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 대선, 한미동맹 재도약 계기로

  • 입력 2004년 11월 3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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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제44대 대통령선거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승리가 유력하다고 한다. 재선이라고는 하나 그 의미는 자못 심대하다. 앞으로 4년간 세계가 더 평화롭고, 더 풍요로울 수 있을지가 그의 손에 달려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세계는 이미 미국 지배하의 단극(單極)체제 아래 놓여있기 때문이다. 싫든 좋든 그것이 오늘의 지구촌 모습이다.

세계는 미국이 ‘선의(善意)의 관리자’가 돼 주기를 바라고 있다. 일방주의라는 비난을 더는 듣지 않도록 대화와 타협을 통해 평화를 유지하고, 테러 빈곤 기상이변 등과 같은 국제사회의 새로운 현안 해결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이런 기대에 부응해 주기를 바란다. 단극체제는 지도국가의 리더십에 따라 다극(多極)체제보다 안정적일 수도, 불안정할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부시 대통령의 재선으로 미국의 대(對)한반도 및 동북아 정책이 일관성이 유지된다면 다행이다. 북한 핵문제는 특히 그렇다. 부시 대통령은 일관되게 6자회담의 틀 안에서 북핵문제를 풀겠다고 다짐해왔다. 북한이 원하는 북-미 양자회담은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정일 정권은 이런 메시지를 읽고 스스로 협상테이블로 나와야 한다. 미국은 북한인권법까지 마련해 놓고 있다. 어떻게 집행하고 적용하느냐에 따라 북한 정권의 기반까지도 흔들 수 있는 법이다. 핵 포기가 비극적 상황을 막는 첫 단추다.

북핵 문제를 포함한 모든 현안은 한미 공조의 토대 위에서 논의돼야 한다. 용산기지 이전, 주한미군 재배치와 감축 등 큰 문제들은 모두 타결됐다. 남은 일은 집행과정에서의 상호 협조와 이를 통한 신뢰회복이다. 대북(對北) 억지력 유지를 위해 한미 연합전력을 극대화하는 한편, 부시 정부가 추진해 온 해외주둔 미군의 전략적 신축성 확보와 관련해 ‘주한미군 광역화’문제도 신중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이라크 자이툰부대의 파병기한도 연장하는 것이 옳다.

중요한 것은 미국에 대한 우리 사회 일각의 부정적 인식을 바꾸는 일이다. 감상적 자주(自主), 어설픈 반미(反美)가 국익을 얼마나 해칠 수 있는가는 그간의 경험이 말해주고 있다. 이 정권의 ‘자주파’부터 미국에 대한 인식을 반미에서 용미(用美)로 바꿔야 한다. 감정적 반미를 설복시킬 안목과 용기를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 대미(對美) 외교라인에 대한 전면적인 수술을 권한다.

한미동맹은 단순한 양국관계가 아니다. 미일(美日) 동맹과 함께 전후(戰後) 반세기가 넘게 유지되어온 동북아의 현상유지체제를 받치는 두 축의 하나다. 그 성격에 대한 어떠한 변화 시도도 동북아라는 큰 구도 속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물론 한미관계도 변하고 있다. 과거의 시혜자와 수혜자의 관계는 더 이상 아니며, 경제적으로 성장하고 정치적으로 민주화된 우리의 위상이 대미관계에서도 반영돼야 한다는 지적은 옳다.

그러나 그 목표와 전략은 중국의 급성장과 일본의 군사대국화 속에서 한미 두 나라가 모두 승자가 될 수 있는 윈-윈 게임에 두지 않으면 안 된다. 진정한 자주는 통일이 되고 난 뒤에 얘기해도 결코 늦지 않다. 미국 대선을 통해서 거듭 확인한 교훈이자 한국의 생존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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