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인 난민 인정]"탈북자도 난민" 中압박 포석

  • 입력 2002년 9월 11일 06시 51분


정부가 난민인정실무협의회에서 미얀마인 3명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정부의 난민정책 전환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정부의 이번 결정과 관련해 10만명에 가까운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 내 탈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아니냐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난민 지위 부여에 극히 소극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 높은 인구밀도 등을 감안한 것이기도 하지만 난민을 인정할 경우 상대방 국가를 자극해 외교적으로 곤란한 지경에 빠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정부가 그동안 소속 국가의 정치적 박해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난민 신청을 번번이 기각한 것도 바로 이 같은 이유에서였다. 이번에 실무협의회의 예비심사를 통과한 미얀마인들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놓였던 난민 신청자들도 예전엔 여러 가지 이유로 난민 지위를 부여받지 못했다.

정부는 2000년 카메룬의 야당 사회주의민주전선당에서 재정담당위원으로 활동하며 여러 차례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수배된 T씨에게 난민 인정 방침을 밝혔다가 철회한 적도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에 미얀마인 3명에 대해 ‘무더기로’ 난민을 인정했을 뿐만 아니라 난민신청자의 진술만으로도 인정하는 파격적인 자세 변화를 보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의 난민정책이 180도 전환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난민을 거의 인정하지 않으면서 중국 정부에 대해서는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해 국제사회로부터 “한국은 ‘난민 혜택’만 보려 하고 ‘난민 인정’은 하지 않는다”는 거센 비난을 받아왔다.

미국은 한국인 난민만 60년대 1316명, 70년대 65명, 80년대 120명, 90년대 19명을 받아들였으며 중국도 매년 수십명의 난민을 인정해 왔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난민 인정이 국제사회의 비난을 줄이고 중국 내 탈북자 문제를 논의하는 테이블에서 외교적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조만간 열릴 난민인정협의회의 전문위원으로 위촉된 박찬운(朴燦運) 변호사는 “정부의 이번 조치는 미흡하긴 하지만 상당히 전향적인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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