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야

최고야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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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최고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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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7~2024-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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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멍청해서 속는 게 아닙니다…가짜뉴스에 혹하는 심리학적 이유[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정신 건강, 정서 문제 등 마음(心) 깊은 곳(深)에 있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일상 속 심리적 궁금증이나 고민이 있다면 이메일()이나 댓글로 알려주세요. 기사로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거짓에 속는 마음의 작동 원리(1)2년 넘게 이어진 팬데믹 기간 동안 세계적으로 무수히 많은 가짜뉴스가 나왔다가 사라졌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가짜”라는 주장부터 “백신에 인간을 조종하는 칩 등 알 수 없는 물질이 들어갔다”는 음모론이 나왔고, 꽤 많은 이들이 현혹됐다. 의료 분야뿐 아니라 정치나 연예 등 가십거리가 많은 분야일수록 가짜뉴스가 넘친다. 가짜뉴스가 계속 생산되는 건 소비가 받쳐주기 때문이다. 나중에 알고 보면 한심한 소리였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듣는 헛소리는 “진짜?”라며 잠시나마 혹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멍청해서 속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가짜에 속는 건 지능과는 큰 관계가 없다. 최근 또 다시 주목받는 사이비 교주에 속은 전문직 종사자도 많지 않은가. 그만큼 거짓에 현혹되는 것은 단순하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왜 우리가 거짓 정보에 속게 되는가에 대한 원리를 밝힌 심리학, 커뮤니케이션학 연구를 2회에 걸쳐 소개한다.“사람은 진실할 것”이라는 믿음 우리에게는 상대방이 말하는 정보를 일단 사실이라고 가정하고 듣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착해서가 아니라 의사소통의 효율성 때문에 그렇다. 누군가로부터 처음 듣게 된 생각이나 정보를 일단 사실로 인정해야 대상의 실체를 이해하는 게 쉽다. 처음 접하는 정보 하나하나를 의심하며 검증하는 건 상당히 비효율적이고 피곤한 일이다.이를 진실기본값 이론(Truth-default theory)으로 설명할 수 있다. 30년 이상 대인 관계 속임수에 관해 연구한 티모시 르바인 미국 앨라배마대 버밍엄캠퍼스 커뮤니케이션학과 명예교수가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모아 이 이론을 처음 학계에 내놨다. 그는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던 2014년 한국에서 해당 논문을 발표했다. 르바인 교수는 “이 이론이 작동하는 것은 매사에 의심하는 것보다 효율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많은 사람이 실제로 대부분의 순간에 정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동시에 이런 성향은 속임수에 취약하게 만든다”고 했다. 거짓이란 걸 이미 알고 있어도 속는다한 번에 여러 정보가 쏟아지면 더 쉽게 속는다. 주의가 산만해지면서 진실과 거짓을 가릴 여력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심지어 거짓말인 것을 미리 알고 있다 하더라도 의사결정을 하는데 인지에 과부하가 걸리거나 시간 제한 등 외부 압박이 주어지면 거짓을 진실이라 믿고 잘못된 판단을 내리기도 한다. 다니엘 길버트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는 ‘당신이 읽은 것을 믿지 않을 수 없다’라는 논문에서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서 거짓과 진실을 혼동하는지 알아봤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각기 다른 강도 사건에 대한 수사 보고서 두 편을 보여주고 판사가 되어 각 사건의 형량을 결정해보라고 했다. A 강도는 낯선 사람에게 차를 태워달라고 부탁한 뒤 물건을 훔친 절도범이고, B 강도는 편의점을 털었다. 둘의 범행 수법은 달랐지만 사전 검토를 거쳐 법률적으로 유사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수준으로 각색했다. 실험 시작 전 연구팀은 보고서 내용 중 검은색 글씨는 사실이고. 빨간색 글씨는 허위라는 것을 알려줬다. 빨간색 글씨로 한 보고서에는 “강도가 총을 가지고 있었다”고 악의적 묘사를 했고, 다른 보고서에는 “굶고 있는 자녀를 위해 절도를 했다”며 다소 호감을 주는 내용을 허위로 넣었다. 빨간색 글씨가 허위라고 미리 알려줬기 때문에 보고서를 읽는 데 집중했다면 두 사건의 범행 동기, 결과 등이 비슷하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방해 효과 확인을 위해 실험 대조군에는 보고서를 읽는 동안 정신을 분산시키는 숫자 과제를 동시에 처리하도록 했다. 그 결과 집중해서 보고서를 읽은 실험 참가자들은 두 사건 강도에게 각각 6년 정도의 징역형을 비슷하게 선고했다. 하지만 집중에 방해받은 실험 참가자들은 악의적인 허위 내용이 기재된 보고서의 강도에게는 평균 11년 형을,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허위 내용이 담긴 보고서의 강도에게는 평균 6년 형을 선고했다. 연구팀은 “인지에 과부하가 걸리고 보고서를 읽는데 시간적 압박을 느끼면서 잘못된 정보를 믿고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지보다 무서운 정보 편식자신의 의견과 일치하는 정보만 받아들이면서 계속 믿음을 강화해 나가는 것을 심리학 용어로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한다. 음모론에 빠진 사람이 음모론과 관련된 콘텐츠만 찾아보며 더욱 굳건하게 진실로 믿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대부분 자신이 틀렸다고 인정하지 않고 고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기는 쉽지 않다. 또 정보 편식은 반대 입장을 의도적으로 차단하고 무시하는 결과를 낳는다.굳이 음모론까지 가지 않아도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정보를 편식하며 살고 있다. 실비아 웨스터윅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국방비 지출, 낙태 등 찬반이 나뉘는 8개의 기사를 보여주고 5분 동안 각 기사를 읽는 시간을 측정했다. 그 결과 실험 참가자들은 자신의 견해와 일치하는 기사를 읽는 데 평균 2분 24초를 썼지만, 맞지 않는 기사는 보는 데는 1분 55초를 썼다. 자신의 견해와 일치하는 정보를 읽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들이는 것이다. 웹 사이트 등에서 알고리즘에 의해 사용자 맞춤 정보를 제공하는 필터 버블(filter bubble)은 이런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 같은 것을 본 게 맞나? 해석은 각자 ‘알아서’객관적인 사실을 해석할 때도 편향성이 드러난다.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이를 심리학 용어로 ‘동기화된 추론(논증)’이라고 한다. 지바 쿤다 캐나다 워털루대 심리학과 교수는 1990년 발표한 ‘동기화된 추론의 사례’ 논문에서 “동기화된 추론은 원하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는 사고 전략을 취한다”고 설명했다.즉 믿고 싶지 않은 근거는 무시하고, 믿고 싶은 근거만 채택해 결론에 유리하게 사용하는 것이다. 자료를 보고 판단을 내리는 것이기 때문에 정작 자신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했다고 착각하기 쉽다. 고의로 남을 속이기 위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일어난다. 한때 온라인상에 퍼졌던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퍼뜨렸다”는 가짜뉴스를 살펴보자. 이를 믿는 이들은 그 근거로 빌 게이츠가 2015년 TED 강연에서 “앞으로 수십 년 안에 천만 명 이상이 죽게 된다면 전쟁이 아니라 전염성 강한 바이러스 때문일 것”이라고 했던 발언과 그의 저서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을 제시한다. 빌 게이츠가 팬데믹 사태를 미리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를 막으려면 지구 인구가 줄어야 하기 때문에 계획적으로 전염병을 퍼뜨렸다는 주장이다. 또 백신을 통해 MS의 마이크로 칩을 사람들 몸에 심으려 한다는 주장도 더해졌다.여기서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 사실은 그가 강연에서 했던 발언과 출판된 저서뿐이다. 하지만 음모론을 믿는 이들은 자기가 믿고 싶은 대로 해석했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10명 중 9명 수준인 국내 백신 접종 인구가 MS 칩에 조종 당하고 있는 셈이다. 시간이 지나고 거짓이 밝혀진다 하더라도 멋쩍은 우리의 마음은 또 다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낸다. 이를 설명하는 인지부조화의 개념은 다음 기사에서 설명할 예정이다. ※다음 주에 가짜뉴스에 속는 이유 2편이 이어집니다. 다음 기사에서는 △사이비 종교를 통해 본 자기 합리화의 원리인 인지부조화 △모두가 ‘예스’할 때 ‘노’할 수 없는 사회적 동조의 욕구 △반복 노출의 폐해 등에 대해 다룹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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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쉬었는데도 찌뿌둥…지금 필요한 건 ‘휴식의 기술’[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정신 건강, 정서 문제 등 마음(心) 깊은 곳(深)에 있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일상 속 심리적 궁금증이나 고민이 있다면 이메일()이나 댓글로 알려주세요. 기사로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서부 유럽 바닷가 항구에서 보트에 드러누워 낮잠을 자는 어부가 있었다. 화려하게 차려입은 관광객은 어부에게 “날씨가 좋은데 왜 고기를 잡지 않느냐”고 물었다. 어부는 “필요한 만큼 이미 충분히 잡았다”고 답했다. 관광객은 답답해하며 “당신이 두 번, 세 번, 아니 그 이상 물고기를 잡으러 나가면 더 많은 돈을 벌 것”이라며 “1년쯤 뒤면 모터보트를 살 수 있고, 나중에는 어선도 사고, 냉동 창고, 훈제생선 창고, 공장, 헬리콥터까지 사게 될 것”이라고 열을 올렸다. 어부는 “그런 다음은요?”라고 되물었다. 관광객은 “그런 다음 이 항구에 앉아 햇살과 풍경을 즐기면 된다”고 했다. 어부가 답했다. “내가 지금 그러고 있잖소.”노벨 문학상을 받은 독일 소설가 하인리히 뵐이 1972년 쓴 ‘노동윤리 몰락에 관한 일화’에 나오는 유명한 이야기다. 하버드대를 졸업한 미국 사업가와 멕시코 어부 등으로 각색돼 여러 버전으로 전해지고 있다. 짧은 이야기지만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이들이 이야기 속 관광객처럼 성공을 이루고 난 뒤에야 햇살을 즐기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여기며 산다. 쉬거나 낮잠을 자면 스스로도 비생산적이고 게으르다고 여긴다. 하지만 여러 연구에 따르면 휴식은 더 많은 성취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피로를 푸는 것부터 산책, 대화, 취미 생활 등을 통해 정신적 만족감을 얻는 모든 순간을 휴식이라고 할 수 있다. 휴식을 취하고 업무에 복귀했는데도 여전히 정신이 멍하고 피로감이 남아 있다면 잘 못 쉬었다는 증거다. 어떻게 해야 ‘잘’ 쉴 수 있을까? 능동적으로 휴식 시간을 쟁취하라쉬는 시간을 내 뜻대로 선택하는 것부터가 진정한 휴식의 출발점이다. 쉬는 시간이 주어질 때 수동적으로 쉬는 게 아니라 쉬고 싶은 타이밍에 적극적으로 쉬어야 한다.로버트 사폴스키 미국 스탠퍼드대 생물학과 교수는 아프리카 세렝게티에서 30년간 개코원숭이를 관찰하며 스트레스에 관한 연구를 했다. 먹고 자는 시간을 우두머리 수컷에게 통제당하는 서열 낮은 수컷 원숭이는 자기 마음대로 사는 우두머리 수컷에 비해 스트레스 호르몬이 더 많이 분비됐다. 자기 삶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고 눈치 보며 사는 서열 낮은 원숭이는 스트레스 때문에 더 많은 질병에 걸렸고 결과적으로 수명도 짧았다. 안타깝게도 인간도 마찬가지다. 원할 때 쉬지 못하고 눈치 보며 쫓기게 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될 수밖에 없다. 1~2시간가량 업무에 열중했다면 10분이라도 짧은 자유시간을 반드시 지키는 등 자신만의 규칙을 정해두면 도움이 될 수 있다.일을 멈춰야 비로소 활동을 시작하는 뇌뇌 과학 분야에서는 쉬어야 능률이 오른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수많은 연구가 이뤄졌다. 마커스 라이클 미국 워싱턴대 의대 교수는 휴식할 때 활성화되는 뇌의 특정 부위를 찾아내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2001년 발표한 ‘뇌 기능의 기본 모드’라는 논문에서 뇌의 이 영역을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라고 소개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돌아가는 뇌의 기본 모드라고 볼 수 있다. 수많은 후속 연구에서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창의력, 집중력, 기억력, 공감, 정서적 판단, 정신건강 등과 관련된다는 것이 입증됐다. 이에 따르면 쉬는 동안 뇌는 기억을 저장하고, 창의성을 발휘해 조용히 해결책을 모색한다. 골똘히 몰입하던 일을 멈추고 잠시 머리를 식히기 위해 샤워를 하거나, 산책하다가 불현듯 기막힌 방법이 생각났다면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일한 것이다. 그런데 이때 TV를 본다거나,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유튜브 영상을 보는데 정신이 팔렸다면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일하는 데 방해가 된다. 라이클 교수가 처음 발표한 논문에서 실험 참가자들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활성화되도록 조성한 조건은 깨어 있는 상태에서 눈을 감고 조용히 쉬도록 한 상태였다. 자연이 주는 집중력의 힘자연을 보고 듣는 것도 집중력을 높이는 좋은 방법이다. 야외에 나가는 것이 가장 좋지만, 실내에서 녹음된 자연의 소리를 듣거나 자연 풍경이 담긴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집중력을 향상할 수 있다. 미국 시카고대 심리학과 연구팀은 2018년 자연의 소리가 인지 능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먼저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시각과 청각의 집중력이 필요한 사전 인지능력 테스트를 했다. 그런 다음 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는 파도, 비, 귀뚜라미, 바람 소리가 녹음된 자연 음향을 들려줬고, 나머지 그룹에는 자동차 경적, 기계 동작 소리, 카페의 백색소음 등 도시와 관련된 음향을 각각 15분간 들려줬다. 그런 뒤 다시 인지 능력 테스트를 치르게 했다. 그 결과 도시 음향을 들은 참가자들은 점수 변화가 거의 없었지만, 자연 음향을 들은 참가자들의 점수는 사전 테스트에 비해 크게 향상됐다. 이에 앞서 마크 버만 시카고대 심리학과 교수는 유사한 설계의 실험을 통해 수목원을 산책한 그룹과 도심을 산책한 그룹의 인지능력을 비교 테스트했다. 그 결과 수목원을 산책한 이들이 인지능력이나 정서 상태에서 더 나은 결과를 보여줬다. 또 다른 유사 실험에서는 자연 사진을 본 실험군이 도심 사진을 본 대조군에 비해 인지 능력이 더 상승했다. 기쁨으로 몰입할 수 있는 취미 찾기한 걸음 더 나아가 가장 효과적인 휴식은 즐거운 일에 몰입하는 것이다. 