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유엔방문]'남북화해' 국제사회 지지 확보

  • 입력 2000년 9월 4일 19시 14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 참석 목적은 크게 세가지다.

첫째, 남북정상회담 이후의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다.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의 제안으로 개최되는 이번 회의에는 무려 163개국 정상이 참석한다. 단일 국제행사에 이처럼 많은 정상이 모이는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모리 요시로(森喜朗) 일본 총리 등 주요국 정상들이 차례로 연설을 하고 26개 항목의 ‘공동선언’을 채택한다. 김대통령으로서는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라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최적의 기회인 셈이다.

특히 뉴욕 도착 직후 이뤄지는 김영남(金永南)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의 만찬회담은 의미가 깊은 회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무대에서 처음으로 이뤄지는 남북 최고위급 인사의 회동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사건’일 뿐만 아니라 남북한간 화해협력의 의지와 기류를 국제사회에 천명하는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은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미국내 한미친선단체인 ‘코리아 소사이어티’가 주최하는 만찬에서 연설하고 한미관계 발전에 기여한 인사에게 수여하는 ‘밴 플리트상’을 지미 카터 전미국대통령에게 직접 수여한다. 또 미국 학계의 한반도문제 전문가 17명을 별도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 한다.

마침 외교통상부가 개회식에서 채택될 유엔총회 공동의장(핀란드와 나미비아 대통령) 선언문에 남북정상회담을 지지하는 내용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해 성사시킴으로써 분위기는 한층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그 연장선상에서 미국 중국 러시아 정상들과의 연쇄 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에 평화와 안정을 정착시키기 위한 ‘4자 회담’의 가능성도 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리 일본 총리와는 오는 22일 예정된 일본방문 때 별도로 만난다.

둘째, 김대통령은 이번 회의 참석을 계기로 매향리사격장 문제와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 등을 둘러싸고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한미관계를 점검하고 우호를 확인하는 기회로 활용할 계획이다. 6·25전쟁 참전 미군용사들과의 간담회도 이런 의도에서 마련됐다.

셋째, 김대통령은 한국의 지속적인 경제개혁 의지를 국제사회에 다시 한번 분명히 함으로써 한국의 국가신인도를 제고하고 미 재계와의 협력기반도 강화할 생각이다. 김대통령이체류 중에 뉴욕증권거래소 이사장,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 골드만 삭스그룹 회장 등 미 경제계 주요인사들과의 만나 이른바 ‘세일즈 외교’를 펼치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영묵기자>y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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