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野, 야합비난 무릅쓰고 왜 임시국회 몰고갔나

  • 입력 2004년 3월 3일 18시 43분


국회 파행 운영의 주역들이 다시 만났다. 여야 4당 원내대표와 총무들은 3일 박관용 국회의장(가운데)의 초청으로 국회의장실에서 만나 6일부터 10일까지 임시국회를 열고 정치개혁관련 법안들을 처리한다는 데 합의했다.  -김경제기자
국회 파행 운영의 주역들이 다시 만났다. 여야 4당 원내대표와 총무들은 3일 박관용 국회의장(가운데)의 초청으로 국회의장실에서 만나 6일부터 10일까지 임시국회를 열고 정치개혁관련 법안들을 처리한다는 데 합의했다. -김경제기자
‘정치개혁특위 간사 합의→전체회의 번복→전체회의 합의→수정안 기습상정→파행.’

선거법개정안 등 정치개혁법안의 통과가 예상됐던 2일 국회는 이렇게 파행의 연속이었다.

민주당이 이날 문제의 ‘양승부(梁承富) 수정안’을 기습 상정한 것은 오후 11시16분. 천신만고 끝에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의원정수 299명 안에 합의한 뒤 오후 11시20분 가까스로 본회의가 열리기 직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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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속셈은 열린우리당 정세균(丁世均) 의원의 지역구인 전북 무주-진안-장수에서 무주와 장수를 같은 당 이강래(李康來) 의원의 지역구인 남원-순창에 붙이고, 김제와 통합되는 민주당 김태식(金台植) 의원의 지역구인 완주-임실을 살리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러나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야합’이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수정안을 기습 상정해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 간 데는 이 같은 표면적인 이유 이외에 또 다른 목적이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의 경우 당 지도부가 민주당의 수정안이 불러올 국회 파행을 충분히 예상하고도 비밀리에 양당 총무간 합의를 거쳐 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 명의로 소속의원들에게 수정안에 대한 찬성 지시를 내려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나라당 안팎에선 크게 두 가지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먼저 양당이 열린우리당의 상승세를 꺾기 위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관권 개입을 문제 삼기 위한 장(場)으로 임시국회의 필요성을 절감해 국회를 고의로 파행으로 몰고 가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또 다른 가능성은 한나라당이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을 위한 한-민 공조 차원에서 ‘국회 파행의 공범’이란 오명까지 뒤집어쓰는 것을 서슴지 않았다는 관점이다.

홍 총무가 국회 파행 직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공조를 통해 불공정선거 타파 투쟁을 벌이기 위한 일환으로 합의해 주었던 일”이라고 말한 대목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2일 본회의가 정상적으로 마무리됐다면 곧바로 총선국면으로 돌입하기 때문에 탄핵추진이 아니라면 구태여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 소장파 의원은 “정략적인 야합으로밖에 비치지 않을 일을 왜 했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 분명히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한-민 공조가 초래한 국회 파행에 대한 비난여론도 심상치 않다.

열린우리당은 3일 대대적인 규탄공세에 나섰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국회 본청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이번 만행은 총성 없는 쿠데타 음모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학살행위”라며 민주당 유용태(劉容泰) 원내대표와 한나라당 홍 총무의 동반 퇴진을 요구했다.

참여연대, 여성단체연합 등 300여개 시민단체의 모임인 ‘정치개혁연대’는 3일 성명을 내고 “정치개혁 무산에 앞장선 민주당 양승부 의원과 민주당, 여기에 부화뇌동하며 공조한 한나라당에 대해 책임을 묻고 강력한 시민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비난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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