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또 强手… 核위기 갈데까지 가나

  • 입력 2005년 5월 12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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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영변 핵시설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가 지난달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북한 영변의 5MW 원자로 위성사진. 북한은 11일 이 원자로에서 8000개의 폐연료봉을 꺼내는 작업을 끝냈다고 밝혔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北 영변 핵시설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가 지난달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북한 영변의 5MW 원자로 위성사진. 북한은 11일 이 원자로에서 8000개의 폐연료봉을 꺼내는 작업을 끝냈다고 밝혔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북한이 11일 원자력발전소에서 폐연료봉 인출 작업을 끝냈다고 발표함으로써 북핵 문제는 그야말로 벼랑 끝을 향해 치닫는 형국이 됐다

▽파장=6자회담 재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6자회담 관련국들이 제각각 다양한 이해관계에도 불구하고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책’을 우선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마당에 북한이 핵무기 제조 공정 돌입을 사실상 선언했기 때문이다.

시점도 좋지 않다. 이제까지 북한을 두둔하는 입장을 보였던 중국의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장이 6일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북한이 상황을 악화시키는 추가 행동을 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고 스스로 고립을 심화시킬 뿐’이라고 경고한 지 불과 닷새 만이다. 자칫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관련국의 막바지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이 추가적인 상황 악화 조치를 취한 게 분명한 만큼 6자회담 재개 분위기가 어두워질 수도 있다”며 “가뜩이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미국 강경론자들에게 더욱 힘이 실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우려했다.

▽북한 뭘 노리나=미국을 더욱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6자회담의 조건과 명분을 만들어 달라는 북한의 요구를 미국이 빨리 들어 달라는 메시지일 수도 있고, 핵무기 보유를 늘려 가고 있으니 핵보유국으로 인정해 달라는 의도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완규(崔完圭)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부장관이 최근 북한을 거듭 ‘주권국가’라고 하면서 유화 제스처를 보였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던지면서 추가 양보를 요구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고유환(高有煥)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요구를 들어 주지 않으면 북한의 핵 무기고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점을 경고하는 의도”라고 말했다. 고 교수는 이미 핵무기 보유를 선언해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북한으로서는 일단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대응 수위를 높여 가는 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폐연료봉 인출 단계는=최근 영변의 5MW 원자로의 가동을 중단한 뒤 1개월 남짓 걸렸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지적한다. 일각에선 8000개의 폐연료봉을 인출하려면 통상 2개월 정도 걸린다는 점을 들어 북한의 이날 발표가 다소 과장됐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긴 하다.

다음 단계는 인출한 폐연료봉을 저장 수조에 넣어 2, 3개월 냉각시키는 작업이다. 핵공학 전문가인 강정민(姜政敏) 박사는 “영변 시설은 지하통로를 통해 폐연료봉을 수조로 옮기도록 돼 있기 때문에 인공위성으로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냉각된 폐연료봉은 재처리 과정을 밟게 된다. 8000개의 폐연료봉을 재처리하는 데에는 2∼4개월 걸린다. 이 과정에서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다.

이를 갖고 핵무기를 제조하기 위해서는 금속 플루토늄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 과정은 1, 2주면 충분하다. 금속 플루토늄을 핵분열 연쇄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기폭장치에 넣으면 핵무기가 만들어진다.

미국의 몬터레이 비확산연구센터는 최근 북한이 영변 원자로 가동 중단을 통해 8∼11kg의 플루토늄을 추가로 추출해 핵무기 1∼3개를 더 제조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8일 북한이 5, 6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추산한 데 따르면 북한이 추가로 핵무기를 만들 경우 6∼9개의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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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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