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방중]중국 '혈맹 지도자'에 파격예우

  • 입력 2001년 1월 20일 1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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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밤 상하이역 앞은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출발을 앞두고 상하이 공안 당국은 역 광장에 대형 바리케이드를 치고 역으로 들어가는 사람의 신분증을 일일이 검사했다.

이 때문에 춘제(春節·설)을 앞두고 귀성하는 상하이 시민 1만여명이 겨울비 내리는 역 광장에서 추위에 떨어야 했다. 김 위원장 출발 직전에는 역 주변에 깔린 공안 요원 수백명이 호루라기를 불며 귀성 인파를 역 앞 대형 지하도로 소개시키기도 했다. 김 위원장 출발 전후에는 상하이 역을 통과하는 모든 열차의 운행을 정지시켰다.

김 위원장이 상하이에 머문 4일 동안 중국측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그에게 정성을 쏟았다. 김 위원장 일행을 위해 캐딜락 등 고급 세단 40여대를 지원했고 이 차량 행렬이 지날 때마다 교통 통제를 했다. 그렇지 않아도 출퇴근 교통난이 심각한 상하이의 시민들은 영문도 모르고 고역을 치러야 했다.

대부분의 김 위원장 방문 일정을 상하이시 황쥐(黃菊) 당서기와 쉬쾅디(徐匡迪) 시장이 동시에 수행했다. 주룽지(朱鎔基) 중국 총리도 상하이까지 날아와 김 위원장을 직접 영접하는 의전상의 파격도 보였다. 비슷한 시기 상하이를 방문했던 줄리아니 아마토 이탈리아 총리와는 완전히 격이 다른 대접이었다.

상하이 시 관계자는 20일 “상하이 시민들은 대부분 김 위원장의 방문 사실을 몰랐지만 알았다 해도 항미전쟁(한국전)을 함께 치른 혈맹의 지도자 때문에 불편을 겪었다면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도 북한과 중국 사이에는 외교적 실리 못지 않은 정서적 연대가 엄존하고, 그 만큼 남과 북이 메워가야 할 외교적 정서적 거리가 짧지 않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상하이〓박제균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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