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신치영]‘출자총액제한 기준’ 黨政 엇박자

  • 입력 2005년 2월 11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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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자총액제한제도의 자산 기준(5조 원)을 소폭 올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열린우리당 고위 관계자)

“5조 원 자산 기준을 바꾸는 문제는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공정거래위원회 고위 당국자)

대기업 규제의 핵심인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두고 정부 여당의 엇박자가 계속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출자총액제한의 적용 대상을 지금처럼 자산 5조 원 이상의 기업집단으로 할지, 적용기준을 높일지 여부다.

원혜영(元惠榮) 열린우리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11일 “다음 주 공정위와 당정회의를 열어 기업들의 애로점을 최대한 해결하는 선에서 자산 기준 완화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재계가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투자의 핵심 걸림돌로 지목하며 완화해 달라는 요구를 일부 수용한 것이다. 경제 살리기를 올해의 핵심 과제로 내세운 여당으로선 재계의 요구를 마냥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기업 투자는 민간 소비와 함께 경기 회복의 양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정위의 방침은 완강하다.

지난달 24일 자산 기준 5조 원을 유지하는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한 이후 공정위 관계자들은 ‘자산 기준 상향 조정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공정위는 11일에도 ‘공정위가 출자총액제한 자산 기준을 5조 원에서 7조 원으로 높이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를 부인하는 해명 자료를 내기까지 했다.

물론 공정위가 강조하는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도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개혁을 내세우는 열린우리당조차 실용주의적 접근을 하는 마당에 공정위가 원칙만 고수한다면 경제 살리기는 힘들어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게다가 정부와 여당이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대기업이 어떤 정책에 맞춰 투자계획을 세워야 할지 혼란스러워한다는 점도 문제다.

자산 기준을 2조∼3조 원 높일 경우 출자총액제한 대상에서 빠지는 4, 5개 그룹은 이 문제가 하루빨리 해결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고 한다.

기업들이 바라는 것은 궁극적으로 투자의 발목을 잡는 출자총액제한제도의 폐지지만 우선 정책의 불확실성만이라도 해소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신치영 경제부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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