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대북 결의안 후 각국 관계

  • 입력 2006년 7월 17일 17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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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對北) 결의안 통과를 전후로 중국-북한 관계와 중국-미국 관계가 크게 변하고 있다.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북한 핵 및 미사일 문제가 불거진 이후 최악의 상태라는 게 베이징(北京) 외교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반면 중국과 미국의 관계는 한시적이긴 하지만 G8(선진7개국+러시아) 회담 참석차 러시아를 방문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에게 직접 감사를 표시할 정도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북한-중국, 별거 직전의 부부 관계=현재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별거 직전의 부부관계를 연상케 할 정도로 냉랭하다. 물론 사상 최악은 아니다.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사상 최악이었던 문화대혁명(1966~1976년) 때 중국은 원조는커녕 교류마저 대부분 끊어버렸다.

여하튼 10일부터 6일간 북한을 방문한 중국 친선대표단은 철저히 냉대를 받았다. 후이량위(回良玉) 부총리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줄 선물까지 들고 갔지만 끝내 만나지 못했다.

6자회담 중국 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은 북한 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으로부터 항의만 듣고 왔다.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에 대해서는 항의하지 않은 채 왜 북한에만 6자회담 복귀를 요구하느냐는 항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북한이 또 다시 미사일을 발사하면 양국관계는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중국이 '최후의 수단'인 대북 지원까지 지렛대로 삼을지 모른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전체 원유소비량의 70%가량을 중국으로부터 제공받는 북한은 크게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다만 중국은 이 경우에도 단독으로, 비공개리에, 일정기간에 한해 제한적으로 '원조 중단'을 실시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중국-미국, 한시적 밀월=살얼음판을 걷던 미국과 중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및 유엔 안보리 결의안 채택을 계기로 '한시적 밀월관계'로 접어들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16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G8 정상회담에 '특별손님' 자격으로 참석한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을 따로 만나 "지도력에 감사드린다"며 우의를 과시했다. 결의안 협조에 대한 치하였다.

중국 군부의 2인자인 궈보슝(郭伯雄)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 16일 밤 워싱턴 방문길에 오른 것도 바짝 다가선 양국관계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다. 양국의 군사관계는 부시 행정부가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고, 2001년 미국 정찰기와 중국 전투기가 공중 충돌한 이후 급속히 냉각됐었다.

그러나 워싱턴에서는 이 같은 일련의 화해무드를 '정략결혼'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외교만이 해법"이라고 강조해 온 이란과 북한의 핵문제 해결을 위해선 안보리 거부권을 갖고 있는 중국의 협조만큼 부시 행정부에 절실한 게 없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이 과연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가' 하고 의심하는 기류가 없지 않았으나 이마저 일단 뒷전으로 밀렸다.

중국도 이런 우호관계를 통해 미국이 제기해 온 환율조작 문제, 일방적 대미 무역흑자, 인권부재 비판으로부터 당분간 자유로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눈치다. 미국은 그동안 끊임없이 "대국답게 책임있는 행동을 해 달라"고 주문해왔다. 중국으로선 명분도 살리면서 실리는 실리대로 챙기는 셈이다.

베이징=하종대특파원 orionha@donga.com

워싱턴=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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