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9일째…발 빨라진 막판 조율

  • 입력 2005년 8월 3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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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리고 있는 6자회담에서 중국이 2일 제시한 최종 합의문 초안에는 비핵화 범위와 관련해 북한과 미국의 주장을 모두 아우르는 표현이 들어 있다고 복수의 정부 고위 관계자가 이날 밝혔다. 한 고위 관계자는 “미국은 ‘모든 핵무기 및 핵 프로그램’의 폐기를, 북한은 ‘핵무기 및 핵무기 계획’의 폐기를 주장하고 있으나 최종 초안은 ‘모든 핵무기 및 관련 프로그램’과 같이 서로 유리하게 해석할 수 있는 문구로 돼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 문제도 북한과 미국의 입장을 절충해 표현됐다.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한 현 상황에서는 평화적 핵 이용을 거론하기 힘들지만, NPT에 복귀할 경우 해결이 가능한 쪽으로 해석될 여지를 남겼다는 것.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전력 200만 kW를 제공하는 정부의 ‘중대 제안’도 ‘에너지 제공’이라는 표현과 함께 포함됐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는 직접 언급되진 않지만 ‘북-일 평양선언에 따른 관계정상화’라는 표현을 넣어 일본을 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핵화 협상의 기초가 된 것으로 알려진 ‘1992년 한반도 비핵화 남북공동선언’은 합의문에서 거론되지는 않지만, 북한이 핵재처리 시설과 농축우라늄(EU) 시설을 보유하지 않도록 한 공동선언의 정신을 반영해 검증과 사찰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 폐기와 이에 따른 북-미 관계정상화, 안전보장, 경제협력 문제도 두루 언급됐다. 이행 방안과 관련해선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 원칙을 밝히면서 핵 폐기와 보상이 ‘동시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점이 명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초안은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해 7개항 안팎으로 구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베이징에서 미중 제1차 정례 고위급 대화를 마친 로버트 졸릭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은 기본 원칙에 거의 합의했다”며 협상 타결은 북한에 달렸다고 말했다.

북한과 미국이 본국의 훈령을 받아 3일 열리는 6개국 수석대표회의에서 초안에 찬성할 경우 이르면 이날 중 최종 합의문이 채택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 같은 합의문이 타결되면 북핵 폐기와 보상이라는 최종 목표를 확인하는 최상위 규범이 될 것”이라며 “이후 회담은 이행 절차를 논의하는 실무적 협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 수석대표인 송민순(宋旻淳)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최종 초안에 대해 “각국의 필요사항과 이해관계를 균형 있게 반영한 안”이라고 반겼다.

김계관(金桂寬) 북한 외무성 부상은 회담 개막 후 처음으로 기자들과 만나 “우리에 대한 (미국의) 핵위협이 제거되고 신뢰가 조성되면 핵무기와 핵무기 관련 계획을 포기할 결심”이라며 “이것은 누구의 강요도 아닌 우리 자신이 결심한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초안을 워싱턴에 보냈다”며 “전반적으로 좋은 안이었는데 우리가 받을 수 있을지는 아직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베이징=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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