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앞)이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의장님 또 마이크 끄시게요?’가 적힌 스케치북을 들고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하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9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필리버스터 때 마이크를 끄도록 지시한 걸 비판한 것이다. 곽 의원 뒤로 우 의장(오른쪽)이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국민의힘이 11일 하급심 판결문 공개를 확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들어가면서 ‘3박 4일 필리버스터 정국’이 시작됐다.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등을 ‘8대 악법’으로 규정하고 비쟁점 법안까지 전면 필리버스터 방침을 고수하면서 여야가 극한 대치를 벌이는 것. 이번 본회의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중앙아시아 순방으로 출국하기 전날인 14일까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11일 오후 2시 본회의를 열고 찬성 238명, 기권 3명으로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올 4월 민주당 주도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지 8개월 만이다. 가맹점 사업주들의 협상권을 보장하는 이 개정안은 비쟁점 법안이었지만,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사법개혁안’ 등 추진에 맞서 모든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하기로 결정하면서 나경원 의원이 9일 필리버스터를 진행해 처리되지 못했다. 나 의원의 필리버스터는 9일 밤 12시 정기국회 회기 종료와 함께 종결됐고, 민주당은 10일 임시국회를 소집해 11일 법안을 재상정했다.
곧이어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상정되자 국민의힘은 다시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첫 주자로 나선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은 ‘61년 만에 국회의장이 필리버스터를 방해한 곳’이라는 문구가 적힌 스케치북을 단상 위에 두고 발언을 시작했다. 9일 우 의장이 나 의원의 필리버스터가 의제와 관련 없다며 마이크를 끄고 중단시킨 점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
민주당 의원들이 “피켓 내리라”고 소리치고 우 의장이 “국회에서 국회법을 지키는 것은 기본이고, 국회의원은 국회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왜 가르치려 드느냐”며 반발했다. 곽 의원은 스케치북을 넘겨가며 ‘국회의장님, 또 마이크 끄시게요?’ ‘내란전담재판부?=위헌전담재판부’ ‘법 왜곡죄?=판·검사 협박수단’ 등의 문구를 노출하기도 했다. 다만 우 의장은 곽 의원이 “확정되지 않은 판결문을 무분별하게 공개하는 것은 사법의 본질과 맞지 않다”고 발언하는 등 형소법 개정안에 대한 토론을 이어가자 발언을 제지하거나 중단시키지는 않았다. 이 법안은 여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시작 직후 종결 동의서를 제출했고, 24시간 후인 12일 오후 2시 34분경 재적 의원 5분의 3(179명) 이상의 동의로 필리버스터를 끝내고 형소법 개정안을 표결한다는 방침이다. 이후에는 은행 가산금리에 보험료·출연금 반영을 막는 은행법 상정과 필리버스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어 13일엔 은행법을 표결한 뒤 경찰관의 대북전단 살포 제지권을 부여한 경찰관직무집행법 상정과 필리버스터가 계속될 예정이다. 은행법은 민주당 주도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고, 경찰관직무집행법도 여당 주도로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에 우 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을 제출했고, 민주당은 나 의원과 곽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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