휴일에 소파에서 온종일 넷플릭스를 보거나 침대에서 뒹굴뒹굴하면 몸의 피로가 어느 정도 회복될 수는 있겠지만 그 이상의 정신적 만족감을 느끼긴 어렵다. 너무 바빠 쉴 시간이 없다고 아우성치면서 막상 쉬는 시간이 주어지면 뭘 할지 몰라 ‘쉬는 날엔 할 게 없다’라는 안타까운 결론에 이르기도 한다. 여유 시간이 더 많은 은퇴 후라면? 재미없는 삶은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된다.정신적 만족감을 높이는 휴식을 취하려면 심신의 이완뿐만 아니라 시간과 관심을 쏟아 몰입을 일으키는 도전적인 취미 활동이 필요하다. 긍정 심리학의 대가이자 몰입(flow)의 개념을 처음 역설한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미국 시카고대 심리학과 교수는 저서 ‘몰입의 즐거움’에서 “여가를 최대한으로 활용하려면 일할 때처럼 창조력을 발휘하고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취미의 필수 조건은 너무 쉽거나 어렵지 않은 ‘적당히 도전적인’ 난이도여야 하고, 스스로 즐거움을 찾기 위해 나서는 일이어야 한다. 그러나 취미 활동도 일하듯 무조건 열심히 하라는 뜻은 아니다. 정신과 의사이자 ‘오티움(라틴어로 ‘여가’라는 의미)’의 저자 문요한 원장은 “좋은 여가 활동의 포인트는 ‘기쁨’”이라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자랑하거나, 살을 뺀다거나, 남에게 인정받기 위한 활동은 좋은 취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무엇을 취미로 삼아야 하는지조차 모르겠다면 자기 탐색 과정이 먼저다. 문 원장은 “어린 시절부터 몰입했던 경험을 찬찬히 되짚어 보면서 잊고 살아왔던 것은 무엇인지, 나와 비슷한 기질과 환경을 가진 가족들은 어떤 취미를 가졌는지 살펴보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객관적으로 남들보다 잘 할 수 있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며 “나의 여러 능력 가운데 비교적 잘 할 수 있고, 흥미를 느끼는 영역을 찾으면 된다”고 강조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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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라인 기반 방문판매 ‘이너진’, 성장 가능성 무한”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유통환경 속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결합한 방문판매 방식인 ‘이너진’을 통해 소비자에게 더 편리한 방식으로 다가가고자 합니다. ” KGC인삼공사의 자회사인 KGC라이프앤진의 정철 대표는 21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새롭게 선보인 ‘이너진’의 가능성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이너진’은 방문판매와 온라인 유통의 장점을 결합해 KGC라이프앤진이 야심 차게 내놓은 새로운 판매 시스템이다. 정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활동에 지장을 받으면서 방문판매 수요는 바닥을 쳤지만, 이런 상황이 오히려 이너진을 선보일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너진은 기존의 방문판매 방식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과거에는 방문판매원들이 자신의 인적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큰 가방에 무거운 화장품을 가득 넣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았다면, 이너진은 SNS, 블로그 등을 활용해 홍보한다. 이를 통해 이너진 파트너(판매원)에게 개별적으로 주문이 들어오면 필요한 만큼만 온라인 몰에서 주문하면 되고, 이는 곧바로 고객에게 배송된다. 온라인 주문 시스템을 통해 방문판매 개인사업자의 초기 투자 부담을 없애 기존의 방문판매 방식과 차별화했다. 판매원의 인적 네트워크를 이용한다는 점은 기존 방문판매와 비슷하다. 다만 홍보나 판매가 오프라인 만남이 아닌 온라인에서 이뤄진다는 점이 다르다. 지인에게 모바일 메신저로 파트너 교육 자료를 전달하거나, 블로그에 활동 리뷰 등을 작성하는 것도 파트너 활동의 일환이다. 정 대표는 “이너진은 기존 방문판매와 다르게 재고를 들고 다니거나 미리 사두지 않아도 된다”며 “무거운 가방 대신 스마트폰과 이너진 앱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사업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는 파트너를 통해 제품을 구입하면 3∼9% 정도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파트너에게 개인별 맞춤 상품 추천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환불 등 고객 서비스도 1 대 1로 받을 수 있어 비대면 온라인 쇼핑의 단점을 보완했다. KGC라이프앤진은 KGC인삼공사가 만든 화장품과 건강식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파트너에게 최소 판매 수량을 정해두거나, 본사 교육 의무 참석, 대리점 출퇴근 등과 같은 근무 제한을 두지 않은 것도 기존 방문판매와 비교해 볼 때 획기적인 변화다. 이미 직업이 있는 경우에도 온라인 파트너 활동으로 겸업을 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것이다. KGC라이프앤진은 새로 가입하는 파트너들에게 온라인 마케팅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일단 제품을 써보고 주변에 추천하라는 의미에서 신규 파트너 가입자에게 30만 원 상당의 화장품 등 제품을 제공하고 있다. 정 대표는 “새롭게 선보인 이너진은 기존 판매조직의 디지털 전환을 안정화하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온라인 파트너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며 “온라인 유통과 관계 기반 방문판매의 장점을 결합하였기에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본다”고 말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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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짜장? 짬뽕? 짬짜면도 해결 못한 한국인의 결정장애[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정신 건강, 정서 문제 등 마음(心) 깊은 곳(深)에 있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일상 속 심리적 궁금증이나 고민이 있다면 이메일(best@donga.com)이나 댓글로 알려주세요. 기사로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점심으로 뭐 먹을까?”“글쎄, 난 아무거나. 넌?”“음, 나도 아무거나.”여기서부터 대화가 좀 피곤해지기 시작한다. “뭐 먹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는 고민이지만 시원하게 결정하는 날은 얼마 되지 않는다. 1999년 짬짜면이 등장한 이후 ‘짜장 vs 짬뽕’ 고민은 어느 정도 해결된 듯도 하지만 여전히 메뉴 선택은 어렵다. 옷장 앞에 서서 하는 “오늘 뭐 입지?”라는 고민도 마찬가지다. 누가 대신 좀 정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도 많다. 결정은 원래 피곤한 것‘메이비(maybe)족’은 “글쎄요”라는 애매모호한 대답만 할 뿐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타인의 의견에 의존하는 이들을 가리킨다. ‘햄릿증후군’과 같이 똑 부러지는 결론을 내지 못하는 우유부단한 성향을 의미하는 또 다른 용어이기도 하다. 일상에서는 결정장애라는 말을 더 많이 쓰지만, 이는 정식 진단명이나 학술용어는 아니다. 심리학, 경영학 등의 연구에서는 사소한 문제조차 결정을 어려워하는 것을 두고 ‘의사결정 피로감’(decision fatigue)이라고 지칭한다. 학술 주제로 연구까지 됐다니 국가를 막론하고 결정은 원래 피곤한 것이 맞는 것 같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가지고 있는 면이기도 하다. 캐슬린 보스 미국 미네소타대학 경영학부 교수 연구팀은 의사결정이 얼마나 우리를 피곤하게 하는지 알아보기 위한 여러 실험을 했다. 그 중 하나를 소개하면, 연구팀은 쇼핑몰에서 만난 쇼핑객들이 이날 물건을 사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결정을 했는지 묻고, 간단한 수학 문제를 풀도록 요청했다. 결과는 많은 의사결정을 한 사람일수록 수학 문제를 끝까지 풀지 못하거나 답을 틀린 경우가 많았다. 보스 교수는 “선택을 많이 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문제를 해결하는 동안 집중력을 유지하기 훨씬 어려워했다”고 했다. 옵션이 많을수록 유리할까? 5~10개가 적당결정이 피곤한 가장 큰 이유는 100% 완벽한 정답이 있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래서 여러 선택지를 비교해볼 수 있어야 안심이 된다. 문제는 모든 선택지의 정보를 모으는 데 에너지를 너무 많이 쓴다는 것이다. 겨울 코트를 사기 위해 온라인쇼핑몰을 검색하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검은색, 20만 원대’ 두 가지 조건을 넣고 검색했더니 코트 수백 벌이 나온다. 한 사람은 적당히 비교해보고 1시간 만에 결제했고, 다른 한 사람은 가격, 소재, 배송, 후기 정보를 비교하고 따지느라 밤을 새우고도 코트를 사지 못했다. 둘 중 어떤 사람이 쇼핑 과정이 더 행복하게 느껴질까. 또 ‘득템’의 기쁨은 누가 더 클 것인가. 스페인 바르셀로나 폼페우 파브라 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우리가 사소한 결정을 내릴 때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선택지의 수는 5~10개 사이라고 한다. 5개 미만일 때는 선택지가 적어서 불만족스럽게 여겨지고, 10개가 넘어가면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선택지가 많으면 많을수록 유리한 게 아니라 적당히 있을 때 쉬운 결정에 더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선택지를 열어두는 것 자체도 기회비용이 든다신지웅 예일대 경영학부 교수와 댄 애리얼리 듀크대 경영학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여러 선택지 가운데 헤매다가 결국 손해 보는 불리한 결정을 내린다. 여러 선택지 사이에서 우왕좌왕할 때 들어가는 기회비용 때문이다. 연구팀은 빨간색, 파란색, 초록색 문을 마우스로 클릭하면 방문이 열리는 컴퓨터 게임을 만들고, 방마다 2~14센트 사이의 보상금을 무작위로 배치했다. 방 안에서는 세 가지 색 문이 또다시 나오는데, 게임이 끝날 때까지 계속해서 나오는 3개의 방문을 열어보며 보상금을 모으면 된다. 마우스를 100번 클릭하면 게임이 끝난다. 만약 선택을 번복하고 다른 색 문을 열려면 3센트의 기회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두 번째 그룹에는 일부 조건을 변경한 실험을 했다. 빨간 문을 클릭하면 선택하지 않는 나머지 초록색, 파란색 문의 크기가 점점 작아지게 했다. 15번 이상 클릭하지 않으면 아예 사라지도록 했다. 두 그룹 중 어느 쪽이 더 많은 돈을 모았을까? 첫 번째 그룹이었다. 두 번째 그룹은 선택하지 않은 문들의 크기가 점점 작아지자 자꾸 결정을 번복하고 우왕좌왕하며 작아진 문을 다시 클릭했다. 그때마다 대가로 3센트를 지불했다. 결과적으로 수익의 14%를 기회비용으로 날렸다. 문이 쪼그라들면서 선택지가 없어질까 봐 마음도 같이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선택지를 유지하는 데 비용이 들지 않는 세상이라면 이러한 경향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하지만 대부분의 일상적 상황에서는 선택지를 열어두는 데 상당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잘못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결정하기 전 눈치 보는 한국인신경학 연구에 따르면 우리의 뇌가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는 것을 인지하면 행복감을 느끼는 호르몬인 도파민 분비가 정지된다고 한다. ‘실수=불쾌감’으로 인식되는 이유다. 여기에 타인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한국 문화가 더해지면 실수에 따른 불쾌감은 더욱 증가한다. 작은 선택으로도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실수했다고 평가받지는 않을지 고민하게 되는 이유다. 식당에서 메뉴판을 보며 꼭 먼저 상대방의 의사를 묻지 않던가.타인을 의식하며 눈치 보는 문화는 한국의 문화적 특수성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고 최상진 중앙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저서 ‘한국인의 심리학’에서 한국인은 자신에 대한 상대의 평가, 호감 등을 크게 의식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주변 사람을 거스르지 않는 의견을 내도록 만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눈치 보는 특성이 나타나는 이유로 △상대방에 대한 배려 △자신의 체면이나 인상 관리 △평가 염려 △부드럽고 원만한 대인관계 유지 등을 꼽았다.성장기에 입고, 먹는 것부터 학원, 진로까지 부모가 대신 선택해주며 자란 청년들은 선택을 더욱 어려워한다. 자신이 뭘 원하는지 모를 뿐 아니라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에게 일일이 의견을 물어보는 경우도 많다. 성장기에 스스로 했던 선택에 대해 비난 받은 경험이 있다면 더욱 심하다. ‘나는 결정장애가 있어요’의 저자 임재호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교수는 “선택의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후회, 손실, 비난 등을 받게 되고 스트레스가 커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며 “서로의 생활에 깊게 관여하는 가족문화를 지닌 경우 성인이 된 이후에도 상대방의 선택을 좌지우지하려는 간섭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나에게 최선인 답은 있을 수 있어도 100% 완벽한 정답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선택의 완벽주의를 버리고 단 10, 20%만이라도 진짜 원하는 바를 선택하면 된다. 또 지금 내리는 결정이 최종 결정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아무거나라는 메뉴는 없다’의 저자 요헨 마이는 “완벽한 정답은 실험실에는 있지만 현실에는 없다”며 “실수해도 세계는 멀쩡히 돌아가며, 실수를 한다 해도 대부분 나중에 바로잡을 수 있다”고 했다.가장 중요한 것은 결정의 주체는 ‘남’이 아닌 ‘나’여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아닌 남을 위한 결정을 하는 것은 타인을 기분 좋게 할 수는 있어도 나를 행복하게 만들 수는 없다. ‘선택과 결정은 타이밍이다’의 저자 최훈 작가는 “기준이 내가 된다는 것은 삶의 주인공이 내가 되느냐 하는 중요한 문제”라며 “‘나’라는 사람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내가 원하는 선택과 결정을 하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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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탕진잼’ 하셨다고요? 사실은 우울한 겁니다 [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정신 건강, 정서 문제 등 마음(心) 깊은 곳(深)에 있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일상 속 심리적 궁금증이나 고민이 있다면 이메일(best@donga.com)이나 댓글로 알려주세요. 기사로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돈 쓰며 텅 빈 마음 채우는 쇼핑중독“티끌 모아 티끌, 탕진잼 다 지불해 / 내버려둬 과소비 해버려도 / 내일 아침 내가 미친 X처럼 내 적금을 깨버려도 / WOO 내일은 없어” (BTS ‘고민보다 Go’ 중에서)BTS 노래 가사에 나오는 ‘탕진잼(탕진+재미)’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젊은층 사이에서 유독 소비에 관한 신조어가 끊임없이 등장한다. ‘지름신’은 국어 사전에 소개된 지 오래고, 과소비로 텅 빈 통장을 의미하는 ‘텅장’, 스트레스 받은 김에 욕하듯 지르는 ‘X발 비용’, 비싼 물건을 사서 자랑하는 ‘플렉스’ 등 다양하다. 