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자회 수해로 연기?… 건강·후계갈등 가능성

동아일보 입력 2010-09-15 18:12수정 2010-09-15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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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이후 44년만에 열릴 예정이었던 북한 노동당의 제3차 대표자회가 차일피일 늦춰지다 결국 연기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표면적인 연기 이유는 노동당 규약 상 '총원의 3분의 2'로 돼 있는 개회 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홍수와 이달 초 태풍의 여파로 북한의 교통망이 이곳 저곳 망가져 지방 대표자들이 평양에 올라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북 인권단체 '좋은벗들'은 15일 당대표자회 연기 소식을 전하면서 "수해로 도로 여러 곳이 끊겨 상당수 대표자들이 평양에 도착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의 인프라가 아무리 취약하다 해도 수해로 인한 교통사정 악화로 44년만에 소집된 당대표자회를 연기했다는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 다수 대북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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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하순 압록강의 범람으로 신의주 일대가 침수되는 등 북한의 홍수피해가 상당히 컸고, 이달 초에는 7호 태풍 '곤파스'의 엄습으로 다시 철길과 도로 여러 곳이 끊겼다고 하지만 당대표자를 연기할 정도는 아니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수해로 대표자들의 상경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은 그냥 꾸며댄 명분이고 진짜 이유는 따로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사실 조선중앙통신이 15일 오전 태풍 '곤파스'가 지나간지 2주일이나 지난 시점에 뜬금없이 피해 상황을 장황하게 전할 때부터 당대표자회 연기의 전조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중앙통신은 특히 총연장 66㎞(6만5980m)의 철길이 태풍피해를 봤다면서, 북한에서 가장 중요한 교통수단인 철도 기능에 이상이 생겼음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지목하는 진짜 연기 이유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이다.

이번 당대표자회에 워낙 많은 관심이 쏠려 있다 보니, 김 위원장의 건강에 큰 문제가 없다는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은 국회 정보위 발언에도 불구하고 '건강이상설'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북한의 매체들이 김 위원장의 건재를 과시하듯 이달 8~12일 닷새간 연속해서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 소식을 전했지만, 오히려 세간의 의혹을 씻기 위한 '의도적 보도'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수해로 인해 이번 당 대표자회가 연기됐다는 것은 위장이며, 의심의 여지 없이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 좋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면서 "태풍 곤파스 피해 상황을 중앙통신이 전한 것도 일종의 명분쌓기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 다음으로 많이 제기되는 관측은 이번 당대표자회에서 다뤄질 것으로 유력시됐던 김정은 후계구도 가시화 등 북한의 '권력지도' 재편에 뭔가 잡음이 생겼을 것이라는 얘기다.

예를 들면 이번 당대표자회에서 김정은 후계구도를 공식화할 경우 그에게 어느 정도 고위직을 줄 것인지,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등 김정은 '보좌 세력'은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 등에 대한 세부 조율이 끝나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5년 3월에 열릴 예정이던 최고인민회의 제11기 3차 회의는 어느 정도 '시장 개념'을 도입할 것인지를 놓고 박봉주 당시 내각 총리와 노동당 및 군부 반대세력 사이에 빚어진 갈등으로 한달 가량 연기됐다.

김정일 위원장의 지시와 명령에 의해 움직이는 북한 체제지만 권력 상층부에서는 갈등이 불거질 개연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이번에도 후계 권력구도를 짜는 과정에서 비슷한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북 전문가는 "이번 당대표자회의 주요 의제가 당 고위직 인선이었던 만큼 김 위원장의 측근을 어디에 앉힐지, 후계자인 김정은의 지지기반은 어떻게 구성할지 등을 놓고 권력 상층부에 갈등이 생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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