순위를 차지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심리학과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나쁜 소식과 좋은 소식 중 어떤 소식을 먼저 들을 것인지 선택하라고 했다. 그러자 10명 중 8명이 나쁜 소식을 먼저 듣겠다고 답했다. 나쁜 소식을 들은 이들은 상황을 만회하기 위해 해결책을 찾는 행동에 곧장 돌입하는 경향성도 발견됐다. 우리 신체도 부정적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부정적 정보를 접하면 심장박동과 피부 전도도가 증가하며 안면 근육 수축이 일어나 평소 수준으로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반면 긍정적 정보를 접했을 땐 이 같은 신체 반응이 거의 일어나지 않거나, 일어나더라도 원래 수준으로 금방 돌아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약 홍보보다 가성비 높아? 이런 관점에서 보면 선거철 네거티브 공세는 여러모로 가성비 좋은 전략이다. 일부 학자들은 부정성은 긍정성보다 3배 이상 강력한 힘을 가졌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르면 후보자가 자신의 정치 철학이나 비전을 세 번 호소하는 것과 상대 후보 ‘디스’ 한 번 하는 것의 효과는 비슷하다. 부정성 편향을 연구해 온 랜디 라슨 미 워싱턴대 심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1∼3개월간 실험 참가자들에게 하루 기분을 세밀하게 기록하도록 했다. 이를 분석한 결과 사람들은 보통 기분 좋은 날 세 번에 기분 나쁜 날 한 번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삶에서 긍정성과 부정성 비율이 3 대 1이 될 때 그다지 비극적이지도, 극적으로 행복하지도 않은 보통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연구팀은 “부정적인 경험이 긍정적인 경험보다 약 3배 큰 효과를 낳는다”고 했다. 이 연장선상에서 ‘부정성 편향’의 저자 로이 바우마이스터 미 플로리다주립대 심리학과 교수는 ‘4의 법칙’을 제안한다. 보통의 삶보다 조금 더 행복하려면 긍정성이 부정성보다 최소 4배는 더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를 선거운동에 대입해 보면 자신에 대한 긍정 이미지 홍보를 네 번 해야 상대의 네거티브 공세 한 번을 이길 수 있다. ● 유권자 “신상 공격하는 후보에게 투표 안 해” 안타까운 점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14일뿐이라는 것이다. 짧은 시간 내에 대중 뇌리에 각인되기 위해선 네거티브 공세가 더 효과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인간은 위협을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부정적 정보에 더 솔깃할 수는 있어도 이를 긍정적 정보보다 더 좋아하지는 않는다. 상대를 향한 비방과 욕설 같은 네거티브 공세는 장기적으론 유권자를 지쳐서 떠나게 만든다. 미 조지아공대 연구팀은 15개월 동안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 게시글 52만여 개를 분석해 이들의 팔로어, 공유 빈도, 즐겨찾기 추이를 살펴봤더니 부정적 내용을 많이 올리는 이용자들은 초반에 관심을 끌었지만 15개월 후 팔로어 수 증가에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긍정적 게시 글을 지속해서 올린 이용자의 팔로어 수는 훨씬 더 늘어났다. 장기적으로 보면 긍정적 메시지를 전하는 대상에게 더 끌리게 돼 있다는 것이다. 후보자들이 알아야 할 사실이 하나 더 있다. 심성욱 한양대 광고홍보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유권자는 네거티브 전략을 쓰는 후보자를 좋게 평가하지 않는다. 특히 상대 후보자의 군대 문제나 가족, 종교, 건강 같은 신상을 공격하는 후보자를 부정적으로 평가했고 그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다만 네거티브 홍보 내용 가운데 상대방의 재정 조달 대책 같은 정책 관련 이슈가 있을 때는 달랐다. 유권자들은 상대 후보의 신상이 아니라 정치적 견해와 주장을 비판할 때 이를 합리적으로 받아들였다. 이런 방식으로 상대를 공격하는 후보에 대한 투표 의향도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심 교수는 “상대 후보의 정치적 견해에 네거티브 공격을 한정할 때 비교적 더 합리적인 비판으로 보일 수 있다”며 “이번 총선처럼 신상 공격이 주를 이룬다면 장기적으로는 유권자들이 정치에 회의를 느껴 투표율이 떨어지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다급한 정치권에선 막말과 원색적 비난을 쏟아 내며 우리의 눈과 귀를 잠시 홀릴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결국 이를 이성적으로 평가하고 심판하는 능력 또한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우리는 나쁜 이야기에 본능적으로 주의가 집중될 뿐, 이를 결코 더 좋아하는 게 아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4-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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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연, 개인에게만 맡겨선 안돼… 기업-학교 함께해야”