당장의 행복을 추구하는 ‘욜로(YOLO·You Only Live Once)족’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쇼핑 하이(high)’… 쇼핑 때 쾌락 물질 분비쇼핑이 기분 전환에 도움을 주는 것은 확실하다. 쇼핑을 하면서 쾌감과 흥분을 느끼는 현상을 ‘쇼핑 하이(high)’라고 한다. 뇌에서 쾌락을 느끼는 호르몬인 도파민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쾌감의 지속 시간이 짧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자주 쇼핑하고, 필요 없는 것도 사게 된다. 물건을 구매한 뒤에는 죄책감과 후회에 시달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가족들 몰래 쇼핑한 물건을 이곳 저곳에 숨겨본 적이 있는가? 그러면 이미 심각한 수준일지 모른다. 쇼핑중독은 정식 진단명은 아니지만 이와 관련한 강박, 중독, 우울, 충동조절 장애 등 여러 병리적 원인이 있을 수 있다.스트레스에 대처하는 개인의 성격 특성도 쇼핑에 영향을 미친다. 2014년 한국심리학회지에 실린 ‘강박구매 성향군의 기질 특성과 정서조절 능력’ 연구에 따르면 쇼핑중독 성향이 있는 이들은 △자극(쾌락)을 추구하고 △처벌이나 위험을 회피하지만 △인내력은 낮은 성향을 갖고 있었다. 스트레스에 취약하기 때문에 쇼핑으로 위안을 삼는다는 의미다.쇼핑중독 진단 문항1. 내 옷장 안에는 열지 않은 쇼핑백들이 있다.2. 다른 사람들이 나를 쇼핑 중독자로 생각할지도 모른다.3. 내 일상의 대부분은 물건 구입에 집중되어 있다.4. 나는 스스로를 충동구매자라고 생각한다.5. 나는 내가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을 산다.6. 나는 내가 사려고 계획하지 않았던 물건들을 산다. 1~7점(매우 그렇지 않다~매우 그렇다) / 총점이 높을수록 쇼핑중독 증상이 심함을 의미.자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한국판 리치몬드 강박구매 척도의 타당도, 신뢰도 연구’텅 빈 마음을 채워야 ‘텅장’도 채워진다국내외 여러 연구에서는 돈을 쓰면 슬픔, 우울, 긴장, 불안, 결핍 등에서 빠르게 벗어난다고 느끼기 때문에 쇼핑중독이 생긴다고 설명한다. 한 마디로 비어 있는 마음을 물건으로 대신 채우는 것이다. 미국에서 2008년 발표된 논문 ‘불행한 사람은 구두쇠가 아니다(Misery is not miserly)’라는 연구에서 이런 특성을 잘 설명하고 있다. 신시아 크라이더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경영학부 교수는 슬픔을 경험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얼마나 돈을 많이 쓰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실험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는 소년의 멘토가 죽는 장면이 나오는 슬픈 영화를 보여주고, 이 주제가 자신의 삶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글을 쓰도록 했다. 대조 그룹에는 물고기가 나오는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여주고, 일상에 대한 아무 이야기나 써보라고 했다. 그런 뒤 실험 참가비용으로 10달러를 주고, 연구팀에서 판매하는 물병 제품을 보여주며 얼마에 구매할 것인지 물었다. 죽음과 슬픔을 다룬 영상을 본 이들은 평균 2.11달러를 내겠다고 한 반면 자연 다큐멘터리를 본 참가자들은 0.56달러를 내겠다고 답했다.이 논문의 부제는 ‘슬프고, 자신에게 초점이 맞춰진 이들은 돈을 더 쓴다’이다. 슬픈 영화를 보고 이를 자신의 문제와 결부시킨 글짓기를 한 그룹은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고 있는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게 되면서 감정이 더 증폭됐다. 이는 슬픔과 우울에서 벗어나 보상받고 싶은 심리로 이어져 물건을 사는데 더 많은 돈을 쓰는 결정을 내렸다. 연구팀은 “이들은 슬픔으로 인해 낮아진 자아를 끌어올리기 위해 돈을 더 쓰는 경향이 있었다”며 “또 부정적 감정을 느끼면서 자존감이 떨어지면 대조적으로 자신 이외의 다른 대상(물병)에는 더 높은 가치를 매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택배 받기 전이 가장 행복하다특히 온라인 쇼핑은 더 중독적일 수 있다. 언제 올지 모르는 택배를 기다리면서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구매할 때보다 설렘과 흥분 정도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택배를 기다리는 우리의 마음을 먹이를 기다리는 원숭이의 마음과 비교해 살펴볼 수 있는 연구가 있다. 로버트 사폴스키 미국 스탠퍼드대 생물학과 교수는 원숭이에게 어떤 조건에서 보상(음식)이 주어질 때 도파민이 많이 분비되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사폴스키 교수는 원숭이가 앞에 놓인 버튼을 10회 누르면 음식을 제공했다. 원숭이가 버튼을 누르고, 음식을 받는 사이에서 쾌감을 느끼는 도파민이 가장 많이 분비되는 순간은 언제였을까?음식을 받아서 먹을 때가 아니라 버튼을 누르는 동안에 가장 많은 도파민이 분비됐다. 음식을 기다리면서 설렘과 기대가 쾌감을 극대화시킨 것이다. 오히려 음식을 받는 순간에는 도파민 수치가 떨어졌다. 버튼 10회를 다 눌러도 무조건 음식을 주지 않고, 랜덤하게 보상을 줬더니 도파민이 훨씬 더 많이 분비됐다. 언제 나올지 모르는 음식에 대한 기대감으로 점점 더 흥분이 고조된 탓이다. 온라인 쇼핑 택배를 받고 기뻐했던 경험을 떠올려 보자. 결제를 하고, 언제 올지 모르는 택배를 기다리다 문 앞에 택배가 도착해 뜯어보는 순간까지 흥분이 쭉 고조된다. 하지만 택배 개봉 이후에는 급격히 흥미가 떨어지는 기분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심지어 상표도 뜯지 않은 채 옷장에 넣어두고 몇 년 뒤에 유물처럼 발견되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만족 없는 쇼핑 반복… 벗어나려면 어떻게?과도한 쇼핑은 슬픔, 우울, 결핍 등 부정적 감정이 표출되는 하나의 방식이다. 따라서 내면의 근본적인 원인을 알아야 행동을 고칠 수 있다. 미국의 쇼핑중독 치료 전문가인 에이프릴 벤슨 박사는 저서 ‘살 것인가 말 것인가(부제: 왜 과잉 쇼핑을 하며 어떻게 멈춰야 하는가)’에서 아래 세 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먼저, 쇼핑 욕구를 일으키는 진짜 감정을 찾아야 한다. 단순히 “스트레스 받아서”가 아니라, 슬픔, 외로움, 분노, 지루함, 짜증, 거절감, 두려움, 부끄러움, 좌절 등 구체적 이유를 찾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쇼핑을 통해 이런 감정을 해결할 수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벤슨 박사는 “어떤 물리적 상품도 정서적 구멍을 진정으로 채울 수는 없다”며 “최신 디지털 카메라나 신상 바지가 마음을 채울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했다.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근본적 유발 감정을 해결할 대안을 찾는 일이다. 외로움이나 우울감이 원인이라면 가까운 사람과 커피를 마시거나, 영화를 보고, 대화를 나누는 방법이 있다. 불안감이 원인이라면 거품 목욕을 하거나, 애완동물을 쓰다듬는 등 정서적 휴식을 취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벤슨 박사는 “쇼핑 쾌감은 즉각적이고 강렬하기 때문에 습관이 쉽게 고쳐지지는 않는다”며 “충동에 저항하는 꾸준한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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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주 감동해야 더 행복하다[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정신 건강, 정서 문제 등 마음(心) 깊은 곳(深)에 있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우리가 몰랐던 감동의 효과들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바라볼 때, 한국 선수가 올림픽 금메달을 땄을 때, 유명 예술 작품을 마주했을 때 등 감동적 경험으로 소름이 돋거나 눈물을 흘려본 일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거창한 순간이 아니더라도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는 일상에서도 크고 작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감동적인 순간에 행복감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감동은 단지 기분이 좋아지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해외 심리학 연구에서는 경이로움을 뜻하는 영어 단어 ‘awe’를 사용한다. 학술적 정의로는 잔잔한 마음의 울림부터 감격, 환희, 황홀함 같은 풍부한 감정을 포함해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큰 깨달음이 일어나는 경험 등 다양한 경우를 포함한다. 그동안 학계에서 이뤄진 여러 연구를 통해 감동의 효과를 살펴보기로 한다.스트레스 낮추고 행복감 높이는 효과심리학에서 감동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불과 20여 년 정도다. 다만 앞서 미국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우가 ‘절정 경험(peak experience)’이라는 개념을 통해 감동과 유사한 감정의 특징을 정의했다. 그는 1964년 저서 ‘종교, 가치 그리고 절정 경험’에서 인간이 정서적인 절정을 경험할 때 △시공간에 대한 감각이 무뎌지고 △자신의 문제에 덜 사로잡히게 되며 △겸손해지고 △세상을 선하게 바라보며 △행복감을 느낀다고 했다. 2000년대 들어 과학적 연구를 통해 이러한 효과가 하나 둘 입증되기 시작했다. 2015년 제니퍼 스텔라 캐나다 토론토대 심리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감동적 경험을 많이 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체내 염증 수치와 관련 있는 단백질 물질인 인터류킨 수치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감동적 경험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를 저하하고, 즐거움을 느끼는 호르몬인 도파민 분비를 촉진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체내 염증 수치가 높아질 수 있는데, 감동적 경험을 통해 스트레스와 염증을 모두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자기 비하를 멈추게 하는 힘감동은 자기를 비판하고 부정적인 감정에 몰두하도록 만드는 뇌의 영역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미국심리학회지에 실린 ‘경외감의 신경 표현: 일반적이고 뚜렷한 신경 메커니즘의 구별’ 연구에서는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 촬영을 통해 감동적인 영상을 볼 때 뇌에서 일어나는 활동을 분석했다. 영상의 내용은 아름다운 자연, 종교적 경험, 존경할 만한 리더의 모습 등 다양한 차원의 감동적 상황을 포함했다. 뇌 활동 비교를 위해 즐거움과 공포를 유발하는 영상도 각각 보여줬다. 관찰 결과 감동적인 영상을 시청할 때 자신을 비하하고 비판적으로 느끼게 하는 뇌의 왼쪽 중간 측두회(middle temporal gyrus)의 활성화 수준이 다른 영상을 시청할 때보다 낮아졌다. 감동을 느낄 때 자기 자신을 좀 더 너그럽고,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걱정과 고민이 사소해 보일 수 있다감동의 또 다른 놀라운 효과는 자기 자신을 거대한 세상에 속하는 작은 존재로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심리학과 연구팀은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연구팀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요세미티국립공원과 해안 선착장 관광지인 ‘피셔맨스 워프’를 방문한 관광객 1178명을 대상으로 현재 자신의 존재가 어느 정도 크기로 인식되는지를 조사했다. 아름다운 경관으로 유명한 요세미티국립공원은 감동받을 만한 자연 풍경을 의미하고, 피셔맨스 워프는 즐거움을 느끼는 장소라는 의미를 갖는다. 연구팀은 관광객들에게 같은 크기의 태양과 잔디가 그려진 종이를 준 뒤 현재 자신의 모습을 그리게 했다. 그 결과 국립공원을 찾은 관광객(633명)이 종이에 그린 자신의 평균 크기는 선착장 관광지를 찾은 관광객(545명)의 평균보다 33% 정도 작았다. 이는 조사에 응한 북미, 유럽, 아시아 관광객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감동의 이런 효과는 자신의 문제에만 매몰되기 보다는 시선을 밖으로 돌려 주변을 돌아보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연대하며, 이타적인 행동을 이끌어 낼 수 있다. 20년간 감동이 몸과 마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연구해온 대커 캘트너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심리학과 교수는 지난달 펴낸 저서 ‘Awe(경외감)’에서 “경외감은 타인과 경계를 무너뜨려 다른 이들을 위해 희생하도록 만드는 경향이 있다”며 “우리의 본성이 개인주의나 물질주의가 아니라 집단주의를 지향한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고 강조했다.대자연에서만 감동을 느낄 수 있을까?그렇다면 감동을 느끼기 위해 매일 자연으로 나가야 할까? 어느 정도 정도 효과는 있겠지만, 자연보다 더 많은 감동을 느끼는 대상은 따로 있다. 바로 사람이다. 타인에게서 배려, 용기, 강인함, 도덕성, 존경할만한 품성 등을 목격했을 때 감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캐틀러 교수는 “전 세계 사람들이 가장 일반적으로 감동을 받는 순간은 자연이나 영적인 경험을 할 때가 아니었다”며 “다른 사람의 용기, 친절, 강인함 등에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2017년 미국 심리학회지에 실린 한 연구를 보면 실험 참가자들이 느낀 감동의 절반 이상은 타인으로부터 온 것이었다. 미국과 중국 대학생 각 83명에게 2주 간 하루에 한 번씩 △자연 △타인(대인 관계) △자신 △음악 △건축물 △영적 경험 △지식이나 기술 △예술작품 등에서 감동이나 기쁨을 느낀 경험에 대해 기록하게 했다. 2283개의 기록을 분석한 결과 중국인과 미국인 모두 대인 관계에서 감동 받은 경우가 각각 63%, 49%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자연은 중국인과 미국인 각각 7%, 12% 정도였다. 흥미로운 점은 스스로에게 감동을 경험한 비율은 미국인의 경우 8%에 달했지만 중국인은 0.4% 정도였다는 것이다. 서양의 개인주의와 동양의 집단주의 문화에 따라 감동을 받고 기쁨을 느끼는 지점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감동도 연습이 필요하다감동은 노력하면 더 많이 느낄 수 있다. 사람마다 감동을 느끼는 순간은 각자 다르기 때문에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본다면 더욱 좋다. 산책하다 미처 보지 못했던 소소한 아름다움을 발견하며 감탄하거나, 평소 존경하는 인물의 책이나 강연을 찾아 보는 것도 좋은 노력이 될 수 있다. 무엇이든 자신만의 방법으로 소소한 감동거리를 찾아보며 잠깐 휴식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하루에 10분씩만 투자해 감동을 ‘주입’한다면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을 때보다 조금은 더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감동 훈련법·스마트폰 끄고 산책하기·일상에서 발견한 아름다운 것들 사진 찍기·하루에 한 번 하늘 보기·저명한 학자, 지도자의 강연·연설 영상보기·크고 작은 감동 경험 기록하기·가치관을 넓힐 수 있는 책 읽기·타인과 영웅담이나 미담 공유하기‘자주 감동받는 사람들의 비밀’(동양북스) 참조최고야기자 best@donga.com}

