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정부질문 ‘고폭실험’ 논란

  • 입력 2003년 7월 11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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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김대중(金大中) 전 정부의 ‘북한 고폭실험 사전 인지’ 파문을 둘러싸고 여야가 첨예한 시각차를 노출했다.

한나라당이 김대중 정부 ‘햇볕정책’의 도덕성을 집중 공격한 반면 민주당은 “참여정부가 햇볕정책을 버렸다”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평화번영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는 ‘기현상’도 벌어졌다.

이날 한나라당 의원들은 “북한이 1997∼2002년 9월까지 70여 차례 고폭실험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김대중 정권 내내 대북 지원을 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추궁했다.

한나라당 박진(朴振) 의원은 “핵무기 개발을 위한 고폭실험에 대해 정부가 항의성명 발표나 대북 지원 중단 같은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았다”고 따졌고, 원유철(元裕哲) 의원은 “우리가 제공한 평화의 빵이 공포의 무기가 되어 돌아오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반면 민주당 김영환(金榮煥) 의원은 “북한은 83∼93년 70여 차례, 97년 이후 70여 차례 등 80년대부터 140여 차례의 고폭실험을 반복하고 있는데 이는 북한이 핵폭탄을 제조할 능력이 없다는 걸 반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지금 이 시기에 햇볕정책에 훼손을 줄 수 있는 사안을 굳이 발표한 것은 북한을 압박하고, 미국의 대북 강경기조에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 아니냐”며 고영구(高泳耉) 국가정보원장의 ‘고폭실험’ 발언 배경에 의혹을 제기했다.

같은 당 정범구(鄭範九) 의원은 “참여정부가 북핵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을 보면 오히려 햇볕정책을 폐기하고, ‘폄하’시키고 있다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답변에 나선 국무위원들은 “평화번영정책은 햇볕정책을 계승한 것”이라면서도 차별화에 애쓰는 표정이었다. 일부 의원들이 “정부가 한미동맹만 강조하면서 민족공조를 포기하고 자주외교의 의지를 위축시키는 것이 아니냐”고 따지자 윤영관(尹永寬) 외교통상부장관은 “북한이 핵탄두를 갖고 있으면 통일이 됐을 때 우리 것이니까 어떠냐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식 발상에 전적으로 동감할 수 없다. 그것은 여러 문제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한편 김대중 정부 때부터 재직해 온 정세현(丁世鉉) 통일부장관은 ‘고폭실험’에 대해 “신문 보고 알았다. 당시 그런 고급정보를 전달받을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말했고, 고건(高建) 총리는 “뉴욕 타임스를 보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개략적인 보고를 받았지만 가장 최근 있었던 고폭실험에 대해선 모른다”고 발을 뺐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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