    “직장인 흡연자가 담배를 피우기 위해 자리를 비우는 시간은 하루 최소 40분입니다. 평균 연봉 대비 시급과 비교하면 기업은 1년에 한 달 치 월급을 손해 보는 셈이에요.” 김혜경 서울금연지원센터장(이화여대 융합보건학과 교수)은 22일 동아일보와 만나 직장 내 금연 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서울금연지원센터는 4기 공모 사업을 통해 올 1월 이화여대에 설치됐다. 기존 금연 지원 사업은 병원 중심으로 이뤄져 지원 대상이 한정적이라는 아쉬움이 있었다. 올해부터는 기업, 학교같이 일상 공간으로 직접 찾아가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국내 흡연자는 감소 추세이긴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흡연으로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 ‘2023 담배 폐해 국제 심포지엄’ 자료에 따르면 흡연으로 인한 국내 하루 평균 사망자는 159명으로 연간 6만 명에 이른다. 심지어 담배는 지구온난화에도 악영향을 준다. 담배 산업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연 8000만 t이나 되고 담배 필터에 함유된 미세 플라스틱은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킨다. 김 센터장은 “금연은 개인이 알아서 할 일이 아니라 기업이나 학교 같은 조직 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흡연자들의 사교의 장으로 여겨지는 일명 ‘담배 타임’이 잦은 조직일수록 흡연 횟수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개인의 금연 결심이 지켜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금연지원센터는 기업 내 금연 환경 조성을 위해 ‘찾아가는 금연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경제성 평가 서비스다. 근로자의 흡연율, 평균 연봉 정보 등을 조사해 흡연으로 발생하는 휴식시간에 따른 기업 손실을 계산해준다. 학교로도 직접 찾아간다. 이화여대 융합보건학과 학생들이 흡연 청소년과 직접 만나 금연뿐만 아니라 학업이나 진로 상담을 해준다. 김 센터장은 “청소년 흡연은 진로를 비롯해 다양한 스트레스와 얽혀 있는 경우가 많아 금연 문제로만 접근하면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생 대상 금연 운동은 이화여대와 인접한 연세대 서강대 등을 중심으로 금연 캠퍼스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흡연율이 높은 취약 계층을 위한 금연 지원 프로그램도 중점 사업이다.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환경일수록 흡연으로 인한 질병에 노출될 확률이 높고, 건강 격차가 크게 벌어질 수 있다. 김 센터장은 “경제 수준에 따라 서울 자치구별 흡연율도 다르다”며 “일률적 지원보다 도움이 더 필요한 곳에 지원 서비스를 더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또 금연 의지는 있지만 심리적 문턱이 높아 센터 방문을 꺼리는 이들을 위한 비대면 서비스 ‘고독한 금연자’ 캠페인도 실시한다. 센터 방문은 최소화하고 금연 전문가와의 비대면 소통을 통해 금연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김 센터장은 “흡연자의 금연을 유도하고 비흡연자의 흡연 예방 및 간접 흡연을 감소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계층 간, 지역 간 흡연율 격차를 해소해 건강 형평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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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고 싶어라” 한국인이 중국·일본인 보다 더 많이 우는 이유[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마음(心)속 깊은(深)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살면서 ‘도대체 이건 왜 이러지?’ ‘왜 마음이 마음대로 안 될까?’ 하고 생겨난 궁금증들을 메일(best@donga.com)로 알려주세요. 함께 고민해 보겠습니다.“없어, 지구상에 단 한 명도 내 편이 없어!”최근 방영을 시작한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의 남자 주인공 김수현(백현우 역)은 친구 앞에서 맥주를 마시다 울음을 터트린다. 아내와 이혼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속상해서다. 