    • 2023-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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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정신 건강, 정서 문제 등 마음(心) 깊은 곳(深)에 있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어린이 그림책 ‘걱정은 걱정 말아요’ 의 주인공 루비에게 어느 날 불쑥 ‘걱정’이 찾아온다. 처음 루비 앞에 등장한 걱정은 작은 노란색 먼지 뭉치같이 보였다. 그런데 걱정은 점점 몸집이 커지더니 어느덧 집채만큼 커져 루비를 따라다녔다. 친구들에게는 루비의 걱정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루비도 걱정이 없는 척, 아무렇지 않은 척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거대해진 걱정에 모든 신경을 빼앗긴 루비의 눈에는 걱정 외엔 다른 세상이 모두 회색빛으로만 보인다. 아동의 눈높이에서 걱정과 불안을 설명한 그림책이지만 사실 어른들에게도 똑같이 해당되는 이야기다. 작았던 걱정은 생각할수록 자라나고,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며, 때로는 다른 것들은 제대로 보이지 않게 눈을 가려버리기도 한다. 심할 경우 잠을 못 자서 온종일 피곤하거나 근육이 바짝 긴장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런 증상과 함께 6개월 이상 일상 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걱정과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면 범불안장애일 수도 있다. 온갖 걱정을 달고 사는 만성 불안을 겪는 범불안장애는 평생 유병률이 5% 정도로 비교적 흔한 증상이다. 100명 중 5명이 살면서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걱정 10개 중 9개는 ‘가짜 걱정’일부 걱정은 앞날을 미리 대비할 수 있게 도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걱정의 대부분이 쓸 데없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심리학과의 루카스 라프레니에르, 미셸 뉴먼 교수는 2019년 ‘걱정의 기만 폭로: 범불안장애 치료에서 가짜 걱정의 비율’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범불안장애가 있는 대학생 참가자 29명에게 10일 동안 어떤 걱정을 얼마나 했는지 기록하게 했다. 참가자들은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2, 3시간 단위로 걱정의 내용과 걱정에 할애한 시간 등을 꼼꼼히 적었다. 10일 동안 1인당 평균 34개의 걱정 목록이 나왔다. 그 뒤로 한 달 동안 참가자들은 자신이 작성한 걱정 목록이 얼마나 현실화됐는지 검증했다. 한 달 내에 검증 가능해야 하기 때문에 ‘나는 결혼을 못 할 것 같다’ 등 먼 미래에 대한 걱정은 제외하고, ‘이번 주 시험을 망칠 것 같다’ 등 가까운 시일 내에 검증 가능한 걱정만 포함했다. 그 결과 걱정 목록의 91.4%는 실현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실로 나타난 걱정 8.6% 중에서도 30.1%는 참가자 스스로 ‘예상보다 잘 풀렸다’라고 평가했다. 즉, 걱정 100개 중 9개만 현실이 됐고, 현실이 된 9개 중 3개는 걱정만큼 나쁘지 않은 결과를 냈다는 것이다. 심지어 참가자 중 7명은 열흘간 기록한 걱정 가운데 실현된 걱정이 하나도 없었다. 100% 헛된 걱정만 한 것이다.연구팀은 “범불안장애를 앓는 이들을 치료할 때는 걱정이 비현실적이고,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며 “걱정에 대한 실제 결과를 스스로 추적해 본다면 생활의 적응력을 높이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생각하지 마!” 틀어막을수록 더 생각나는 이유걱정이 대부분 쓸 데없다는 것을 알았으니 이제 걱정을 줄일 일만 남았다. 그런데 걱정을 없애기 위해 애쓴다고 정말 걱정이 사라질까?걱정을 억압하는 것이 효과가 없다는 것은 ‘백곰 효과’로 알 수 있다. 1987년 다니엘 웨그너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고를 억제하려는 노력이 우리 사고에 실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실험을 했다. 실험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A그룹에 “백곰을 생각하라”고 지시하고, B그룹에는 “백곰을 생각하지 말라”는 지시를 했다. 5분 뒤 두 그룹에게 백곰이 떠오를 때마다 앞에 놓인 종을 치게 했다. 어느 그룹에서 종을 더 많이 쳤을까?백곰을 생각하지 말라고 억압한 B그룹이었다. 이를 두고 특정 생각을 억눌렀을 때 역설적으로 자꾸 떠오르게 되는 백곰 효과, 또는 ‘사고 억제의 역설적 효과’라고도 한다. 백곰을 제외한 다른 생각을 떠올리기 위해 “백곰 말고”를 되뇌면서 역설적으로 백곰에 더 집중하게 만드는 원리다. 이처럼 특정 걱정도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할수록 마음속을 비집고 나오기 쉽다.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걱정에 집중하기전문가들은 만성 걱정을 다루려면 오히려 걱정에 완전히 몰입하라고 조언한다. 공포 영화를 반복해서 보면 무서운 장면도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듯이 걱정과 불안 거리를 거듭 직면해 아무것도 아닌 듯 만들라는 것이다. 아래는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걱정과 불안을 달래는 접근법이다. 걱정에 맞서는 팁(tip)걱정에 맞서는 팁(tip)·걱정되는 일들을 리스트로 작성하기·하루 2회 이상 10분 동안 걱정에 집중하는 ‘걱정 타임’ 만들기(잠들기 전 시간은 피하기)·걱정 일기를 작성해 걱정이 실제로 현실화했는지 점검하기 ·두통, 근육통이 유발될 땐 하던 일 멈추고 심호흡하기·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대처 행동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실천하기우선 걱정 리스트를 만든다. 직장, 가정, 경제 문제 등 여러 카테고리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면 더 좋다. 미국의 임상심리학자이자 ‘걱정이 많은 사람을 위한 심리학 수업’ 저자인 채드 르쥔느 박사는 “지나치게 걱정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걱정을 분류하는 과정만으로 고통이 경감되는 효과를 경험하기도 한다”며 “걱정을 분류하다 보면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생각들로부터 거리감이 생겨나 생각과 자기 자신 사이에 분명한 선을 그을 수 있게 된다”고 했다.30년 이상 불안장애치료센터를 운영한 미국의 임상심리학자 데이비드 카보넬 박사는 10분간 걱정에 몰입하는 ‘걱정 타임’을 적극 추천한다. 조용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정해 하루 2회 이상, 최소 2주 동안 시도할 것을 권한다. 놀랍게도 그의 센터를 찾은 환자들은 “10분을 다 채우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한다. 카보넬 박사는 저서 ‘나는 왜 걱정이 많을까’에서 “많은 이들이 1, 2분이 지나면 더 보탤 걱정이 없다고 고백했다”고 밝혔다. 그는 “걱정할 때 그들은 그저 잠재의식 속에서 같은 걱정을 반복한 것이었다”며 “그러니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걱정이 계속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걱정일기를 쓰는 것도 많은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방법이다. 걱정의 내용을 제목으로 쓴 다음 △걱정이 현실화 됐는지 △현실화 됐다면 개선할 수 있는 일인지 △어떤 대처를 할 수 있는지 △그로 인해 무엇을 (못)하게 됐는지 △신체적 느낌은 어떤지(두통이나 근육 경직 등) △어떤 감정이 뒤따랐는지 등에 관해 쓰는 것이다. 이 모든 방법의 핵심은 걱정을 틀어막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 있다. 대부분의 걱정은 ‘만약 ~하면 어떡하지?’로 시작해 불확실한 미래의 일을 통제하려는 노력 때문에 생겨나는데, 걱정을 통해 미래의 모든 일을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르쥔느 박사는 “걱정이 많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불확실한 요소를 참아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며 “미래의 불확실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현재에 필요한 행동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통제할 수 없는 것을 통제하려는 욕구를 버리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고야기자 best@donga.com}

    • 2023-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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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리회 서울연회, 사랑의 푸드박스 선물

    기독교대한감리회 서울연회는 겨울방학 동안 결식 위기에 놓인 아동들을 위해 푸드박스를 지원한다. 이를 위해 서울연회는 성탄절을 맞아 지난해 12월 한 달간 교회와 성도들을 대상으로 후원금 모금 캠페인을 벌여 1억 원을 월드비전에 3일 전달했다. 월드비전은 지역아동센터 등과 손잡고 결식 위기에 놓인 서울 지역 내 가정 1000곳을 선정해 1, 2월 동안 푸드박스를 순차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월드비전은 1차로 서울 도봉구 지역 내 취약계층 아동에게 푸드박스를 19일 전달했다. 전달된 푸드박스에는 아동들의 영양을 고려해 소불고기, 제육볶음, 동그랑땡 등 육류 식품 등이 다양하게 담겼다. 푸드박스 제작은 지역 내 반찬조리 가게 등 소상공인 업체 10여 곳이 맡았다. 서울연회 관계자는 “취약계층 아동은 물론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신음하는 소상공인을 도와 지역사회에도 공헌하고자 캠페인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앞서 기독교대한감리회 서울연회 소속 교회들은 지난해 12월 성탄절을 맞아 한 달간 방학 기간 결식 위험이 있는 아동들이 따뜻한 겨울방학을 보낼 수 있도록 후원하는 ‘사랑ON(온)푸드박스’ 캠페인을 펼쳤다. 이용원 기독교대한감리회 서울연회 감독은 “팬데믹 기간을 거치면서 결식아동들이 크게 늘었다고 들었다. 특히 아이들이 고기를 마음껏 먹는 것이 소원이라는 말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며 결식아동을 후원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푸드박스를 전달 받은 가정의 보호자 박윤경(가명·42) 씨는 “맞벌이를 하며 두 자녀를 양육하다 보니 아이들의 식사를 챙기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며 “특히 학교를 가지 않는 방학기간에는 급식 지원이 없다 보니 더 막막했는데 이렇게 풍성한 선물을 챙겨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직접 푸드박스를 가정에 전달한 기독교대한감리회 서울연회 소속 영천교회의 정성일 장로는 “양질의 반찬을 만들어 주신 지역 소상공인들께도 감사를 전하고 싶다. 긴 겨울방학 동안 든든한 식사를 하며 아이들이 꿈을 키워 나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월드비전은 결식 우려가 있는 만 18세 미만의 아동들이 하루 한 끼 영양가 있는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저녁 도시락을 지원하는 ‘사랑의 도시락’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또 2016년부터는 취약계층 아동들을 위한 조식지원사업 ‘아침머꼬’를 시작해 전국 10개 학교의 아동들에게 아침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조명환 월드비전 회장은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한부모가정이나 조손가정과 같이 아동에 대한 돌봄이 부족할수록 결식 위험이 높다”며 “결식은 아동의 신체 성장뿐만 아니라, 마음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식사를 제공하는 것은 단순한 밥의 의미를 넘어 관심과 보호를 의미한다”고 강조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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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자서 ‘꽁꽁’ 숨어버린 은둔 청년들…“잠긴 문 여는 열쇠는 결국 사람”[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정신 건강, 정서 문제 등 마음(心) 깊은 곳(深)에 있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일본 만화 ‘내일은 일요일, 그리고 모레도’의 주인공 타미야 보이치로는 부모의 지나친 간섭을 받으며 성장한 20대 청년이다. 대기업 취업에 성공했지만 첫 출근하는 날부터 어머니는 심약한 아들이 걱정돼 울먹거리며 도시락을 싸서 보내고, 아버지는 아들을 지하철로 데려다준다. ‘지옥철’에 시달리며 회사 건물에 겨우 도착했지만 “무슨 일로 왔느냐”고 추궁하는 경비의 고압적 태도에 소심한 보이치로는 대답도 못하고 줄행랑치고 만다. 길거리를 헤매던 그는 오전 11시를 알리는 라디오 소리에 벌벌 떨다 아예 출근을 포기해버린다. 첫 출근에 실패하고 사회 생활에 자신감을 잃은 그는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은둔 생활을 택한다.“청년 100명 중 1명은 1년 이상 은둔”요즘 청년들의 이야기인가 싶지만 이 만화는 1971년에 탄생했다. 반세기 전 일본에서는 80세 노인이 된 부모가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50대 자녀를 먹여 살리는 이른바 ‘8050’ 문제를 예견한 것이다. 일본 내각부가 2016년 발표한 ‘청년생활 조사’ 자료에 따르면 15~39세 히키코모리는 약 56만 명, 2019년 발표한 ‘생활상황 조사’ 자료에서 40~64세 히키코모리는 약 61만 명으로 나타났다. 두 조사 결과를 합치면 히키코모리 수가 대략 100만 명이 넘는 것 자체도 놀랍지만 60대까지 연령층이 다양한 것을 보면 상황의 심각성이 느껴진다.안타깝게도 한국에서도 더 이상 남 일처럼 손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만 18~34세 청년 204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1년 청년 사회·경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5.1%의 청년들이 거의 외출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출산을 이유로 외출하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면 집에서 은둔 생활을 하는 비율은 전체의 1.9%다. 100명 중 2명이 은둔 청년이란 의미다.연구원은 이들 중 절반은 1년 이상 집 밖에 나오지 않는 심각한 은둔 상태로 추정했다. 이런 통계를 바탕으로 전문가들이 추정하는 국내 은둔 청년의 수는 30~40만 명 정도다. 또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일할 의지 없이 교육이나 훈련을 받지 않는 니트족(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은 2020년 기준 8.4%에 달한다. 일본은 니트족과 히키코모리의 숫자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본다. 국내에서도 은둔 청년의 숫자가 늘어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성장기 불우한 경험이 은둔 생활로 이어져은둔 생활을 하지 않더라도 조사에 응한 청년 13.4%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고립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이 연락 두절 됐을 때 생사 여부를 확인해줄 사람이 없다고 답한 청년은 전체의 5.7%였다. 가족과 비대면 교류조차 하지 않는 경우도 4%나됐다.고립감을 느낀다고 답한 13.4%의 청년들은 성장기에 불우한 환경에 노출됐거나 부모와의 갈등, 학업이나 취업 실패 등으로 좌절을 겪은 경우가 많았다. 이들 중 상당수는 △성장기 양육자의 과도한 체벌이나 정서적 학대 △어려운 가정 형편 △이사나 전학 △입시·취업 실패 △진로 갈등 △따돌림 등 부정적 경험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립된 상황에 처하게 된 데는 환경의 영향이 컸다는 의미다.그러나 은둔 당사자조차도 은둔을 개인의 부적응 탓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자책하며 주변에 도움을 청하지 못한다. 대부분 혼자서 끙끙 앓다가 우울증 등 마음의 병을 더 키우기도 한다. 