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이 모인 통합민주당에서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앞두고 사실상 노선투쟁이 시작됐다. 하지만 백가쟁명 식으로 터져 나오는 이런 구호의 이면에는 자파 세력이 당을 이끌어야 한다는 속내가 담겨 있다.
▽당권 도전 속속 시사=김효석 원내대표는 13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띄운 글에서 “전당대회가 당의 현대화를 시작하는 새로운 리더십을 창출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당 살리기 해법을 가장 잘 이행할 수 있는 당 체제와 인물을 찾는 게 순서”라는 말도 남겼다. 정부 관리와 교수를 지낸 뒤 3선 고지에 오른 지역구 의원(전남 담양-곡성-구례)인 자신이 당 현대화를 위한 적임자라는 뜻으로, 당권 도전의 운을 뗀 셈이다.
친손학규계로 서울 동작갑에서 재선에 성공한 전병헌 의원은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좌향좌냐 우향우냐의 소모적 이념 논쟁이 아닌 낮은 자세로 국민의 생활로 들어가는 ‘하향하’의 생활정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발언은 손 대표가 총선기간 자주 거론한 ‘민생야당론’과 맞닿아 있다.
박상천 공동대표는 일찌감치 당권 도전 의사를 밝혔다. 그는 11일 “중도개혁 노선을 가겠다. 총선 때 민생을 앞세우면서 강한 야당의 모습을 부각시키지 못한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옛 열린우리당의 색채를 빼면서 동시에 총선 패배에 대한 손 대표의 책임을 묻겠다는 뜻이 담긴 말이다.
천정배 의원 역시 “누구를 뽑느냐보다 새 대표가 무엇을 할지가 중요하다”며 선명한 정체성 논쟁을 주도할 것을 예고한 바 있다.
▽임박한 구조조정=원내 의석이 141석에서 81석으로 40% 이상 줄어든 민주당으로서는 당직자 감원 등 구조조정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게다가 대통합민주신당과 옛 민주당의 결합으로 불어난 인원과 조직에 대한 구조조정도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 그 대상과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5월 30일 18대 국회가 개원하기 전에 현재 260여 명인 당직자 가운데 100명가량을 줄이고, 서울 여의도에 남아 있는 옛 민주당사도 없앨 계획이다.
민주당은 현재 당 사무처에 100여 명, 당 기구인 한반도전략연구원(대통합민주신당 측)과 국가전략연구소(옛 민주당 측)에 100여 명, 원내에 60명가량의 연구원, 사무보조원 등이 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각 조직에 대한 통폐합 과정에서 계파 간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