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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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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t의 생화학무기에 핵무기까지 보유하는 등 북한이 한국에는 없는 ‘비대칭전력’ 증강에 열을 올리는 상황에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이어 핵우산까지 걷어 버릴 경우 총체적인 안보 위기가 초래돼 국가 안위가 바람 앞의 촛불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핵우산의 효용=핵우산 제공 약속은 군사적 차원을 넘어 정치 외교적 차원에서 동맹국의 안전을 무한 책임지겠다는 ‘최고 수준의 안보서약서’로 볼 수 있다. 미국 핵우산의 보호를 받고 있는 한 적국이 섣불리 도발할 수 없고, 재래식 전력과 핵을 포함한 어떤 침략도 막아 낼 수 있다는 심리적 안보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북한으로선 핵우산의 보호를 받는 한국을 핵무기로 선제공격했다가 몇 십, 몇 백배의 위력을 가진 미 전략핵무기의 무차별 보복을 받아 초토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 군사 전문가는 “미국의 핵우산은 ‘핵무기를 먼저 쓰면 파멸’이라는 점을 북한 수뇌부에 뚜렷이 각인시켜 한반도의 핵 억지력을 유지하는 데 크게 기여해 왔다”고 말했다.
▽핵우산의 작동=핵우산의 최대 목적은 적의 핵무기 사용을 예방하는 것이다. 그러나 예방에 실패할 경우 전략 및 전술핵무기를 총동원한 무차별 핵 보복으로 직결된다.
1991년 11월 해외 주둔 미군의 핵무기 철수가 발표되면서 주한미군에 배치돼 있던 각종 전술핵무기도 빠져나갔지만 유사시 미국의 핵우산 제공에는 별 문제가 없다.
이지스함이나 잠수함에서 발사한 토마호크 크루즈미사일 1발에 200kt급 핵탄두를 탑재하면 어지간한 규모의 중소도시 하나를 초토화할 수 있다. 단거리 공중발사 미사일(AGM-69), 공중발사 크루즈미사일(AGM-86), 10∼50kt급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지대지 크루즈미사일(BGM-109G) 등도 핵우산 전력으로 사용될 수 있다. 미국이 보유한 1만여 기의 핵무기 중 상당수는 하와이와 괌, 태평양 지역에 주둔 중인 미군 지상기지와 해상기지에 배치돼 있다.
155mm 야포로 발사되는 1kt급 핵포탄이나 주한미군에 배치됐던 핵배낭 같은 소형 전술핵무기 등만 있어도 핵우산으로 충분한 능력을 갖고 있다. 특히 수천 km 밖에서 몇 m 오차로 적진을 타격하는 미사일과 스텔스 폭격기 등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핵 공격을 할 수 있는 미국의 능력을 감안할 때 한반도에 핵무기를 고정 배치하지 않더라도 핵우산 보장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핵우산이 사라지면…’=유사시 작전계획 5027에 의한 미 증원전력의 전개와 함께 핵우산은 미국의 대한(對韓) 방위공약의 핵심 축이다. 따라서 핵우산 제공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정치적 심리적인 안보 불안이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
또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 후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보장이 오히려 약화됐다는 국제적 여론이 확산될 경우 대외적인 국가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수년 내 전시작전권을 한국에 이양하고 ‘핵우산 제공’ 명문화를 철회할 경우 한미동맹의 근간인 한미상호방위조약마저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이런 상황이 빚어질 경우 북한이 핵무기를 믿고 국지전 등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무기 공격 욕구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미국의 핵우산 공약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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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SCM서 핵우산 명문화…현재까지 유지
한국 정부는 1991년 11월 ‘비핵화(denuclearization)’ 선언을 했다. 당시 미국은 한국에 배치돼 있던 미군의 전술 핵무기를 모두 철수시켰다.
그러나 1978년 제11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를 통해 명문화한 미국의 핵우산 제공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따라서 비핵화란 핵은 없지만 핵우산의 보호는 받을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러나 북한이 줄기차게 주장해 온 ‘비핵지대화(nuclear free zone)’는 다르다. 영토 영공 영해에 핵무기의 출입과 통제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미국의 핵우산을 걷어 내라는 의미다.
북한은 지난해 7월 6자회담 기조연설에서 ‘남한의 핵무기 철폐 및 외부 반입 금지’ ‘미국의 핵우산 제공 철폐’를 주장하며 비핵지대화 실행을 촉구한 바 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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