가족들 역시 정신병리적 차원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자녀를 이해하지도, 통제하지도 못하는 부모는 자식을 포기해 버리거나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을 시키는 강수를 두기도 한다. 드물게는 무속인에게 굿을 하는 경우도 있다.“은둔도 스펙” 회사 차린 은둔 고수들은둔 청년의 자립을 돕는 ‘안무서운회사’의 유승규 대표(30)는 “은둔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현상에서 기인한 문제”라고 말한다. 그는 동아일보와의인터뷰에서 “대부분 은둔 청년들은 가정 환경이 좋지 않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IMF 등 경제적인 가족 붕괴나 학교 폭력을 이유로 은둔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대표 역시 부모와 진로 갈등 문제로 20대에 5년 간 은둔 생활을 한 ‘은둔 스펙’ 보유자다. 2021년까지 한국에서 활동한 일본의 은둔형 외톨이 지원단체 ‘K2인터내셔널코리아(이하 K2)’의 자립 프로그램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됐다. K2가 팬데믹으로 인한 재정난으로 철수하자 K2에서 만난 은둔 청년 4명이서 안무서운회사를 차렸다. 세상이 무서운 은둔 청년들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한 이름이라고 한다.“스스로 은둔이 개인의 문제라고 치부해 버리는 은둔 청년들은 자신의 경험을 드러내면 큰일 나는 줄 알고 더 숨어버려요. 주변에서는 부모 등골이나 빼먹는 히키코모리를 왜 도와주느냐고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은둔을 ‘커밍아웃’ 해보니 그동안 힘들다고 말하는 것이 곧 수치스러운 것이라는 거대한 사회적 가스라이팅 속에 살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힘들면 언제든 도움을 요청해도 돼요. 굳이 정상적으로 보이려고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렇게 살면 치유와도 멀어질 뿐이니까요.”(유승규 대표)안무서운회사는 서울시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건물 2채를 지원받아 서울 강북구에서 은둔 청년들이 공동 생활하며 자립하는 쉐어하우스를 운영한다. 여성과 남성 숙소의 정원은 각각 3명, 5명이다. 입주자들은 월 150만 원 안팎의 입주비를 내고 매니저들과 함께 생활하며 먹고, 자고, 씻는 생활 습관부터 다시 배운다. 자격증을 따거나 일자리를 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진로를 모색해 자립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창립 멤버이자11년간 은둔 생활을 했던 정인희 매니저(29)는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땐 협력사에 전화하는 것조차 무서워 말을 더듬다가 보이스피싱이라고 오해를 받았다”며 “아예 실어증이 있는 경우도 있어서 아르바이트 등 일 경험을 시켜주려 해도 이 부분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긴 하다”고 말했다. 촘촘한 사회안전망 절실이들 외에도 은둔 청년의 자립을 돕는 움직임이 속속 일어나고 있다. 광주에서는 지난해 7월 ‘광주광역시 은둔형외톨이 지원센터’를 만들었다. 전국 지자체 중 유일하다. 2014년부터 꾸준하게 은둔 청년 자립지원 활동을 해오다 2022년 정식으로 설립된 비영리 사단법인 ‘푸른고래 리커버리센터’도 은둔 청년들의 자립을 돕는다. 은둔 청년들을 위한 소통 플랫폼인 ‘두더지땅굴’도 은둔 청년들의 온라인 소통을 돕기 위해 지난해 생겨났다. 두더지땅굴은 청년 사회적 사업가를 양성하는 사단법인 ‘씨즈(seed:s)’가 만들었고, 안무서운회사가 자문을 맡았다. 다만 체계적 지원 시스템이 전반적으로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히키코모리 문제가 심각한 일본은 지원 체계가 촘촘히 짜여 있어 벤치마킹할만 하다. 2019년 일본 후생노동성 발표에 따르면 일본은 64개 지자체에서 히키코모리 지역 지원 센터를 운영한다. 은둔 청년을 위한 전문 상담 창구를 운영하고, 코디네이터가 가정을 방문해 당사자와 가족을 관리하며 복지센터나 의료기관, 민간단체 등에 인계하는 작업도 한다. 히키코모리를 지원하는 전담 인재를 양성하는 연수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K2와 같은 히키코모리 민간 지원 단체는 1000여 개가 넘는다. “은둔 청년 특수성 이해하는 전문 인력 키워야”‘전직’ 은둔 청년들은 시스템 구축과 함께 가장 필요한 것으로 이들과 직접 맞닿을 전문인력 양성을 꼽았다. 정 매니저는 “은둔 생활하던 시절에 가족들이 세 번이나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을 시켰다”며 “다행히도 마지막 입원했던 병원에서 옆집 아저씨 같았던 정신과 주치의 선생님을 만나 회복하게 됐다”고 말했다.이어 “그 전에 만났던 의료진은 사무적이고 고압적이라 마음을 열 수 없었다”며 “결국은 함께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안무서운회사의 쉐어하우스 입주자인 이승우 씨(가명·22)는 “셰어하우스에 살면서 가장 좋은 것은 마음을 터놓을 사람이 생긴 것”이라며 “갑자기 안 좋은 충동이 들 때가 있었는데 바로 형(유 대표)한테 전화를 걸어서 진정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혼자였다면 해결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압도됐을 텐데 지지망이 생겼기 때문에 후퇴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유 대표는 “은둔의 특수성을 이해하는 전문 인력이 사실상 전무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훈련된 사회복지사, 상담사들도 접근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노인복지처럼 청년복지에도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나 지자체의 물적·인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주문이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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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인도 2억5000만 원까지 구매 가능

    중소벤처기업부는 전통시장을 살리고 소비를 활성화하기 위해 카드형 온누리상품권의 법인 판매 서비스를 시작했다. 올해 말까지 법인 고객에게 카드형 온누리상품권을 1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할 예정이다. 이와 별개로 설 명절을 맞아 개인 고객에게도 이달 말까지 온누리상품권을 최대 10% 할인 판매한다. 온누리상품권을 위탁 운영하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지난해 12월부터 법인 고객을 위한 카드형 온누리상품권 판매 서비스를 시작했다. 카드형 온누리상품권은 온누리상품권 모바일 앱을 통해 등록한 신용·체크카드에 상품권을 구매해 선불 충전하는 방식이다. 법인이 온누리상품권을 구매하려면 전용 홈페이지에서 법인 회원으로 가입하고, 가입이 승인된 뒤 구매 신청을 하면 된다. 기업에서 구매한 상품권을 직원들의 휴대전화에 문자메시지로 전송하면 온누리상품권 스마트폰 앱에 상품권을 등록한 뒤 사용하는 방식이다. 근로자 수에 따라 500만 원(50인 미만)∼2억5000만 원(500인 이상)으로 상품권 구매 한도에 차등을 뒀다. 근로자 10인 미만의 소규모 법인에서도 250만 원까지 구매 가능하다. 또 설 명절 기간 동안 상품권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온누리상품권 유형에 따라 개인에게도 5% 또는 10%를 할인 판매한다. 카드형 상품권을 구매하면 1인당 최대 100만 원까지 10%를 할인해준다. 원래는 1인당 월 구매 금액 한도가 70만 원이지만, 설을 맞아 한도를 100만 원으로 늘렸다. 간편결제 앱에서 가맹점의 결제 QR코드로 결제하는 모바일 온누리상품권을 구매할 때도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종이 상품권은 구매 금액의 5%를 할인해 주고, 같은 기간 동안 1인당 월 구매 한도를 기존 50만 원에서 70만 원으로 늘렸다. 카드형 온누리상품권 사용자를 대상으로 이달 28일까지 온누리소비복권 이벤트가 진행된다. 카드형 상품권으로 1만 원 이상 결제하면 응모권이 자동으로 생성되고, 추첨을 통해 경품이 지급된다. 경품 지급 규모는 총 5억 원으로 1만2800명에게 지급될 예정이다. △1등 100만 원(100명) △2등 50만 원(200명) △3등 20만 원(500명) △4등 5만 원(2000명) △5등 1만 원(1만 명)으로, 경품은 카드형 상품권으로 지급된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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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소한 일로 폭발하듯 ‘버럭’하는 당신, 분노조절장애?[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정신 건강, 정서 문제 등 마음(心) 깊은 곳(深)에 있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직장인 김은하 씨(28·가명)는 직속 상사인 A부장이 팀원들을 향해 고함을 지를 때면 심장이 벌렁벌렁 뛴다. 최근에는 직원 중 한 명이 자신에게 보고도 없이 외근을 나갔다며 전화로 소리를 지르다 스마트폰을 사무실 바닥에 집어 던져 액정이 깨졌다. A부장은 “제 까짓게 왜 마음대로 행동을 하느냐”며 사무실이 떠나갈듯 소리를 질렀다. A부장은 평소엔 유머러스한 성격이지만 한 번 욱하면 헐크로 돌변한다. 직원들 사이에서 그는 분노조절장애를 줄인 말인 ‘분조장’이라 불린다. #30대 주부 이나영 씨(가명)는 예측 불가능한 타이밍에 불같이 화를 내는 남편이 시한폭탄처럼 느껴진다. 몇 달 전 딸의 생일을 맞아 가족 여행을 가던 길이었다. 운전 중이던 남편은 자기 짐을 왜 안 챙겼느냐며 화를 내더니 시속 140km로 달리기 시작했다. 급기야 역주행을 하다 마주 오던 차와 충돌해 큰 사고가 날 뻔했다. 최근에는 사소한 말다툼 끝에 이 씨에게 스마트폰을 던져 무릎에 피멍이 들었다. 이 씨는 화가 잠잠해지면 잘못했다고 싹싹 비는 남편이 다른 사람처럼 느껴진다.갑자기 폭발하듯 화를 내는 사람을 두고 “분노조절장애가 있다”고 표현하곤 한다. 분노조절장애는 정식 진단명은 아니지만 화를 못 참고 폭언이나 폭행 등 위협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을 통칭하는 말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분노조절장애가 일상 용어로 자리 잡은 것은 그만큼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기도 하다. 분노조절장애 증상이 심각한 경우 정식 진단명인 ‘간헐적 폭발장애’로 진단 받을 수 있다. 충동조절 장애 가운데 하나로 분노를 스스로 통제하지 못해 파괴적 행동을 반복적으로 나타내는 특징을 보인다. 이는 단지 감정 기복이 심하고 성격이 안 좋다고 말하는 수준과는 다른 차원이다. 혹시 나도 분노조절장애?살면서 화가 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화가 나는 원인에 비해 과도하게 화를 표출한다면 문제가 된다. 특히 평상시에는 조용하다가 갑자기 벼락 같이 화를 낸 적이 많다면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화를 낸 뒤 후회하며 주변에 사과하는 일이 잦다면 더욱 그렇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제공하는 분노조절장애 자가진단 문항에 따르면 화가 날 때 △참지 못하고 표출하거나 △폭언·폭력을 가하며 △물건을 집어 던지고 △중요한 일을 망친 적이 있다면 감정 조절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로 본다. 분노조절 장애가 아니라 단순히 성격 문제로 화를 자주 내는 경우라면 화를 내는 정도가 스트레스의 수준과 비례하는지를 살펴보면 된다. 분노조절장애의 경우 스트레스 수준과는 관계없이 극단적으로 화를 표출하기 때문이다. 증상이 만성적이고 빈도가 잦을 경우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미국 정신의학회의 정신장애진단 및 통계편람(DSM-5)에서는 간헐적 폭발장애를 ‘파괴적 충동 조절 및 품행 장애’로 분류하고 구체적 진단 기준을 제시했다. △최근 3개월 간 1주일에 2회 이상 폭언을 했거나 △1년 내 3번 이상 재산상 손해를 입거나 신체에 해를 입을 정도의 폭력 사건이 발생했다면 간헐적 폭발장애로 진단할 수 있다. 또 충동성이 기준이므로 벼르다가 계획적으로 화를 낸 경우는 해당하지 않는다. 증상이 심한 경우 약물 치료가 일시적으로 효과가 있다.다만 우울증, 양극성 장애(조울증),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 알코올 중독,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도 분노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구별된 치료가 필요하다.‘버럭맨’ 남자의 분노가 위험하다간헐적 폭발장애는 폭언, 폭행 등 과격한 행동이 나오는 특성상 남성적 질병에 가깝다. 간헐적 폭발장애 환자의 남여 성비를 보면 10명 중 9명이 남성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간헐적 폭발장애 진단 환자는 2071명으로 남성은 1812명(87.5%), 여성은 259명(12.4%)이었다. 연령별로는 20대가 39.1%로 가장 많았고, 30대(18.4%), 10대(15.5%), 40대(13.1%) 순이었다. 20대 남성은 전체 35.2%로 가장 많았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10대에 감정 조절 능력을 키우지 못한 남성들이 성인이 돼 화를 참지 못하고 행동으로 표출하는 것”이라며 “군대 내 폭력 문제는 이런 연장선에서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힘든 감정 억누르게 하는 ‘유해한 남성성’이는 청소년기 남성들이 정서적 문제를 겪더라도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어렵게 느끼기 때문이다. 청소년 정신질환 예방을 위해 활동하는 영국 자선단체 ‘스템4(Stem4)’는 2021년 만 14~21세 남성 1100명을 대상으로 정신 건강에 대한 경험을 조사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45%가 ‘상황이 더 나빠지더라도 자신을 분노하거나 우울하게 만드는 문제에 대해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유(복수응답)로는 △용기가 없어서(36%), △소란 피우고 싶지 않아서(32%), △약하거나 부끄럽게 느껴져서(30%), △비웃음 당할까봐(21%), △남성적이지 않아 보여서(14%) 등이 꼽혔다. 사회학과 심리학을 비롯한 젠더 연구에서는 이를 ‘유해한 남성성(toxic masculinity)’으로 규정한다. 사회적으로 강요받는 남성다움은 분노와 같은 강렬한 감정은 강화시키지만 힘든 감정을 말하는 것은 금기시하기 때문이다. ‘스템4’의 설립자인 니하라 크라우제 대표는 “남성의 정신 건강 문제를 해결하려면 침묵 속에서 고통을 견디는 남성의 문화적 맹점을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화 뒤에 숨은 불안·우울·외로움이처럼 ‘버럭맨’들이 화를 내는 진짜 이유는 오랫동안 남에게 말 못하고 쌓여 온 자신의 정서적 문제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사소한 일에도 남들이 자신을 무시했다고 생각하거나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불안, 우울, 모멸감, 수치심, 좌절감, 열등감, 억울함 등이 건드려지면서 짜증이 폭발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해결되지 않은 마음의 상처가 분노라는 탈출구를 찾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권석만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화내는 사람은 사실은 약한 사람들이다. 지탱해줄 주변인도 없고, 불안하고 외롭고 자존감이 낮다”며 “누군가 자존감의 상처를 건드리면 불안감이 커지는데, 이를 스스로 해결할 능력도 없고 위안해줄 사람도 없기 때문에 불안을 견디고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화를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40여 년간 분노에 관한 연구를 해온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파괴적 분노 극복하기’의 저자 버나드 골든 박사는 “유년기에 느낀 부정적 경험이 성인의 분노와 공격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유년기에 경험한 소외감, 수치심 등이 성인기 분노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가 다수 있다. 폭발적 분노를 다스리기 위해서는 어린 시절 정서 경험 같은 보다 근원적 원인까지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당장 화가 날 땐 어떻게?