그는 애초에 아내와 만난 것부터가 잘못이라며 “내 팔자를 내가 꼬았다”고 신세 한탄을 한다.성인 남성이 다른 사람 앞에서 소리 내어 엉엉 우는 모습은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선 좀처럼 보기 힘들다. 눈물 많은 남자에 대한 편견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리 힘들어도 남들 앞에서 울기보단 죽기 살기로 이겨내겠다고 다짐하는 편이 더 익숙하다. 비교적 눈물에 관대한 여성들도 마찬가지다. 남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면 나약하고 감정적인 사람으로 보일까 걱정한다. 그런데 지난 기사()에서 살펴봤듯 눈물을 참고 사는 건 몸과 마음에 모두 해롭다. 잘 웃고 긍정적인 태도로 생활하는 것 못지않게 눈물을 통해 부정적인 감정을 배출해내는 것도 상당히 중요하다. 어금니 꽉 깨물고 아무렇지 않은 척 포커페이스로 사는 건 결과적으로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국인은 얼마나 울고 살까?가장 최근 눈물을 흘린 적은 언제인가.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가 운 것이더라도 상관없다. 며칠, 몇 주, 몇 달 전? 아니면 몇 년 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면 문제가 있다. 특히 남성 중에는 언제 마지막으로 울었는지 기억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남녀를 막론하고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한국은 상대적으로 덜 우는 나라다. 나라별로 얼마나 우는지 비교가 가능할까 싶지만, 놀랍게도 국가별 눈물 경향성을 분석한 연구가 있다. 네덜란드 연구진은 37개국을 대상으로 ‘성인 울음에 관한 국제 연구(International Study on Adult Crying·ISAC)’를 진행했다. 전 세계에서 모집된 실험참가자 5715명 가운데 한국인은 415명이 포함됐다. 연구진은 실험참가자들에게 언제, 어떻게, 어떤 상황에서 울었는지 일정 기간 눈물 일기를 쓰게 했다. 이를 바탕으로 얼마나 잘 우는지 나타내는 국가별 ‘눈물 경향’을 수치로 나타냈다. 10점 만점으로 점수가 클수록 잘 우는 것이다. 또 국가별 특징을 비교하기 위해 국내총생산(GDP), 인구밀도, 정치 상황, 종교, 정신질환 발병률, 행복 지수, 성격검사 결과 등을 총체적으로 살펴봤다. ○ ‘잘 우는’ 나라 순위1. 브라질2. 스웨덴3. 이탈리아4. 독일 …19. 한국, 이스라엘, 가나 …29. 중국 …35. 나이지리아36. 일본37. 말레이시아자료: 성인 울음에 관한 국제 연구(International Study on Adult Crying·ISAC) 자료를 가공하여 순위 산출.한국의 남녀 눈물 경향 평균 점수는 4.54점이었다. 평균 점수를 기준으로 37개국을 차례로 나열하면, 19번째에 해당한다. 가나, 이스라엘과 점으로 공동 순위다. 1위는 브라질이었고, 그 뒤를 스웨덴, 이탈리아, 독일 등이 이었다. ● 정치-문화 자유로운 국가에서 더 많이 울어언뜻 생각하기에 “슬픔과 고통이 큰 환경에서 더 많이 우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그렇게 보면 잘 우는 순위 상위권에 오르는 것은 불명예로 보인다. 사실 이 연구를 진행한 연구진조차도 자료를 분석하기 전까지는 이렇게 생각했다. 경제적으로 어렵고, 정치적으로 억압당하고, 우울증을 많이 앓는 나라에서 울 일이 더 많을 거라고 본 것이다. ‘눈물=고통’이라는 전제에서다.하지만 결과를 분석해보니 예상과는 정반대였다. 살기 힘든 나라에서 더 많이 우는 게 아니라, 오히려 생활 환경이 꽤 괜찮은 나라에서 더 많이 우는 경향이 나타났다. 왜일까?구체적으로 보면 정치적 민주화 정도가 높을수록, 경제적으로 부유할수록, 개인주의 성향이 강할수록 더 많이 우는 경향이 있었다. 연구진은 민주주의가 발달한 국가에서 개인이 덜 억압받고,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또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국가에서 더 많이 우는 것으로 나타난 이유는 각자의 자유로운 감정 표현이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돼 있기 때문으로 봤다. 또 개인의 성격 특성으로는 자기주장이 강하고 사교성이 높게 나타난 나라일수록 더 많이 울었다. 감정을 참으며 삭이지 않고 밖으로 분출해낸다는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잘 표현하고, 사회적으로 수용 받으며 살기에 이들이 응답한 주관적 행복 지수도 높았다.이런 관점에서 보면 ‘눈물=고통’이 아니라, ‘눈물=표현의 자유’라고 할 수 있다. 즉, 자기를 표현하는 것에 대해 사회적 거부감을 덜 느껴야 잘 울 수 있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연구진은 인구밀도가 높고, 문화적으로 동질적인 구성원으로 구성된 단일 문화에서는 자유롭게 울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서로의 행동에 과도하게 신경을 쓰기 때문에 내가 어떻게 보일지 걱정돼 감정 표현에 제한을 느끼기 때문이다. 