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공유
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정치

檢 “흔들림 없이 뚜벅뚜벅 간다”… 대선자금까지 건드릴까

입력 2012-07-07 03:00업데이트 2012-07-07 04:10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 이상득-정두언 사전구속영장 청구
금품 수수 혐의로 3일과 5일 각각 검찰 조사를 받은 ‘상왕’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왼쪽 사진)과 ‘개국 공신’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이 굳은 표정으로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고 있다. 검찰은 6일 이들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연합뉴스
“이상득 전 의원은 큰 산이다. (하지만 검찰은) 흔들림 없이 뚜벅뚜벅 나아가고 있다.”

6일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찰 측 관계자가 지난주 이 전 의원을 소환하기 앞서 한 얘기다. 통상 검찰은 이 전 의원과 같은 거물 정치인에 대한 수사를 벌일 때 수사 사실 자체에 대해 철저한 보안을 유지한다. 그러나 이 전 의원 수사를 진행한 검찰은 통상의 경우와 달리 자신감을 수차례 피력했다.

○ 이 전 의원 형사처벌을 자신하는 검찰

검찰 관계자가 이례적인 자신감을 내비친 것은 풍부한 첩보와 오랜 수사를 통해 이 전 의원의 혐의를 상당 부분 확인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의원은 2007년 대통령 선거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 캠프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였던 ‘6인회’ 핵심 멤버이자 국회부의장을 지낸 6선 의원으로 ‘실세 중의 실세’로 불려왔다. 그럼에도 검찰은 한 차례도 주저하는 인상을 준 적이 없었다. 오히려 저축은행비리 정부합동수사단 관계자는 이 전 의원 수사에 대해 “‘우공이산(愚公移山·어리석은 영감이 산을 옮긴다는 뜻으로 쉬지 않고 꾸준히 밀고 나가면 목적을 이룰 수 있다는 뜻)의 심정”이라고 밝히면서 검찰이 수사 목표를 이루는데 가까이 왔음을 숨기지 않았다.

합수단은 올 5월 수사를 시작한 지 2개월 만에 이 전 의원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전 의원 소환 조사를 맡았던 합수단1팀 소속 윤대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첨단범죄수사과장은 지난달 초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을 구속기소한 이후부터 모든 수사력을 임 회장의 불법 로비 의혹을 캐는 데 집중했다고 한다. 임 회장은 수사 초기 불법 자금 제공 의혹에 대해 일체의 수사 협조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이미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전부터 임 회장이 여야를 막론하고 실세 정치인들에게 ‘줄대기’를 하고 있었다는 첩보를 확보한 상태였다. 수사의 구도와 목표가 명확했다는 얘기다. 결국 임 회장으로부터 ‘선거(대선)에 도움을 주기 위해 이 전 의원에게 돈을 건넸다’는 취지의 진술까지 확보했다. 최근 수사 때는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받았던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의 해명도 수사 상황에 보태졌다. 정 의원은 최근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전 임 회장을 소개받았고 경선 이후 임 회장을 이 전 의원에게 보냈다”고 설명했다. 정 의원 스스로 이 전 의원과 임 회장의 관계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 지난해부터 기다린 검찰

이 전 의원에 대한 수사는 사실 지난해부터 올해 3월까지 계속된 이국철 SLS그룹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 때부터 시작됐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3부(부장 심재돈)가 이 회장(구속기소)에 대해 그룹 구명을 위한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할 당시 이 전 의원의 보좌관이었던 박배수 씨를 구속기소했다. 당시 검찰은 박 씨가 받은 불법 자금의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이 전 의원실 계좌에 대한 전방위 계좌 추적을 벌였다. 이 전 의원이 ‘장롱 속 7억 원’이라고 표현한 출처 불명의 돈도 이때 드러났다. 당시 검찰은 박 씨가 관리하던 차명계좌에 이 전 의원이 계열사 대표를 맡았던 코오롱그룹으로부터 정기적으로 고문활동비가 들어왔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그러나 이 돈은 정식 자문료 이외의 돈이었다. 박 씨도 최근 이 전 의원과의 관련성을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기다렸다. 당시 검찰 내부에서는 “현재까지 드러난 혐의만으로도 이 전 의원 기소는 충분하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대통령의 친형을 1억5000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형사처벌하는 것은 지나친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또 “더 확실한 혐의를 찾아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작용했다고 한다. 더 확실한 혐의란 바로 저축은행 관련 비리 혐의였던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 “대선 자금 수사 못한다지만…”

정 의원에게는 두 가지 혐의가 적용됐다. 우선 정 의원 자신이 임 회장으로부터 2007년 말부터 2008년 18대 국회의원 선거 전까지 서너 차례에 걸쳐 1억 원 안팎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다. 두 번째 혐의가 의미심장하다. 정 의원은 이 전 의원이 임 회장으로부터 3억 원 안팎의 불법 자금을 받는 과정에 공모한 혐의까지 받고 있다. 그렇다면 검찰은 이 전 의원이 받은 돈을 대선을 위해 모금한 돈으로 보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2007년 대선을 준비하던 이 전 의원과 정 의원, 그리고 집권 가능성이 높은 그룹의 실세 정치인들에게 접근하는 임 회장 같은 기업인들 간의 연결고리는 결국 돈이었던 것으로 검찰은 이해한 셈이다. 물론 검찰은 여러 차례에 걸쳐 “이번 수사는 저축은행 비리에 관한 것이고 대선 자금 수사는 수사 목표도 아니고 가능하지도 않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이 ‘6인회’ 멤버였던 김덕룡 전 대통령국민통합특별보좌관을 통해 이 전 의원을 소개받은 뒤 이 전 의원에게 2억 원 안팎의 불법자금을 건넸다는 혐의에도 대선 자금 유입 의혹이 제기됐다.

더욱이 5일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정 의원이 기자들에게 “저는 이 정부 내내 불행했습니다. 그분들은 다 누렸습니다”라는 말을 남긴 것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검찰 관계자들은 정 의원이 ‘누군가에게 경고를 보낸 것 아니냐’는 추측도 하고 있다. 정 의원이 이대로 형사처벌을 받게 될 경우 검찰 수사 또는 재판 과정에서 대선 자금에 관한 예상치 못한 주장을 꺼낼 수 있다는 얘기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정치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