일단 자신이 과도한 분노로 폭발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고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대부분 본인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긴 어렵고, 가족들이 ‘더 이상 같이 못 살겠다’며 치료를 강권하는 경우가 많다. 당사자가 자신 때문에 주변 사람이 고통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어느 정도 행동이 조절되기 때문이다. ◆분노 조절을 위한 팁·화가 나는 순간 1부터 10까지 천천히 세며 심호흡 한다.(화를 참는다고 생각하지 말고 지연시킨다고 생각한다)·그래도 진정이 안 되면 다른 자리로 옮겨서 15분간 안정을 취한다.·감정일기를 써서 왜 화가 났는지 분석한다.·부정적이고 왜곡된 생각 때문에 화가 나는 것은 아닌지 체크한다.·주변에 화가 폭발한 사람이 있다면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화가 식으면 대화를 시도한다.화를 내는 공통된 상황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떤 자극에 화가 나는지 맥락별로 정리해서 비슷한 상황이 닥쳤을 때 행동 계획을 세워두면 좋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자신을 무시한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 화를 내는 패턴이 있다면, 이런 상황에서 10까지 세며 심호흡하기, 자리 피하기 등을 시도해볼 수 있다.‘톰 소여의 모험’을 쓴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다혈질로 유명했는데, 분노를 다스리기 위한 방법으로 편지쓰기를 활용했다. 그는 누군가 화를 돋우면 자신의 감정을 배설하는 편지를 쓰고 서랍에 3일 동안 보관했다. 3일이 지나도 화가 풀리지 않으면 화나게 한 상대에게 편지를 보내기로 했다. 하지만 실제로 편지를 발송한 경우는 한 번도 없다고 한다. 화 내는 시간을 지연시킴과 동시에 자신의 감정을 털어 놓는 글쓰기를 통해 화를 해소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밖에 상대방의 의도와 달리 부정적으로 해석해 무시나 모욕을 당했다고 받아들인 것은 아닌지 인지적 접근을 해보는 것도 효과적이다. 홍 교수는 “분노 폭발은 보통 30분 안에 진정되는데, 당사자도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며 “행동적, 인지적 교육을 통해 정서 조절의 어려움을 얼마든지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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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안-우울-낮은 자존감 탓 ‘버럭’… 주변사람 고통 인식이 치료 첫걸음[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직장인 김은하(가명·28) 씨는 직속 상사인 A 부장이 팀원들을 향해 고함을 지를 때면 심장이 벌렁벌렁 뛴다. 최근에는 직원 중 한 명이 자신에게 보고도 없이 외근을 나갔다며 전화로 소리를 지르다 스마트폰을 사무실 바닥에 집어 던져 액정이 깨졌다. A 부장은 “제까짓 게 왜 마음대로 행동을 하느냐”며 사무실이 떠나갈 듯 소리를 질렀다. A 부장은 평소엔 유머러스한 성격이지만 한번 욱하면 헐크로 돌변한다. 직원들 사이에서 그는 분노조절장애를 줄인 말인 ‘분조장’이라 불린다. 갑자기 폭발하듯 화를 내는 사람을 두고 “분노조절장애가 있다”라고 표현하곤 한다. 분노조절장애는 정식 진단명은 아니지만 화를 못 참고 폭언이나 폭행 등 위협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을 통칭하는 말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분노조절장애가 일상 용어로 자리 잡은 것은 그만큼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분노조절장애 증상이 심각한 경우 정식 진단명인 ‘간헐적 폭발장애’로 진단 받을 수 있다. 충동조절장애 가운데 하나로 분노를 스스로 통제하지 못해 파괴적 행동을 반복적으로 나타내는 특징을 보인다. 이는 단지 감정 기복이 심하고 성격이 안 좋다고 말하는 수준과는 다른 차원이다. ○ 혹시 나도 분노조절장애?살면서 화가 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화가 나는 원인에 비해 과도하게 화를 표출한다면 문제가 된다. 특히 평상시에는 조용하다가 갑자기 벼락같이 화를 낸 적이 많다면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화를 낸 뒤 후회하며 주변에 사과하는 일이 잦다면 더욱 그렇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제공하는 분노조절장애 자가진단 문항에 따르면 화가 날 때 △참지 못하고 표출하거나 △폭언·폭력을 가하며 △물건을 집어 던지고 △중요한 일을 망친 적이 있다면 감정 조절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로 본다. 증상이 만성적이고 빈도가 잦을 경우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미국 정신의학회의 정신장애진단 및 통계편람(DSM-5)에서는 간헐적 폭발장애를 ‘파괴적 충동 조절 및 품행 장애’로 분류하고 구체적 진단 기준을 제시했다. △최근 3개월간 1주일에 2회 이상 폭언을 했거나 △1년 내 3번 이상 재산상 손해를 입거나 신체에 해를 입을 정도의 폭력 사건이 발생했다면 간헐적 폭발장애로 진단할 수 있다. 충동성이 기준이므로 벼르다가 계획적으로 화를 낸 경우는 해당하지 않는다. 증상이 심한 경우 약물 치료가 일시적으로 효과가 있다.○‘버럭맨’ 남자의 분노가 위험하다간헐적 폭발장애는 폭언, 폭행 등 과격한 행동이 나오는 특성상 남성적 질병에 가깝다. 간헐적 폭발장애 환자의 남녀 성비를 보면 10명 중 9명이 남성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간헐적 폭발장애 진단 환자는 2071명으로 남성은 1812명(87.5%), 여성은 259명(12.5%)이었다. 연령별로는 20대가 39.1%로 가장 많았고, 30대(18.4%), 10대(15.5%), 40대(13.1%) 순이었다. 20대 남성은 전체 35.2%로 가장 많았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10대에 감정 조절 능력을 키우지 못한 남성들이 성인이 돼 화를 참지 못하고 행동으로 표출하는 것”이라며 “군대 내 폭력 문제는 이런 연장선에서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이는 청소년기 남성들이 정서적 문제를 겪더라도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어렵게 느끼기 때문이다. 청소년 정신질환 예방을 위해 활동하는 영국 자선단체 ‘스템4(Stem4)’는 2021년 만 14∼21세 남성 1100명을 대상으로 정신건강에 대한 경험을 조사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45%가 ‘상황이 더 나빠지더라도 자신을 분노하거나 우울하게 만드는 문제에 대해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유(복수응답)로는 △용기가 없어서(36%) △소란 피우고 싶지 않아서(32%) △약하거나 부끄럽게 느껴져서(30%) △비웃음당할까 봐(21%) △남성적이지 않아 보여서(14%) 등이 꼽혔다. 사회학과 심리학을 비롯한 젠더 연구에서는 이를 ‘유해한 남성성(toxic masculinity)’으로 규정한다. 사회적으로 강요받는 남성다움은 분노와 같은 강렬한 감정은 강화시키지만 힘든 감정을 말하는 것은 금기시하기 때문이다. ‘스템4’의 설립자인 니하라 크라우제 대표는 “남성의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려면 침묵 속에서 고통을 견디는 남성의 문화적 맹점을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화 뒤에 숨은 불안·우울·외로움이처럼 ‘버럭맨’들이 화를 내는 진짜 이유는 오랫동안 남에게 말 못 하고 쌓여 온 자신의 정서적 문제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사소한 일에도 남들이 자신을 무시했다고 생각하거나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불안, 우울, 모멸감, 수치심, 좌절감, 열등감, 억울함 등이 건드려지면서 짜증이 폭발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해결되지 않은 마음의 상처가 분노라는 탈출구를 찾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권석만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화내는 사람은 사실은 약한 사람들이다. 지탱해줄 주변인도 없고, 불안하고 외롭고 자존감이 낮다”며 “누군가 자존감의 상처를 건드리면 불안감이 커지는데, 이를 스스로 해결할 능력도 없고 위안해줄 사람도 없기 때문에 불안을 견디고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화를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40여 년간 분노에 관한 연구를 해온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파괴적 분노 극복하기’의 저자 버나드 골든 박사는 “유년기에 느낀 부정적 경험이 성인의 분노와 공격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유년기에 경험한 소외감, 수치심 등이 성인기 분노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가 다수 있다. 폭발적 분노를 다스리기 위해서는 어린 시절 정서 경험 같은 보다 근원적 원인까지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당장 화가 날 땐 어떻게?일단 자신이 과도한 분노로 폭발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고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대부분 본인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긴 어렵고, 가족들이 ‘더 이상 같이 못 살겠다’며 치료를 강권하는 경우가 많다. 당사자가 자신 때문에 주변 사람이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어느 정도 행동이 조절되기 때문이다. 화를 내는 공통된 상황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떤 자극에 화가 나는지 맥락별로 정리해서 비슷한 상황이 닥쳤을 때 행동 계획을 세워두면 좋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자신을 무시한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 화를 내는 패턴이 있다면, 이런 상황에서 10까지 세며 심호흡하기, 자리 피하기 등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이 밖에 상대방의 의도와 달리 부정적으로 해석해 무시나 모욕을 당했다고 받아들인 것은 아닌지 인지적 접근을 해보는 것도 효과적이다. 홍 교수는 “분노 폭발은 보통 30분 안에 진정되는데, 당사자도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며 “행동적, 인지적 교육을 통해 정서 조절의 어려움을 얼마든지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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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동·공부·금연…새해 다짐 벌써 포기하셨다고요? [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정신 건강, 정서 문제 등 마음(心) 깊은 곳(深)에 있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미래의 ‘나’를 ‘남’처럼 여기는 심리새해가 되면 운동, 다이어트, 공부, 독서, 금주, 금연 등 매년 반복되는 다짐을 하지만 며칠 만에 흐지부지되곤 한다. 미국의 설문기관 SBRI(The Statistic Brain Research Institute)에 따르면 새해 다짐을 하는 사람의 8%만이 결심을 끝까지 지킨다고 한다. 10명 중 9명은 중도 포기하는 셈이다. 현실적으로 지킬 수 없는 무리한 계획을 세웠거나 의지가 부족한 탓으로 돌릴 수 있겠지만, 사실 이보다 근원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여러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우리의 마음은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나를 다른 존재로 인식하는 경향을 갖고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자아 연속성(self-continuity)’ 개념으로 설명한다. 자아 연속성은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내가 얼마나 동일하게 느껴지는가를 나타낸다. 먼 미래로 갈수록 자아 연속성이 낮아지고 미래의 나를 더 남처럼 느끼게 된다. 현재 나의 행복을 포기하고 남처럼 느껴지는 먼 미래의 나를 위해 다이어트, 운동, 금연 등을 힘들게 실천하지 않게 되는 이유다.현재의 나에겐 관대, 미래의 나에겐 가혹이런 경향은 우리가 미래의 나를 위한 결정을 내릴 때 남에게 하는 것처럼 냉정한 판단을 내리게 만든다. 에밀리 프로닌 미국 프린스턴대 심리학과 교수는 2008년 발표한 ‘타인에게 하듯 미래의 나를 대하기: 심리적 거리와 의사 결정’이라는 논문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프로닌 교수는 역겨운 맛에 대한 과학 실험을 한다고 꾸미고 참가자 153명을 모집했다. 실험을 위해서는 케첩과 간장을 섞은 역한 액체를 마셔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즉시, 나머지는 한 학기 뒤에 실험에 참여하도록 했다. 각 그룹에게 케첩과 간장이 섞인 액체를 얼마나 마실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즉시 실험에 참여하는 이들은 평균 두 숟가락 정도를 먹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한 학기 뒤에 참여하는 이들은 평균적으로 반 컵보다 조금 적은 정도의 양을 먹겠다고 답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다른 참가자들은 얼마나 먹게 하는 게 좋겠느냐’고 물었더니 평균 반 컵 정도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한 학기 이후 내가 먹겠다고 답한 양과 (시점과 관계없이) 다른 참가자가 먹어야 한다고 말한 액체의 양은 거의 차이가 없었다. 프로닌 교수는 “사람들이 미래의 자신을 위한 결정을 내릴 때는 다른 사람을 위한 결정을 내릴 때처럼 걱정을 덜 하면서 자유롭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뇌에서도 미래의 나를 타인처럼 인식이 같은 현상은 뇌의 신경 활동에서도 드러난다. 현재 자신에 대해 생각할 때 활성화되는 뇌의 부위와 미래의 자신을 생각할 때 활성화되는 뇌의 부위는 달랐다. 오히려 미래의 자신을 생각할 때 활성화되는 부위는 타인을 생각할 때 활성화되는 부위와 상당부분 일치했다. 할 허쉬필드 미국 캘리포니아대 심리학과 교수 등의 연구에 따르면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촬영을 통해 살펴본 결과 현재 자기 자신과 관련성이 높은 것에 대해 생각할 때는 뇌의 전전두엽 피질(MPFC·mesial prefrontal cortex)과 전측 대상피질(rACC·rostral anterior cingulate cortex)의 일부가 활성화됐다. 하지만 10년 뒤 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상상할 때는 해당 부분의 활성화 정도가 크게 감소했다. 오히려 타인을 생각할 때 활성화 되는 뇌의 신경 활동과 더 유사하게 관찰됐다.“미래의 나를 생생하게 느껴봐야”남 같이 멀게 느껴지는 미래의 나를 위해 당장 무거운 몸을 일으켜 헬스장으로 향하기는 어렵다. 하기 싫은 공부를 하고, 사고 싶은 걸 참아 저축을 늘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건강이나 노후 대비 같은 중요한 장기 계획을 포기할 수는 없다. 계획을 꾸준히 이뤄나가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효과적일까. 학자들은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내가 똑같은 존재라는 것을 생생하고 감정적으로 느끼게 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미래의 자신에게 편지를 쓰거나 자신의 미래 모습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상상해 보는 것이다. 2018년 미국 심리학회 실험심리학 저널에 실린 ‘미래의 자기 연속성이 건강과 운동에 미치는 연관성’ 논문에서는 미래의 나에게 편지 쓰기가 건강과 관련한 현재의 행동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연구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 498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게는 3개월 후의 자신에게, 다른 그룹에게는 20년 후의 자신에게 편지를 쓰도록 했다. 편지에는 미래의 자신이 어떤 모습인지, 옆에는 누가 있는지, 무엇을 소중하게 여기는지,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담도록 했다. 편지 쓰기 과제를 실시한 이후 두 그룹에게 며칠 동안 하루 운동 시간을 기록하도록 했더니 두 그룹 모두 평소보다 운동량이 늘어나는 결과가 나타났다. 연구를 주도한 아브라함 러치크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노스리지캠퍼스 교수는 “편지 쓰기를 통해 미래에 대한 자기 연속성이 강화되면서 미래 자신의 건강을 위해 운동량을 늘린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현재와 미래의 내가 가깝다고 느낄수록 미래의 자신을 염두에 둔 결정을 내린다”고 설명했다. 편지 쓰기 등을 통해 자기 연속성을 강화하면 운동 뿐 아니라 저축 늘리기, 자격증 따기, 영어 공부하기 등 장기적 목표를 이루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이밖에 장기 목표를 위해 현재의 내가 희생해야 하는 일의 실천 단위를 작게 쪼개면 심리적 부담감을 줄일 수 있다. ‘한 달에 30만원 저금하기‘ 같은 월별 계획보다 ‘하루에 커피 1, 2잔 덜 사먹기‘ 같은 일별 계획으로 나눠 실천 단위를 작게 만드는 것이다. 20년 넘게 자아 연속성에 대해 연구해온 허쉬필드 교수는 “아직까지 우리가 왜 미래의 나를 남처럼 여기는지에 대한 기원은 연구된 바가 없다”면서도 “현재와 미래의 나 사이의 유대감을 높이고 현재의 내가 희생해야 하는 고통의 단위를 줄이면 장기적 목표 달성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강조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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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환경농산물자조금, 쌀로 만든 ‘미미라면’ 출시