성 고정관념이 강해 남성의 감정 표현을 제약받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상당 부분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와 지리적으로 가깝고 비슷한 문화를 공유하는 중국(29위)과 일본(36위)은 한국보다 순위가 훨씬 떨어졌다. 무엇이 다른 걸까.중국은 정치적으로 자유롭지 못해 표현의 자유를 크게 제약받는 사회 분위기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연구진은 정치적 자유 항목에서 영장 없는 수색 금지, 사법부의 독립성, 무죄 추정의 원칙 적용, 사상 교육의 자유 등을 통합적으로 살펴봤다. 그 결과 중국은 조사 대상국 가운데 시민권 항목에서 최저점을 기록했다. 일본은 민주주의 점수가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이는 정치적 환경보다는 강한 남성상을 선호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조사 대상국 가운데 남성성을 중시하는 항목에서 최고점을 기록했다. 이에 더해 친절을 강조하고, 감정 절제를 미덕으로 여기는 전통적 분위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우는 남자의 설 곳을 마련하라그런데 많이 우는 국가조차도 여성과 남성의 눈물 지수 차이가 꽤 컸다. 가장 많이 우는 국가로 조사된 브라질에서조차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많이, 자주 울었다. 이런 현상은 37개국에서 빠짐없이 나타났다.이는 감정을 억압하는 강한 남성을 강조하는 ‘해로운 남성성(toxic masculinity)’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강한 남자는 울지 않는다’는 신념은 자신도 울지 못하게 막을 뿐 아니라, 다른 남자가 우는 것도 탐탁지 않게 여긴다. 네덜란드 흐로닝언대 연구진은 우는 사람의 성별에 따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드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여성 참가자들은 우는 사람의 성별과 관계없이 돕고 싶다고 답한 수치가 비슷하게 높았다. 그런데 남성 참가자들은 우는 여성은 돕겠다고 답했지만, 우는 남성은 돕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였다.또 다른 연구에서는 직장에서 눈물을 흘리는 남녀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는데, 사람들은 직장에서 우는 남성은 같은 상황에서 우는 여성보다 더 무능하고, 감정적이고, (감정을 주체 못 한) 가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답했다.물론 공적인 장소인 직장에서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추천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는 남자를 돕기도 싫어하고, 더 무능하다고 여기는 가혹한 시선이 직장이 아닌 어떤 곳에서도 울지 못하게 만들어 버린 것은 아닐까. 남성이 울고 나서 기분이 나아지는 효과가 여성보다 덜하다는 여러 연구 결과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울고 나서 뒤늦게 창피함과 민망함을 크게 느끼기 때문이다. 눈물을 흘린 뒤 느끼는 후련함보다 뒷감당해야 할 것들이 더 많은 셈이다. 앞서 소개한 모든 연구 결과는 우는 사람을 주변에서 잘 수용해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해준다. 우는 사람을 보고 “징징댄다” “질질 짠다”고 비하하는 시선이 더 강하다면, 이것이 곧 표현의 자유가 억압된 사회가 아닐까. 스스로에게도 마찬가지다. 눈물도 웃음만큼이나 당위적인 여러 감정 표현 가운데 하나라는 것을 기억하자. 울면 나약해질지 모른다는 이유로 감정을 억압하는데 심리적 에너지를 소모하기보다, 시원하게 울고 나서 부정적 감정을 털어버린 뒤 해야 할 일을 해나가는 것이 나에게도 더 좋지 않을까.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4-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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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오히려 울어야 행복해진다?[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마음(心)속 깊은(深)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살면서 ‘도대체 이건 왜 이러지?’ ‘왜 마음이 마음대로 안 될까?’ 하고 생겨난 궁금증들을 메일(best@donga.com)로 알려주세요. 함께 고민해 보겠습니다.“넌 모든 슬픔이 이 안에서 못 나오게 하면 돼.”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에서 ‘기쁨이’는 ‘슬픔이’가 서 있는 바닥에 원을 그리며 이렇게 말한다.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말고 원 안에 가만히 있으란 소리다. 