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8년 4월 11일 02시 59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與견제 역할 박근혜에 뺏겨… 대항 지도자도 없어
‘탄돌이’ 108명중 35명만 살아돌아와… 親盧도 와해
4·9총선을 빠져나온 통합민주당호(號)의 진로가 여전히 불투명하다.
민주당이 총선에서 얻은 81석은 개헌저지선인 100석에는 못 미치지만 올해 초까지 ‘50∼60석에 불과할 것’이라던 비관적 전망에 비하면 선전한 편이다.
| 수도권의 주요 386 낙선 및 공천 탈락자 | |
| ▽낙선 | |
| 최재천 정봉주 우원식 우상호 노웅래 정청래 김낙순 이기우 이인영 유기홍 정성호 윤호중 김현미 최성 | |
| ▽공천탈락 | |
| 김형주 장병수 | |
| ▽공천 미신청 | |
| 이화영 | |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여당에 대한 제1견제세력이 제1야당인 민주당이 아니라 사실상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된 데다 민주당 내에 뚜렷한 지도자가 없어 민주당의 향후 진로는 안개 속을 헤매는 형국이다.
여기에 그동안 당 주류였던 수도권 386 초선 의원이 대거 낙선하고 호남 중진들이 급부상하면서 당 정체성을 둘러싼 갈등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뒤바뀐 주류, 당내 갈등 예고=4·9총선에서 민주당은 옛 열린우리당 시절 주류였던 운동권 출신 수도권 386 의원이 대거 낙선했다. 민생과 유리된 이른바 ‘4대 개혁입법’을 독선적으로 밀어붙이다가 민심 이반을 초래했다는 부정적 평가도 이들의 낙선에 한몫했다.
17대 총선에서 이른바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에 힘입어 당선된 초선 의원 108명 중 이번 공천 및 총선 과정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불과 35명.
여기에 당 주류의 한 축이던 친노(親盧·친노무현) 그룹도 한명숙 전 국무총리, 유인태 최고위원, 윤호중 유기홍 의원이 낙마한 데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탈당한 지 오래됐다.
민주당의 뿌리인 ‘동교동계’는 김홍업 의원의 낙마로 사실상 영향력을 상실했다.
그 대신 박상천 대표, 최인기 정책위의장, 김효석 원내대표, 이낙연 의원, 박주선 전 의원, 유선호 의원, 김영진 전 농림부 장관 등 옛 민주당 계열 인사들이 호남의 주류로 부상했다.
이들 중 상당수가 과거 열린우리당 식 정치에 반감을 갖고 있으며 5, 6월경 열릴 것으로 보이는 전당대회에서 당권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최 정책위의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당이 이제야 제대로 된 중도개혁노선으로 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당권 경쟁은 또 다른 계파 갈등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내에는 현재 손학규계, 정동영계, 옛 민주당계, 시민사회세력, 운동권 386, 친노그룹 등 각 계파가 난립하고 있는 상태. 여기에 호남 지역 중진들이 당권 경쟁에 뛰어들면서 계파 분화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중 누구도 뚜렷한 세력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옛 열린우리당처럼 문제가 생길 때마다 책임론이 대두되고 당 대표가 잇따라 교체되는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복당 문제도 갈등=공천 과정에서 탈당한 인사들의 복당 문제도 골칫거리다.
공천 배제로 탈당한 박지원 전 대통령비서실장, 이인제 의원 등은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강운태 전 내무부 장관은 복당이 거부됐지만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한 석이 아쉬운 민주당으로서는 이들 무소속 당선자를 홀대할 수 없다.
또 낙선은 했지만 신계륜 전 사무총장, 이상수 전 노동부 장관 등은 당내 동정론도 상당하다. 김홍업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생각할 때 ‘버려둘 수만은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한 중진은 “마음 같아서는 받아들이고 싶지만 공천 과정에서 천명했던 원칙을 쉽게 버릴 수도 없는 것이 문제”라면서 “탈당 인사들 때문에 낙선한 당 공천자들이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복당에 대해 누가 먼저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 고위 관계자는 “대선 패배 이후 합당과 공천 과정에서 누적된 불만과 갈등이 전당대회를 계기로 한꺼번에 분출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 갈등이 당권 경쟁과 맞물릴 경우 상당한 내홍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무늬만 제1야당(?)=총선에서 당선된 범(汎)진보세력은 민주당, 민주노동당(5), 창조한국당(3), 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6명을 합쳐 95명 정도다. 반면 한나라당(153), 자유선진당(18), 친박연대(14), 보수 성향의 무소속(19) 등 범보수 세력은 무려 204석에 이른다.
게다가 이번 총선을 통해 박 전 대표의 위상이 더욱 부각된 만큼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가장 눈치를 볼 제1야당은 민주당이 아니라 박 전 대표”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반도대운하 반대의 경우 선진당, 친박연대 등과 공조할 수 있지만 이는 ‘대운하 전도사’인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을 꺾은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가 이미 상징적 인물로 부각된 상태. 정부가 대운하 정책을 포기하더라도 공(功)이 민주당에 돌아갈지는 미지수다.
다른 분야에서 이들과의 공조가 얼마나 가능할지도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특히 대북 정책의 경우 선진당과 친박연대는 한나라당보다 더 강경한 노선을 유지하고 있어 사실상 연대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이 공천 과정에서의 갈등을 극복하고 사실상 국회 모든 상임위원회를 장악할 경우 민주당의 입지는 급속도로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민노당, 창조한국당 등과의 연대도 쉬운 일이 아니다. 민노당이 연대의 조건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거부, 비정규직 문제 등을 내세운다면 민주당으로서는 대단히 어려운 처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낙선
최재천 정봉주 우원식 우상호 노웅래
정청래 김낙순 이기우 이인영 유기홍
정성호 윤호중 김현미 최성
▽공천탈락
김형주 장병수
▽공천 미신청
이화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