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신임 정국’ 도화선 된 검찰 ‘宋-安 라인’

  • 입력 2003년 10월 10일 18시 38분


코멘트
6일 오전 서울 대검찰청 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법사위 대검 국정감사에서 송광수 검찰총장(오른쪽)이 안대희 중수부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6일 오전 서울 대검찰청 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법사위 대검 국정감사에서 송광수 검찰총장(오른쪽)이 안대희 중수부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10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재신임 발표가 나온 직후 송광수(宋光洙) 검찰총장은 ‘대통령의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뉴스를 통해 알았지만, 글쎄요”라는 말만 했다.

재신임 결심의 결정적 배경인 ‘SK비자금’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안대희(安大熙·검사장) 대검 중앙수사부장은 이날 오후 예정된 수사 브리핑을 갑자기 취소했다. 안 검사장은 노 대통령 발언에 대한 코멘트를 요청하자 “수사 중인 사안인데 무슨 할 말이 있느냐”며 아예 입을 다물었다.

이 두 사람은 그동안 정치권을 향한 대형사건의 수사를 총지휘해 온 주인공. 검찰 수사가 ‘대통령의 재신임 결심’이라는 초유의 상황으로 이어지자 이 두 사람이 뉴스의 초점이 되고 있다.

두 사람은 몇 개월 전 비자금 수사에서 불거져 나온 여야 대선자금 수사에 착수하면서 ‘비장한 각오’를 다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처음으로 국회청문회를 거친 송 총장은 주변인사들에게 “임기(2년)에 연연하지 않고 검찰의 위상을 회복시키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안 부장도 “자리와 평생을 지켜온 검사로서의 명예를 걸고 대선자금 수사에 임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안 부장은 지난 정권 동안 한직에 있다가 노무현 정권 출범 이후인 올 3월 중수부장으로 부임한 인물. 그에 대해서는 사법시험 17회 동기인 노 대통령도 능력을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송-안 체제’의 권력에 대한 수사 의지는 나라종금 로비의혹사건, 현대비자금사건, 굿모닝시티 분양비리사건 등 대형사건 수사를 통해 확인돼 왔다. ‘송-안 체제’는 권력핵심에 대한 수사를 회피하면 실추된 검찰의 위상을 영원히 회복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일선 검찰청에도 “지위 고하를 가리지 말고 철저히 수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 결과 여당 대표였던 정대철(鄭大哲) 의원이나 노 대통령의 측근인 염동연(廉東淵) 민주당 인사위원과 안희정(安熙正)씨 등에 대한 구속영장이 잇따라 청구됐다.

그러나 이 같은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끊임없이 ‘흔들기’를 계속했다. 청와대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더욱이 ‘검찰 공화국’이라는 여론이 조성되면서 검찰에 대한 감찰권의 분리 등 견제 움직임도 본격화됐다. 노 대통령은 SK비자금 수사가 본궤도에 오른 8월 “누구의 감독도 받지 않는 검찰을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송 총장과 안 부장은 정치권의 거센 압력이 느껴질 때마다 서로 격려하며 “원칙과 정도를 벗어나지 말자”고 거듭 다짐했다는 전언이다.

안 부장은 9일 최병렬(崔秉烈) 한나라당 대표가 자신을 ‘대한민국의 최고 실세’라고 평가한 데 대해 “옛날에는 실세라고 하면 되는 것을 안 되게 하고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권력은 없고 의무만 남았다”며 괴로운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노 대통령의 발표 직후 검찰은 충격에 휩싸인 채 검찰의 수사와 위상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검찰 수뇌부는 긴급 회동을 갖고 앞으로의 대책과 검찰 입장을 논의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서울지검의 한 간부는 “대통령이 승부수를 던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평검사들은 “대통령이 측근을 내리치면서 재신임을 받겠다고 한 것은 야당의 대선자금도 철저하게 파헤치라는 무언의 압력이 될 수 있고, 대통령이 부담을 털고 나면 권력 핵심층이 검찰 수사와 조직을 뒤흔들 가능성도 있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