기쁨이는 툭하면 울 것 같은 슬픔이가 자꾸 돌아다니면, 이 감정들의 주인인 꼬마 라일리가 불행해질까 봐 걱정한다. 애니메이션에는 기쁨과 슬픔 외에도 ‘버럭이(화)’, ‘까칠이(짜증)’, ‘소심이(두려움)’ 등 우리의 감정을 의인화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대장 역할의 기쁨이는 이들 중 유독 슬픔이를 견제한다. 우리 삶에서도 슬픔이란 감정은 환영받지 못한다. 기쁨만 가득해야 행복한 것이고, 슬픔은 느껴서 좋을 게 없는 감정이라고 생각해서다. 그러나 이미 애니메이션을 본 사람은 알겠지만, 기쁨이가 틀렸다. 인간은 다채로운 감정을 함께 느껴야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다.우리에게 쓸모없는 감정이란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슬픔이나 눈물을 외면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울고 싶어도 꾹꾹 억누르거나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 위치 때문에, 바보같아 보일까 봐, 남자라는 이유로 체면 차리려 감정을 억압하는 사회 분위기에선 더욱 그렇다. 고작 “힘들다”라는 말 한마디로 모든 감정을 퉁치기도 한다. 그러나 있는 감정을 없는 것처럼 무시하고 살면 어떤 식으로든 부작용이 나타난다. 기쁠 때 웃는 것이 자연스럽듯, 슬프거나 힘들 때 눈물 표현도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단지 일시적 후련함을 느끼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슬픔이 행복에 기여하는 것처럼, 눈물도 생각보다 많은 힘을 가지고 있다. 눈물은 진짜 내 감정과 만나는 통로정신분석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울어야 부정적인 감정이 방출된다고 했다. 눈물이 복잡하고 괴로운 감정을 밖으로 내보내는 통로라고 본 것이다. 울고 나면 후련해지는 눈물의 카타르시스 효과도 이런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다. 이때 우는 행위의 전제는 눈물 나게 하는 다양한 감정을 피하지 않고 직면한다는 데 있다. 슬픔이나 서러움, 절망, 우울, 죄책감 같은 부정적 감정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감동이나 고마움, 성취감, 안도감 등 다양한 감정을 포함한다. 심리치료 과정에서도 눈물은 큰 의미가 있다. 상담심리학에서는 여러 현실적 이유로 살면서 미처 느낄 겨를이 없어 가슴 속 깊이 억압해 둔 부정적 감정을 다시 꺼내 생생하게 느끼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를 ‘접촉(contact)’이라고 표현하는데, 눈물은 더 깊은 접촉으로 이끄는 힘이 있다. 그러면 억압해 뒀던 부정적인 감정이 조금씩 방출되며 해소될 수 있고, 결과적으로 더 홀가분함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심리치료에서 상담자는 내담자가 눈물을 억지로 참지 않고 자유롭게 울 수 있도록 권장한다. 실제로 내담자가 눈물을 흘리는 등 감정표현을 더 많이 하면 할수록 치료 효과가 좋았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있다.울지 못하는 사람은 불행한 사람이와 반대로 마음이 괴로워도 울지 못하는 사람은 불행해질 수 있다. “나는 안 울고, 안 생생하게 살아도 괜찮다”고 말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슬픔에 둔감한 사람은 기쁨에도 둔감하다. 감정의 희로애락을 나타내는 곡선이 지나치게 들쑥날쑥해도 괴롭겠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일정하다면 이 또한 문제다. “언제 울어 봤는지 기억도 안 난다”며 눈물을 억압하는 남성들이 특히 위험하다. 눈물을 보이는 것은 남자답지 못하고, 나약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의 힘든 감정을 솔직히 말하지 못하고, 꾹꾹 눌러 담아 없는 척 외면하면 한꺼번에 크게 터질지 모른다. 한국 남성 자살률이 여성 자살률의 2배를 웃도는 여러 이유 가운데 하나도 평소에 힘든 내색을 못 한다는 데 있다. 힘들 때 주변에 도움을 청하는 비율은 여성의 5분의 1 수준으로 현저히 낮다. (최고야의 심심토크 기사 참고)울지 않는 사람은 잘 우는 사람에 비해 질병에도 취약할 수 있다. 울지 않고 감정을 억누르고 사는 사람은 심혈관, 소화계, 갑상샘, 뇌, 근골격계 질환에 취약하다는 여러 연구가 있다. 또 눈물이 스트레스 호르몬을 감소시키고 독성 노폐물을 배출한다거나, 고통을 줄여주는 내인성 오피오이드 분비를 증가한다는 다양한 가설도 있다. 울어도 되는 안전한 장소·대상 찾아야그러나 여전히 많은 이들이 다른 사람들의 눈을 신경 쓰느라 울고 싶어도 참는다. 