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베네수엘라 유조선 나포… 트럼프 “마두로, 얼마 안 남았다”

  • 동아일보

원유 80%, 中에 싸게 판 베네수엘라… “노골적 강도, 국제해적 행위” 반발
트럼프 “유조선 원유 우리가 가질것”
CBS “美, 유조선 추가 억류 검토중”… 美전투기, 베네수엘라 인근 비행도

10일 미군이 베네수엘라 인근 해역에서 헬기(빨간 원)를 동원해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의 원유를 운반하던 유조선 ‘스키퍼호’를 나포했다. 이날 팸 본디 미 법무장관은 작전 모습을 담은 영상(작은 사진)을 소셜미디어 X에 공개했다.
10일 미군이 베네수엘라 인근 해역에서 헬기(빨간 원)를 동원해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의 원유를 운반하던 유조선 ‘스키퍼호’를 나포했다. 이날 팸 본디 미 법무장관은 작전 모습을 담은 영상(작은 사진)을 소셜미디어 X에 공개했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실은 대형 유조선을 베네수엘라 인근 해역에서 전격 나포했다. 올 9월 마약 카르텔과 전쟁을 선포하며 카리브해에 핵추진 항공모함 전단을 배치하는 등 군사적 압박을 끌어올린 데 이어 베네수엘라의 핵심 자금줄을 끊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가진 베네수엘라는 수출의 약 80%를 석유에 의존하고 있다.

이날 베네수엘라 정부는 “노골적인 강도 행위이자 국제 해적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미 CBS방송은 미국이 유조선 추가 억류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 압박이 갈수록 거세지면서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 축출을 노린 거라는 분석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공개된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그(마두로 대통령)의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미국은 최근 공개된 새 국가안보전략(NSS)에서 서반구 안보에 우선순위를 두겠다며 중남미 지역에 대한 군사력 증강을 시사했다.

● “억류 유조선 베네수엘라, 이란 원유 밀수에 동원”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우리는 방금 베네수엘라 연안에서 유조선 한 척을 억류했다”며 “억류한 유조선 중 사상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이어 “다른 일들도 진행 중이며, 나중에 보게 될 것”이라고 했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가 진행되고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억류 이유에 대해선 “매우 타당한 이유로 억류했다”고만 밝혔고, 유조선에 실린 원유를 어떻게 처리할 건지를 묻는 질문에 “우리가 가질 것 같다”고 했다.

미 법무부는 억류된 유조선이 베네수엘라산뿐 아니라 이란산 원유 밀수에도 동원된 전력이 있다고 밝혔다. 팸 본디 미 법무장관은 소셜미디어 X에 “베네수엘라와 이란에서 제재 대상 원유를 운송하는 데 사용된 운반선에 대해 압류 영장을 집행했다”고 썼다. 앞서 트럼프 1기 행정부는 2018년부터 이란산 원유 수입 제재에 들어갔고, 재집권 후에는 이를 한층 강화했다.

CBS에 따르면 이번 유조선 억류 작전에는 제럴드포드 항공모함에서 발진한 헬기 2대와 해안경비대원 10명, 해병대원 10명이 투입됐다. 나포된 유조선은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인 PDVSA의 원유를 운반 중이던 ‘스키퍼호’였다. 스키퍼호는 러시아 석유 재벌이 소유한 유조선으로 이란산 원유를 운반해 2022년 미 재무부 제재 명단에 올랐다.

이날 베네수엘라 정부는 성명을 통해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장기간 공격해 온 이유가 드러났다. 이민, 마약 밀매, 민주주의 인권 등이 아닌 우리 자원 때문이었다”며 국제기구에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미국은 올 9월부터 베네수엘라 근해에서 마약 운반 의심선 23척을 공격해 87명이 사망했다. 현재 카리브해에는 항공모함 선단, 핵추진 잠수함 등 약 1만5000명의 미군 전력이 집결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상 공격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9일에는 미군 전투기 2대가 베네수엘라 본토 인근까지 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 베네수엘라 원유 최대 고객은 중국

억류된 유조선은 베네수엘라에서 출항해 쿠바를 거쳐 아시아로 향하고 있었다고 CBS와 미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하루 생산량이 약 100만 배럴에 달하는 베네수엘라 원유의 최대 고객은 중국이다. 당초 베네수엘라 원유의 최대 수입국은 미국이었지만, 트럼프 1기 행정부는 2017년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고 자산을 동결했다. 이에 베네수엘라는 원유 생산량의 약 80%를 대폭 할인된 값에 중국 정유사들에 판매해 왔다. WP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행 유조선을 집중적으로 나포하는 행위를 지속하면 마두로 정권에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중남미 국가들 간 갈등이 확대되는 가운데 11일 중국 정부가 “중남미·카리브해 역내 국가들에 어떠한 정치적 조건도 부과하지 않는 개발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1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미국과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며 중남미에서 영향력을 키우려는 의도다. 트럼프 행정부가 NSS에서 언급한 서반구 안보 우선순위 방침은 이런 중국의 움직임을 반영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편, 유조선 억류 소식이 전해지면서 10일 오후 3시 45분(미 동부 시간) 기준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1.3%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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