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십 외교 “집적대는 것 아니냐”

  • 입력 2006년 7월 26일 03시 06분


코멘트
#1. 이달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G8(선진 7개국+러시아) 정상회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등 뒤로 접근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메르켈 총리에게 느닷없이 어깨 안마를 선사했다. 메르켈 총리는 화들짝 놀랐고 누리꾼들은 다정함의 표시인지, 집적대는 것인지 논쟁을 벌였다.

#2. 지난달 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모스크바 크렘린 광장에서 만난 5세의 소년에게 이름을 물은 다음 소년의 티셔츠를 걷어 올리고 배에 뽀뽀를 했다. 이후 푸틴 대통령은 “너무 사랑스러워서 충동적으로 그랬다”고 설명했다.

#3. 4월 미국을 방문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보잉사 관계자에게 모자를 선물 받은 뒤 그를 껴안았다. 본디 신체 접촉을 즐기지 않는 후 주석이었던 만큼 관계자들은 깜짝 놀랐다.

뉴욕타임스는 23일 국제 정치 무대에 ‘스킨십 정치’가 성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정상들의 신체 접촉은 악수 정도가 고작이었지만 최근 들어 과감하고 다양한 스킨십 기법이 선보이고 있다는 것.

공화당 정치 컨설턴트인 프랭크 룬츠 씨는 “신체 접촉은 호의와 온정, 팀워크를 보여 주는 데 효과적이어서 정치인들에게 더 많은 스킨십을 권한다”고 말했다.

정상들의 스킨십이 모두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독일 언론들은 부시 대통령의 안마 공세를 ‘애정 공격(love attack)’이라며 비난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도 25일자 칼럼에서 메르켈 총리의 편치 않은 표정이 모든 것을 말해 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뉴욕타임스는 정치적 행동으로서 신체 접촉이 공감을 나타내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1996년 예산심의청문회에서 휠체어를 탄 한 여성이 단상 위의 정치인들에게 야유를 보내자 당시 공화당의 크리스토퍼 셰이스 의원이 그 여성에게 다가가 손을 잡고 “도와드릴까요”라고 물었던 ‘정중한 접촉’이 좋은 예.

‘보디랭귀지-상대의 마음을 읽는 비결’의 저자 앨런 피스 씨는 “오랫동안 미국에는 낯선 사람들과의 신체 접촉을 꺼리는 북유럽 정서가 있었다. 그러나 다양한 문화가 녹아들면서 신체 접촉은 점차 자연스러운 일이 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독일은 서로 건드리지 않는 문화지만 이탈리아에서 누군가를 껴안으면 사람들이 당신을 매우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문화적 차이를 지적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