혼자 있는 차 안이나 화장실에서 울거나, 자기 전 홀로 조용히 울음을 삼키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우는 것보다 위로해 줄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가 함께 있을 때 눈물은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네덜란드 연구진은 국가나 문화권 별로 우는 행위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연구하기 위해 37개국 성인 5715명을 대상으로 ‘성인 울음에 관한 국제 연구(International Study on Adult Crying·ISAC)’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각국의 실험참가자들에게 눈물 일기를 쓰도록 요청했다. 가장 최근에 운 것은 언제인지, 어디서, 누구와 함께 있을 때 울었는지, 기분은 어땠는지 등을 일정 기간 기록하게 했다.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스웨덴같이 겨울에 극도로 추운 나라에서 유독 더 자주 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울었다고 가장 많이 보고한 시간은 오후 7~10시 사이였다.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연구진은 저녁이 되면 해가 일찍 지고,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기후의 나라에서는 집에 일찍 들어와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라고 봤다. 저녁 식사 이후부터 자기 전까지는 회사나 학교에서 겪은 일을 터놓고 얘기하기 좋은 시간이다. 집에는 나를 평가하거나, 이상하게 여길 외부인도 없으니 마음껏 울 수 있다. 또 피로로 인해 눈물의 역치가 낮아진 시간대라 눈물을 참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가장 덜하기도 하다. 특히 이들은 어머니나 배우자, 연인과 함께 있을 때 자주 울었다고 보고했다. 학계에서는 이를 애착의 관점에서 설명한다. 자신을 돌보고 수용해 줄 만한 애착 대상이 있을 때 마음이 무장해제 되기 쉽다는 것이다. 반면, 혼자 살거나 자주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가족과 함께 사는 사람들보단 덜 울었다. 연구진은 “사회적 유대감이 낮은 사람은 함께 울어줄 사람이 없는 경우가 많고, 결과적으로 우울하고 덜 행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눈물은 “돕고 싶다”는 공감 일으켜그렇다고 반드시 친한 사람 앞에서만 울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우는 당사자는 다른 사람 앞에서 울면 바보 같거나, 나약해 보일 것을 걱정하지만 이런 영향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상대방이 전혀 모르는 낯선 사람일지라도 우는 사람을 보면 돕고 싶다는 따뜻한 마음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20년 넘게 눈물에 관해 연구를 해온 애드 빙거호츠 네덜란드 틸뷔르흐대 심리학과 교수에 따르면, 눈물은 다른 사람과 더 연결돼 있다고 느끼게 만들어 친근함을 유발하는 힘이 있다. 연구팀은 성인 남녀 196명을 대상으로 눈물 흘리는 여성 사진과 디지털 기술로 눈물을 지운 여성의 사진 약 200장을 무작위로 보여줬다. 그리고 이 여성들을 실제로 만났다고 가정했을 때 이들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조사했다.그 결과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고 있는 여성들에 대해 “슬퍼 보인다” “힘이 없어 보인다”뿐 아니라, “좋은 사람으로 보인다” “동정심이 많은 사람으로 보인다” “직접 만난다면 도와줄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응원해 주고 싶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눈물을 지우고 보여준 여성 사진에 대해서는 이런 반응이 훨씬 적게 나왔다. 이후에 다른 연구팀이 실시한 41개국 대상 대규모 연구에서도 이와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우는 사람을 보면 힘이 없고, 난감해 보이기 때문에 누군가가 그에게 다가갔을 때 덜 밀쳐낼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눈물은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기에 보는 사람이 그 사람과 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면 결과적으로 가까이 가서 돕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눈물은 사회적 연결감을 높이고 공감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며 “다른 사람들에게 우는 모습을 보이기 싫고, 강해 보이고 싶은 사람은 눈물로 인한 도움을 얻을 수 없다”고 했다.다음 주 기사에서는 △한국은 전 세계에서 얼마나 많이 우는 나라일까 △부유할수록 더 많이 운다 △남자는 다른 남자의 눈물을 어떻게 생각할까 등을 소개할 예정입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4-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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