    친환경농산물자조금관리위원회(친환경농산물자조금)는 행복중심생협연합회와 함께 친환경 쌀의 소비 확산을 위해 쌀로 만든 라면인 ‘미미라면’(사진)을 지난해 12월 출시했다. 이 라면에는 친환경 쌀 생산량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전남 지역의 유기농 쌀이 42% 함유돼 있다. 미미라면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쌀 소비량을 늘리기 위해 개발됐다. 친환경농산물자조금에서 라면 개발비를 지원했고, 행복중심생협연합회에서 상품 개발과 판매를 맡았다. ‘미미라면’은 행복중심생협연합회 온라인 쇼핑몰과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할 수 있다. 미미라면 한 봉지에는 유기농 쌀이 48g 함유돼 있다. 이는 성인 기준 밥 반 공기 분량에 해당된다. 친환경농산물자조금은 쌀 라면 판매를 통해 친환경 쌀의 소비를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행복중심생협연합회는 미미라면 출시를 기념해 친환경 쌀을 원재료로 한 라면 1박스를 소비하면 이산화탄소 1kg을 줄일 수도 있다는 내용의 소비자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또 친환경농산물자조금은 한국친환경농업협회, 세종시친환경농업협회와 함께 이달 내로 세종 지역 장애인·노인 복지기관 등에 건강한 친환경 쌀 라면을 기부하는 ‘지구를 지키는 건강한 한 입’ 기부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주형로 친환경농산물자조금 위원장은 “지구와 환경을 지키는 친환경 농산물을 활용해 건강한 가공식품을 개발, 농산물 수급 안정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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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앱 설치-사용법 문의 봇물… 상인교육-소비자 홍보 활기

    카드형 온누리상품권이 출시 약 4개월 만에 전국 전통시장과 상점가에서 활발하게 사용되며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카드형 상품권으로 결제하려는 손님이 늘면서 상인회에서 나서 소비자와 상인들을 대상으로 온누리상품권 앱 사용 방법 등을 교육하는 곳도 생겨났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전국 전통시장(전문 상점가 포함) 중 8월 29일 카드형 온누리상품권 출시 이후부터 현재(이달 11일 기준)까지 거래액 기준으로 이를 가장 많이 사용한 곳은 대전의 도마큰시장이다. 침구, 커튼 등을 전문 판매하는 대구 섬유제품관, 포항 죽도시장, 인천 모래내전통시장, 대전 한민시장, 부산 부전상가시장 등이 뒤를 이었다. 도마큰시장은 대전에서 가장 큰 전통시장으로, 팬데믹 전인 2019년을 기준으로 하면 연간 방문객 710만 명, 연 매출 900억 원이 넘는 시장이다. 도마큰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주차장마다 현수막을 설치하고 포스터와 가맹점 스티커 부착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카드형 상품권을 홍보하고 있다”며 “시장 고객센터로 온누리상품권 앱 설치와 사용 방법을 문의하는 손님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형 상품권 출시 이후 고객들의 문의가 늘어나자 카드형 상품권 가맹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국 전통시장 등에서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는 상점은 취급 품목에 따라 농산물(1만1544곳), 축산물(6199곳), 수산물(7873곳), 가정용품(1만124곳), 의류 및 신발(2만5372곳) 등 총 14만4059곳이다. 다만 전통시장 내 주소에 위치해 있다 하더라도 유흥업소는 물론이고 주류, 사행성 게임, 노래방, 안마시술소, 점술 및 유사서비스 관련 업종 등의 상가에서는 상품권을 사용할 수 없다. 전통시장에서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하려면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이라고 적힌 주황색 스티커가 부착된 상점을 찾으면 된다. 온누리상품권 앱을 내려받아 시장별, 지역별로 가맹점을 검색하면 상점 리스트와 지도의 위치 정보도 알 수 있다. 인천 모래내전통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편의를 높이고 상품권 사용처를 확대하기 위해 상인들에게 가맹점 등록을 유도하고 있다”며 “카드형 상품권으로 결제하려는 소비자가 늘다 보니 상인들의 문의도 많아져 상인회 차원에서 상품권 사용 방법 등의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형 상품권을 사용하고 남은 금액을 편리하게 환불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카드형 상품권 사용자가 늘어난 이유 중 하나다. 카드형 상품권의 액면가 60% 이상을 사용하면 나머지 금액은 계좌로 환불 받을 수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관계자는 “종이형 상품권은 상점 1곳에서 액면가 60% 이상을 한 번에 사용해야 현금으로 잔돈을 받을 수 있지만, 카드형 상품권은 여러 상점에서 누적 사용한 금액이 액면가의 60% 이상이면 환급이 가능해 종이상품권보다 더 편리해졌다”고 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2-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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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옥고’ 개선해 ‘안심주택’으로… 임대주택 건립기준 ‘연면적’ 도입

    서울시는 올해 발표한 취약계층 주거 안정 대책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주거 취약계층 관련 이슈가 있을 때만 단편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목표다. 서울시는 내년부터 일명 ‘지옥고’라 불리는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 등에 거주하는 주거 취약계층을 위해 2026년까지 국비와 시비 7조5000억 원을 투입한다. 우선 반지하 주택을 개선하기 위해 4년간 ‘안심주택’ 1만6400채를 공급할 계획이다. 반지하 주택을 매입해 신축하거나, 지하층을 비주거용 시설로 전환하고 지상층을 임대주택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건물주가 지하층을 없애면 용적률 완화 등 혜택을 제공한다. 옥탑방은 건축 구조나 단열, 피난 통로 확보 등 건축·안전 기준에 맞게 수리하는 비용을 시가 지원한다. 장애인, 홀몸노인, 아동 등이 거주 중인 옥탑방을 대상으로 우선 내년 한 해 동안 50곳을 수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집수리가 끝나면 SH공사와 집주인 간 약정을 통해 시가 전세보증금 일부를 지원하는 ‘장기안심주택’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또 노후 고시원을 매입해 1, 2인 가구를 위한 ‘서울형 공공기숙사’ 건립을 추진한다. 내년부터 곧바로 관악구 신림동 노후 고시원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해 공유주방, 세탁실, 도서관 등을 갖춘 공공 지원 주거 시설로 개선할 예정이다. 기존 고시원에 대해서는 스프링클러 등 안전 기준 등을 갖추면 서울시가 인정하는 ‘안심 고시원’으로 인증한다. 서울시가 역점을 두고 있는 또 다른 정책은 임대주택의 고품질화다. 재개발 사업 때 함께 짓는 임대주택의 인테리어 품질을 올리고, 중형 평수를 늘려 좁고 열악한 임대주택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임대주택 건축 기준을 가구 수뿐만 아니라 연면적 기준도 적용할 수 있도록 바꿔 주거 지역 재개발 시 전체 연면적의 10%(상업지역 재개발 시 5%)를 임대주택 비율로 의무화했다. 서울시는 13일 이 같은 내용의 ‘재개발사업의 임대주택 및 주택규모별 건설비율’을 고시하고 곧바로 시행에 들어갔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올해 4월 “임대주택도 타워팰리스처럼 고품질로 짓겠다”며 ‘서울형 고품질 임대주택’을 만들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민간 아파트처럼 아일랜드 주방, 시스템 에어컨 등이 인테리어에 반영되고, 내장재도 고급화한다. 21일 국내 1호 영구임대주택인 노원구 하계5단지의 주민설명회를 시작으로 재개발을 본격화해 2030년까지 고품격 임대주택 총 1510가구 건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소한 집수리부터 취약계층 지원까지 주거 복지와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받을 수 있는 ‘주거안심종합센터’도 올해 용산·강동·양천·동대문구에 이어 2024년까지 25개 모든 자치구에 설치된다. 기존의 주거복지센터, SH지역센터, 청년주거상담센터로 분화된 주거복지 서비스를 한 곳에서 처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청년, 1인 가구, 신혼부부, 노인 등이 주요 서비스 대상이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2-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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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 가맹점 14만여곳서 10% 할인돼 생필품 알뜰구매 효자

    온누리상품권의 주요 사용처는 전통시장이지만 10대에서 30대까지 젊은층도 자주 찾는 지하 쇼핑몰 등에서도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다. ‘카드형 온누리상품권’을 충전해 어떤 다양한 물품들을 구매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서울 최대 규모 지하상가인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 ‘고투몰’에 직접 가봤다. 15일 방문한 고투몰은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연말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평일 낮임에도 구석구석이 쇼핑객들로 북적였다. 물건 구매 전 스마트폰에 온누리상품권 앱 다운로드는 필수다. 상품권 구매에 필요한 은행 계좌와 물건 구매 때 지불 수단으로 사용할 신용·체크카드를 미리 앱에 연동해 둬야 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진행하는 ‘윈·윈터페스티벌’ 연말 이벤트 통해 10% 할인된 가격에 상품권을 구매할 수 있다. 기자는 4만5000원을 지불하고 5만 원짜리 상품권을 충전했다. 고투몰에서는 의류는 물론이고 액세서리, 인테리어 소품, 그릇, 식당 등 다양한 물품을 파는 상점에서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었다. 방문객이 가장 많은 곳은 크리스마스트리, 조명, 오르골을 앞세운 화려한 소품 가게들이었다. 기자는 이날 충전한 상품권으로 크리스마스트리 소품과 액세서리를 총 3만5000원에 구입했다. 카드로 결제하면 온누리상품권에서 얼마가 차감됐는지 카드사 문자메시지 알림으로 확인할 수 있다. 도매가만큼 저렴하기로 유명한 고투몰에서 10% 할인받은 상품권으로 구매하니 평소보다 훨씬 더 저렴하게 구매한 셈이었다. 다만 카드형 상품권이 출시된 지 만 4개월도 되지 않아 할인 혜택을 알고 사용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이날 크리스마스 오르골을 구매한 대학생 송인아 씨(23)는 “온누리상품권은 종이 상품권만 있는 줄 알았는데 카드형 상품권이 10% 할인이 되는 줄 알았으면 미리 알아보고 구매했을 텐데 아쉽다”고 했다. 알고 쓰면 생활비가 절약되는 카드형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은 총 14만4059곳이다. 경기, 대전, 대구, 부산, 충남, 광주, 제주 등 전국 지하 쇼핑몰에서 사용 가능하다. 의류 및 신발(2만5372곳), 음식점업(3만5053곳) 등 시장 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업종도 많이 등록돼 있다. 앱에서 내 주변 가맹점 찾기도 가능해 집 근처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점을 찾기 쉽다. 온누리상품권을 위탁 운영하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관계자는 “전통시장, 지하상가 등에서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하는 고객층을 2030 젊은 세대까지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2-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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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업-농촌 발전 위해 청년농부 양성-농촌 디지털화 노력”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농정원)은 한국농수산정보센터, 농업인재개발원, 농촌정보문화센터의 통합으로 2012년 출범해 올해로 개원 10주년을 맞았다. 농정원은 ‘국민과 함께하는 농업·농촌 혁신성장 동반자’를 비전으로 삼고, 활기찬 농촌 실현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6일로 취임 1주년을 맞은 이종순 농정원장(사진)에게서 미래 농업의 방향과 농정원의 역할에 대해 들었다. 이 원장은 13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우리 농업과 농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청년농부 양성, 농촌의 디지털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농림어업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농업인 중 65세 이상 고령 인구의 비율은 46.8%로 전체 농업인 중 거의 절반에 달한다. 그중에서도 40세 미만 청년 농업인의 비중은 0.8%에 불과했다. 이 원장은 “농촌의 고령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2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일손 부족도 더 심해졌다”며 “최근 우리 농업·농촌이 직면한 위기는 가까운 미래에 식량주권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농정원은 농촌의 고령화를 막기 위해 청년들의 귀농을 장려하고, 농업 환경을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스마트농업으로 변화시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 원장은 “청년농업인으로 선발되면 농정원이 3년 차까지 일정 금액을 지원한다”며 “귀농귀촌종합센터와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통해 청년들이 농촌에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창업을 돕고 있다”고 했다. 또 농업의 생산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기술집약적 첨단농업인 스마트팜을 적극적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농정원은 전북 김제와 경북 상주 등 전국 4곳에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구축해 빅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원장은 “스마트팜을 통해 우수한 인재를 농촌에 유입해 청년실업 해소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농민신문 기자로 27년간 활동해온 이 원장은 농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든 답은 현장에 있다’는 일념하에 농정원이 현장중심 전문기관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3농(農) 중심 정신으로 무장하도록 주문하고 있다. 3농은 농업·농촌·농민을 뜻한다”며 “다산 정약용이 강조한 3농은 편하게 농사짓는 편농(便農), 농업에 이득이 되는 후농(厚農), 농민의 지위를 높이는 상농(上農)을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했다. 이 원장은 “궁극적으로는 모든 국민이 우리 농업과 농촌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라며 “우리 농업·농촌의 든든한 버팀목, 혁신성장 동반자가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2-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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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불결제시 10% 깎아주고 사용액 40% 소득공제

    주부 이혜영 씨(53)는 맘카페에서 추천을 받아 카드형 온누리상품권을 구매해볼 생각이다. 이달 말까지 진행되는 ‘윈·윈터페스티벌’ 기간에 카드형 상품권을 10%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어서다. 9만 원을 선불로 결제하면 등록한 신용카드에 상품권 10만 원이 들어온다는 사실에 마음이 동했다. 이 씨는 “가뜩이나 물가가 올라 생활비 걱정이 컸는데 카드형 상품권을 구입해 그동안 미뤄뒀던 김장을 해야겠다”고 했다. 고물가 시대에 생활비를 조금이라도 아낄 방법을 찾고 있다면 카드형 온누리상품권이 답이 될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2월 한 달 동안 ‘윈·윈터페스티벌’을 통해 카드형 상품권을 개인당 100만 원 한도 내에서 10% 할인된 금액으로 판매한다. 온누리상품권 앱에 신용·체크카드를 등록하고 연계된 계좌를 통해 90만 원을 지불하면 등록한 카드로 상품권 100만 원이 들어온다. 액면가의 60% 이상 사용하면 나머지 금액은 계좌로 환급받을 수 있다.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종이 상품권은 사용은 편리하지만 반드시 은행에 가서 대면으로 상품권을 사 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카드형 상품권은 온라인 앱에서 본인 인증 절차만 거치면 은행 운영 시간과 관계없이 편리하게 구매가 가능하다. 상품권을 전통시장에서 사용하면 급여생활자들에게는 ‘13월의 월급’이라 불리는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를 받기에도 유리하다. 전통시장 내 점포에서 현금이나 카드를 사용하면 사용 금액의 40%를 소득공제 때 적용받을 수 있다. 총급여가 7000만 원 이하인 근로소득자가 전통시장에서 월 50만 원을 1년 동안 사용한다면 약 36만∼57만6000원의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카드 사용 시 국세청에 자동 신고되기 때문에 별도의 신청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 카드형 상품권을 구매하면 카드회사가 여러 혜택을 제공할 때 요구하는 사용 실적으로도 인정된다. 카드 사용 실적을 기반으로 카드사로부터 다른 할인 혜택을 받을 때 유리하다는 얘기다. 종이 상품권은 그동안 상품권 교환 시 차액을 노린 불법 유통으로 많은 문제점이 불거졌는데, 카드형 상품권의 경우 본인 명의의 카드에 상품권을 등록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불법 유통은 불가능하다. 현재 카드형 상품권의 전국 가맹점 수는 전통시장, 지하상가 점포 등 12만2984곳이다. 중기부는 앞으로 불법 유통 근절을 위해 카드형 상품권이 종이 상품권을 대체할 수 있도록 가맹 점포를 점차 늘려갈 방침이다. 온누리상품권을 위탁 운영하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관계자는 “앞으로 오픈마켓에 ‘온라인 전통시장관’ 등을 추후 개설해 온라인에서도 카드형 온누리상품권 사용처를 늘려갈 예정”이라고 말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2-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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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역균형발전은 인간 존엄의 문제… 국토 소멸 차원서 접근해야”

    국가균형발전은 역대 정권들이 주요 국정과제로 삼고 추진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전국 228개 시군구의 30% 이상이 소멸 우려 혹은 위험 지역으로 꼽히는 등 지방과 수도권의 격차는 오히려 더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윤석열 정부도 올해 6월 국무회의에서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국가균형발전 정책에 시동을 걸고 있다. 정권을 뛰어넘어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본보는 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과 김두관,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 등 현 정부와 전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전문가들과 ‘국가균형발전 구체화와 동반 성장’을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 사회는 이종승 동아일보 부국장이 맡았다. 참석자들은 지역 불균형이 심각하고 해결책 마련이 시급한 만큼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인적·물적 자원 배분에 어느 정도 개입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우 위원장은 “지역 대학이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연구개발(R&D) 기능이 지방으로 내려가는 등 지방 진흥 정책을 통해 불균형을 풀어야 한다”고 했다.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위 부위원장을 지낸 정 의원은 “지역균형발전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국가 생존을 위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국가균형발전 특별위원장인 송 의원은 “지방 소멸을 국토 소멸 차원의 문제로 놓고 절박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선 후보 중앙선대위에서 균형발전위원장을 맡았던 김 의원은 내년 1월 출범하기로 했던 부울경 메가시티가 경제동맹, 행정통합으로 폐기되는 것을 두고 “중앙이든 지방이든 좋은 정책은 승계하고 마무리해야지 파기하면 기회비용이 많이 든다”고 했다.○ ‘지방시대 위원회’, 우려와 기대 동시에이날 좌담회에서는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인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 특별법’에 대한 의견이 많았다. 윤 대통령은 국토균형발전과 자치분권을 위한 새로운 컨트롤타워인 ‘지방시대위원회’를 세종시에 설치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지방시대위원회는 기존의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자치분권위원회의 조직을 하나로 합쳐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이끌 사령탑 역할을 하게 된다. 우 위원장은 지방시대위원회가 출범하면 위원장에 취임할 예정이다. 우 위원장은 “국가균형발전은 결국 인간 존엄성, 차별 문제이기 때문에 이번 정부에서 강력한 정책이 실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민주당에서는 두 위원회가 노무현, 문재인 정권에서 설립된 만큼 통합된다 해도 위원회의 운영 방식과 권한에 대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은 “역할이 다른 위원회를 일방적으로 통합하는 데 큰 우려가 있다”며 “만약 통합된다면 지방시대위원회가 자문기관에 그치지 않고, 위원장에게 집행력 있는 부총리급 권한을 줘서 다른 부처를 컨트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결국 정부 부처의 혁신과 구조조정이 문제가 되는데 이 정부에서는 아직은 주춤한 것 같다”고 했다.○ 기회발전·교육자유특구 지정도 관심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 특별법안이 통과될 경우 지역에 기회발전특구와 교육자유특구를 지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정부는 두 가지 특구 지정을 통해 일자리와 교육 문제를 해결해 지방으로 인구 분산을 유도할 계획이다. 기회발전특구에 투자하는 기업은 양도소득세, 법인세, 소득세, 상속세 등 각종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업들의 자발적인 지방 이전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우 위원장은 “지방세뿐 아니라 국세 감면 등 과감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지방정부가 규제 특례를 요청할 경우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승인하는 등 다양한 혜택을 줄 예정”이라고 했다. 교육자유특구를 통해서는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특화대학 운영과 교육 시스템 구축이 가능해져 지역 대학을 기업, 공공기관 등과 연계해 운영할 길이 열린다. 최근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대학 관련 예산을 지자체에 넘겨 지방 대학을 지역 산업 발전의 허브로 삼겠다고 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김 의원은 “교육부 권한을 과감히 지자체에 넘기겠다는 의견에 상당히 공감한다”며 “지역 대학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지자체에 주도권을 줄 필요가 있다. 거점 국립대에 대한 광역자치단체의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지역 산업이 자생력을 갖기 위해서는 지역에 과학기술원 설립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 의원은 “공공기관과 대학을 매칭해 특화 교육을 하고, 지자체가 이를 지원하고, 중앙정부는 관련 규제를 완화하면 지방이 살아날 토양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우주항공이 강한 지역에 관련 국가연구소를 보내고, 농업 관련 연구소는 전북에 보내는 등 독일처럼 국가연구소와 지역 대학이 시너지를 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정 의원은 지역의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지역 대학 충원 대책 마련도 강조했다. 정 의원은 “비수도권 대학의 충원 미달률은 수도권보다 2배 높다”며 “우리나라가 연간 해외에 4조 원 정도를 원조하는데, 이 가운데 10% 정도를 개발도상국 학생들이 지방대에 유학을 올 수 있도록 배분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했다. ○ “공공기관 이전 마무리돼야”노무현 정부에서 시작한 공공기관 지방 이전도 이번 정부 내에서 가급적 마무리해야 한다는 것에도 의견을 같이했다. 우 위원장은 “1차 공공기관 이전 정책은 신도시 위주로 이뤄지다 보니 원도심과 격차가 벌어져 공동화 현상 등 부작용이 생겼다”며 “2차는 신도시가 아닌 기존의 도심으로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또 “윤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문제다. 내년부터는 수도권에 청사가 아닌 사무실 임대 형태로 운영하는 기관들 먼저 지방으로 속속 내려갈 것”이라고 했다. 다만 지역별, 기관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경우가 많아 이번 정부에서 공공기관 이전에 속도를 붙이려면 교통정리가 시급하다. 김 의원은 “한국산업은행법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이를 지방으로 이전시키기 위해 ‘대한민국에 둔다’로 바꿔 개정안을 냈다”며 “그런데 부산 지역구 의원은 ‘부산에 둔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내고, 서울 지역구 의원들은 서울에서 본점이 이전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고 했다. 송 의원은 “지자체 간 과도한 유치 경쟁, 다양한 사회적 갈등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 의원은 “단순히 지역끼리 ‘나눠 먹기 식’이 아닌 지역 산업구조와 생태계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권역별 산업구조를 면밀히 조사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관을 이전시켜야 할 것”이라고 했다.○ “지방이 살아나려면 지자체에 권한 실어줘야”지방이 살아나려면 중앙집권적 체제를 지양하고, 지자체에 권한과 힘을 실어주는 자치분권으로 가야 한다는 데도 한목소리를 냈다. 정 의원은 “지역균형발전의 주체는 지역의 사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지역이 돼야 한다”며 “그러나 중앙정부가 각종 권한을 갖고 규제를 풀지 않는 한 지역 스스로 지역 발전을 설계하고 추진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송 의원은 “지역 자립의 발판을 만들기 위해서는 중앙부처가 결정하고 지방에는 통보하거나 교부만 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했다. 정부에서도 이같이 고질적으로 지적돼 왔던 중앙집권적인 지역균형개발 정책 대신 지자체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우 위원장은 “이번 여름에 수해를 겪으면서 지방분권에 대한 생각이 굳어졌다.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일부라도 가시화되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광역지자체장이 미국의 주지사들같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 같다. 자치경찰제처럼 시도지사들이 중앙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고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의 범위를 늘리는 부분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진행=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정리=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2-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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